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도경 사회자의 여는 詩낭독입니다
명자꽃
명자야,
니는 여태 이리 요염하노
철없던 청춘의 때
니 한 번 몰래 만났다가
너그 할매에게 뒤질 뻔 했지
꽃을 꺾는 놈은
나중 사람도 꺾을 놈이다
너그 할매 욕 덕에
다시는 꽃을 꺾지 않는
팽나무 같은 사람이 되었다
그래도 명자야,
봄비 그친 이 아침에
니를 보고 있으면
그때 니를 꺾어
붉어 뜨거운 니 몸을 안고서
너그 할매에게 뒤지는 게 나았다 싶다
명자는 세월에도 여전히 붉어
명자에 대한 기억도 선명히 붉어
이 아침 봄비 맺힌
니 곁을 서성인다
오카리나 연주 '숨어우는 바람소리'
장슌균님(율원중학교 교장퇴임)께서 연주해주셨습니다
장슌균 선생님(율원중학교 교장퇴임)의 두번째 연주곡
섹소폰 연주 '장녹수'
김상광 시인의 낭독입니다
붕어빵
찬 바람이 매서운
퇴근길에
팥 다섯, 슈크림 다섯
붕어 10마리를 샀다
아들이 아니라
아내에게 줄 거라 답하니
덤으로 한 마리 더 담는다
그게 고마워
많이 파시라 하니
오늘은 날이 차서
붕어가 팍팍 올라온다며
황금 잉어를 잡을 수 있겠다 웃는다
저녁을 물리고 TV를 보며
아내 한 마리, 내 한 마리
한 마리가 남는다
덤으로 받은 마음이 남는다
아내는 무슨 생각을 할까
나는 받은 대로 돌려준
때로는 조금씩 떼먹은
덤 없는 사랑이 부끄러워
덤으로 받은 붕어 잘 기르다가
따듯한 날 신천에 놓아야겠다
시하늘 회장님, 김경호 시인의 낭독입니다
슬픔이 지구를 돌린다
물과 흙과 돌 더미가
산비탈을 쏟아져 내리듯이
돌연 허리가 끊어질 듯한 슬픔에 점령된 우리
슬픔은 등 뒤로 던지고 던져도
홍수에 바가지로 물을 퍼내듯 하고
오천 킬로미터를 흘러 바다에 닿아서도
슬픔은 맑지 않은 황하 같다
슬픔으로부터 깜깜한 어둠이
막장에 쏟아지지 않게 슬픔은
깨어 카나리아가 되어야 해
손거울처럼 꺼내 볼 수 있어야 해
서해에 빠지는 해는 건지지 않아도
스스로 추슬러 솟듯
바닥까지 잠긴 슬픔을 기다려야 해
마지막까지 버스 창을 깨던 손처럼
슬픔이 슬픔을 부술 수 있게
슬픔이 지구를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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