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지 선생님(경서중학교 역사교사)께서 낭독해주셨습니다
찔레꽃 향기
5월, 찔레꽃이 피는
강가로 선생님은
우리를 데려 가셨다
적당한 돌을 골라
송사리떼처럼 모여 때를 밀었다
때는 선생님의 안타까움이었어도
우리의 부끄러움은 아니었다
열심히 밀어도
물이 마른 손등은 터실터실하였다
침을 바르고
선생님께 검사를 받았다
때가 제일 많던 석이가
헐렁한 옷처럼 풍덩하게 찔레꽃을
선생님께 드렸다
누가 먼저인지 박수를 쳤다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우리가 뜨는 물수제비를 보던 선생님은
돌이 가라앉은 곳을 한참 보셨다
우리는 노래를 부르며 학교로
밝게 돌아왔다 철없이
물수제비라도 배불리 먹고 싶어 했던
마른버짐 부자 우리는
가시보다 꽃이 훨씬 많은 찔레가 되었다
찔레꽃에서는 선생님 냄새가 난다
대담은 손진은 시인께서 진행해주셨습니다
초대시인 전병석 시인님의 다섯번째 시집 『우리는 한 번도 초라한 적이 없다 』
에 대해서 즐거운 해석과 감상 시간이었습니다.
곽호영 시인께서 낭독해주셨습니다
이별 후의 기다림
봄을 기다리면 봄이 옵니다
꽃을 기다리면 꽃이 핍니다
기다림은 오는 것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오지 않을 것을 기다리는 것은
기다림이 아닙니다
그럼, 이별 후에도 당신을
기다리는 기다림은 무엇이라 할까요
박숙경 시인께서 낭독해주셨습니다
제비꽃
가장자리 길에 좌판을 편
너를 만나
허리를 굽혔다가
쪼그려 앉아서는
찬찬히 머물러서 본다
풀숲 사이에서 나온 긴
꽃줄기 끝 연보라에
햇볕의 가장자리로 밀려난
더 작아질 수 없는
당신이 보여
덩굴손으로 기어오르던
당신의 험난했던 한 세상이 보여
가슴을 친다
제비는 잊었어도
제비꽃은 제비를 기다립니다.
이창미선생님(경서중학교 교수부장님)의 낭독입니다
상족암
겨울바람은 허공을 세게 겨누었는데
짱돌은 엉뚱하게 사천바다케이블카가 맞았다
멍은 여행에 들뜬 우리가 들었다
손 빠르게 행선지를 바꾸었다
여행 같은 인생에서
아직 바꿀 행선지가 있는 것은 축복
아직 바꿀 시간이 남아 있는 것도 감사
상족암으로 방향을 틀었다
바람이 바다 운치를 더한다
같은 바람이라도 이렇게 다르다
그러니 인연이란 게 있는 거다
촌집 장작처럼 쌓인 암벽 앞
파식대에 있는 물웅덩이들이
공룡의 발자국이란다
내 늙은 상상력으로는
공룡이 걸어가지도 날지도 않는다
사진 몇 장 찍고 돌아서는 내게
상족암이 공룡 풀빵을 건네며
한 말씀 던진다
네 안에 숲, 어린아이가 없어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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