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역이 이렇게나 우아한 미술관으로 변모할 수 있다니.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이 따로 있는게 아니다.
그럼 호박에 줄 그으면 수박된다는 말도 어느정도 정당성을 갖는건가..?
mp3에 해설을 담아오긴 했지만 어제와 같은 아쉬움을 남기지 않기 위해 치밀한 동선계획이 필요했다.
가이드맵을 수시로 보아가며 check, check 또 check!
시간에 맞춰 늦었다 싶으면 서둘러 봤다가 여유있다 싶으면 천천히도 둘러봤다가,
또 명작 같은 경우엔 시간 좀 들여 몇 번이고 보아가며 진지하고 심도있게 관람하고,
내 관심 밖 작품이다 싶으면 재빠르게 시선만 한 번씩 던져주며 패스, 패스!
오후 3시까지 인상파 이전과 인상파, 후기인상파까지의 작품들을 두루 살펴보고
그 후 1시간 반여 로비에 따로 마련되어 있던 "세잔에서 피카소까지"라는 기획전시 관람,
이후 폐관시간까지 2층의 기타 회화작과 조각품 및 공예품들을 둘러보는 것으로 미술관 관람 쫑!!
서두르거나 조급해하지도 않으면서 강물따라 유유히 흘러가듯 정한 동선대로 이동하며.
루브르에선 제한적으로 프랑스 회화대작실에서나 맛보았던 명작들을
오르세에선 발걸음을 옮기는 곳마다 마주할 수 있다는 데에 놀라운 흥분과 기쁨이 자리잡고 있었다.
노동을 매개로 자연과 인간의 아름다운 조화를 그려낸 장 프랑수아 밀레,
현실을 보는 진실의 눈을 가진 화가 자신의 개성을 과감없이 보여준 구스타브 쿠르베,
빛과 색채의 창을 연 에두아르 마네,
그림을 그리는 그 순간의 햇빛과 장소와 시간을 조화시켜 멋진 교향곡같은 대작을 완성한 클로드 모네,
찬란한 점묘의 신비를 화폭 위에 섬세하게 뿌려낸 조르주 피에르 쇠라,
입체와 공간 그리고 평면을 끊임없이 탐구한 폴 세잔,
원시의 태양에 녹아버린 사나이 폴 고갱,
격정의 삶, 불멸의 신화를 이뤄낸 빈센트 반 고흐, 등등. 르느와르와 드가는 또 어떤가!
감상도 감상이지만 서양미술사를 전반적으로 이해하고 그 지식을 습득하는 개인학습이 따로 없다.
하나하나 머리 속에 저장시켜가며 각 화가별 특징들을 요약해보고
화가들 나름의 독특한 화풍을 다른 느낌, 다른 시선으로 느껴보기도 하고.
정말 이보다 더 생생하게 살아있는 미술교과서가 따로 있을까.
오르세 미술관을 책을 덮듯 반으로 딱-접어서 옆구리에 끼고 다니며
심심할 때마다 펴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폐관을 알리는 종소리에 맞춰 밖으로 나오니 다행히 비는 그쳐 있었다.
다양한 뷔페 음식을 거하게 챙겨 먹은 듯 오랜만에 느껴보는 충만감에 몸이 뒤뚱거릴 정도다.
스폰지처럼 한시도 쉬지않고 보는 족족 흡수해 버리느냐고 정신적 탈진상태에 이르러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나는 미술비평가가 됐음직한 자신감에 빠져들었다.
우물을 갓 벗어난 개구리의 무모한 베짱이라도 좋다, 120% 만족이다! 므흣므흣~
늦은 오후? 이른 저녁? 7시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요며칠 걸렀던 하겐다즈를 사들고 높은 계단을 올랐다.
꼭대기에 오르고 보니 불어오는 바람 한번 시~원하고,
넓게 트인 파리시내 전경도 기막히게 시~원하구나!
시내전경을 찍고 있는데 한 여자가 다가오더니
"카메라 이리 주세요, 제가 사진 찍어 드릴게요"
흐린 날 혼자서 풍경사진만 줄창 찍어대는 것이 꽤나 측은해 보였던 걸까.
부탁도 안했는데 찍어준다고 하니, "노 땡뀨"하고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찰칵"
역시나 바람에 머리 가닥들이 안테나처럼 하늘을 향해 삐쭉 솟아 안찍음만 못한 사진이 나와버렸다.
혼자 잘 놀고 있었는데 괜히 가엽게 만들질 않나,
그렇다고 사진도 예쁘게 찍어주지도 못하면서-_ -;;
몽마르트 언덕 위에 사뿐히 자리잡고 있는 사크레쾨르 성당
"사크레 쾨르", "성스러운 마음"이란 뜻이라는데
전체적으로 하얀 성당 외관이 이 이름이 갖는 의미를 더 잘 살려주는 듯.
다시 빗방울이 떨어질 태세,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_+ 안돼~~
양쪽의 청동상은 잔 다르크와 생 루이.
몽마르트 언덕의 맘에 쏘옥 들었던 한 포인트"
아- 난 툴루즈 로트렉풍의 포스터 그림만 보면 사정없이 달아오르니 이를 어째;;
요렇게 깜찍하고 아담한 몽마르트 언덕의 어원이
"순교자들의 시체를 쌓아두었던 언덕"이라는데서 나왔다니 왠지 언발란스-;;
찾았다!
등에 불이 켜지고 저녁의 어스름이 찾아든 몽마르트 언덕의 골목길 끝에
사크레쾨르 성당의 돔이 살짝 드러나 보인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나지막한 담소 속으로
카메라의 디지털화된 찰칵소리가 은근슬쩍 묻혀 버리는 저녁.
첫댓글 여행기 잘 보고 있어요 ^-^ 마치 제가 다녀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는 ㅎㅎ;;; 프랑스 정말 가고 싶네요~
프랑스 갈 기회가 언젠간 꼭 생길테니 제 여행기로 예행연습 단단히 해두세요~-ㅁ-
와~~작년 제모습입니다.하하... 저는 두달동안 40 번 정도 미술관 누볐었거든요(물론 두세번 간 곳 포함) 오기전날 무릎이 고장나서 쉰거 빼고는 참 많이도 다닌 생각 납니다. 다시는 못하지 싶어요.^^ 젊을때 스폰지처럼 빨아들이는 자세가 넘 아름답습니다.
이야~ 정말 대단하신데요?? 싸부님으로 모셔야겠어요ㅋ^-^
참 정리도 잘하시네요... 꼼꼼하게 정리해서 여행기로 남기시는거 인상적이예요. 매번 머릿속에, 눈도장찍고 오는게 제일이야.. 했었는데 다음 여행에는 저도 어느정도(?)는 정리하면서 여행해볼께요..
이것저것 기념품 사오는 것 말고도 하루에 조금씩 끄적여 놓은 것들이 나중에는 단 하나뿐인 훌륭한 기념품이 되기도 하니까요 ㅎㅁㅎ 사실,, 혼자다니다보니 심심해서;;ㅋ
글도 참 센스있게 잘 쓰시는것같아요..... ㅋㅋ 님의 사진이 없어서 조쿰 아쉽네요.ㅋㅋ
사실 이번 여행 사진도 많이 안찍은데다가 여행도 혼자 다니다보니 독사진은 다섯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에요ㅠ 초반 여행기때 두세장 올렸던 것 같은데 궁금하시면;; 찾아보셔요^-^;; 엽기사진 이런거 올려가며 재밌게 쓰고픈데 이렇게 안찍었나 싶을정도로 사진이 없네요ㅠ
와우~~저도 정말 잘 읽고 있어요 ^^ 근데, 미술이나 서양사에 원래 관심이 많으셨나요?? 저도 가슴으로 느끼고 오고 싶은데 워낙에 역사와 예술을 싫어해서 걱정이에요 ㅡ,.ㅡ
관심은 있었지만 여행가기 두달전부터 빡세게 읽은 책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까 뚤뚜루님도 가기 전에 여유만 있다면 책 몇권만 읽어가셔도 큰 도움이 될거에요^-^ 생각보다 재밌어서 싫어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걸요?
저도 박물관 구경 제대로 하고 싶은데 당췌 어떤 책을 읽어야 될지, 머리 꽤나 아프겠는데..;;;ㅛ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는 책들 생각보다 많아요, 나중에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알려주세요, 제가 읽었던 책 목록정도는 리스트 촤르륵~ 뽑아드리죠 ㅎㅁㅎ
글읽으면 항상 드는 생각인데 영어를 정말 잘하시는듯..저도 그러고싶은데 혼자가서 영어도 안되면 정말 안되는걸까요?ㅜㅋ
기본영어로 불편함 없이 잘 다녔으니까 걱정안하셔도 될 것 같아요. 영어는 선택사항이지 필요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
정말 개인적으로 파리가 좋았어요~ 샤크르퀘르는 정말 좋아요~~ 비맞고 몽마르뜨를 돌아다녔지만 좋더군요! 마음이 편해지는 곳 ^^ 오르세는 짱짱~~누가 가든 감성이 팍팍 일어나는 곳^^
저도 가기 전엔 사람들이 파리,파리 해대서 별로였는데 정말 가보니 파리만큼 매력적인 곳도 없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