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산책>
아이디어가 필요할 땐 맥주를?
맥주 한 잔, 당신의 창의력을 샘솟게 합니다
미국 대학·덴마크 광고사 실험
창의적인 광고기획 그룹별 테스트
좋은 작품 5개 중 4개가 ‘음주 집단’ 혈중알코올농도 0.07%일 때 최적
틀을 깰 땐 산만한 과정 거쳐야
집중만 하면 관심 밖 정보는 차단
뇌가 느슨해지면 ‘개방적 모드’로 적정량 넘은 음주는 ‘약보다 독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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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몸무게에 맞춘 맥주도 나와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학의 제니퍼 와일리 교수는 2012년 한 실험을 했습니다. 맥주를 마신 그룹과 마시지 않은 그룹을 나눠서 어떤 상태의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더 잘 내는지 실험을 한 것이죠. 실험 결과는 혈중알코올농도가 0.07%일 때 창의적 문제를 푸는 능력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제니퍼 와일리 교수의 연구에 흥미를 느낀 덴마크의 한 광고 대행사가 비슷한 실험을 했다고 합니다. 몇 개의 그룹으로 나눠 광고를 기획하도록 했는데요. 그중 5개의 창의적인 광고를 선정했는데, 5개 중 4개가 맥주를 마신 그룹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고 합니다. 이후 이들은 이 연구에 착안해 문제해결사라는 맥주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맥주의 병 겉면에는 성별과 몸무게가 표시돼 있습니다. 창의력을 키우고 싶은 사람은 자기 성별과 몸무게에 맞춰 정해진 맥주량을 마시면 되죠.
맥주를 마시는 것이 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맥주가 우리 뇌의 집중을 느슨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드는 창의적인 능력은 주어진 문제를 집중해 논리적으로 풀 때와 반대되는 성향이 있습니다. 가령 한 점을 향해 좁혀 들어가는 모습이 논리적 문제해결 자세라면 여러 가능성을 향해 개방된 모습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자세라 할 수 있습니다.
창의적인 천재, 광기 어린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우리의 뇌는 감각 게이팅(gating)을 통해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정보가 유입되는 것을 자동으로 차단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집중력이 높은 사람들은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문제 이외의 정보가 들어오면 그것을 차단하고 집중하죠. 반면, 감각 게이팅이 느슨해 정보 대부분을 차단 없이 유입시켜 경험하는 산만한 사람들은 관계가 먼 정보를 하나로 연결하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곤 합니다.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산만하고 느슨한 감각기관을 가진 사람들은 정신분열증 환자의 대표적인 모습이죠. 그래서 창의적인 천재의 모습이 때때로 영화와 같은 곳에서는 광기가 가득 찬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하는 것입니다. 집중과 산만함, 이것이 창의성을 이해하는 매우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우리의 일반적인 공부는 집중하고 생각을 한곳으로 모으는 과정을 요구합니다만 새로운 생각, 틀을 깨는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다양하게 생각을 흩트리는 산만한 과정이 필요합니다.
자, 그럼 집중과 산만함을 잘 이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월트 디즈니에서 활용한다는 3 Room 회의 기법을 사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3 Room 회의란 몽상가의 방, 현실가의 방 그리고 비평가의 방, 이렇게 3개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죠. 그리고 한 번에 하나의 방에 들어가서 그 방의 콘셉트에 맞는 생각만 하는 것입니다. 먼저 몽상가의 방에서는 정말 몽상가처럼 아무런 제약 없이 상상하듯 생각합니다.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예산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등의 문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죠. 몽상가의 방에서는 꿈속에서 모든 것이 가능한 것처럼 상상의 나래를 펼칩니다.
둘째 방인 현실가의 방에서는 몽상가의 방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을 우리의 현실에서 이야기해 봅니다.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는 시간입니다.
셋째 방인 비평가의 방에서는 무조건 꼬투리를 잡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입니다. 사소한 것이라도 삐딱하게 바라보면 뒤에 있을 수도 있는 위험요소에 대비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실행에 옮길 아이디어가 정교하게 다듬어집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모두 같은 방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누구는 몽상가의 방에 있는데, 누구는 현실가의 방에서 몽상가의 말을 비판하고 분석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죠.
커피 타임·산책도 우리 두뇌에 ‘윤활유’
작업에 몰두할 때 너무 집중에만 신경 쓰지 않았나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때때로 맥주 한잔 마시며 적당량의 알코올로 긴장을 풀고 경직된 우리의 두뇌도 일정 부분 말랑말랑하게 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물론, 우리를 여유롭게 하는 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맥주일 수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커피 또는 어떤 사람에게는 산책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집중하는 시간에 때때로 여유와 산만함을 더해보는 것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지킬 것이 있습니다. 맥주를 너무 많이 마시면 안 되는 것처럼 너무 많이 산만함에 빠지지는 말아야 합니다. 제니퍼 와일리 교수가 창의적인 문제를 푸는 능력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제시한 혈중알코올농도는 0.07%라고 했습니다. 이것보다 더 많은 알코올을 마신다면 아이디어가 오히려 도망갈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박종하 박종하창의력연구소장>
추억의 영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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