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메일을 읽고 하던 일 멈추고 답장 드립니다.
백일은 잘 축하해 주셨는지.. 저흰 아토피 심해서 백일사진도 못 찍고 넘겼답니다..
그 때부터 한창 점점 예뻐져요..
아토피 모르는 사람은 심하다고 얘기만 하지, 실제로 겪거나 겪는 아이의 부모가 아닌 이상 그 심정을 어찌 알겠어요..
제 답장이 조금의 도움이라도 된다면 좋겠습니다.
소아과 피부과 전전긍긍해도 모르는 의사 더 많고, 가는 병원마다 이 병원에선 목욕 일주일에 한두번만 시켜라, 어느 병원에선 하루 두세번씩 시켜라 하는 말도 다 틀리고.
진물나면 어떻게 하나요? 닦아줘야 하나요, 말아야 하나요? 물어보면, 닦아줘라, 그냥 둬라, 심지어 알아서 해라..라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피부과 잘 본다고 소문난 병원에선 어디에 어떻게 아토피가 올라왔는지 보지도 않더군요.
(이런 거 보면 정말 의료의 사각지대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고는 성의없이 연고하나 처방해 주고 끝.
제가 아토피가 뭔지 어찌 알았겠습니까? 뭣도 모르고 바르라니 발랐는데 바르는 순간, 희찬이가 경기하듯 놀라서는 자지러지게 우는 겁니다. (지금도 눈물이 나네요..) 너무 놀라서 약국에 전화했더니 그 연고가 조금 따끔거린다고 하더라구요. 아니 그게 조금 따끔거리는 정도랍니까? 저희 아기 참을성 정말 많아서 주사 맞아도 주사를 맞히는지 간호사 누나가 재밌게 해 주는지 힘주며 끄응~ 소리 한 번 내고는 울지도 않는데요..
스테로이드 말 많아서 병원마다 처방받은 연고 집에 와서 검색해 보면 스테로이드 엄청 들어있고, 추천받은 로션 구입해 바르면 바르는 곳마다 피부 뒤집어져 아토피 다 올라오고.. 휴~ 정말..
안되겠다 싶어 자연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에 함소아엘 갔습니다.
정말 친절하더라구요. 병원 인테리어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놔서 엄마 마음도 편하고, 상담도 잘 해주고.. 의사가 딱 보더니 위가 안 좋다, 몸에 열이 많다, 길면 두달 정도면 완치된다고 하더군요. 명현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니 생각해 두라고 해서 믿고 받은 한약 처방에 거기서 제조한 로션 구입해 집에 와서 열심히 먹이고 바르고 했습니다.
2주, 3주가 지나도 아기는 좋아지는 기미가 전혀 없고, 의사가 말하는 명현현상인지 뭔지 점점 심해지고 진물 엄청 흐르더군요. 너무 걱정이 되서 한의원 가는 날도 아닌데, 애기 안고 찾아갔습니다. 한번씩 뒤집어져야 깨끗해진다고 이게 명현현상이라고. 그래서 저희 기뻐했습니다. 이쁘다 이쁘다 칭찬도 해 주었습니다. 하하....
왠 명현현상이 이리도 길답니까. 진물나는 부위는 점점 넓어져만 가고, 아기는 갈수록 보채고 긁고 힘들고..
그래도 스테로이드 안 바르고 자연적으로 낫게 하는 게 어디냐 싶어 다른 거 하나도 안 하고 함소아만 믿고 따랐습니다. 그러기를 두 달. 두 달이면 완치된다고 하던 의사는 만날수록 좀 길어 지겠다, 6개월은 걸리겠다, 8개월은 걸리겠다, 일년은 걸리겠다, 서너살까지는 가겠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된지 아시겠죠.. 자연적으로 발 끊깁니다.
장담을 하지 말지, 그동안 우리 희찬이 이유식도 하지 말라고 해서 이 네개나 나도, 이것저것 먹고 싶어 하는 거 많아도, 먹이고 싶은 것도 많아도 져 버린 아기의 맘과 부모의 마음은 어떻게 보상받겠습니까!
아니, 그건 둘째치고라도 그동안 생으로 진물 줄줄 흘리면서 고생한 우리 아기, 그래서 지금 벌써 생겨버린 아토피 흉은요..
(희찬이 4개월부터 6개월까지 함소아 다녔어요. 그렇다고 나쁘다는 건 아니고, 희찬이가 그랬다는 거니 가려서 들으세요. 함박웃음님 아기에게 맞는 병원, 방법 찾으세요. 한의원 다녀서 나았다는 아기들도 있으니까.)
함소아 다닐 때, 의사가 가려야 하는 음식을 쭈욱 알려 주었는데 죄다 제가 엄청나게 좋아하는 겁니다. 뭘 먹고 수유를 하라는 건지 먹을만한 음식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저 울었습니다..--;; 아토피로 안 그래도 고생하고 스트레스 받는데 먹고 싶은 음식도 마음대로 못 먹는다니.. 그래도 어쩝니까, 애기 낫는다는데..
5개월반까지 모유먹였습니다.
혹자 얘기로는 모유 끊고 분유 먹이면 낫는 경우도 있다 해서 큰 맘먹고 모유도 끊어 보았습니다.
제가 무언들 안 해 보았겠습니까.
한동안 좋아지더니 다시 올라왔다 들어갔다 반복합니다.
할 말이 많아서 글이 무척 길어지네요.. ^^;;;
함박웃음님의 글을 다시 읽어보고 씁니다.
님의 글의 요지는 모유와 분유에 관해서인데 제가 사족을 많이 달았네요..
예부터 가장 좋은 건 모유이지만, 요즘 엄마들의 모유에는 아기의 면역을 높여주는 성분이 10명 중에 1명에게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만큼 환경이 바뀌어서죠. 2주동안 먹이셨으면 일단 초유는 먹이신 거니까 너무 많은 미련갖지 않아도 될 것 같구요.
모유를 먹이면 좋은 점은, 아기의 살의 탄성입니다.
(물론, 포근함으로 인한 좋은 정서감 형성은 기본..)
모유 먹일 때 희찬이는 날씬해도 살이 알차게 탄탄했는데요 이상하게 분유 먹이고서는 그 살이 쭈욱 다 빠지더니 물렁살이 되었어요.. 제가 너무 힘들기도 하고, 옆에서 음식 챙겨줄 사람도 없고, 누군 모유 끊고 다 나았다는 주변의 얘기도 있고, 혹시 내 모유에 알러지를 일으키는 성분이 있는가 자격지심 비슷한 걱정도 들어서 정말 다부지게 큰맘먹고 끊었어요.
어느 병원에 가면 엄마 모유에 아기에게 알러지를 일으키는 성분이 있는지 검사해 준다고도 하는데 그 땐 몰라서 알아보지 못 했습니다. 모유수유 하실거면, 어느 병원에서 어떻게 검사해 주는 건지 알아보고 한 번 해 보시는게 다음 아기에게도 좋을 것 같아요.
분유는요,
사실 분유가 아기에게 음식조절해 주기에는 훨씬 수월합니다.
분유도 종류가 무척 많잖아요. 분유만 바꿔 먹여도 나았다는 아기도 있던데..
저희 아기는 다른 분유는 소화를 못해서 '산양분유'(일동후디스)로 시작을 했어요. 비싼데 소화 진짜 잘 되고, 변이 무척 좋아요. 그래서 아기도 잘 먹고..
한동안은 좋은가 싶더니 곧 그거와 상관없이 다시 뒤집어져요.
그래서 우유 알러지가 있나 싶어 콩으로 만든 '소이분유'(매일,일동후디스) 먹였어요.
이건 냄새가 좀 좋지 않아요. 이것도 한두달 먹였지만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지금은 '아토케어'(매일)라는 분유를 먹이고 있어요, 대형할인마트 중에서도 어떤 동네엔 있고 어떤 데는 없어요. 이 분유도 안 맞으면 같은 회사에서 나온 'HA21'이라는 분유를 먹여야 해요. 이건 정말 구하기 힘들어요. 어디에서 파는지 알아봐야 해요. 제가 시중 아는 곳은, 서울삼성병원 내 지하 (훼미리마트인가?? 잘 기억이..) 마트, 현대백화점 천호점, 전국에 있는 서울알레르기클리닉 연계병원..
아토케어 분유의 특징은, 설사에 흑변인데, 이것을 먹임으로 다른 외부적인 변화 없이 갑자기 아토피가 더 심해진다거나 하루 5번이상 설사를 하는 게 아니면 아기에게 맞는 거라고 보시면 되요.
다행히 희찬인 가끔 하루 4번 설사를 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하루 한 번 아침에 꼬박 변을 봐서 여지껏 먹이고 있어요.
분유 먹일 때는 이것 신경 써 주세요.
왜 어떤 애기들보면 완전히 물렁한 살인데 뒤룩뒤룩?이라고 하면 좀 표현이 그렇지만, 영양가 없어 보이는 데 토실하게 살 찐 애들은 엄마가 제한없이 애기가 울기만 하면 분유부터 먹여서 그런 거거든요. 되도록 하루 1000cc는 넘기지 않는 게 좋아요..
함박웃음님의 상황을 고려해 보시고 모유와 분유 중에서 판단하셔야 할 것 같아요.
분유를 처방해 주는 병원도 있으니 알아보시구요..
으아, 이 답장 쓰는데 두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네요.
좋은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구요. 궁금하신 거 또 물어보셔도 좋구요.
싸이월드 저희 아기 클럽에 제가 경험한 도움될만한 글들 올려 놓거든요. 클럽검색에서 '기쁨이집' 치시면 되요.
아토피없는 세상, 우리가 만들어요..
p.s. 희찬이도 몇달 묶여서 잤습니다. 해 보니, 안스러워도 긁는 것보다 천배 낫습니다.
손싸개, 뭐 무슨 연결옷 이런거 다 필요없습니다. 손싸개는 얼마 안 있으면 곧 빼 버릴 것이고, 그거든 옷이든 안 만지는 거 아니고, 그러니 자극없는 거 아니예요. 그걸로도 긁고 비벼서 아침이면 여지없이 피가 묻어 있을걸요.
지금 올라온 게 어느 정도 가라앉고 긁지 않을 때까지는 묶어 놓는 게 제일 좋아요.
카페 글 보세요. 긁으면 안 된다는 걸 아는 어른도 피가 나도 자신도 모르게 긁고 있다니 얼마나 가슴 아픕니까..
너무 가려워하면 항히스타민제(자디텐) 처방 받아서 조금 먹이세요. 못 긁어 스트레스 받아서 성격 나빠져요. 저희는 상비약이 되었지만..
참, 받으신 한약은 님의 판단대로 하셔야겠지만요..
제가... 양방의사같은 얘기지만요.. 한의사분들 기분나쁘실지도 몰라 얘기하기 좀 조심스럽지만,
한약은 처방전이 없으니 뭐가 들어갔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약방에 감초라잖아요. (떠오르는 한약재가 이거 밖에..^^;;;) 만일 우리 애기가 감초에 알러지가 있는데, 그걸 먹였어요. 그럼 어떻게 될까요? 아토피 심해서 애기가 너무 긁어서 안스러우면 저는 항히스타민제 조금 먹이고 재워요..
....그래도 혹시 님의 애기가 그 약 먹고 나을지도 모르니 한번 경험해 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함박웃음님 애기도, 우리 애기도, 아토피 가진 우리 카페 회원들에게도 안부전하며.
그럼, 또...
어머니들의 마음이 전해지는군요...좋은 글잘보았습니다. 아무튼 성장기 어린이에게 균형잡힌 영양공급이 중요한것 같네요. 어떤 방법을 선택할 것인지 쉽지도 않고요...고민도 많이 되고...좋다고 하는것도 개인에 따라 반응이 다르니...어렵네요~!..에고..그래도 어머니의 그런 사랑과 관심이면..아기의 건강 확신~!
첫댓글 저는 다음 둘째 때에는, 모유 알러지 테스트 해 보고, 반응없다는 결과 나오면 음식해 주는 사람을 사서라도 좋은 것만 먹으면서 모유수유 완수할 겁니다.
어머니들의 마음이 전해지는군요...좋은 글잘보았습니다. 아무튼 성장기 어린이에게 균형잡힌 영양공급이 중요한것 같네요. 어떤 방법을 선택할 것인지 쉽지도 않고요...고민도 많이 되고...좋다고 하는것도 개인에 따라 반응이 다르니...어렵네요~!..에고..그래도 어머니의 그런 사랑과 관심이면..아기의 건강 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