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제 저녁 외출하면서 느낀 추위는 바람 때문에 더 강하더군요. '우측 보행'이 아니라 '오른쪽 걷기'로만 약속장소까지 걸었더니 안경알이 부옇게 흐려져서 닦느라 애를 먹었네요. 정부나 방송에서는 아직도 한자말을 앞세우는 버릇이 남아 있습니다. 사전에도 '비포장도로'는 올라 있지만 '흙길'은 없고, '독서'는 올라 있지만 '책읽기'는 없고 말입니다.
며칠 전 라디오에서 같은 뜻인데 한자로도 쓰고 우리말로도 쓰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굴지(屈指)는 무엇을 셀 때, 손가락을 꼽음이라는 뜻으로 매우 뛰어나 수많은 가운데서 손꼽힘이라는 뜻으로도 자주 씁니다. 국내 굴지의 대학, 한국 굴지의 실업가, 우리나라 굴지의 재벌...처럼 씁니다. 이를 국내에서 손꼽는 대학, 한국에서 손꼽는 실업가,
우리나라에서 손꼽는 재벌처럼 쓸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그리고 이게 더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불과(不過)는 주로 수량을 나타내는 말 앞에 쓰여 그 수량에 지나지 아니한 상태임을 이르는 말입니다.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불과 몇 명뿐이었다...처럼 씁니다. 이를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몇 명에 지나지 않다...처럼 쓸 수도 있습니다.
많은 우리말이 한자말에 가려 있습니다. 한자말을 먼저 쓰기 시작했더라도 우리말로 바꿔서 쓰는 게 좋고, 우리말이 먼저 쓰이기 시작했다면 마땅히 그런 낱말을 찾아내서 써야겠죠. 왜냐하면, 우리 머리로 생각해서 입으로 나오는 모든 말은 우리의 넋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쓰는 말이 한자 투면 내 넋이 한자를 좇고, 내가 쓰는 말이 깨끗한 우리말이면 내 넋도 덩달아 깨끗하고 맑아지리라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