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바퀴 / 이윤경
똑같이 생긴 자동차 바퀴를 뽑아내고
그 자리에다 좋아하는 꽃잎을 끼워요
자동차가 속도를 내면
팽팽해진 꽃잎은 빙그르르 돌아요
꽃잎을 끼운 자동차 꽁무니에선 꽃향기가 나지요
도로는 꽃밭이 되구요
급하게 끼어드는 자동차도
빵빵거리며 화내는 사람도 없어요
앞차 꽃냄새 맡으며 살살 달려요
아빠 차 바퀴는 구름 같은 수국이구요
옆집 아저씨 트럭은 힘찬 박태기꽃이구요
나중에 내 차를 가지면
노랗게 와글거리는 산수유꽃을 끼울 거예요
-이윤경 동시, 나다정 그림, 『담쟁이는 문제를 풀었을까요?』, 브로콜리숲, 2002.
감상 – 이윤경 시인의 「꽃바퀴」를 읽으니 꼬마 자동차 붕붕도 자연스레 추억된다. 꼬마 자동차 붕붕은 1985년 제작된 일본 애니메이션이고 그해 한국에서도 방송된 바 있다. 붕붕은 휘발유나 전기로 가는 차가 아니라 노랫말처럼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쏟는 꼬마자동차”다. 이윤경 시인은 꽃향기 맡는 자동차 대신 꽃바퀴를 가진 자동차를 원한다. 둘 다 만화적이고 동화적이며 당장의 실현 가능성도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모험 찾고 엄마 찾는 붕붕을 좋아했듯이 꽃바퀴를 장착하겠다는 시인의 뜻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다.
한때 1만 명이 넘던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2023년 2,500 명대로 떨어지긴 했으나 적은 숫자가 아니다. 산업재해 중 추락사 비율이 같은 해 250 명 정도 된다고 해서 안타까움을 주는데 그 열 배 가량이 교통사고로 인한 것이다. 문명의 상징과도 같은 자동차가 불행과 화근의 씨앗이기도 한 것을 생각하면 자동차의 편리와 속도에 마냥 취하는 건 난센스 아니면 무지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 중에 시인은 동력이 전달되는 바퀴에 이전에 없던 신기술을 도입한다. 원래의 바퀴를 없애고 그 자리에 꽃바퀴로 대체하는 것이다. 빠르게 가는 것은 둘째 치고 바퀴가 굴러가긴 할 것인가 하는 걱정을 사야 되지만 사람을 상하게 하는 걱정은 놓아도 된다. 이산화탄소 대신 식물이 내놓는 산소와 꽃냄새로 지구의 폐도 건강을 되찾아 갈 것이다.
시인이 그려낸 세상엔 인공지능 자동차가 아니라 박태기꽃 자동차, 산수유 자동차가 도로를 달린다. 난폭하고 공격적인 것들은 고물상에 세워두고, 안전하고 평화로운 것들만 바쁠 것 없는 거리에서 생을 즐기는 것이다. 이런 상상은 즐겁고, 상상이 현실이 되면 더더욱 즐거울 것이다.
이윤경 아동문학가는 한개마을 출신으로 그 안에 작업실을 얻어 글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안다. 성주 한개마을은 성산 이씨 집성촌으로 국가지정 민속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옛 가옥이 잘 보존되어 있다. 옛집 울타리 담쟁이를 보며, 작가는 묻는다.
“길이 없는 게 문제고
답이 없는 게 문제고”(「담쟁이는 문제를 풀었을까요?」중)
문제와 답을 고민하는 사이, 장독 옆에 “구름 같은 수국”이 피어나고, 마루 위로 “수국 같은 구름”이 지나기도 할 것이다.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