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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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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홍 / 글 박채현(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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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문학 수] 2024년 가을호 인터뷰
소설, 희곡, 동화를 섭렵하는 르네상스맨
- 김문홍 작가 인터뷰
올해 팔순을 맞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지내십니까?
문학에 나이가 뭐 그렇게 중요하나요? 아직 육체적으론 그런 낌새를 못 느끼지만, 심리적으로는 늘 죽음을 생각합니다. 뭐 그렇다고 초조해하거나 조급증을 느끼진 않습니다. 요즘 들어 자주 읽는 책이 하나 있는데 로마제국의 황제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쓴 『명상록』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 책 속에 “지금 당장 이 세상에 작별을 고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남겨진 시간을 뜻밖의 선물로 생각하고 살아라.”라는 구절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인간을 비롯해 목숨 있는 모든 것들은 나이 들면 늙고, 늙으면 죽는다는 건 자연의 엄정한 법칙이므로 누구도 예외일 수 없죠. 그래서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하루가 내게 주어진 마지막 시간이라 생각하고, 하루를 재밌고 보람차게 지내려 노력합니다. 그러면서도 지금부터라도 서서히 죽음을 생각하면서 내 인생과 문학을 하나하나 정리하려고 합니다.
전 오늘까지 소설, 희곡, 동화, 연극과 영화평론 등 경계 없는 글쓰기를 해왔는데, 이제부턴 하나씩 정리하려고 합니다. 2022년도에 제 여섯 번째이자 마지막 희곡집인 『섬섬옥수』 고별 북 콘서트에 채현 씨도 참석했잖습니까? 이젠 희곡을 그만 쓰기로 하자고 자신에게 최면을 거는 일종의 이벤트였죠. 올해에도 부산문화재단 지원으로 여섯 번째 중단편 소설집인 『설야 행(雪夜 行)』을 준비하고 있는데, 연말에 책이 나오면 역시 아는 분들 몇몇이 모여 소설집 고별 북 콘서트를 하고 소설 쓰기에서 비켜설 생각입니다. 동화는 아직 제 손자가 있고 분량도 많지 않기에 계속 이어가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율배반적으로 지금 장막희곡 한 편을 준비하고 있으니 좀 우습지 않습니까? 구한말 한국 선불교의 으뜸인 경허 스님을 소재로 한 음악극 대본을 지금 쓰고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요즘은 주로 희곡, 수필, 동화 등 창작론에 대한 강의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죽기 전에 내가 가진 문학에 관한 모든 창작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다 주고 가자는 생각의 실천입니다. 영화와 연극을 자주 보고 아침마다 체육관에서 가서 근력 운동과 하체 운동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사정이 허락된다면 여행도 자주 하고 싶고…, 그저 그렇게 쉬엄쉬엄 살고 있습니다.
문학 장르의 벽을 허물고 전방위적 분야를 창작하게 된 동기는 무엇입니까?
저는 1976년에 문단에 등단하게 됐는데, 그해 한해에 소설, 동시, 동화가 한꺼번에 당선되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그 당시 월간 《한국문학》이 창간 기념으로 모집한 제1회 100만 원 고료 신인상 모집에서 중편소설 「갯바람 쓰러지다」가 당선되고, 중앙일보의 자매지인 《소년중앙》에 단편 아동소설 「바닷가의 소년」이 연이어 당선, 그리고 《월간문학》 신인상에서 동시 「대밭골 경사」까지 당선되었습니다. 부산교대를 늦은 나이에 졸업해 초임지인 모 초등학교에 근무할 때였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 동화는 자연스럽게 접근하게 되었고, 소설 역시 전력이 있었습니다. 1966년 고등학교를 졸업할 당시에 학생들에겐 선망의 대상이었던 《학원문학상》에 산문(소설)이 당선되었는가 하면, 고대를 졸업할 당시인 197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단편소설 「단식」(斷食)이 최종심에 올랐지만, 그해 당선작인 송기원의 「경외성서」(經外聖書)에 밀려 석패의 전력이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소설에 접근된 상태였죠. 동시는 당선 초창기에만 조금 활동하다 지금은 아예 접었습니다.
희곡은 대학 다닐 때 극예술연구회에 가입해 연극배우와 연출을 해서 창작의 동기가 무척 가까웠죠. 1980년에 당시 군부 정권을 상징적으로 비판했던 장막희곡 「수직환상」(垂直幻想)을 제가 쓰고, 당시 동아리 극예술연구회의 지도 교수이며 국어과 교수였던 제 은사님의 연출로 시민회관 소극장에서 첫 공연을 한 것이 첫 희곡이었죠. 그때부터 지금까지 제가 쓴 창작희곡 35편이 부산의 여러 극단에 의해 공연되었고, 여섯 권의 희곡집으로도 간행되었습니다. 희곡으로 상도 많이 받았는데 부산연극제에서 다섯 번의 희곡상을 받았고, 전국연극제에서도 희곡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14년부터는 독지가인 치과의사 최우석 선생님이 창작기금을 후원해서 《김문홍희곡상》이 제정되어 지금까지 시상해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몇 개 분야에 걸쳐서 작품을 써왔기 때문에 애로점도 많았겠습니다.
‘한 우물만 파라는 말이 있듯 어느 분야에서도 어느 수준은 유지되었습니다만, 각각 분야에서 뛰어난 작품은 생산되지 않았던 게 가장 치명적이었죠. 그동안 희곡에만 전념해 왔기 때문에 소설과 동화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죠. 특히 소설과 희곡은 창작기술론이 다르기에 한 분야를 끝내놓고 다른 분야를 창작하는 데에는 많은 애를 먹었습니다. 같은 산문 분야이긴 하지만 희곡은 대사와 지문만으로 모든 걸 나타내야 하고, 소설은 대화, 서술, 묘사 등으로 표현할 뿐만 아니라 두 장르는 근본적으로 다르니까 고민도 많았고 창작하는데 어려움을 많이 겪었죠. 동화는 주 독자가 어린이기 때문에, 주제나 소재, 그리고 문장의 표현에서 많은 제약을 받기에 역시 고충이 많았습니다. 만약 이 세 개 분야 중에서 어느 것 하나만을 붙잡고 썼더라면 어느 정도의 봉우리는 만들었지 싶습니다. 그래서 요즘 문학을 하려는 후배들에게는 한 우물만 파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공연을 끝내고
하나 좋은 점은 희곡에서 썼던 소재를 소설과 동화의 소재와 주제로 써먹는 즉, ’원 소스 멀티 유즈‘라는 이점을 잘 활용한 적이 있습니다. 희곡 「대숲에는 말(言) 산다」가 단편소설 「귀」와 장편 아동 역사소설 「대나무숲의 임금님 귀」로, 희곡 「방외지사 이옥」이 단편소설 「이옥」으로, 희곡 「눈보라 치는 밤, 집을 떠나다」(미공연)가 단편소설 「설야 행」으로, 장편 추리소설 『살인방정식』이 희곡 「사자(死者)의 편지」로 바뀐 경우가 그렇습니다. 한 10여 년 동안 석박사 과정을 공부할 땐 거의 창작을 하지 못했습니다. 논문은 객관적이고 논리적인데, 문학 작품은 그것과는 괴리가 심한 창의적 상상력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학위를 위해 창작을 희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선생님의 수상 실적을 보니 대부분이 희곡 분야이던데, 그만큼 희곡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어떤 매력이 있었기 때문입니까?
정곡을 찔렀군요. 맞습니다. 희곡과 연극평론 분야로 ‘부산시 문화상’은 물론 ‘부산예술대상’을 수상하고, ‘부산연극제 희곡상’ 5회 수상, ‘전국연극제 희곡상’을 수상했습니다. 거기다 제 이름으로 된 《김문홍희곡상》까지 만들어져 시상해오고 있으니까요. 이렇게 희곡에 집중한 것은 작가와 독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때문입니다. 소설은 독자가 그 작품을 대하기 전에 이미 작가에 의해 만들어져 독자의 손에 닿습니다. 그러나 희곡은 연극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공연예술입니다. 소설은 독자가 내 작품을 읽고 얼마나 공감하는지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희곡이 연극으로 만들어져 무대에 오르면 ‘지금 현재’의 예술이 됩니다. 작가는 객석에서 관객의 평가를 직접 들을 수 있으니 현장 예술이라는 겁니다. 제 희곡이 칭찬을 받으면 작가로서의 보람을 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 매력 때문이죠.
부산시 문화상 수상 후 기념사진
부산예술대상 축하연
요즘은 소설을 잘 읽지 않는 시대입니다. 얼마 전에 창간 50여 년이 다 되어가는 《문학사상》이 경영난으로 폐간한다는 소식을 듣고 우울했습니다. 동시에 제 소설을 과연 몇 명이나 읽을까 하는 회의가 오더군요. 읽히지 않는 소설을 계속 써야 하는가에 대한 비참함이 엄습하더군요. 자기 위안으로 소설을 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머리를 스쳤습니다. 그래서 관객의 반응을 금방 알 수 있고, 관객의 의식을 바꿀 수도 있고 나아가서는 그들의 행동까지 변화시킬 힘이 있는 희곡창작에 더 열정을 쏟았는지도 모르죠. 많이 쓰다 보니까 상도 받게 되었습니다.
참, 아동문학 분야의 동화 작단에선 선생님이 동화 분야의 상금으로 지금 살고 계신 아파트를 장만했다는 소식이 파다하던데, 그게 사실입니까?
거짓말 같지만 사실입니다. 1976년에 중편소설 당선으로 상금을 100만 원을 받았고, 1982년엔 제1회 계몽사 어린이문학상에서 장편 아동소설 『머나먼 나라』로 상금 3백만 원을 받았습니다. 당시에 초등학교 교사인 제 봉급이 5, 6만 원이었습니다. 지금 화폐 가치로 환산하면 어마어마한 돈이죠. 그 상금으로 셋방 살다가 단독 연립주택을 사고, 대출을 조금 받아 지금 사는 35평 아파트를 사게 된 것이죠. 그 상금이 종잣돈이 되어 지금 아파트를 장만했으니까, 그런 소리가 나올 만하죠. 제 아내는 문학을 전혀 모르는 사람입니다만, 그런 사건으로 문학 하는 남편을 존경하고 경외하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원고료를 아주 중시합니다. 값싼 원고료는 결국 값싼 작품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값비싼 원고료라면 그만큼 작가의 창작 태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작가의 영혼을 갈고 갈아서 만든 작품인 만큼 그에 상응하는 원고료를 반드시 받아야죠. 그러나 모든 원고에 그렇게 수전노적인 욕심을 부리진 않습니다. 제가 응당 좋아하고 보람된 일이라면 그냥 써 줄 수도 있습니다. 요즘 어떤 단체에선 걸핏하면 ‘재능 기부’라는 허울 좋은 명목으로 작가를 혹사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관습은 사라져야 합니다.
그 당시 아동 장편 소설 『머나먼 나라』는 200자 원고지 500장이었는데, 춘계방학 1주일 동안 하루에 70장씩 일주일을 썼습니다. 지금처럼 컴퓨터나 노트북이 없는 때라, 200자 원고지에 볼펜으로 꾹꾹 눌러 써야만 했습니다. 아내가 막내딸을 낳고 몸을 푼 지 며칠도 안 됐는데 거제도 지심도에 유폐되어 원고를 다 써서, 다음 날 마감 날에 우체국 소인을 찍어 보냈는데, 그게 당선이 된 겁니다.
선생님께선 작품을 쓰실 때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어 쓰십니까?
희곡이나 소설의 경우에 한정해서 말씀드리죠. 저는 희곡을 창작할 때 대중적인 관객을 생각해서 서사적 재미 위주로는 쓰지 않습니다. 가장 중시하는 것이 주제 의식과 작가의 현실 인식입니다. 현실 인식이란 작가가 시대나 사회구조, 그리고 그, 속의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는가로서의 가치관이나 세계관이죠. 저는 희곡이 연극으로 공연되었을 때, 작품을 통해 관객의 생각을 바꾸고, 나아가서는 그들의 행동까지 변화시키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바로 주제 의식이고 극작가의 현실 인식인 거죠. 제 아내는 제가 쓴 희곡이 공연되었을 때, 같이 가자고 하면 잘 나서지 않습니다. 쉽게 얘기하면 재미가 없다는 거죠. 심지어는 “당신이 쓴 희곡은 관객을 자꾸 가르치려 한다.”고 면박을 주기까지 합니다. 물론 그게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연극이 끝나고 관객이 극장 밖을 나섰을 때, 재미는 있지만 남는 게 없는 작품보다는, 볼 때는 재미가 없고 어려워도 집으로 돌아갈 때 “내가 지금 옳게 살고 있나? 사람 산다는 게 무엇인가?”하고 자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 가치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김문홍희곡상 포스터
소설 <감나무집 동백꽃>
물론 문학과 예술의 쾌락적 기능과 교시적 기능 두 가지를 갖춘 작품이 가장 이상적이라 생각합니다. 재미도 있으면서 깨달음도 주는 작품 말이지요. 그런 작품을 쓴다는 건 참 어렵지요.
소설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제 의식과 작가의 현실 인식, 아울러 소설은 산문 문학인 만큼 문장의 완성도가 뛰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이나 희곡은 누구든지 보고 즐길 수 있는 드라마는 아니지 않습니까? 동화의 경우는 더 어렵고 엄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차적 독자가 어린이인 만큼 문장이 이해하기 쉽고 음악적 리듬감이 있어야 하고, 아울러 재미와 깨달음을 동시에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께선 지금까지 거의 50여 년 작품을 써 오셨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문학 창작의 근원적 본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동화의 경우를 예로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난 지금까지 25권 정도의 동화 작품을 내놓았는데, 내 이름을 대면 딱히 어떤 작품이라고 내세울 게 없습니다. 그래서 동화를 쓰는 후배 작가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 합니다. 작가에 대한 평가는 죽어 관에 못을 치고 난 후에 이루어집니다. 당신 이름을 댔을 때 “아, 그 작품 쓴 바로 그 작가 맞죠?”하고 작품을 거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소설가 이효석을 떠올렸을 때 “아, ‘메밀꽃 필 무렵’을 쓴 그 소설가 말하는 거죠?”하고 독자가 작품 이름을 댔을 때 그 작가는 그것으로 성공한 거라 봅니다. 자신이 죽어 세월이 지났을 때, 그 작가 이름을 거론하면 누구나의 입에서 “아, 그 작품 쓴 그 작가 말이죠?”하고 반응하면 그 작가는 성공한 것 아니겠어요?
지금 후배 동화작가들이 작품을 10권이나 20권 쓰는 것은, 그중에서 독자의 기억 속에 불후의 인장을 찍을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작품 한두 편을 골라내기 위한 것입니다. 많이 써서 작품을 많이 남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독자의 기억 속에 영원히 회자 되는 작품 몇 편 남기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많이 쓰는 것보다는 좋은 작품을 남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죽기 전에 각 분야에서 그런 작품 하나 남기는 게 최대 소망입니다. 희곡 분야에선 그런 작품 하나, 둘 있는데, 소설 분야에선 두고두고 남을 수 있는 작품이 없습니다.
선생님은 작품을 창작할 때 어떤 과정으로 작업하고, 또한 그 과정 중에서 어떤 것에 심혈을 기울이는 편인가요?
그건 작가마다 다 다를 겁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머릿속에서 구상하는 과정이 제일 길고, 또한 그 과정을 중시하는 편입니다. 저는 그런 과정을 저만의 용어로 ‘뜸들인다’ 또는 ‘궁글린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즉, 작품을 발효시키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이 잘 되면 작품을 쉽게 빨리 쓰지만, 이 과정을 소홀히 하면 창작하는데 무척 애를 많이 먹고 작품 또한 완성도가 떨어지는 편입니다.
이 궁글리고 뜸을 들이는 과정에서는 다른 잡생각을 전혀 하지 않습니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서 밤에 잠잘 때까지 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여기에만 매달립니다. 이 과정이 끝나고 컴퓨터가 있는 책상에 앉을 때까지의 과정이 제법 오래 걸립니다. 창작의 고통을 익히 알고 있기에 그 자리에 앉지 않으려고 온갖 핑계를 동원하기도 합니다. 일단 컴퓨터 앞에 앉아 발단 부분만 쓰고 나면 그다음부턴 일사천리로 막 나가는 편입니다.
작품을 쓸 때는 모든 장면, 모든 사건은 반드시 주제와 관련되는, 즉 주제의 통일성을 중시합니다. 주제와 관련 없는 장면이나 사건은 과감하게 없애버립니다. 희곡은 압축과 절제, 그리고 대사의 은유성과 음악적 리듬에 많은 공을 들이고, 소설은 문장 표현에 많은 공을 들입니다.
선생님께선 희곡, 소설, 동화 중에서 어느 장르를 어렵게 생각합니까?
그건 당연히 동화죠. 일반문학에 종사하는 시인이나 작가, 그리고 문학 지망생 중에선 동화는 아이들이 읽는 거니까 적당히 쓰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습니다. 그건 잘못된 생각이고 편견입니다. 그 일차적 독자가 어린이인 만큼 동화는 문장이 쉽고 아름다워야 하며, 또 가독성도 높아야 합니다. 문장에 음악적 리듬을 담아야 합니다. 동화는 서사적 재미로서의 쾌락적 기능과 깨달음과 교훈으로서의 교시적 기능이 적절하게 잘 어우러져야 합니다.
희곡과 소설도 결코 만만하게 볼 게 아닙니다. 둘 다 주제 의식과 작가의 현실 인식을 아주 중시합니다. 희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압축과 절제입니다. 대사의 은유성과 배우들에게 잘 읽히고 말해져야 하는 대사의 음악적 리듬에 공을 많이 들이죠. 무엇보다 연극을 보는 관객이 스스로 생각할 틈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죠. 소설을 쓸 때는 문장이나 서술의 이면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즉 서브 텍스트 설정이 아주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오랜 시간 동안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향후 계획이 어떤지요?
늘 생각하고 쓰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으려 합니다. 소설이나 시, 그리고 희곡이 필요 없는 세상이 가장 바람직한 시대고 사회일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 돌아가는 형편을 보니 이 모든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 같습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드는 것과 같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잘 돌볼 생각입니다. 죽어서 독자의 기억 속에 불후의 인장을 찍을 수 있는 작품을 분야마다 한 편씩 남기는 게 일생일대의 희망이고 숙제입니다. 그러나 최우선은 ‘뜻밖의 선물’ 같이 남은 나날을 잘 활용하면서 쉬엄쉬엄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지요. 쓸데없는 얘길 끝까지 들어주어 고맙고 미안합니다. 잘 살면서 좋은 꿈을 많이 꾸길 바랍니다.
김문홍......................
소설가, 극작가, 동화작가
《한국문학》 제1회 신인상 중편소설, 《소년중앙》 동화당선(1976)
지은 책으로는 소설집(6권), 희곡집(6권), 동화집(25권) 등 40여 권
부산시문화상, 부산예술대상, 이주홍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한국동화문학상 등
2014년부터 《김문홍희곡상》을 제정해 시상해오고 있음
현재, 부산공연사연구소 소장
첫댓글 작가는 쓰러지기 직전까지 작품을 쓰는 사람이다. 평가는 제일 먼저 자신이 하고 그 다음은 독자의 몫이다.
상금으로 집을 샀으니 사모님이 존경(?)할만 합니다.
<머나먼 나라>는 지금 읽어도 어색하지 않으며
상상력을 자극하는 매력적인 동화입니다.
언제나 당당하고 내가 일한 만큼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원칙이 좋아요.
거의 나훈아급.
그런 소신이 있어야 자기 가치를 제대로 매기는 거죠.ㅎ
후배들의 귀감이 되는 선생님!
몸관리 단디 하시면서
늘 지금처럼 역동적인 삶을 사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