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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지겹다 정말~ 피곤한데 왜 이렇게 자꾸 보채? 이럴 때 보면 너 고딩 때 같아 알아?"
똥차인걸 알면서도 난 똥차 옆 좌석에 앉아서 안전벨트까지 꼼꼼히 매고있다. 인생 씨벌!
연 홍 ! 두꺼운 족발 냅두고 뭐하냐? 저 새끼 정강이라도 확 까버리던지, 아님 저 덜렁거리는 두 알맹이들을 확 밟아버리지 않고!
원래 이런 놈인것을, 새삼 알게된 것 마냥 나는 또 두눈에 눈물이 고여버리고 말았다.
내가 정말 사랑했던, 지금도 사랑하고 있는 남자는 정말 잘난 것도 없는 남자였다.
전문대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자마자 회사 일이 자기와 맞지 않는 단 이유로 때려치우고 또 다시 커리*넷에 수십개의 중소기업에 이력서를 써서 보내고 입사 후 다시 때려치우고를 반복하는 사회 부적응자같은 놈. 평생 실업급여로 먹고 살아라!
외모,능력,학벌,성격 중에 하나라도 잘난 것이 없는 남자이거늘 내가 어디에 콩깍지가 씌여서 근 3여년동안 너를 물고 핥고 빨았는지 의문이들정도로 무능력한 남자를 이제는 버려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버리고 다시 줍게 되는 일은 없도록 블랙홀 같은 구덩이에 널 빠트릴거야.
사실 내 뱉고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결심했다. 네 놈을 두 번 다시 찾지 않을거라고.
"야!! 다 큰 어른이 세상물정 모르는 고딩 꼬셔서 따먹으니까 행복하디? 나 이제 너랑 정말 끝낼거야. 이제 딴년하고 떡치고 놀아 씨이발!"
'미친년 왜 또 저래' 정은석의 시선은 여전히 TV를 고정한 채로 나에게 중얼거리듯이 내뱉었다.
그래 너도 내 철 없는 행동과 구애들로 지쳤겠지. 이 파렴치한에 무능력자 같은 자식.
정은석 네 놈을 만나면서 행복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어! 이 남자 밑에서 사랑한다고 울었을 때 단 한번이라도 사랑한다고 말해준적 단 한번이라도 있었던가. 그냥 얘는 병신이고 똥차다. 홍아 정신차리자 제발.
스무 살. 이젠 나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 할 나이다. 고딩 때의 과거는 다 묻고 새 삶 시작하자.
그렇게 나는 굳은 결심과 함께 정은석의 자취방 침대에 이리저리 널부러진 옷을 대충 주워 입고 도망치듯 자취방을 나왔다.
열일곱, 우연찮게 그를 알게되고 잠자리를 갖게 되버리고 나 혼자서 사랑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정말 최선을 다해서 그를 사랑해주면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줄줄알고 참 정성을 다해서 사랑했던 것 같다.
그가 아파서 골골대고 있으면 집에서 죽을 써서 오고, 생일 때는 깨알같은 글씨로 4절지 색도화지를 다채웠으며, 기념일을 혼자서 챙기고, 그에게 줄 선물을 사느라 매점에 발 길까지 끊었다. 조공이란 별 조공은 다했지만 그는 그렁 것에대해 탐탁지않아했다.
변하지 않았다 그는.
그때서야 깨닳았다, 이 남자는 날 조금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저 그 녀석의 심심풀이 땅콩이자 잠자리 상대에 불과하다는 것.
스무 살이 되고, 대학교에 입학하면 내 자신이 스스로 변화해갈 줄 알았는데. 난 여전히 그의 자취방으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였다.
"아 이제 끝끝끝!!! 끝이다 끝!"
조금 더 쎄게 욕하고 올걸, 집안에 있는 물건들 다 부숴버리고 올걸!!! 정말 최고의 복수는 무관심일까?
"아냐 끝끝!!! 그 새끼 생각조차도 하지말자고!!!"
집으로 돌아와 바로 냉장고로 직행했다. 그리고 크리스피 한 더즌이 든 상자를 꺼내어 그 안에 있는 12개의 크리스피를 물릴 때 까지 꾸역꾸역 입안에 집어넣으면서 울었다.
두개만 먹어도 너무 달아서 못먹는 도넛인데, 한상자를 순식간에 비웠다. 앞으로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내 사랑도 도넛처럼 달콤하길 바라며 끅끅 울었다.
"비참하고 너무 분해! 복수할거야!"
사실 복수할 길이 없다. 그냥 정은석없이도 잘사는게 복수지뭐 별거있나. 흥!
정은석이나 나나 솔직히 피차일반이지 뭐. 나란 년도 뭐가 잘난게 있냐구.
포동포동한 몸매에, 작은 키, 푸석푸석한 머릿결, 그렇다고해서 집안이 좋아 학벌이 돼?
거기다가 아무에게도 밝힐 수 없는 과거까지...그놈보다 10살 아래인거 말고는 나도 뭐 그냥 병신중에 상병신이 따로 없구만.
홍은 침대 시트를 걷어차기를 수십번 반복하다 서서히 잠들었다.
여자의 직감은 틀린게 없다. 홍의 생각 처럼 은석은 단한번도 홍을 마음으로 품은 적이 없다, 그저 아랫도리가 심심했을 뿐.
홍의 금요일은 공강도 없이 시간표가 빼곡하다. 아침10시에 시작해서 오후6시까지 연강인 그녀의 금요일 강의.
하지만 그 날은 자신이 존경하는 교수가 든 강의가 들었기 때문에 그녀에게는 그리 지옥같은 시간도 아니였다.
권온유 교수, 그녀의 교양 과목 생활속의 법을 가르치는 시간제 교수였다.
그녀의 전공과 아무 관련도 없는 교양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맨앞자리에서 전공보다도 열심히 공부했다. 그녀는 그를 존경했다. 적당한 키에 다부진 몸매 그리고 날카로운 이미지. 외적인 면에서도 출중했으나 그는 항상 열정적이였다, 고작 교양수업을 가르치는 시간제 교수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강의를 듣는 40명의 학생들의 이름을 모두 외울만큼 학생들에게 관심이 많았으며, 수업 외의 이야기들 또한 그녀를 감동시켰다. 그의 인생관이나, 20대 인생의 도움될만한 이야기 등등.
지각이 잦은 그녀도, 그의 강의 만큼은 지각할 수 없었다. 열정적인 그에게 실망을 안겨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 뿐만아니라 반 전체 학생들 모두가 그랬다. 다만 아쉬운게 있다면 그는 아주 귀여운 아들을둔 한 가정의 가장이라는 것.
"연 홍씨."
"네?"
오늘은 과제물을 제출하는 날이였다. 권온유 교수는 이름과 다른 외모에다가 또 은근히 섬세하기까지했다.
그의 표정이 좋지 않음을 확인하고
'또 한소리 듣겠구만!!'
주택임대차보허법 상 세입자보호제도 관련 기사를 조사해 오는 것이 과제였는데 내가 낸 과제물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보다.
"주변에 법대생 오빠라도 사귀십니까?"
"네? 무슨 말씀이신지."
그녀는 놀란 토끼눈을 하고 그를 올려다 봤다.
정말 무슨 말씀이신지 몰랐기 때문은 아니다, 자신의 레포트가 별로여서 혼날 것이라고 진작에 그녀는 예상을 했다.
"1학년에다, 법학과 전공도 아니신 연 홍씨께서 이 레포트 본인이 쓰신거 맞습니까?"
그녀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뭔가 다른 방향으로 혼나고 있다는걸 직감했다. 과제를 잘 못해서 야단 맞는게 아닌 것이 틀림없었다.
그녀의 결백한 눈을 보고서야 그제서야 그는 자기가 오해를 했다는 것을 깨닳고 입을 열었다.
"11학번이신데, 지금 수업듣고 계시는 최고참 학번인 00학번 학생보다 과제물을 훨씬 잘해오셨네요.
법학과를 전공하고 있는 4학년 학생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과제물을 해와서 정말 놀랐습니다.
오해하게 되서 죄송합니다."
'그럼 이만.'
그는 정중히 그녀에게 사과했고 서류가방을 챙겨서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내가 그렇게 과제를 잘했나? 음~ 그냥 법과대로 전과해 버려???' 어제만해도 울상인 그녀의 얼굴이 권온유 교수의 말한마디에 웃음꽃이 폈다.
"젊지~ 능력조오치~ 잘생겼지! 아이고 아들래미랑 마누라는 참 행복하겠구만. 허허"
그의 키홀더에 달려있는 하트모양 열쇠고리에 있는 가족사진을 어쩌다 본 적이 있는데 정말 과히 아름다운 가족사진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만큼, 그의 아내도 굉장히 아름다웠고 그의 아들 또한 눈안에 별을 박아넣은듯 크고 반짝거리는 듯 하였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정은석, 밥은 잘챙겨 먹고있을까? 내가 안챙겨주면 제때 안먹는 녀석인데.
올해 서른이면서, 아직 하는 짓은 초등학교 3학년이였다. 라면 물도 제대로 잘 못맞출만큼 요리 또한 젬병인 놈이였다.
그녀는 머리를 헝클어 뜨리며 은석을 더이상 상상하지 않기로했다.
"오늘은 제3장! 채권이란 무엇인가!"
오늘도 나는 전공서적보다, 교양서적을 먼저 펼쳤다. 처음으로 내가 교수에게 인정을 받았다.
누구에게 인정을 받는다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였는데 왜 나는 여태껏 누군가에게 인정을 못받아본거니...
오늘은 스트레스도 풀 겸 친구 아영과 클럽을 가기로 했다.
남자와 부비부비하는 걸 즐기는 타입은 아니지만, 클럽에서 오로지 춤으로만 마감시간까지 찍고 가는게 뭔가 즐거웠다.
물론 미친듯이 몇시간 추고나면 피곤해 쩔어서 화장도 제대로 지우지 않은채 침대에 뻗어버리곤 하지만.
근데 아영이는 은근히 남자들이 부비부비를 걸어오면 쳐내버리곤 하지만 그런 행위들을 즐기는 것 같았다.
그녀에게 접근하는 남자들이 죄다 뭐랄까 괜찮기도 했지만 모두 그녀가 고집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야 내가 너 고등학교 다니는 동안 진짜 답답해했던거 알지? 언젠간 정신 차릴줄 알았는데 이제서야 정신을 차리네."
"야, 내가 뭘."
"정은석 걔 진짜 너도 알다싶이 뭐 잘난거 있는 놈이냐? 제3자가 볼 때 그놈은 정말 아니고, 너도 참 너였어."
아영이 말이 다 옳다. 근 3년동안 나는 그냥 그놈에게 엎어져서 조공이란 조공은 다 받쳤지.
"홍아 너 오늘 꼭 클럽에서 원나잇해라."
"야 더럽게 뭔 원나잇!"
"솔직히 정은석이 네 첫 상대라서 네가 못잊는 거다? 내가 그 새끼랑 안자봐서 잘 모르겠지만 넌 일단 그 놈이랑 처음이라 그 놈이 최고같이 느껴지지만 그거 아니다~ 네가 그 놈 못잊는 것두 육정이 첨가되있다니까안~!!"
정은석에게 아주 쉽게 처음을 내줬다고해서 두번째 남자에게도 그 녀석 처럼 쉽게 내줄생각이 없었다. 근데 아영의 말도 일리가 있다. 육정이란게 참 말로 형용할 수는 없지만 생물학적으로는 뭐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섹스라는 것이 타인과의 바이러스 교감이라고 생각한다. 그 바이러스가 서로의 몸에 퍼지고, 교감을 안하게 되면 그 바이러스가 서로를 그리워하고..에잇 씨바알!
고작 스무 살인 주제에 민아영 네년이나 나년이나 때가 오질나게 묻은건 확실한 것 같다.
서로의 목소리가 제대로 안들릴 정도로 시끄러운 클럽안에 입장하자마자 레이디룸에 비치되어있는 락커룸에다 핸드백을 던지듯이 집어놓고 1층 스테이지로 나갔다.
춤을 못추면 어떻고 잘추면 뭐, 잘추는 거고. 그냥 미친것 처럼 흔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아는 노래가 나오면 같이 신나게 부르고.
SE* ON THE BEACH다! 정은석 이 나쁜새끼!
근데 이상하게 클럽이나 술집만 가면 분위기에 취해서 담배를 피는 습관이있다.
뭐 이런 습관은 나뿐만이 아닌 것 같았지만, 아무튼 중독될 것 같은 느낌 20%. 아영은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자신에게 부비부리를 걸어왔는지 나는 안중에도 없었다.
나보고 원나잇하라며, 본인이 할 기세다. 나쁜년.
[나보고 원나잇 하라며 이년아 나 담배한대 피고 올게. 나 없다고 찾진않을 것 같지만... 그렇다구~]
아영에게 메세지를 보낸 뒤 시끄러운 클럽 안을 빠져나와 밖에서 담배나 필까 싶어 밖을 나왔다.
솔직히 담배 피는 것도, 정은석 그 놈에게 콜록콜록 거리면서 열심히 배워댔다.
그 때가 나 고등학교 2학년 때 였지.
내가 언제부터 하나하나에 의미를 뒀다고, 다 부질 없는 것들이다. 필터를 깊게 빨아들이다 내쉬면서 정신이 몽롱해짐을 느낀다.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너무 속이 상했다. 왜 하필 그 놈인지. 왜 하필 나 인지.
첫댓글 잘봤어요~~^^담편도 기대할게요~~~
잘보고가요
와 신선해!!!!! 담편도 기대할게영
아 홍이 불쌍...ㅠㅠ 저렇게 당했는데 또 유부남한테.....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