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노팅엄 포레스트에서 뛸 때 '축구계의 피카소'란 얘기를 들었던 스코틀랜드 대표팀 레전드 존 로버트슨이 오랜 투병 끝에 성탄 아침에 7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영국 BBC 방송과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1975년부터 1993년까지 무려 18년이나 노팅엄 포레스트를 지휘했던 브라이언 클러프(2004년 69세로 타계) 감독은 "로버트슨은 프로 선수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외모를 가진 선수였다. 지저분하고, 몸도 좋지 않았고, 시간 낭비만 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를 키울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는 내가 본 최고의 축구 선수 중 한 명이 됐다"며 선수를 칭찬하는 것인지, 자신의 지도력을 자찬하는지 모를 얘기를 늘어놓았다. 클러프의 정확한 발언은 "우리 경기의 피카소"였다. 로버트슨은 담배를 몹시 좋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버트슨은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스코틀랜드를 대표했던 레프트 윙어다. 1970년부터 1983년까지 노팅엄 포레스트 유니폼을 입었는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의 전신인 유러피언컵 2연패의 일등 공신으로 기억된다. 로버트슨은 1978~79시즌 대회 결승에서 말뫼(스웨덴)를 상대로 트레버 프랜시스의 결승골을 도와 1-0 승리에 힘을 보탰고, 다음 시즌 대회 결승에서 함부르크(독일)에 결승골을 넣어 1-0 승리에 앞장섰다. 또 1976년 12월부터 1980년 12월까지 243경기 연속 출전이란 대기록도 남겼다.
그는 노팅엄에서 386경기 61골, 스코틀랜드 대표팀에서 28경기 8골을 기록했다. 스코틀랜드 대표로는 1981년 라이벌 잉글랜드를 상대로 페널티킥 결승골을 넣으며 이끈 1-0 승리, 1982 국제축구연맹(FIFA) 스페인월드컵 조별리그 6조 뉴질랜드전에서 쐐기골을 터뜨리며 거둔 5-2 승리 등으로 찬사를 받았다.
1953년 1월 20일 노스 래너크셔의 뷰파크 지역에서 태어난 로버트슨은 드럼채펠 아마추어스와 스코틀랜드 유소년 팀에서 뛰었으며, 1970년 5월 포레스트에 합류해 그 해 말 데뷔전을 치렀다. 1975년 클러프가 부임하기 전부터 이적 명단에 있었던 그는 아이콘이 된 그 아래 핵심 선수로 자리 잡았다.
로버트슨은 1978년 리그컵 결승 재경기에서 리버풀을 상대로 승리하며 페널티킥으로 결승골을 넣었다. 1983년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적료를 받고 더비 카운티로 옮겼는데, 이 이적은 클러프와 자신을 보좌하던 피터 테일러(1992년 62세로 타계)의 사이가 나빠진 것이 원인이었다.
초기 부상으로 인해 로버트슨은 카운티에서의 발전을 방해했고, 1985년 포레스트로 복귀했음에도 예전의 기량을 되찾지 못해 넌-리그 팀인 코비 타운, 스탬포드, 그리고 그랜섬 타운으로 옮겨다녔다.
포레스트에서 그는 1부 리그와 2부 리그 우승, UEFA 슈퍼컵, 두 차례의 풋볼 리그 컵, 1978년 FA 자선 실드, 앵글로-스코틀랜드 컵도 우승했다. 그리고 2015년에는 노팅엄 포스트가 선정한 역대 포레스트 선수 중 가장 좋아하는 선수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포레스트 주장을 지낸 존 맥거번은 그를 "라이언 긱스와 비슷하지만 두 발이 좋은 선수"라며 능력도 더 뛰어났다고 돌아봤다.
은퇴 이후 로버트슨은 와이컴 원더러스, 노리치 시티, 레스터 시티, 셀틱, 아스톤 빌라에서 포레스트 동료였던 마틴 오닐을 보좌했다. 로버트슨은 와이컴이 풋볼 컨퍼런스와 3부 리그에서 승격하고, 레스터와 함께 1부 리그로 승격하는 데 기여했으며, 리그컵도 우승했다.
셀틱에서는 더 성공적이었는데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 세 차례, 스코티시 컵 세 차례, 리그 컵을 한 차례 우승했고, UEFA 컵 결승에도 올려놓았다. 그리고 2010년 로버트슨의 감독 마지막 시즌에 빌라는 리그컵 준우승을 차지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그의 딸 제시카는 1983년에 뇌성마비를 갖고 태어나 사지가 마비돼 말을 하거나 움직임을 조절할 수 없었다. 기대 수명도 짧았다. 1994년, 로버트슨과 전 부인 샐리는 제시카가 태어난 병원에 제왕절개 지연으로 뇌 손상을 입혔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했지만, 고등법원에서 패소하고 말았다. 제시카가 어떻게 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로버트슨의 다른 딸은 2007년 BBC 퀴즈쇼 'TNL, 누가 감히 이겨'(Who Dares Wins) 첫 회에 출연했다.
그는 2012년 9월 자서전 '슈퍼트램프'에 어린 시절 레인저스를 응원했지만, 셀틱에서 오닐을 도왔던 시절을 축구 인생 최고의 시기로 묘사했다. 로버트슨은 2013년 8월 23일 포레스트 동료였던 리암 오케인과 테니스를 치다가 심장마비로 의심되는 증상을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