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례’와 ‘래’가 교차하는 외나무다리
모음 하나 살짝 비껴섰을 뿐인데
이름은 오래도록 오해의 젖은 옷을 입었다
혀끝에 오래 고여 있던 음절들
부패하지 않고 익어간 서러움 위에
타인의 낯선 시선이 서리처럼 내릴 때
내 자음과 모음은
주소 없는 빈칸의 휑한 각도
이름들이 파도처럼 범람하는 세상에서
나는 나 혼자 안으로 깊어지는
어둔 모퉁이였다
이제 그 뜨락에 묵직한 닻을 내린다
글이라는 깊은 이랑 위에
내 진짜 이름을 단단히 돋을새김한다
방황하던 하나의 음절이
비로소 하나의 문장이 되는 날
마침내 내 이름의 뜨락에
푸른 봄 풀이 돋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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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아~하)
이름의 뜨락
박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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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7
26.07.30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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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덧붙입니다
이름, 그 뜨락을 걷다
박희래
낯선 이름
입술에 맴돌다 혼란스러운 성별
‘례’가 찍은 여자와 ‘래’의 남자 구분법 속
내 안에 부유하는 모호한 빛
동사무소 근무하던 시절 가슴엔
명찰에 새겨진 이름 보고 동명이인이 알 수 없는 반가움 한 줌이 흘러
별안간 낯선 타인의 경우와 닿다
지금은 인터넷 바다
낯익은 이름들이 물결쳐 오르는데
중국의 주석 후보에 오른 거대 그림자, 빛나는 스크린 속 여배우
내 얼굴 없는 이름은
먼지처럼 흩어져도
무명의 고요한 단상, 자유
이제 글로 닻을 내리니
나란 존재, 한 줄기 빛으로 공인을 칭한다
이름이 품은 고요한 의미
독자 심연에 마음을 던지는 파도
내가 걸어가는
내 안의 뜨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