가덕휴게소에 들려
십일월 첫째 일요일은 입동인데 포근한 절기였다. 점심 식후 거가대교를 건너가야 하는지라 오전은 집에 머물렀다. 반나절만이라도 도심 산책을 나서고 싶었으나 아내는 빨랫감이 나오는 것을 반겨하지 않은 눈치였다. 잠시 집밖으로 나왔다가 들어가도 코로나 감염원에 노출되었을까 싶어 휴대폰이나 안경까지도 소독 티슈로 닦으라고 닦달이다. 덕분에 지인이 보내온 시조집을 정독했다.
일기예보는 주초에 바람이 세차게 불며 비가 내린 후 기온이 곤두박질친다고 했다. 거제에 가서 방한용으로 입을 내의와 잠바를 챙겼다. 이미 모직 헌팅캡과 장갑은 아침 출근길 잘 쓰고 다닌다. 여기다 목도리를 한 가지 더 챙겼다. 아침이면 이른 시각에 들녘을 두르는 산책을 먼저하고 교정으로 드는지라 보온이 되는 옷차림은 필수였다. 남들처럼 자동차로 출근하는 사정과는 달랐다.
점심 식후 와실에서 한 주간 보낼 짐을 꾸려 지기와 접선하려 같은 아파트단지 이웃 동으로 갔다. 아파트 뜰에는 도청에서 퇴직 후 꽃을 가꾸는 초등 친구가 내려와 꽃이 저문 잎줄기를 정리했다. 한 주 보낸 안부를 나누다 카풀 지기와 만나 거제로 향하는 시동을 걸어 동반석에 앉았다. 시내를 벗어나는 용호동 주택가는 단풍이 물든 가로수에서 떨어진 낙엽이 뒹굴어 만추를 실감했다.
정병산 날개봉과 정상부 송신탑이 있는 불모산 기슭은 단풍이 제법 물들었다. 안민터널을 지난 진해터널로 들려니 웅산 시루봉에도 가을빛이 완연했다. 우리나라 국도에서 가장 길다는 2호선 우회 터널을 지나니 진해 용원이고 신항만 부산경남 경제자유구역청이었다. 눌차대교와 가덕터널을 지나 거가대교 입구 요금소를 지나자 운전대를 잡은 지기는 휴게소로 들자고 제안해 반가웠다.
지기와는 추석 직후 거가대고 요금소를 앞두고 천성 부두로 내려가 낚시터를 구경했던 적이 있었다. 그날 거가대교 연륙구간이 아스라했고 지척에 바라보인 거가대교 전망대와 휴게소였다. 지기와 이태 동안 거가대교를 오가면서 휴게소는 처음 들렸다. 지기는 아침나절 조기 축구로 땀을 흘리고 식후인지라 졸음을 쫓으려고 휴게소를 찾았다. 따뜻한 커피를 내려 전망대 쉼터에 앉았다.
대한해협으로 탁 트인 거제 장목 휴게소보다 가덕도 전망대는 이용객이 적었다만 오후의 가을 햇살이 따사로웠다. 진해만으로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운반선이 산이 움직이듯 다가왔다. 테라스 전망대에는 독거노인과 결손가정을 아이를 돕는 자선 음악회가 열렸다. 색소폰을 연주하는 악사는 즉석에서 신청곡을 접수해 지기는 영탁 버전 ‘막걸리 한 잔’을 신청해 박자를 맞추어주었다.
공연장을 뒤로 하고 쉼터에서 일어났다. 전망대에서 바라보인 건너편은 거제도였고 진해만은 윤슬로 반짝거렸고 낚싯배들이 몇 척 떠 있었다. 전망대 주차장으로 돌아오니 가덕도 천성 부두가 내려다보인 포구 뒤로는 연대봉으로 엷은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다. 내가 그간 주말이면 삼 년째 건너다녀 익숙한 지형지물이었다. 이제 거가대교를 오가기도 올 연말까지니 몇 차례 남지 않았다.
거가대교 침매터널을 빠져 주탑에 쇠줄을 드리운 연륙구간을 지나니 장목이었다. 장목과 농소터널을 지나 대금산 나들목으로 빠져야 하는데 논스톱으로 통과했다. 와실에서 반주로 즐겨 드는 대금산 주막 곡차를 받아 갔는데 절주를 하느라 당분간 들릴 일이 없었다. 일요일 오후 주막 마당에 들어서면 언제나 반겨주던 주인 할머니였는데 발걸음을 돌리려니 인자한 모습이 눈앞에 선했다.
거가대교 진입 덕포터널을 지나 옥포와 갈림길에서 고현 방향 나들목으로 내려섰다. 계룡산으로 짧아진 가을해가 기우는 고현을 저만치 앞둔 연초삼거리를 지났다. 운전대를 잡은 지기는 면소재지에서 얼마간 떨어진 연사마을 원룸 골목으로 향했다. 지기는 차를 멈추었다가 옥포로 되돌아가고 나는 와실로 들어 찬을 냉장고에 채우고 옷가지는 옷장에 넣었다. 와실에도 사람이 살더이다. 21.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