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인물 한국사]48ㅡ20. 대마도 정벌의 영웅들 쇠고랑을 차다20
성공적인 대마도 정벌로 대박찬스를 붙잡은 이종무! 그러나 운명은 그에게 꽃길을 허락하지 않았다. "군대가 무슨 짤짤이 하는 곳임까? 아무리 정신줄을 놨기로서니 어떻게 제비뽑기로 특공대를 조직합니까? 애들이 무슨 화살받입니까? 자고로 군대라 하면, 건제를 유지하고 통신을 확보하고 지휘가 일원화 되어야 하는데, 적지로 내보내는 병력을 제비뽑기로 뽑아 보내다뇨! 이건 정신줄을 놨다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의금부의 강력한 항의! 그리고 이어지는 콤보! "전쟁영웅은 무슨 전쟁영웅입니까? 얘들 전부 잡아다가 국문해야 합니다!"
방금 전까지 전쟁영웅 대접을 받았던 이종무와 원정군 사령부…. 그러나 이제는 그 누구도 그들을 전쟁영웅으로 보지 않았다. 아니 전쟁영웅이 뭔가? 잘하면, 죄인으로 끌려나올 판이었다.
"야야, 네들 말이 너무 심하잖아. 원래 전쟁 하다 보면 가끔 정신줄을 놓기도 하고, 바지에 오줌도 싸는 거야. 네들이 아직 실전을 경험하지 못해서…" "이게 실전이랑 무슨 상관임까? 전투 중에 벌어진 일이 아니라 병력운용을 하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인데…" "시끄러! 전쟁터에 나가지도 않은 놈들이 뭘 안다고 지껄이는 거야?" "상왕전하! 이번 건을 계속 묵인하시면, 군율이 서지 않슴다!" "이것들이… 확 네들을 제비뽑기로 자르는 수가 있어?" "상왕 전하!"
태종은 결사반대의 입장이었다. 왜 그랬을까? 전쟁영웅 이종무에 대한 애정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승리기분에 도취되어 있었기 때문일까? 당시 태종의 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이 있어 잠시 소개할까 한다. (상략)"박실의 패군한 죄는 모두 다 아는 바이지만, 만약 법대로 논한다면, 유정현이 도통사가 되어서 즉시로 실을 구속하고 벌을 줄 것을 청하지 아니하였으니, 그것은 역시 죄 되는 일이므로, 이제 장온을 무고죄로 벌주고, 여러 장수들을 상 주었다가, 또 다시 정현과 종무를 옥에 하옥한다면, 나라 사람들에게 부끄러움이 있지 않겠는가. 하물며 동정할 때에는 승리가 많았고 패전은 적지 않았는가. 뒷날의 일도 역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니, 만약 대거(大擧)할 계획을 한다면, 또한 권도(權道)를 써야 할 것이나, 내 어찌 그런 일로 하여, 끝까지 그 죄를 치죄하지 않을 수야 있겠는가. 이제 실은 공신의 자식이라 하여, 면죄시키게 하라."(하략)
- 조선왕조실록 세종 1년(1419년) 8월 16일의 기록 中 발췌
딱 보면, 느낌이 오지 않는가?
"야! 얘네들 돌아 온지 며칠이나 됐다고 이 지랄이야? 마! 쟤들 원정 성공했다고 내가 상주고, 술판 벌였는데…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서 저 색희들 나쁜놈이라고 잡아 가두면, 난 뭐가 되는 거야? 이것들이 말이야. 상왕 알기를 아주 우습게 알아…. 마! 나도 체면이라는 게 있어!"
그랬다. 상왕으로 물러나 있지만, 이 나라 조선은 아직까지는 태종의 나라였다. 이런 태종의 체면이 걸려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간관(諫官)들이 어디 보통내기들이던가?
"전하! 이종무는 쓰레기라니까요! 어떻게 제비뽑기로 특공대를 조직합니까? 이종무를 파직시키고, 당장 국문을 열어야 함다!" "공은 공이고, 과는 괍니다! 공과를 제대로 따져보면, 이종무가 한 일 없습니다! 걘 그냥 가서 손 흔든 거 밖에 없습니다."
조정대신들이 벌떼같이 들고 일어났지만, 태종은 묵묵부답. 아니, 오히려 이런 비난을 비웃겠다는 듯 이종무를 승진시키기에 이른다. 정역(鄭易)을 의정부 찬성에, 이종무를 장천군(長川君)에, 이중지(李中至)를 중군 동지총제(中軍同知摠制)에, 정경(鄭耕)을 전라도 수군도절제사에 임명하였다.
- 조선왕조실 세종 1년(1419년) 8월 25일의 기록 中 발췌
태종으로서도 체면을 포기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상식적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을까?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전쟁영웅으로 국가적으로 포상을 내리고, 그 공로를 치하했는데 이제 와 죄인이라고 감옥에 집어넣는다면, 그 동안 이들을 치하하고, 포상을 내린 태종은 뭐가 되냐는 것이다? 일은 점점 더 꼬여만 가는 상황! 태종과 세종의 이런 강경한 반응(실제로 세종은 별로 한 게 없었다. 군사 분야의 일은 전부 태종이 쥐고 흔드는 상황… 아니 군사 분야뿐만이 아니라 조정의 대소사에 직접 관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종은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에 간관들과 대신들은 강경책으로 맞대응 할 수밖에 없었다. 과연 이종무는 끝까지 전쟁영웅의 칭호를 유지할 수 있을까? 이야기는 다음회로 이어진다. |
첫댓글 과연 이종무는 끝까지 전쟁영웅의 칭호를 유지할 수 있을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수고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