섞임의 맛이 어긋나지 않게 선택한 해산물 재료의 궁합도 좋다
“자랑할 게 없어 밥이라도 맛있게 드시라고
아침, 점심, 저녁시간에 맞춰 밥을 짓고 있어요.” 꽤 오랫동안 음식점을 찾아다니며 음식 맛을 봐 왔지만 음식점에서
이런 말을 듣기는 처음이다. 쌀밥 전문점도 아닌 탕이나 국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에서 손님 올 시간에 맞춰 때마다 밥을 짓는다니, 대부분 한 솥 가득하게
지은 밥을 밥그릇에 담아 보온밥통에서 2~3일까지 묵혀 가며 내놓는 음식점들이
대부분인 것에 비하면, 젊은 주인의 음식에 대한 마음씀씀이가 올곧기만 하다. 힘들고 불편할 법도 하여 때마다 밥을 짓는 이유를 물으니, 자기 집의 하루
손님이 스물다섯 명 정도인데, 그날 찾아 올 손님 수만큼만 밥을 지어,
밥이라도 맛있게 드시게 하고 싶은 이유밖에 없다고 한다.
밥 짓는 정성뿐만 아니라 식재료 또한 당일 쓸 만큼 들여오고 있는,
테이블 서 너 개의 카페 같은 음식점
참좋은(T.636-1638)의 맛있는 밥 이야기이다.
동갑내기 젊은 부부 정성 ‘듬뿍’
‘참 좋은’은 전복해물 뚝배기 전문점으로 속초 동명항 여객터미널 못 미쳐
맞은편에 있다. 언뜻 눈에 띄지 않는 작은 규모이긴 해도 내부로 들어서면
창 너머로 동명항이 내다보이는 작은 카페를 닮아 있어,
나 홀로 식객들에게도 더 없이 좋은 아지트로 인기가 많은 곳이다. 오래 된 로터리식 채널TV, 줄에 조롱조롱하게 매달아 놓은 조개껍질, 연푸른색의
테이블에 직접 손 글씨로 쓴 메뉴판 등만 보더라도 음식점이라기보다 카페 같다. 주인은 이정섭, 강유선 동갑내기 젊은 부부로 요리를 함께 한다. 평소 자신들이
좋아했던 전복 맛에 매력을 느껴, 결국은 메인 메뉴로 선택한 ‘전복해물 뚝배기’
맛이 젊은 부부의 손맛이라고 하기엔 결코 가볍지가 않은 맛을 내고 있다.
삼삼하게 시원하면서 구수한 맛
뚝배기 맛 또한 하루 세 번씩 때 맞춰 지어 내는 밥 맛 만큼 맛있는 이유가 있다.
보통 탕이나 국에 들어가는 콩나물을 날 것으로 바로 넣어 끓이면서 익히지만,
이 집은 콩나물이나 무를 초벌 삶기를 한 후, 삶은 물을 버리지 않고 집 된장과
고추장을 섞어 슴슴하게 풀어 끓인 육수를 베이스로 이용한다. 이만한 정성도
돋보이는데, 콩나물 삶은 물에 무를 삶거나, 무 삶은 물에 콩나물을 삶지 않고
각기 다른 물을 써가며 따로 끓여 낸다. 뚝배기 재료로 넣는 홍합 또한 미리 삶아 내거나, 끓일 때 날것을 넣고 익히지
않고, 찜 솥에서 쪄낸 후, 뚝배기에서 한 번 더 끓여 낸다.
이렇게 준비해 둔 재료에 수족관에서 곧바로 건져 온 큼직한 전복을 비롯해
새우, 민들조개, 가리비, 명주조개, 소라를 넣고 한소끔 끓여 내는
‘전복해물 뚝배기’ 맛은 텁텁하거나 해감내 없이 시원한 맛이 삼삼하면서도
구수한 맛으로 해장이나 탁한 입맛을 돋우기에 제 격이다. 이 탓에 뚝배기 맛을
본 손님들 마다 하나 둘 단골이 되고 있다. 삶은 국수에 한치 무침과 전복회를 얹어내는 내는 ‘전복 회국수’
역시 추천 메뉴로 많이들 찾는다. 오뉴월엔 우거진 신록처럼 바닷물고기도
살이 올라 맛이 일품이라는데 전복이며, 가리비, 조개, 소라인들 어찌 살이
오르지 않을 까. 그 통통한 갯것들의 살맛을 뚝배기에서 정성만으로 끓여내고
있어 고맙기까지 한 이 집의 ‘전복해물 뚝배기’ 맛이다. <시민기자>
아래글은 울교회 백광옥님이 창문에 쓴 멋진 시귀 입니다
속초앞바다 바다 짠내음
이리저리 날으는 갈매기들 뱃고동소리
파도가 포말을 뿌리는 방파제 끝
붉은 등대지나는 고깃배들
동명항 전복 뚝매기집에서
참 좋은 전복 뚝배기 맛에
오랜만에 취해볼까
雪 木 軒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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