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林聽蟬 동림에서 매미 소리를 들으며
丁若鏞(조선의 시인)
紫霞紅露曙光天(자하홍로서광천) 자색 노을 붉은 이슬에 하늘빛은 새벽이고
萬寂林中第一蟬(만적임중제일선) 숲속의 온갖 적막 중의 으뜸은 매미소리다
苦境都過非世界(만적임중제일선) 괴로운 형편이 다 지나면 세상이 아닐지니
鈍根淸脫卽神仙(둔근청탈즉신선) 우둔한 천성도 맑게 벗으면 곧 신선이로다
高飄妙唱凌虛步(고표묘창능허보) 묘한 창법으로 높게 날아 허보를 압도하고
旋搦哀絲汎壑船(선닉애사범학선) 슬픈 가락은 산골짝 배를 누르고 선회한다
聽到夕陽聲更好(청도석양성갱호) 석양이 도래하면 매미 소리가 더욱 좋구나
移床欲近老槐邊(이상욕근노괴변) 평상을 해묵은 홰나무 가로 옮기고 싶어라
雨日射韻 비 오는 날에 운자를 쏘며 시를 짓다
丁若鏞(조선의 시인)
窶藪詼諧度潦炎(구수회해도요염) 뙤리 틀고 해학으로 무더위를 건너니
美人顔色隔重簾(미인안색격중렴) 미인의 낯빛은 겹 주렴에 막혀있구나
唯知競病全依律(유지경병전의율) 오직 경병의 온전한 율격에 의지하고
忽訝戈波半露尖(홀아과파반로첨) 홀연 끝을 반쯤 드러낸 과파를 맞는다
思路望窮千里目(사로망궁천리목) 생각의 길은 천리안으로 궁극을 보며
疑山撚斷數莖髥(의산연단수경염) 의산을 몇 가닥 수염으로 비벼 끊는다
不如自作詩千首(불여자작시천수) 스스로 시 천 수 짓는 것 같지 않으니
難字還宜信手拈(난자환의신수념) 어려운 자가 손을 따라 응당 돌아온다
*競病:시를 짓는데 어려운 운자(韻字)를 사용하는 것을 말함. 중국 양(梁)나라 때 조경종(曺景宗)이 싸움에서 이기고 돌아오자 무제(武帝)가 화광전(華光殿)에서 연회를 베풀고 시를 짓게 하였는데, 경(競)•병(病) 두 자가 운(韻)으로 남았으나 조경종이 즉석에서 시를 지었던데서 유래함.
[네이버 지식백과] 경병 [競病] (한국고전용어사전, 2001. 3. 30., 세종대왕기념사업회)
*戈波 과파:한자 획에서의 획 “𠄌”과 “㇂”을 이르는 말.
臨終偈 임종게
瑞雲(한국의 시인)
無形叩之卽有靈 무형이나 두드리면 곧 신령함이 있어
三毒火湯過平生 탐.진,치의 화탕지옥에서 평생 지냈다
脫却體露還本鄕 초로의 몸을 벗고 본향으로 돌아가니
寒月空山屬眞人 빈 산의 싸늘한 달이 진인의 무리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