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여의 겨울 방학을 홀로 만들어 푹 쉰 맞형님이 봄소식의 전령 우수, 경칩이 지난 것을 회원들 몇몇에게 확인한 다음 드디어 오늘 그 귀한 모습을 보여주니 이 아우들은 그저 感之德之일 뿐입니다. 맞형님 왕림에 힘입어 오늘 참석 인원이 9명이나 되는 것도 성황인데 오늘 칫과 진료로 빠지겠다고 하던 정만수 장군도 진료 시간을 늦추고 참석한다고 하니 오랜만에 10명 출석의 좋은 성적을 이루겠네요. 그러고보니 痛風때문에 결석 신고를 한 주선장님 빼고 소위 可動 人員은 모두 출석한 셈이네요.
언제 보아도 헐렁한 바지에 모자 점퍼 등이 별로 매치가 안되어 심하게 말하면 추레한 차림이 브랜드였던 조원중 거사가 최근 몇 개월 사이에 한 열성적인 도우미 아줌마의 정성으로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젊은이 풍의 變貌를 해 오늘도 말쑥한 모드로 나타나 열심히 아줌씨의 마음이 녹아든 뜨겁고 진한 생강차를 친구들에게 分配하는 우정을 보이네요.
최근에 최총무까지 합쳐 두 친구가, 한 여인의 따뜻한 배려가 남자의 속사람 겉사람을 얼마나 발전적으로 변화시키는가를 우리는 똑똑히 보았어요. 그 주인공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 다른 친구들은 즐겁다오.
밖으로 나오니 훅하고 코끝을 스치는 바람결이 얼마 전과는 완연히 다르게 훈훈하고 부드러워진 걸 보니 이제 봄은 본격적으로 시작했나봐요. 옆으로 스치는 枯死木같이 보이는 저 벛나무들의 가지마다 겨드랑이를 간지럽히며 움트는 꽃망울과 새잎이 우리를 반길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네요.
왜 우리는 저 나무들처럼 새로운 生氣를 되찾을 수가 없는지 안타깝고 슬프군요. 이 달 들어서도 벌써 두 고교 동창 친구가 幽冥을 달리했다는 무거운 소식을 접했답니다. 하잘 것 없는 雜草들도 생명의 輪廻를 보이며 봄을 기다리는데 우리는 왜 이렇게 애타게 기다리는 生氣의 봄을 하나님은 허락하지 않으셨는지요.
일렁이는 호수 물결이 와 닿는 잔디의 두 벤치를 끌어다 나란히 붙여 놓으니 우리만의 훌륭한 간식 파티 마당이 펼쳐지네요. 벤치를 두 친구가 번쩍 들어 힘차게 옮겨놓는 씩씩한 모습은 다 사라지고 네,다섯 명이 끙끙거리고 간신히 끌어오는 초라한 모습을 보이네요.
초콜릿,견과류 등등이 잠간 비치고 나니 메인 디쉬인 최총무와 그 戀人의 합작품인 예술적 간식 접시가 등장하는군요. 둘이 함께 손을 모아 만든 작품답게 전보다는 더 짜임새가 있고 맛도 일품이군요. 거기에 유명 바다 낙시 사나이인 연인의 아들 솜씨로 낚아올린 갑오징어 데침이 빛이 나네요.
오늘따라 전보다 더 말쑥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치장한 김병철 관장이 영원한 舌戰의 짝궁인 조원중 심술첨지 옆으로 가더니 가지고 있던 조거사의 배낭과 신발을 모두 버리라는 청천벽력같은 命令을 내리니 조거사는 물론 함께한 친구들도 당황할 수밖에 없군요. 그러더니 新品 배낭 1개와 등산회 한 켤레를 조거사에게 건내며 내가 주는 특별 舌戰 짝궁 선물이라고 하네요. 그동안 만나기만 하면 犬猿之間처럼 아웅다웅 말싸움을 하며 쌓있던 友情의 선물인 것 같아요. "싸우며 정든다!"라는 옛말이 참이었네요!.
대화 방향이 정치쪽으로 기울어지자 최근 8:0으로 기각시키 헌재 판결에 현혹되면 않된다는 말과 권순일 후배때문에 출신고교를 숨겨왔던 우리가 허영 선배 헌법학자 때문에 어깨를 펼 수 있게 되었다는 고무적인 情報도 나오는군요. 3년 선배인 허영 교수님이 그 시대에는 신흥대학이었던 후진 간판의 경희대 출신인 게 인정이 안되어 궁금하던 차에 허영 선배님과 동기 동창이던 전완묵 친구 형님의 傳言으로 저간의 사정을 알게되었답니다. 가정 사정으로 4년 전액 장학금에 생활비, 하숙비 보조까지 받아 경희대를 졸업한 다음 독일 뮨헨대학교 대학원에서 법을 전공하여 최고 학위까지 받은 다음 귀국해 헌법학의 최고 권위자가 되었고 許선배님의 헌법학에 대한 著書는 법을 전공한 사람은 읽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 名著였다고 하는군요.
긴 蟄居를 하느라 대공원 호숫가 樹木들의 渴症을 해소하기 위한 맞형님의 어려운 발걸음이 호숫가의 잘 생긴 나무 밑으로 향하네요. 제대로 나무밑까지 오줌빨이 뻦쳤는지는 모르지만 큰 일을 이루고 오신 어른다운 모습으로 자리에 돌아오더니 "오늘 점심은 이 맞형님이 쏘니 일체 雜言을 삼가라!" 하시는군요. 본래 어제 모임 안내 메시지에, 두 주나 결석한 이 筆者가 쏘기로 약속했지만 막내인 주제에 맞형님의 근엄한 下達 말씀에 그저 머리를 조아릴 뿐이랍니다.
廣野의 요한처럼 나타나 20~30 세대의 눈을 뜨게 해준 전한길 열사 칭찬과 최근에 소천한 김재승 친구에 대한 이런저런 뒷얘기도 나왔는데 부인이 먼저 가 그 후유증으로 따라간 것 같다고 하자 조첨지가 한 마디 심술을 부리는군요. "최총무는 부인께서 타계해도 더 힘이 나고 건강해진다"라는 평을 하네요.
광양불고기 연산댁의 섬섬옥수를 뿌리치고 독한 마음으로 바꾼 새로운 음식점으로 가자 하며 일어서는데, 최총무의 정선 시절 犬公 때문에 일어난 행복한 헤프닝 얘기가 나와 모두가 배꼽을 잡는군요.
널찍한 뼈다귀 해장국집에 들어서자 반갑게 맞아 미리 세팅한 우리만의 자리로 안내하는군요. 즐거운 식사와 반주로 대화가 이어지다가 뜻밖에 깜짝 놀랄 소식을 최총무가 발표하는군요.
다음 주에 맞는 최총무 생일 잔치를 제천댁이 자기 집에서 손수 준비한 상차림으로 오빠 친구들을 제대로 대접한다는 전혀 예상 못한 계획을 토로하니 놀랄 수밖에요. 수십년을 함께 한 糟糠之妻도 집으로 친구들 데려온다면 100리는 도망치는 게 세상 인심인데 요즈음 그렇게 착한 여인이 어디 있겠느냐 하며 모두들 감탄하며 부러워하는군요.
아무튼 자세한 일정과 집합 장소는 상의해 추후에 알려주기로 하고 오늘의 멋진 점심 자리를 마련한 맞형님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서빙 아줌마가 가져온 커피로 입가심을 하고 다음 주 생일 잔치 만남을 기약하며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오늘도 이렇게 부담없고 맑은 농담을 주고 받으면서 폭소를 즐기며 늙음에 따르는 스트레스를 제대로 날리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함께 즐긴 친구들] 윤영연 조원중 정만수 조남진 이두훈 전완묵 이평희 최기한 김병철 한현일
[다음 집합 장소 안내] 3월 21일(金) 장소는 추후 상의해 알려드립니다. 최총무에게 정말 큰 행사이므로 한 분도 빠지면 안됩니다.잘못 생각해 최총무의 업무가 정지되는 일이 없도록 모두 주의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