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답하기 – 세간이 없는 출세간은 없습니다
< 질문 >
항상 자상한 가르치심에 고개 숙여 인사드립니다.
위빠사나 수행을 하면서 출세간을 지향하며 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가정이나 직장이나 사회에서 세간의 삶을 사는 사람들과 많은 갈등이 있습니다.
< 답변 >
세간을 받아들여서 이해하고 현상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이 출세간으로 가는 길입니다. 여기서 출세간과 출세간으로 가는 길은 다릅니다. 출세간은 완성이지만 출세간으로 가는 길은 아직 미완성입니다. 출세간으로 가는 길에서는 세간과 갈등이 있습니다. 아직 출세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출세간에서는 세간과 갈등이 없습니다. 출세간이란 옳고 그름이 없고 선과 악이 없이 모든 것에서 분별을 일으키지 않는 정신세계입니다. 만약 내가 세간의 일에 대해 갈등을 느낀다면 출세간이 아닌 출세간의 길을 가고 있는 수행자라고 알고 더 노력해야 합니다.
세간이 없는 출세간은 없습니다. 출세간은 무상, 고, 무아를 알아 어떤 것도 집착하지 않아서 해탈의 자유를 누리는 정신세계입니다. 그러므로 세간을 어떻게 받아들여서 이해하는가에 따라 출세간의 길이 열립니다. 세간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지배하는 세계입니다. 이런 세계에 사는 사람은 이런 세계에 살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사는 사람입니다. 아직 출세간의 통찰지혜가 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출세간을 지향하는 사람은 이런 세간의 사람에 대해 동정과 연민의 마음을 가지고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그들을 잘못이라고 판단하면 분별이 일어나 출세간을 갈 수 없습니다.
저는 사람을 볼 때 팔정도인 계정혜로 봅니다. 아직 알아차리지 못해서 도덕적이지 못한 사람은 계가 이루어지지 않는 사람으로 판단합니다. 그러나 언젠가 계의 단계에 이를 수 있는 가능성이 사람으로 봅니다. 단지 아직 계에 이르지 못한 과정에 살고 있을 뿐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의 그런 현상을 업의 과보로 봅니다. 그도 어쩌지 못해서 그러고 있다고 알면 동정과 연민의 마음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계의 단계에 머물러 지나치게 계율만 강조하는 사람도 아직 정의 단계에 이르지 못한 상태라고 봅니다.
다음으로 어떤 사람은 정의 단계에 있는 것을 봅니다. 정에는 선과 악이 있고 옳고 그름이 있습니다. 그리고 자아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기적인 욕망도 있어 비난과 다툼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단계에 있는 사람은 수행도 합니다. 바로 이 단계가 선정의 단계입니다. 이런 사람을 볼 때 아직 지혜를 얻지 못해 정의 세계에 머물고 있는 것을 봅니다. 그러나 이 단계에 있는 사람도 언젠가 혜의 단계에 이를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지 업의 과보로 정의 세계에 머물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면 그들의 허물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세간입니다.
마지막으로 혜에 이른 사람은 대상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기 때문에 계에 이르지 못한 사람도 계에 머물고 있는 사람도 모두 이해합니다. 그리고 정에 머물고 있는 사람도 이해합니다. 그들은 모두 향상될 수 있는 과정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아직 지혜가 나지 않았지만 불가피하게 그 상태에 머물고 있는 것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이 바로 혜의 단계입니다. 이때의 혜의 단계가 바로 출세간입니다. 그래서 세간이 없으면 출세간이 있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출세간이란 단지 대상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려서 어떤 차별도 일으키지 않는 정신세계입니다. 이때의 마음을 단지 작용만 하는 마음이라고 합니다.
묘원 올림
첫댓글 은혜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