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처음 탁구를 시작한게 1984년 국민학교 2학년때이니,벌써 23년 정도가 지났네요. 고향 여수에 돌산대교가 완공되고, 짜장면 한그릇에 500원인가 하던 시절... 물론 그당시엔 제대로 된 탁구가 아니라 목수인 아버지가 만드신 평상 가운데에 막대기 하나 올려놓고슬리퍼짝이나 나무판자따위를 주워다가 공을 주고받는 그런식이었지요..^^
그러다가 아버지를 졸라 시내 문구점에 가서 라켓을 샀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때 문구점 주인이 500원짜리와 1000원짜리를 보여주며 1000원짜리를 추천했었는데, 잠시 망설이던 아버지가 결국 500원짜리를 사주셨더랬습니다. 지금 기억해보면 그 500원짜리 라켓이라는게 질나쁜 목판과 고무, 스폰지를 대충 짜붙인 허접하기 그지없는 라켓이었지만 아직까지도 생애 최초의 라켓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라켓 뒷면에 아버지가 친필로 '탁구의 왕 ㅇㅇㅇ'라고 써주셨는데, 여러번 이사다니면서 잃어버린게 지금까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지금은 목판+러버 20만원 상당의 라켓을 사용하고 있으니, 참 얼마되지도 않은 나이에 격세지감마저 느껴지네요..^^
암튼, 그이후로 본격적인 동네탁구 인생의 시작에 불을 붙인 또 하나의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사이비 교회와의 인연입니다. 어느날 놀이터에서 또래 친구 하나와 흙장난을 하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 하나가 다가오더니, 하드 사줄테니 자기를 따라가자고 하는 겁니다. 혼자였다면 안갔겠지만, 친구랑 둘이라 별다른 의심없이 따라갔습니다. 그 아저씨가 데려간 곳이 어느 허름한 사이비 교회였는데, 그 안에 탁구대가 한대 있었지요. 그 후 방과후는 물론 주말에 그곳에서 살다시피 하며 탁구를 쳤습니다. 동네 형들 치는 것을 지켜보며 기본기 아닌 기본기도 다져졌던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86아시안게임, 88올림픽게임이 개최되었고, 다들 기억하시겠지만, 탁구는 그당시 최고의 인기스포츠 종목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지금 PC방만큼은 아니지만, 어딜가나 탁구장을 흔히 볼 수 있었고 빈 자리가 없어서 기다렸다가 치기도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어쩌다가 탁구가 점점 비인기 종목이 되었는지 안타깝습니다.
나름대로 꾸준히 탁구를 치면서 벌어진 에피소드도 참 많았습니다. 탁구때문에 사이비 교회의 교인이 되었던 것도 그렇고(물론 지금은 아닙니다..^^), 고등학교때는 탁구장에서 탁구를 치다가 공으로 접촉불량 형광등을 맞추어 형광등이 탁구대 위로 내려앉아 와장창 부숴진적도 있습니다. 대학교 때에는 스매시 타구에 안경을맞아 안경에 금이 간적도 있구요. 이마 한가운데에 정통으로 맞아보기도 했습니다. (그순간에는 탁구공이 농구공만하게 보이더군요..ㅎㅎ) 공익요원때 산림감시원으로 시청에서 근무를 했는데, 시청 대기실에 탁구대가 있어서 하루 종일 탁구를 치기도 했습니다. 그때 요원(?)이 2-30명쯤 되었는데, 이긴 사람이 계속 치는 룰이라 이를 악물고 친 결과 8시간동안 친적도 있었습니다..(믿거나 말거나 ^^)하수에게 19점 핸디주고, 21대 20으로 역전승한 짜릿한 경험도 해봤습니다.ㅋㅋ 그때가 저의 전성기였던 것 같네요..^^
삼십대 초반이 된 요즘은 탁구치고 싶어도 탁구장 찾아보기도 힘들고, 같이 칠 사람도 찾기 힘듭니다. 그래도 이렇게 온라인으로나마 아직까지 탁구를 좋아하시는 분들을 만나게 되어서 기쁘네요. 옛날 생각도 나고 그래서 두서없어 주절거려 봤습니다.^^ 기회가 되면 한수 가르침도 받고 싶네요..탁구와 함께 즐거운 나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첫댓글 요즘은 슬슬 탁구장이 하나 둘씩 늘고 있습니다. 잘 찾아보시면 댁 근처에서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정 없으면 구청 문화센터에라도...건강하시길^^
86년 아시안게임때 남자단체전과 유남규님의 남자단식 금메달획득으로 탁구붐이 있었지요. 중학교 1학년생 이였던 저도 그때 처음 라켓을 잡아봤었습니다. 잠깐이였지만 그당시 탁구인기는 지금과는 격세지감을 느낄정도로 뜨거웠던 기억이 납니다.언제 어디서나 건강하게 탁구 즐기시길 기원합니다. -^^-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찾아봐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