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지금 종교개혁을 말하는 이유
종교의 시대는 가고 있다.
더 이상 ‘으뜸 되는 가르침’이 아니다.
과거에 종교는 하늘의 대리자 역할을 했다.
종교인들의 말은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여졌고
권위는 하늘을 찔렀다.
황제마저 교황에게 무릎을 꿇었던 중세시대
‘카놋사의 굴욕’이 상징적이다.
우리 역사에서도 승려 신돈이나 보우처럼
국왕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종교인의
사례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현대에 들어와 종교, 특히 개신교와 천주교는
서양 문명의 도래와 흐름을 같이 했다.
초대 국회의장 이승만이 국회에서 제일 먼저 한 일은
‘하나님에 대한 기도’였다.
문명과 지도층은 기독교를 매개로 결합해 세를 확장했다.
경제 발전과 함께 두 종교의 인구는 상승 곡선을 그렸다.
반면 불교는 ‘민족 문화 유산의 수호자’라는
이미지를 내세우며 이에 맞서왔다.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를 거치며 종교는 권력을 옹호하거나,
때로는 권력에 맞서면서 사회적인 영향력을 유지했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글로벌화,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됐다.
무엇보다 개인화 흐름이 거세다.
인구는 빠르게 줄고 있다.
사회 발전, 과학 기술의 진화, 문화적인 변화는
종교의 입지를 줄였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종교의 위기는 심화하고 있다.
지난주 만난 한 종교인은
“코로나19 사태 전과 비교해
종교 시설에 나오는 신도 숫자가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떠난 신도들이 코로나19가 종료되는 시점에도
돌아오지 않는다며 걱정이 컸다.
조사 결과도 종교의 쇠퇴를 보여준다.
한국리서치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해 12월 7일 발표한
‘2022 종교인식조사’가 그것이다.
2021년에 비해 5대 종교의 호감도가 모두 떨어졌다.
일반인들만 그런 게 아니다.
종교인들 스스로 평가한 호감도도 전년보다 하락했다.
종교가 내 삶에 영향을 준다는 응답 또한
1년 전보다 4%포인트 낮았다.
‘종교 없음’이라고 답한 비율도 4년 전보다 3%포인트 늘었다.
특히 2030세대 무종교 비율이 크게 늘었다.
2004년 20대의 45%가 종교를 믿었지만
2021년에는 22%로 급감했다.
30대 역시 2004년 49%에서 2021년 30%로 감소했다.
종교의 위기를 불러온 것은 사회적인 환경 변화나
코로나19와 같은 예상치 못한 상황만은 아니다.
종교 내부 탓도 크다.
종교인이 지적, 문화적, 윤리적 측면에서
일반인보다 낫다는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3.1절에 일장기를 내건 목사,
대통령 부부가 비행기에서 추락하라고 기도한 신부,
부적절한 곳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하다 들킨 승려….
성범죄를 저지른 종교인들의 사례는
잊을만하면 뉴스에 등장한다.
한마디로 “배울 게 없고,
문화적으로 뒤처졌으며, 친절하지도 않다.
윤리적인지도 의문이다”로 요약할 수 있다.
종교인에 대한 ‘신뢰의 위기’야말로 종교 위기의 본질이다.
종교가 믿고 따르는 이들의 마음을 얻으려 하기보다
국고보조금에 기대고 십일조를 강요하며
복을 비는 행태에만 주력한다면 정상은 아니다.
‘정신’보다 ‘물질’을 숭상한다는,
‘직업으로서의 종교’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이런 종교인들이 많다면 종교의 미래는 밝을 수 없다.
지금 종교 개혁이 필요한 이유다.
소종섭 트렌드&위켄드 매니징에디터 kumk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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