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장애남매 화재사건 희생자 고 박지훈 군(뇌병변장애 1급, 11세)의 장례식이 15일 광화문광장에서 치러졌다.
고 박지훈 군은 지난 10월 29일 경기도 파주에서 부모가 일하러 나간 사이 발생한 화재로 누나와 함께 중태에 빠져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누나인 고 박지우 양(13세)은 지난 11월 7일 사망했고, 고 박지훈 군은 사건 발생 46일째인 지난 13일 숨졌다.
이날 이른 9시 30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출발한 운구행렬은 10시께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 도착해 ‘이명박 정부 규탄 노제’를 진행했다.
노제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사회적 약자의 눈물을 닦아준다는 보건복지부 앞에서 우리는 두 달 사이에 세 번째 장례를 치르고 있다”라면서 “복지부는 불행한 개인의 사고라고 이야기하고 싶겠지만 고 김주영 활동가와 고 박지우·박지훈 남매는 이명박 정부의 가짜 복지가 죽인 것”이라고 규탄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운구행렬이 창경궁 앞을 지나 왔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11살의 어린 나이에 떠나야 하는 사실이 너무나 참혹하다”라면서 “이명박 정부의 가짜 복지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는 것을 가슴에 묻는 것이 아니라 투쟁으로 바꿔 싸우자”라고 강조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사무국장은 “왜 장애인은 이승에서 행복하게 살지 못하느냐? 왜 우리는 지훈이에게 장애 없는 저승에서 행복하라고 말해야 하느냐?”라면서 “지훈이와 같은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올까 두렵다.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투쟁하자”라고 강조했다.
이어 운구행렬은 장례식 장소인 광화문광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경찰이 경복궁 사거리에서 광화문삼거리 거쳐 광화문광장으로 가려는 운구행렬을 한동안 막아 장례식은 예정된 시간보다 40분 늦은 11시 40분께 시작됐다.
장례식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민용순 부회장은 “우리가 더 열심히 투쟁해 더 빨리 법과 제도를 만들었으면 이러한 남매의 죽음 같은 일은 없었을 것”이라면서 “못난 어른들의 잘못이다.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라고 심정을 밝혔다.
민 부회장은 “지우와 지훈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는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를 폐지하고 하루 24시간 활동보조를 쟁취하고 발달장애인법을 제정하고 장애아동돌봄지원체계를 마련해야만 한다”라면서 “그래야 우리 아이들이 이 세상에서 잘 살 수 있다. 그날까지 함께 투쟁하자”라고 강조했다.
인권재단 사람 박래군 상임이사는 “24시간 활동보조가 보장되었다면, 어떻게든 중하게 보여 1급을 받아야만 하는 장애등급제가 아니라 장애정도와 환경에 맞게 지원하는 제도로 바뀌었다면 너는 죽지 않았겠지”라면서 “천사처럼 착했던 누나와 너를 죽인 것은 이기적인 어른들과 잘못된 제도였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상임이사는 “지훈아, 차별도 소외도 없는 하늘나라에서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해 보렴”라면서 “다만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아버지와 어머니는 죄 없어요. 보고 싶어요.’라는 말만 해 주렴”이라고 추모했다.
무소속 김소연 대선후보는 “김주영 활동가, 지우와 지훈이는 결국 몇 푼의 돈 때문에 죽은 것”이라면서 “대한민국은 돈 몇 푼 때문에 사람 목숨을 빼앗겨도 아무렇지도 않은 사회가 되었다”라고 질타했다.
김 대선후보는 “돈 때문에 미쳐 돌아가는 이 세상을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라면서 “더 이상 돈 때문에 죽지 않도록 고통 받고 있는 노동자, 철거민, 장애인 등과 함께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언주 의원(민주통합당)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올해 대비 50% 증액한 활동지원 예산에 대해 20~30%만 증액하자는 식으로 논쟁을 하는 것을 보고 이해할 수 없었다”라면서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예산은 단계적, 점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부양의무제 폐지와 마찬가지로 정치적 결단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상규 의원(통합진보당)은 “경찰이 운구행렬을 막는 것을 보면서 죽어서도 한 걸음 가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지, 다 때려 부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라면서 “답답하고 미안한 이 마음을 잊지 않고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싸워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제남 의원(진보정의당)은 “지훈이는 장애등급심사로 장애등급이 하락할까 봐, 서비스를 받는다고 해도 이용시간이 너무 적기 때문에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했다”라면서 “지우, 지훈이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차별 받지 않고 소외 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지 못해 미안하다.”라고 전했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 이형숙 공동대표는 “내가 어렸을 때에도 전적으로 부모가 책임을 져야만 했는데 2012년 지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라면서 “먹고 살기 위해 부모는 일을 해야만 하는데 국가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으니 사고가 나면 죽을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 공동대표는 “왜 우리가 장애등급 때문에 필요한 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하지 못해야 하느냐?”라면서 “산자로서 미안하고 부끄럽지만 우리는 죽고 싶지 않다. 우리 모두 더는 죽지 않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자”라고 강조했다.
이어 참가자들은 차례로 고 박지훈 군의 영정에 헌화와 분향을 하며 고인의 넋을 추모하는 것으로 장례식을 마무리했다.
한편, 광화문광장 장례식을 마친 고 박지훈 군의 시신은 늦은 3시께 백제 화장터에서 화장한 뒤 벽제 예원추모관 난초 7실에 임시로 안치됐다. 유족들은 날씨가 따뜻해지는 3개월 후에 지우·지훈 남매를 함께 수목장할 예정이다. (기사제휴=비마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