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0여년전에
농촌에서 상경한 신혼부부에게
관상수 농원 관리 업무를 맡겼었다.
그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아서
조경 기술을 가르쳐 독립할 기회를 주었다.
딸만 둘 낳고 섭섭했는지 심하게 술을 마시더니
결국 술병으로 두 딸과 젊은 아내를 남기고 죽었다.
내가 그 직원을 계속 데리고 있었다면
그렇게 젊은 나이에 죽지는 않았을텐데..
그래서, 내가 그 유가족을 도울 수 있는 길은
살던 집에 계속 살도록 해주는 일뿐이라 생각했다.
큰 딸이 고등학교 졸업할때까지만
그 집에서 살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는데
어느덧 그 어린 아이가 22살 처녀가 되었다.
그런데 선천적으로 지능이 떨어져
턱이 기형이라 직장마다 쫓겨났단다.
그 이야기를 전해듣고 어제 그 집에 가서
그 아이를 데리고 내가 다니던 치과로 데려갔다.
거금의 치료비가 들어갈 것 같다며
젊은 여 의사가 나 대신 걱정을 한다.
치료비는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최선의 방법으로 치료해달라고 하자
좋은 일이니 자신도 동참하고 싶다고 한다.
내일은 그 아이를 데리고
음성 꽃동네에 같이 갈 생각이다.
자신보다 불행한 아이들을 돌보다 보면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힘이 될 것 같아서..
그 아이의 적성에 맡는다면
은평구에 있는 '천사의 집'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직업을 갖게 할 생각.
마침 손 아래 동사가 주말마다 그곳에서
간호사와 후배 의사들과 함께 봉사하고 있기에..
그 아이의 얼굴에서 그늘이 벗겨지고
밝은 모습으로 이 세상을 살기를 바란다.
먼저 고인이 된 옛날 직원에게도
뒤늦게나마 속죄하는 마음으로 그 아이에게
앞으로도 힘이 되어 주고 싶다. 그 유가족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