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쯤 한 TV에서 대선 주자들을 검증하는 연속기획물을 내보낸 적이 있다.
행정학을 전공한 국민대 교수와 사회학을 전공한 연세대 교수가 대선에 뜻을 둔 정치인들 능력과
자질을 점검하는 프로였다.
문재인씨가 나왔을 때 국민대 교수의 질문 공세는 볼 만했다.
그는 문씨에게 '정권 교체, 정치 교체의 시대에 당신은 왜 자신이 청산의 대상이 아니고
주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연세대 교수의 질문은 왠지 이상했다.
검증이라기보다 멍석을 깔아주는 느낌이었다.
그는 '문재인 대선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고 물었고
'왜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건지 자세히 설명해 달라'고 했다.
마지막에는 '많은 국민이 문 대표를 정의로운 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의가 꽃피고 강처럼 흐르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기여하시기 바란다'는 부탁까지 했다.
어제 아침 신문에 실린 한 장의 사진에 눈이 갔다.
그 교수가 문재인 후보 직속 자문기구인 '새로운 대한민국 위원회' 부위원장직함을 달고
문 후보 바로 뒤에서 웃고 있었다.
옛날에는 '어용 교수'라 불릴까 봐 주변 눈치라도 봤다.
요즘은 그런 거리낌도 없어졌다.
이런 '폴리페서(polifessor)'가 문재인 캠프에만 100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 정도면 작은 대학 몇 개를 세울 수 있다.
교수들이 계속와서 이제 못 받는다고도 한다.
이름 올린 일부 교수들 사이앤 '나 이런 사람이야'라며 은근한 과시하는 분위기까지 있다고 한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훕조 경제 교사를 했던 학자가 문재인 캠프 좌장급으로 진업하는 일도 벌어졌다.
80년대 정권의 한 실세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아마도 인재 구하기가 그리 쉽지 않을 겁니다.
우리가 많이 버려서 못 쓰게 했으니까요(한만년 '일업일생') 정치와 권력이라는 게
괜찮은 지식인 하나 망가뜨리는 건 순식간이다.
그렇게 많은 인재가 못 쓰게 뙜는데도 여전히 '나 여기 있소' 하며
수많은 교수.학자가 정치권을 행해 달려간다.
이 나라 어디에 마르지 않은 인재의 샘물이라도 있는 모양이다.
폴리페서들에겐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제대로 된 저서가 없다는 것,
제대로 된 제자가 없다는 것.
최순실 사태를 보면 수갑 찬 사람들 중에 교수 출신이 많았다.
교수 출신들은 관료들과 훗날의 禍를 남기기 쉽다.
대선의 승자가 가려진면 폴리페서들에게도 논공행상이 다를 것이다.
공공부문 곳곳에 낙화산이 떨어질 것이다.
이들은 또 무슨 '리스트'로 불리게 될지 궁금하다. 김태익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