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 약초와 같은 방향성 식물을 사용하여 사람의 심신을 치료하는 것을 ‘아로마테라피’라고 한다. 이 아로마테라피는 14세기 흑사병 확산 방지에 사용되기도 했고, 제2차 세계 대전에서 부상병 치료에 활용되기도 했다. 아로마테라피는 의학적으로 검증된 치료법인데 특정 향기가 후각 신경에 닿으면 감정을 다스리는 뇌의 변연계를 통해 혈압, 기억력, 스트레스, 호르몬 균형에까지 변화가 생긴다고 한다. 정말 향기로 심신이 치유되는 것이다.
산뜻한 바람에 머리카락이 시원하게 들춰졌다 가라앉는다.
끝없이 펼쳐진 초록빛을 보니 갑자기 시력이 회복된 것처럼 눈이 맑아진다, 손끝에 스치는 어린잎들은 쌉싸름한 풀향기를 뿜어내는데 향이 진하게 느껴질수록 머리가 개운해지는 기분이다.
그저 머물기만 해도 심신이 맑아지는 곳.
보성 녹차밭은 자연치유의 힘이 깃들어 있는 마법 같은 땅이다.
단풍이 들기 시작한 보성 녹차밭 (제공:보성군청)
세종실록지리지 등의 역사적 기록에 의하면 보성은 예부터 야생에 차나무가 자생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후 지금처럼 정돈된 차밭들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1940년대이다. 보성은 해양성 기후와 대륙성 기후가 만나는 지점으로 일교차가 심하고 안개가 끼는 날이 많다. 이는 차나무 생장에 굉장히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는데 덕분에 보성은 국내 최고 품질의 차 생산 지역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명성은 한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외국인들도 반한 보성 녹차 (제공:보성군청)
한국차의 모든 것을 한눈에...
보성 차의 모든 것을 알고 싶다면 <한국차문화공원>에 방문해 볼 것을 추천한다. ‘한국차문화공원’은 한국의 얼을 상징하는 서편제 보성 소리와 한국차를 주제로 조성한 테마공원이다. 공원 자체도 둘러볼 곳이 많지만 인근에 국내 최대 규모의 차밭 ‘대한다원’까지 구경하려면 넉넉한 시간과 운동화는 꼭 준비해야 한다.
한국차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한국차문화공원’
‘한국차문화공원’에 있는 ‘한국차박물관’부터 들어서 보자. 박물관은 3층으로 되어 있는데 각 층마다 특색있는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1층 차문화실에서는 영상으로 차의 재배부터 생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2층 역사실에서는 한국 차의 발자취를 도구들의 변천사를 통해 일깨워 준다. 3층에서는 체험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차 만들기, 차 음식 만들기, 녹차 천연 화장품 만들기, 차문화 체험 등이 준비되어 있다. 체험은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한국차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한국차박물관
매년 5월~8월 찻잎 수확 시기에 보성은 향기로 가득 찬다.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찻잎을 말려 덖는 단계가 매우 중요한데 가장 향기가 진한 시기는 5월~6월 무렵이라고 한다. 이 시기에 한국차박물관에 방문하면 제조 공방에서 직접 잎을 덖어 나만의 차를 만들어 볼 수 있다.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한국차박물관 3층 (제공:보성군청)
봇재 : 무거운 봇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어간다.
박물관에서 한국 차의 기본을 배웠다면 ‘봇재’로 이동해 보자. 2015년 개관한 봇재는 보성의 문화, 예술, 자연과 차가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이다. 건물 1층 역사문화관에서 보성의 과거와 매력을 탐방하고 2층 카페에 올라 ‘뽕잎도라지그린티’를 주문한다. 씁쓸함의 명사 도라지와 녹차의 만남. 지나치게 쓰진 않을까 우려했지만 따뜻한 한 모금을 음미하는 순간 피로가 녹아 사라져버린다. 봇재는 원래 무거운 봇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어 가는 것을 뜻한다. 카페에 앉아 향긋한 차를 마시며 보성의 산세를 바라보고 있자니 이토록 잘 어울리는 이름이 있을까 싶다.
보성 복합문화공간 ‘봇재’(제공:보성군청)
멈춤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다. 봇재에서 한숨 돌리고 다시 차문화공원 야외로 나가 본다. 햇빛이 가장 따뜻한 시간 차밭의 풍경은 어떨까? 차밭으로 가기 전 반드시 챙겨야 할 것이 있다. 지역민이 준비해 주는 ‘에코다이닝 세트’이다. 동화 속 빨간머리앤이 들고 다닐 것 같은 아담한 피크닉 가방에 돗자리 하나와 보성 특산물로 만든 디저트 몇 가지, 따뜻한 차가 가지런히 담겨 있다. 차밭에서 보낼 치유의 시간을 위해 챙겨야 할 준비물이다.
에코다이닝세트를 펼쳐두고 경치 즐기기
차나무가 빼곡한 언덕 아래 돗자리를 펴고 친구와 마주 앉는다. 달콤한 마카롱과 샌드위치, 녹차를 예쁘게 차려두고 청명한 하늘과 푸른 차밭을 번갈아 가며 감상한다. 간혹 바람이 차밭을 달려 내려올 때면 상쾌한 향기가 온몸을 휩쓸고 지나간다. 확실한 행복을 느끼는 순간. 혈압이 안정되고, 심박수가 내려가는 의학적인 치료를 넘어 보성의 향기는 상처투성이의 삶을 치유하고 밋밋한 인생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
녹차밭에서 즐기는 에코다이닝 피크닉 (제공:보성군청)
사진 실력이 없어도 좋다. 언덕에 구불구불 차나무들이 그려 둔 그림은 어떻게 찍어도 신비롭고 아름답게 기록된다.
좁은 오솔길을 지나듯 조심스럽게 차나무 사이를 걷다 보면 잎이 스친 손끝에, 허리춤에 차의 향기가 잔뜩 붙어 버린다. 차밭을 뒤로하고 나와도 한참을 따라오는 향긋한 풀 내음은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코끝에 문득 나타나기도 한다.
고운 은빛 모래와 아름다운 해송의 어우러짐
한국차문화공원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율포솔밭해수욕장. 1.2km의 길지 않은 해변에는 속이 훤히 보이는 깨끗한 바다가 닿아있다. 여느 관광지에 비해 인적이 드물어 그런지 찰랑이는 바다로 몇 발자국만 들어가면 조개, 갯가재가 보이는 곳이다. 신발을 벗고 폭신한 모래 카펫을 걸으며 바닷바람을 느껴보자. 수분을 흠뻑 품고 있는 바닷바람이 마음을 촉촉하게 위로해
준다.
아담하지만 바다를 실컷 즐기기 그만인 율포솔밭해수욕장 (제공:보성군청)
더 오래 바다와 함께하고 싶다면 해변에 나만의 아지트를 차려 보는 건 어떨까. 해변 앞 농특산물판매장에서 ‘율포해변 에코캠핑 프로그램’으로 캠핑테이블, 캠핑의자, 캠핑도구 세트를 캠핑 음식과 함께 대여해 준다. 마음에 드는 곳 아무 곳에나 자리를 잡고 대여해 온 캠핑 장비를 펼쳐 편하게 풍경을 즐긴 후 캠핑 음식을 요리해 먹을 수 있는 것이다. 녹차수제비, 녹돈 등 보성의 특색이 담긴 여러 종류의 캠핑 음식이 있지만 바람이 조금 쌀쌀한 날에는 율포해변에서만 먹어볼 수 있는 별식, 보성녹차라면을 추천한다.
장비 대여로 해변에서 캠핑 소풍을 즐길 수 있는 율포해변
몸에 이상이 생겼을 때 우리는 망설임 없이 병원을 찾아간다. 마음에 이상이 생겼을 때는 어떨까? 병원보다는 먼저 자연의 품속으로 숨어든다. 향긋한 향기로, 푸르름으로 마음을 치유해 주는 전남 보성. 나도 모르게 패인 마음의 상처가 더욱 깊어지기 전에 보성의 품에 안겨 보는 건 어떨 성세대에게는 향수를 불러오는 곳으로 사랑받고 있다.
[주변관광지]
*율포해수녹차센터
지하 120m 암반층에서 끌어올린 해수가 보성녹차와 만나 지친 몸을 달래주는 전국 유일의 녹차해수탕이며 야외 노천탕이 있어 율포해변을 바라보며 노천욕이 가능하다.
(제공:보성군청)
-주소 : 전라남도 보성군 회천면 우암길 21
-문의 : 061-850-8740
*득량역 추억의 거리
1970~80 년대를 재연해 놓은 거리로 추억다방 , 이발관 , 약방 , 전파사 등이 있다 . 거리 전체에 그려진 벽화가 인상적이며 젊은 세대에게는 포토존으로 , 기성세대에게는 향수를 불러오는 곳으로 사랑받고 있다 .
(제공:보성군청)
-주소 : 전라남도 보성군 득량면 오봉리 909-35
[여행정보]
한국차박물관
- 1F 차 문화 실 : 차에 대한 이해와 문화, 한국차와 보성차의 역사 이해
- 2F 차 역사실 : 우리나라 차의 역사와 시대별 유물 관람
- 3F 차 생활실 : 다례교육, 블랜딩 차 만들기, 세계의 다양한 차문화 관람
-문의 : 061-852-0918
봇재
-카페 봇재 2층 그린다향에서 피크닉 바구니 세트를 신청할 수 있다.
-피크닉바구니 세트에는 돗자리와 음료, 디저트류가 구성되어 있다.
-문의 : 061-850-5952
율포해변 농어촌체험마을 ‘농부와 바다’
-율포해변 앞 주민이 운영하는 농특산물판매장에서는 감성 캠핑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밀키트가 포함된 캠핑용품 세트를 대여한다. 음식은 취식하고 캠핑용품은 이용 후 반납하면 된다.
[여행메모]
한국차문화공원에서는 매년 보성군에서 주관하는 축제가 열린다. 시기에 맞춰 방문해 특별한 추억을 쌓아 보자.
보성다향대축제 : 매년 5월 초에 축제가 열리며 이 기간에 차의 풍작을 기원하는 다신제와 찻잎따기, 차만들기, 차아가씨 선발대회 등을 개최한다.
(제공:보성군청)
보성차밭빛축제 : 매년 12월경 시작해 한 달간 운영되며 소망카드 달기 체험행사 및 상설 공연을 진행한다.
(제공:보성군청)
[여행팁]
코스
한국차문화공원(한국차박물관, 봇재) ▶율포솔밭해수욕장 ▶ 율포해수녹차탕
주차
-한국차문화공원 주차장 이용
-율포솔밭해수욕장 주차장 이용
체험문의
-한국차박물관 061-852-0918
-율포해수녹차센터 061-853-4566
-에코 다이닝 ·캠핑 : 보성군 문화관광과 061-850-5212
찾아가는 길
유덕톨게이트 ▶ 송암톨게이트 ▶ 보성, 동복 방면 고가차도 진입 ▶ 봇재교차로에서 ‘한국차문화공원' 방면
주변식당
청광도예원 (전라남도 보성군 보성읍 사동길 52-11)
그린다향 (전라남도 보성군 보성읍 녹차로 750)
녹차밭고담 (전라남도 보성군 보성읍 녹차로 763-43)
녹차장어가든 (전라남도 보성군 회천면 녹차로 619)
숙소
보성다비치콘도 (전라남도 보성군 회천면 충의로 36)
보성녹차리조트(주) (전라남도 보성군 보성읍 녹차로 7)
(주)와이엔텍 호텔 다향&리조트 (전라남도 보성군 조성면 조성3길 338)
글 : 디자인맑음
사진 : 디자인맑음, 보성군청 제공
첫댓글 따뜻한 쑥차 한잔 내려놓습니다 감기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