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고양이, 석준(1)
이미 전쟁은 다시 시작되었다, 죽는 사람들은 늘어가고 부자들은 안개 속으로 피하던 날
, 천사의 탈을 쓴 악마와 악마의 탈을 쓴 천사가 싸웠다. 악마의 탈의 쓴 천사는 천사의 탈을 쓴 악마의 계교에 넘어가고 악마
의 탈을 쓴 천사는 인간들에 의해 악마로 찍혔다. 그 때 한 소년이 소리를 질렀다.-
[챙이 넓은 검은 모자에 검정 썬글라스 그리고 한쪽 눈만 가린 날리는 검정 머리카락, 스탠딩 카라가 있는 검정색 롱코트와
검정색 기지 바지, 검정색 3cm굽의 단화를 신은 여성이 보였다. 그 여자는 연약해 보이지도 않았으며 남성적인 면모를 풍기며
당당하게 걸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갑자기 검은 장갑을 낀 손으로 모자를 꾹 눌러 쓴 채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었다. 바람은 세
차게 불고 있었으며 비는 추적추적 내리는 찝찝한 날 이였다. 바람이 불면 불수록 그녀의 샤기 컷을 한 단발 머리는 하늘로
올라갔다. 그녀는 한참을 걷다가 주위를 몇 번 둘러 보더니 작은 골목길로 빠졌다. 그 골목은 마치 슬럼가 연상케 하는 무너진
벽들과 여러 악취들이 났다.그리고 이곳 저곳에서 더러운 웅덩이가 형성되어 있었다. 저 길목 건너편에 한 남자와 여자가 서
있었다. 그 둘은 파란 우비를 쓰고 있었기에 외모파악이 잘 안 되었다.
“오랜만이네, 다크버드.”
파란우비를 쓰고 있었던 사람 중 남자가 말하였다.
“내가 원하는 것은 연구소 그… 연구소에서 있는 모든 실험체들을 풀어달라고 한 것뿐 그들은 인간이잖아? 그곳의 사람들은
대부분이 미성녀자 즉, 네 놈들이 아동실종이라고 하며 찾아달라며 뿌렸던 광고지에 실린 아이들! 네 녀석들의 자식들이 아니
라서 그런가?”
“오호! 당연히 풀어줘야겠지 그보다 니가 없어 줘야겠어!”
그러면서 파란우비를 쓴 남자는 호주머니에 숨겨둔 단도를 끄집어내 그녀가 피하지도 못할 만큼 재빨리 심장을 향해 돌진하
였다. 그리고 붉은 피가 흘러 나왔다.
“안돼!”
어디선가 어린 남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곧이어 누군가가 나타났다. 8,9살 쯤으로 보이는 소년이였다. 우산을 써서 얼
굴은 안보였지만 그의 손은 주먹이 꽉 쥐어있었다.그러나 약간씩 떨고 있었다. 두려움에 찬 몸부림 같았다. 그러나 그는 도망
을 가지 않았다. 파란우비를 쓴 남자는 칼은 들고 소년에게 달려갔다.
“꼬맹아? 어른들 일에 신경쓰면 안돼, 결국 이런 꼴 될테다!”
소년은 주먹을 더 꽉 쥐고 있었다. 떠는 속도도 점점 빨라졌다. 그리고 그는 이빨이 ‘딱딱’거리는 소리까지 냈다.
“악!”
파란우비를 쓴 남자가 별안간 소리를 질렀다.
“꼬맹아! 어서 가지못해? 도.망.쳐!”
“다크…….버드…….탐…정…..,”
소년은 울으며 뛰어갔다. 소년은 보았다. 자기를 위해 칼이 찔려 생사 갈림길에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란우비를 쓴 남자의
다리를 무는 것을….,
소년은 울었다. 하늘을 보며 울었다. 자기자신을 보며 울었다…….,]
“일어나요, 일어나세요! 주인……..끼욱!”
알람 시계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그러나 이불 속 곰탱이는 손만 쭉 뻗어 시계의 머리통을 갈기고 손은 다시 들어갔다.
“오빠! 안 일어나? 머리 안 걸리려면 학교 일찍 가야 된다며! 청…….석준 오빠!”
이불 속의 곰탱이는 일어났다. 인간이 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그는 크르르릉 거리고 일어났다.
이제 막 비춰지는 햇살이 그를 향해 쏘고 있었다. 그 기분이란 뭐랄까? 곰이 웅녀로 변하는 그러한 분위기? 아님, 막 태어나는
동물 새끼 같은 느낌? 어쨌든 그는 일어났다.
짧은 커트긴 한데 햇살이 비춰서 그런지 아님, 염색을 하였는지 머리는 노란 색 이였다. 눈은 옅은 쌍껍풀이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눈이 찢어져있는데도 예쁜 눈이였다. 살갗은 희고 고아서 마치 여자아이의 피부를 보는 듯 했다.
그는 붉은 입술근처에 흘린 침을 닦고 나서 빈 가방인듯한 검정색 가방을 들쳐 매고 나갔다.
“가비? 청 가비! 너라도 똑바로 살아라? 응?”
[쾅-.]
“오빠나 똑바로 살지 그래?흥!”
가비는 팔짱을 끼고 피피피익 거리기만 하였다.
나는 또 그런 꿈을 꾸었다. 끔찍한 일, 나는 나약 하였고 세상의 어른들은 내 말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여
러 추리물 같이 사소한 인물, 나약한 인물을 위해 수사 따위 벌이지 않았노라고. 그래, 형식적이라도 하겠지만 TV물처럼 세세
하게 하지 않는다는 것을… 내가 바보지, 허허허….,
“정의? 그딴 거 집어 치우라고 해!”
까마귀들은 하염없이 날아다닌다. 저 까마귀들은 슬프지 않나 보다.
저 멀리서 소 형제가 다가온다. 키 큰 놈은 소 수리, 작은 놈은 수리의 동생 소 수림이다. 내가 생각해도 저놈의 이름은 괴상
하다. 수리는 수리수리 마수리냐? 저 녀석은 고교 탐정이 아닌 마술사가 딱 어울리겠다. 소수림은 지가 왕이냐? 소수림은 고
구려 왕이라고 왕! 수리는 2063년도 11회 탐정 시험에서 16살로 합격한 녀석이다. 아직도 정의라고 외치고 다니는 놈이다. 고
2짜리가 정신은 못 차렸는지 말이다. 그래도 그렇게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여학생들 사이에선 인기가 대단하다.
소 수림은 소씨 가문의 입양아이지만 뭔가가 모르게 수리 엄마와의 비슷한 면이 있었다. 그리고 수리와는 다르게 냉정하고 차
가웠다. 그러나 수리는 수림을 지독하게 챙긴다. 소 수림이라는 저 녀석은 아마도 기계를 달고 다니는 것 같았다. 다리의 피부
색이나 골격이 다른 신체 부위와 다르게 생겼기 때문이다. 하기야 신문에서 ‘장 유니’라는 연예인도 원래는 키 작고 못생겼지
만 뇌 빼고는 거의 기계로 대체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키 크고 하얀 피부에 잘 빠진 몸매를 가지고 열심히 연예 활동을 하고
있다. 이놈의 기계는 장애인들한테는 안 가고 돈 많은 눔들한테 간다니까…..,
수리녀석이 아니꼽다는 눈으로 쳐다 보고 있었고 곧 뛰어 올 것 같은 폼새를 보이고 있었다.
“수리녀석은 선도부도 아닌데 잔소리, 소리, 소리…….! 에~라이, 담 넘자!”
“야! 거기 안 서? 어레레…., 지 별명이 고양이 아니래 까봐 넘는 꼴 좀 봐라? 거기 가시 덩굴인데…,”
‘고귀하신 수리 님만 못 오겠지’
학교 정문서 부 타잉 훙이 멍 때리며 나를 쳐다봤다. 담 넘은 게 대수라고는…., 우리 학교 아니, 지금 한국은 타잉 훙(엄마가
한국인이고 아빠가 베트남인)과 같이 혼혈 계통이 많았다. 대부분 혼혈아들은 한국 이름을 쓴다. 그러나 타잉 훙은 베트남에
서 살다가 온 집안이라서 이름이 그대로다. 몇 년 전부터 저 출산 때문에 한국 정부는 국가를 존속하기 위해서 여러 나라 사
람들을 끌어 들였고 한국말과 한글을 쓸 줄 알고 한국의 전통을 이어 받을 외국인들을 받아들이거나 외국인들을 가르쳐서 존
속하려 하였다. 그래서 현재는 한국에 정착한 외국인들이 꽤나 많고 여러 국가의 타운들이 곳곳이 생겨나고 상당수가 혼혈이
거나 이주민들 이였다. 그러나 엘리트 보수집단들은 그래도 한국인은 한국인끼리 결혼을 많이 하는 편이다. 대표적인 예가 소
수리네 일 것이다. 수림이는 몰라도 수리는 한국인과 한국인 사이서 태어난 아이이다. 수리 부모님은 두 분 다 대학의 정교수
이다. 게다가 아빠 쪽이 양반 가문이라더나…., 나는 아빠가 중국인이고 엄마가 한국인이다. 아빠는 정착하러 온 게 아니고 둘
이 중국에서 만나 아빠가 엄마를 너무 사랑해서 들어 왔다고 한다. 그래서 아빠는 아직 한국어가 서툴다. 아빤 중국어 교사이
고 엄만 경찰이시다. 그러나 나는 엄마에게 항상 미안하다. 내가 아직 방황 중이라서….,
“야! 이눔아! 머리를 안 고치냐? 니네 엄마 부를까?”
내 머리가 잘못된 것도 아닌데 뭘 고쳐?
“내 머리 내가 알아서 하겠다는데 선생님이 왜 간섭이야!”
나는 질세라 노려 보고 있었다.
“뭐라! 이 자식이!”
산적 같은 선생님이 들고 계시던 출석부로 때렸다. 시커먼 얼굴을 해서 안 그래도 지옥 문지기라고 불리는데 수염이 나서 아
예 더 무시무시해 보였다. 무시무시해도 눈도 꿈쩍하지 않는데 뭘….,
“선생님이나 수염 깎으시지요? 응?”
“뭐…뭐라고!”
선생님은 손으로 따귀를 때렸다.
‘흥…, 실력도 없는 선생이라고는….,’
선생님 앞에서 침을 ‘탁’뱉고는 튀었다.
“이…쟈샤!”
선생님이 뒤에서 혼자 고래고래 소리를 지렸다.
“저 녀석 때문에 학교가 심심하지는 않겠군….,”
수리는 ‘훗훗’거리며 동생의 손을 꾹 잡았다.
“형…저 형 있잖아, 머리는 나쁘지 않는 것 같어.”
“으….응, 저 녀석 2057년 5회 탐정시험 합격자야. 최연소 탐정….,”
수리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러고는 동생을 데리고 사라졌다.
[부스럭 부스럭-.]
화장실에서 움직임의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맨 끝 화장실에서 하얀 연기가 풀풀 날아왔다.
“하하하하!”
갑자기 웃음소리에서 울음소리로 변하였다.
“흐흐헝! 어어어엉!”
그는 바로 다름아닌 석준이였다. 변기통에서 앉아서 이슬이(소주)와 함께 놀고 있다가 지치면 담배랑도 함께 놀았다.
“XX, 기한이 그 자식 21살이라고 담배하고 술을 사놓고 비싸게 팔아 쳐먹냐? XX, 돈도 없어 죽겠구만! 그 놈의 조폭XX,으…윽
조폭이라서 대들지도 못하고… 내 신세가 뭐람?”
그는 멍 하게 천장을 쳐다보았다. 연기는 올라가다가 벽에 부딪쳐 분산이 되었다.
“세상이란..,”
그는 학교 종소리와 함께 눈을 서서히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