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으면 좋은 것들
10여 년 전에 아파트 평수를 줄여서 이사 하였습니다. 아내가 청소 및 유지 관리를 힘들어했기 때문이지요. 작은 만큼 짐을 버리면서 내게 필요치 않았던 짐이 그리 많은 것에 대하여 놀랐습니다.
가끔 도시 사는 사람이 시골로 이사를 옵니다. 많은 사람이 귀농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원래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이 돌아왔을 때 귀농(歸農)이라는 표현은 옳지 않고 귀촌(歸村)도 시골 사는 사람이 떠났다 다시 돌아오는 개념이므로 원래 시골 사람이 아니고는 귀촌이라는 표현은 옳지 않습니다. 취농(就農)이나 향촌(向村)이라는 말이 바른 표현이겠지요.
옛날에는 이촌향도(離村向都)가 많았으나 지금은 이도향촌(離都向村)이 많습니다. 이런 사람 중에는 부유함을 바탕으로 시골집을 크게 짓는 경우가 있습니다. 시골살이를 잘 몰라서 하는 행위이지요.
시골집이나 텃밭은 작아야 합니다. 집이 크면 풀 뽑기부터 시작된 관리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텃밭이 크면 중노동을 각오해야 하지요. 시골로 내려와서 일에 지쳐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입니다.
속도도 그러합니다. 빠르면 많은 것을 놓치게 됩니다. 내 주변을 천천히 보면 작은 것들과 많은 것들이 보입니다. 길가에 청초하게 피어있는 야생화가 보이고, 이름 모를 새와 곤충들이 보입니다. 그러니 빠름만 자랑할 것이 아닙니다.
옛날 서민들의 집을 초가삼간이라고 표현합니다. 초가삼간은 집이 세 채가 아닙니다. 한옥에서는 기둥과 기둥 사이를 1칸이라고 하니 초가삼간은 기둥이 네 개인 아주 작은 집을 의미합니다. 높이도 낮았고, 문도 작은 집에서 조상들은 대대로 행복을 키우며 살아온 것이 사실입니다.
작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닐 겁니다. 적당한 것이 좋은 것이지요. 하지만 큰 것만 희구하는 사회 속에서 지나친 욕심은 불행을 낳을 수 있습니다.
작은 행복을 기다리면 늘 행복할 수 있지만 큰 행복을 기다리면 평생 행복할 수 없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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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복> 님의 글입니다.
용하중학교 재직시절, 6평 정도 텃밭이 있었습니다. 6평 정도 하면 감이 잘 안잡힐텐데, 우리 나라 학교의 한 학급 교실에 해당되는 복도 면적이 보통 5평입니다.
그 작다고 생각한 6평에 필요한 것 다 심어 먹었습니다. 오히려 남아 돌 지경이었죠. 그런데, 그 농사가 쉽지 않습니다. 게으른 사람, 모르는 사람은 놓치기 일수죠. 방울 토마토 순을 주어야 한다는 것을 몰라 먹을 게 별로 없던 기억도 있군요.
친구들도 귀촌 합네 하고 농촌으로 갔다가 되돌아오는 친구들도 여럿 됩니다. 관리기니 경운기니 사기도 했다가되팔기도 하고......
아는 만큼. 주어진 만큼만 사는게 좋은듯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