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잘했는데, 요즘 너무 부담갖는 것 아냐? “바보처럼…, 나하고 너무 싸웠나봐요”SK 김재현(35)과 LG 박용택(31)은 올해 주장이라는 중책을 안고 있다. 지금은 팀이 달라졌지만 박용택이 2002년 LG에 입단하면서 2004년까지 3년간 한솥밥을 먹은 사이. 김재현이 2005년 SK로 이적한 뒤로도 이들은 종종 전화를 주고받으며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캐넌히터’ 김재현은 릴레이인터뷰 대상자로 ‘쿨가이’ 박용택을 선택했다.
한편 박용택은 다음 인터뷰 대상자로 “국가대표 시절 천재타자라고 했는데 프로에 들어와 힘든 시간을 보낸 뒤 올해 비로소 주전으로 자리잡은 친구 김민우(넥센)에게 묻고 싶은 게 많다”고 했다.
○SK 김재현이 LG 박용택에게용택아, 작년에 네가 타격왕도 했고 너무 잘 했잖아. 내가 쭉 지켜보니까 신인 때 지녔던 투지도 잃지 않고 있더라. FA 앞둔 올 시즌은 더 잘할 거라 속으로 생각했었는데 지금까지 결과가 안 좋아 마음고생이 심할 것 같다.
나도 2004년 FA 되는 해에 고관절을 비롯해 악조건이 많았어. 당시 5월까지 타율이 1할대였고. 그런데 그 시즌 3할로 마쳤어. 너도 너무 쫓기지 마. 주장까지 맡아서 스트레스 많겠지만 쿨하게 너 하던 대로 하면 될 거야.
○LG 박용택이 SK 김재현에게5월이었나? 형 애기가 전화기를 가지고 놀았는지 제 휴대폰에 부재중 전화가 한통 와 있었어요. 경기 끝나고 전화 드렸더니 형은 오히려 “용택이, 어쩐 일이야?”라고 말하더라고요. 하하. 그때 형이 “나도 FA 앞두고 시즌 중 자청해서 2군도 내려갔던 것 같다. 마음 편하게 하라”면서 격려해주셨잖아요.
그 얘기 듣고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했어요. 형은 올해 끝나고 은퇴한다고 했는데 오히려 몇 년 사이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형은 참 여러모로 멋있는 사람인 것 같아.
작년에 그렇게 잘했는데, 요즘 너무 부담갖는 것 아냐?“바보처럼…, 나하고 너무 싸웠나봐요”
-작년 성적이 너무 좋았는데 혹시 올해 더 잘하려고 타격폼 수정을 시도했니? 지금 돌이켜보면 어떤 시행착오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특별히 수정한 건 없었어요. 캠프와 시범경기 초반까지 컨디션이 너무 좋았는데 시범경기 끝 무렵에 투구에 허벅지를 맞고 일주일간 타격훈련을 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이후 이상하게 밸런스를 찾기 어렵더라고요. 시즌 개막 후 1게임, 2게임 안 좋다보니 너무 고민하고 오버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1∼2게임은 정말 아무 것도 아닌데, 그땐 시즌 전체가 망가진 느낌이더라고요. 바보 같이. 그럴수록 훈련도 필요한 부분만 해야하는데 심리적으로 쫓기면서 무작정 막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안 좋은 버릇이 굳어지고. 결국 야구는 심리적인 것 같아요. 타석에서 투수와 싸워야하는데, 나하고 너무 싸웠죠. 하하.”
-주장의 책임감까지 있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후배들한테 하고 싶은 요구가 있으면 이 기회에 하나 해봐라.“야구장에서는 힘든 게 없어요. 그런데 다른 구단은 어떤지 모르지만 LG는 주장이 할 일이 너무 많은 것 같긴 해요. 하하. 요즘 후배들은 욕심이 없다고 해야 되나? 물론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 것 같지만 한계에 부딪쳤을 때 ‘내가 이기나, 니가 이기나’ 부딪쳐 싸우는 면이 부족해 보여요. 현실을 인정해버리는 것 같아 안타깝죠.
그런 면에서 보면 오지환은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인지 몰라도 참 당돌해요. 구체적인 목표도 있고. 캠프 때부터 ‘선배님, 저는 20-20 할 겁니다’라고 말하더라고요. 말이라도 그런 후배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우연히 봤는데 말이야. 용택이 너, 침대광고에 나오더라. 어떻게 찍게 된 거니? 그 침대 형한테 권할 수 있겠니?(웃음). 내가 잠을 잘 못자는데 그거 쓰면 잘 잘 수 있을까? 하하.“따로 광고 찍은 건 아니고요. 장모님이 그쪽과 어떻게 알아서 연결이 됐는데, 우리는 침대 협찬 받고 웨딩사진 보내준 것밖에 없어요. 그런데 KTX 잡지에 그 광고가 나오면서 사람들이 참 많이 본 모양이더라고요. 하하. 난 예민한 건 야구밖에 없지만, 형처럼 잠 잘 때 예민한 사람 숙면 취하기에 정말 좋아요. 형은 음…. 협찬 같은 거 안 좋아하니까 사서 쓰세요. 하하.”
-나도 이제 둘째를 가지려 생각중인데 너도 2세 계획은 어떻게 짰니?“지금 애가 네 살인데 지금까지는 아내한테 2세 얘기 꺼내기가 힘들더라고요. 제가 집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으니. 아마도 내년쯤에는 동생을 낳지 않을까 싶네요.”
-나의 야구인생에는 늘 가족이 상당히 큰 작용을 해준 것 같아. 지금도 고민이 많으면 털어놓을 수 있는 건 집사람 뿐이더라고. 너도 아내와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니?“아내에게는 항상 고맙죠. 2008년에 경기에도 많이 나가지 못할 때 아내도 많이 힘들어하고 불안해했어요. 그런데 올해는 내가 이런데도 겉으로는 절대 티를 안 내더라고요. 속으로는 어떤지 몰라도. 오히려 예감이 좋다고 그래요. 잘 풀릴 것 같다고.”
-너, 신인 때 일본 캠프에서 처음 봤는데 김성근 감독님이 훈련을 그렇게 많이 시켜도 참 열심히 따라하더라. ‘쟤는 잘 되겠다’ 생각했어. 야구 센스도 좋고. 너 없는 데서 (양)준혁이 형하고 그런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넌 당시 팀과 선배들에게 대해 어떤 첫 인상을 가졌니?“형은 물론이고 양준혁, 이병규, 서용빈 선배 등 리그 최고 좌타자들과 같은 팀에 있었다는 게 행운이었죠. 어깨너머로 형들 타격모습 보면서 알게 모르게 많은 걸 배웠어요. 꼭 말로 가르쳐주는 것보다 보는 자체가 공부죠. 작년 페타지니도 그렇고, 과거 알 마틴 등 좋은 외국인 좌타자들을 가까이서 보면서도 많은 걸 배웠으니까요.”
-와이프가 플라워리스트니까 너도 집에서 꽃꽂이 하니? 하하. 가사 일은 잘 도와줘?“가사 일? 정∼말 많이 안 도와줘요. 심지어 새벽에 들어와 출출할 때 라면 하나 끓이는 것도 아내를 깨워 부탁할 정도니까요. 요즘 이런 남편 쫓겨나는데. 하하. 사실 아내가 다른 건 불만 없는데 그건 불만이에요. 전 집안 일 정말 못하지만 다른 걸로 만회하려고 하죠.”
-언젠가 네가 홀로 어두운 얼굴로 훈련하는 걸 봤다. 내내 마음에 걸리더라. 알고 보면 나만 급한 거야.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고 있니? 스트레스 해소법은?“올해 그렇게 못하고 있는데 팬들이 정말 격려를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너무 못해서 욕할 생각도 없었나? 흐흐. 팬들이 책들도 많이 보내줘 어느 때보다 독서를 많이 한 것 같아요. 긍정적인 내용인데 심리적으로 많이 안정되더라고요. ‘이래서 사람들이 책을 읽는구나’ 새삼 느꼈죠. 스트레스 쌓일 땐 아내하고 쇼핑하거나 영화 보면서 풀어요. 우리는 한적한 곳보다 사람 북적거리는 데 돌아다녀야 사는 맛이 나더라고요. 하하.”
<릴레이 인터뷰 순서 : 홍성흔→김현수→김상현→류현진→이대호→장원삼 →윤석민→임태훈→양현종→이용찬→강윤구→정민태→로이스터→이만수→양준혁→서용빈→김재현>
※ ‘릴레이 인터뷰’는 매주 월요일자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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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박용택은?▲생년월일=1979년 4월 21일 ▲출신교=고명초∼휘문중∼휘문고∼고려대 ▲키·몸무게=185cm·90kg(우투좌타) ▲프로데뷔=2002년(1998년 신인 드래프트 LG 2차 우선지명) ▲2009년 성적=111경기 452타수 168안타(타율 0.372·타격 1위) 18홈런 74타점 22도루 ▲2010년 연봉=3억100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