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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장
“너로군. 며칠 전부터 겁 없이 저택을 휘젓고 다니던 쥐새끼가.”
“카일…!”
힐다를 바라보는 카일의 두 눈동자 위로 새빨간 빛이 강렬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기척조차 없이 갑작스레 들이닥친 카일로 인해 사라의 얼굴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생각보다 훨씬 더 재빠른 반응이었다. 예상치 못했던 그의 등장에 사라가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야무지게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 사이, 카일의 붉은 눈동자에 반응이라도 하듯 주위의 음습한 공기들이 힐다의 주변으로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사라는 어떠한 행동을 취해야 하는 것인지 쉽사리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힐다를 믿기엔, 그동안 떨어져 있던 시간이 꽤나 길었다. 그 시간 내내 루인스의 밑에서 몸을 숨기고 지내온 자가 아니던가. 몇 년 전만해도 유일하게 맘을 터놓았던 그녀였지만, 그로부터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나버린 지금, 과연 변하지 않은 것이 있을까하는 의구심에 빠져들었다. 생각의 정리를 미처 다 끝마치지 못한 그녀에게로 스산한 바람이 화악 밀려들었다. 혼란스러운 눈동자로 앞을 바라보니, 이미 힐다의 주위엔 검은 그림자가 위협적인 모양으로 일렁이고 있었다. 그녀가 정말 루인스의 심복 노릇을 하러 이곳으로 온 것이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흔적도 없이 없애버리는 편이 나았다. 하지만… 그녀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자꾸 흐려지는 시야를 바로 잡으며 사라가 힘겹게 검은 그림자 안에 갇힌 힐다의 형상을 들여다보았다.
‘아주 솔직히 말씀드린다면… 전 사라님을 동정합니다.’
어둡게 비춰지는 힐다의 얼굴에서 옅은 미소가 번졌다. 하지만 사라가 그것을 발견하는 순간, 카일의 입가로 서늘한 냉소가 떠오르며 붉은 눈동자가 크게 번뜩였다.
“안 돼!”
힐다의 주변에서 맴돌던 강력한 기운들이 한 순간에 모두 그녀에게로 달려들었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다는 듯 그녀는 담담히 눈을 감았고, 사라의 다급한 외침은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허공에서 산산이 부서져 사라졌다. 굳게 닫혀있던 창문마저 벌컥 열리며, 어두운 기운이 밀집되어 있던 방 안으로 날카로운 바람이 거세게 휘몰아쳤다. 힐다를 향하던 섬뜩한 그림자들이 순식간에 모두 사그라졌고, 사라의 두 눈동자 위로 붉은 빛이 짙게 떠오르고 있었다. 익숙한 힘의 기척을 알아차린 힐다가 흠칫 놀라며 재빨리 눈을 떴다.
“사라…님?”
분명 그것은 뉴본의 힘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의 강렬한 기운이었다. 카일의 힘을 순식간에 잠재운 그녀의 기운은 차가운 바람을 일으키며 허공으로 산산이 흩어졌다. 셋 위로 정적이 무겁게 내려앉을 무렵 사라의 붉은 눈동자는 다시 본연의 색을 되찾았다. 그녀를 바라보는 카일의 눈동자는 싸늘히 굳어가고 있었고, 갑작스런 힘의 충돌에 놀란 힐다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 둘의 눈치만을 살피고 있었다. 카일의 앞에서 힘을 썼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위험한 일일 수 있었다. 아무리 엘도리안 가의 가주라 하더라도 그녀의 정체를 모두 눈치 채지는 못했을 것이라 여겼기에.
“다른 자와 계약이라도 맺은 건가.”
카일의 싸늘한 목소리에 흠칫 놀라 고개를 돌리던 사라가 살짝 몸을 휘청거렸다. 뱀파이어가 된 후 한 달조차 채 지나지 않은 몸으로 그리 강한 힘을 뿜어낸 것 자체가 무리였으리라. 위태로워 보이는 사라의 모습에 힐다가 황급히 몸을 일으켰지만, 그보다 먼저 카일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부축했다. 머릿속으로 무거운 돌덩이가 가득 들어앉은 것만 같은 기분에 그녀는 한껏 미간을 찌푸리며 관자놀이를 지그시 내리눌렀다.
“그럴 리가요….”
작은 한숨을 푹 내쉬던 그녀가 어지러운 시야를 힘겹게 힐다에게로 옮기며, 빨리 가보라는 눈짓을 해보였다. 단번에 그 눈짓을 알아차린 힐다였지만 쉽사리 발걸음을 뗄 수는 없었다. 힐다가 카오루스 가의 인물이라는 것을 모를 리 없는 카일이, 그녀를 도와준 사라에게 의심을 품게 될 것은 불 보듯 훤한 일이었다. 자칫 사라의 신변까지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 혼자 모른 척 발을 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랫입술을 살짝 베어 문 힐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모습에 사라가 골치 아프단 표정을 지으며 허리로 둘러진 그의 팔을 슬그머니 떼어놓았다. 그녀는 삼년 전과 다를 바 없이 여전히 굳건하고, 강직한 모습이었다. 쉽사리 꺾이지 않을 고집이란 것을 알았기에 작게 한숨을 내쉬던 사라가 가만히 한쪽 손을 올렸다. 힐다의 모습과 기척을 없애기 위해 그녀의 두 눈동자는 다시 한 번 붉은 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과연 몸이 또 버텨줄 수 있을까.”
그러나, 그런 그녀를 막은 것은 다름 아닌 카일의 목소리였다. 평소보다 조금 더 힘 실린 목소리로 말을 잇던 그가 사라의 팔을 한 손에 움켜잡았다.
“방금 전, 그만큼의 힘을 쓴 것도 그 몸으론 충분히 무리였어.”
부정할 수 없을 만큼 그녀를 정확히 꿰뚫는 말이었다.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한 사라가 눈동자 색을 슬그머니 거두자, 그의 큼지막한 손이 눈꺼풀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는다.
“조금 쉬는 게 좋을 거야, 사라.”
그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귓전을 울리자마자, 거짓말처럼 그녀는 온 몸의 힘을 놓으며 깊은 수면 속으로 빠져들었다. 위태롭게 바닥으로 추락하는 가녀린 몸뚱이를 재빨리 잡아챈 그가 품속으로 그녀를 사뿐히 안아들며, 서늘한 눈빛으로 힐다를 바라보았다. 갑작스레 정신을 놓아버린 그녀의 모습에 힐다가 놀란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잠든 것뿐이니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어. 그보다, 너에게 하나 물을 것이 있다.”
위압적인 그의 목소리에 힐다는 저도 모르게 한쪽 무릎을 굽히며 자세를 낮추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카일이 입가에 냉소를 띠운 채 말을 이었다.
“너가 진심으로 그녀를 위한다는 가정 하에 묻겠다. 그녀가 이대로 카오루스 가에 끌려가기를 원하는가.”
생각지 못했던 질문에 말문이 막힌 듯 힐다는 아무런 말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카일을 그저 혼란스러운 눈동자로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나 그의 품에 안겨있는 사라를 보며 허공에서 불 안정히 떠다니는 정신을 다시 바로 잡았다. 냉정하게 생각한다면 그녀가 있어야 할 곳은 물론 카오루스 가였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틀에 끼워 맞춰져 있는 대답이었을 뿐, 정해져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녀가 루인스의 탐욕을 채워줄 도구로 이용되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 이대로 그 자의 손에 다시 붙잡혀 가기라도 한다면 그녀를 둘러싼 모든 것은 지금보다 더 심각한 갈등에 빠지게 될 것이 분명했다. 이 모든 것이 그녀에게 새겨진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 할지라도 그 모든 고리를 산산이 부셔놓고 싶은 맘뿐이었다. 다시 한 번 굳건한 의지를 되찾은 힐다의 눈동자가 방 안으로 여리게 쏟아져 내리는 달빛보다 환한 빛을 내뿜었다.
“그렇다면 지금, 그녀를 지켜줄 수 있는 자가 누구인지도 알 것이라 믿겠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힐다가 그에게 묵례를 해보이며 예를 갖추었다. 그의 말 속엔 한 치의 거짓도 담겨있지 않았다. 그와 같은 순혈은 아니었지만, 그 정도는 느낄 수 있었다. 진실로 날카롭게 빛나는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힐다는 알 수 없는 확신을 얻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둘을 번갈아 바라보던 그녀가 입술을 야무지게 다문 채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그와 동시에, 어두운 밤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아 있는 방안으로 차가운 바람이 세차게 들어찼다. 머리칼을 흐트러뜨리는 갑작스런 바람에 카일이 미간을 찌푸리며 앞을 바라보았으나, 그 곳엔 이미 검은 바람만이 희미하게 스치고 있을 뿐, 힐다의 흔적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무미한 한숨을 푹 내뱉은 그가 품에 안겨 있는 사라에게로 시선을 옮겨 차갑게 굳어있던 눈동자를 조금씩 눅잦혀 놓았다. 몸에 많은 무리가 실렸다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그녀는 아주 깊은 수면에 빠져있었다. 모든 힘을 되찾기 위해선 아직 조금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리라. 사라의 감겨있는 눈꺼풀 위로 부드럽게 입술의 흔적을 남긴 그가, 그녀의 가녀린 몸을 침대 위로 눕혀놓았다. 매끄러운 목선 위에서 펜던트는 여전히 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엿보는 것이 취미인가.”
침대 끄트머리에 걸터앉아 펜던트를 어루만지던 카일이 어두운 정적이 깔려있는 방안에 건조한 목소리를 흩뿌려 놓았다. 그의 손끝에서 펜던트는 다시 한 번 붉게 물들어가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짙게 가라앉은 어둠 속에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죄송합니다. 커다란 힘의 충돌이 느껴져 그 근원지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제대로 찾아왔군.”
시온이 살짝 커다래진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그 중 하나는 단연 카일의 기운임을 알고 있었다. 그의 가까운 곳에서 카오루스 가의 기척을 느꼈기에, 다른 하나는 몰래 저택에 숨어든 자의 것이리라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지친 모습으로 깊은 잠에 빠져있는 사라를 본 후 머릿속에 작은 혼돈이 일기 시작했다. 발걸음을 멈춰 세운 시온이 살짝 흐트러진 눈동자로 앞의 둘을 번갈아 보았다. 그 시선을 느낀 것인지 카일이 펜던트를 어루만지던 손길을 멈추며 입을 열었다.
“네가 생각하고 있는 그것이 맞을 거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시 얼굴색을 바로 고쳐 잡은 시온이 둘을 향해 깍듯이 묵례를 해 보였다. 그녀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진 못했으나, 좀체 종잡을 수 없는 인물임은 확실했다. 가장 불안한 상대인 만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는 편이 오히려 더 나을 것이라 여겼다. 물론, 카일이 그녀를 가까이 두는 것에는 그보다 한층 더 심오한 이유들이 있었지만.
“그것입니까.”
카일의 손끝에서 영롱한 색으로 빛나는 펜던트를 바라보며 물었다. 갑작스런 물음에 카일의 눈동자가 잠시 주춤했지만 곧 입가로 날카로운 냉소가 떠올랐다. 펜던트 위로 차가운 시선을 고정시켜 놓으며 힘겹게 다시 입을 떼었다.
“그래. 나의 심장이지.”
방안으로 스며든 무거운 바람에 그의 머리칼이 흩날렸다. 은은한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검은 머리칼 사이로, 펜던트와 함께 붉은 색으로 물들어가는 그의 눈동자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 * *
“처음치곤 꽤 성가신 상대였을 텐데 별 무리 없이 끝낸 모양이야.”
처음이 아니었으니까요. 턱 끝까지 차오른 말을 환은 힘겹게 삼켜내었다. 평범했던 삶에 언젠가부터 평범하지 않은 존재들이 끼어들기 시작했고, 그의 소박했던 행복들을 모두 한순간에 산산이 부셔놓고야 말았다.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진 삶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그는 결국 복수란 우스운 감정에 휘말려 들고 말았으며, 그 파멸의 끝으로 서서히 발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가속도가 붙은 발걸음은 점점 빨라지고 있었지만, 자신을 멈춰 세우는 방법 같은 것은 알 수 없었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살짝 고개를 끄덕이던 환이 남자의 맞은편 소파에 털썩 몸을 앉혔다. 환이 자리에 앉자마자 손에 들려있던 찻잔을 테이블 위로 가만히 내려놓은 남자는 호출기를 통해 밖에 있는 비서를 불러들였다. 호출기에서 ‘알겠습니다.’라는 간결한 대답이 들린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타이트한 정장을 차려입은 여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문 앞에 멈춰서 둘을 차례대로 바라보던 그녀가 짧게 묵례를 해보이며 또각또각 굽 소리와 함께 남자의 옆으로 다가왔다.
“부르셨습니까, 사장님.”
간결하게 고개를 한번 끄덕인 남자가 턱을 추켜올리며 환을 가리켰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알아들었다는 듯, 고갯짓을 해 보이던 그녀가 몸을 숙여 테이블 밑에 있는 상자를 꺼내들었다.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뚜껑을 여니, 그 안에는 가지각색의 총탄들이 투명한 비닐에 쌓인 채 들어있었다.
“앞으로 필요할 일이 많아질 거야. 넉넉히 가져가도록 해. 일당은 이미 부쳐놨으니 확인해보도록 하고.”
상자 안을 들여다보던 환의 눈동자 위로 설핏 혼란의 빛이 떠올랐다. 살점이 찢기고 혈관이 파열되는 소름끼치는 감촉이 두 손 위로 생생히 되살아나는 듯 했다. 잔인함으로 어둡게 물들어가는 자신을 곱씹으며 아랫입술을 모질게 베어 물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잔혹하게 변해갈지 스스로조차 가늠할 수 없었다. 상자 위로 뻗어진 그의 손이 주춤거렸다.
“나머지는….”
그러나 곧 그 중에서 가장 날카로운 총탄이 들어있는 비닐을 꺼내어 들며, 건조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다 집으로 보내주시면 좋겠네요.”
흥미로운 눈빛으로 환을 주시하던 남자가 만족스러운 듯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이 곱게 느껴질 리 없던 환이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일으켰다. 상자 뚜껑을 닫는 비서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바라보며, 주머니 속으로 비닐을 쑤셔 넣었다.
“더 이상의 용건이 없으시면,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속내를 알 수 없는 둘의 얼굴을 마주하고 있자니 속이 다 울렁거리는 것 같아, 환은 주저 없이 문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짧게 묵례를 해 보이는 사이, 남자의 입가 위로 묘한 웃음이 떠올랐으나 워낙 의중을 알 수 없는 사람이었기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으며 밖으로 빠져나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동안 환은 주머니에 담긴 총탄을 손으로 연신 만지작거렸다. 뱀파이어의 살갗을 꿰뚫는 순간, 자석에 이끌리듯 심장을 향해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던 총탄의 감촉을 잊을 수가 없었다. 손바닥을 눅눅히 적시던 뜨거운 혈액과 함께 전해져 오던 심장의 다급한 고동소리. 검은 그림자처럼 그의 온 몸에 달라붙어 있는 지난밤의 악몽으로 인해 잠마저 제대로 이룰 수가 없던 그였다. 총탄이 들린 손에 힘주어 주먹을 쥐던 그가 메마른 탄식을 뱉어내었다.
밖은 이미 붉은 저녁놀이 낮게 드리워져 있었으며, 이따금씩 쌀쌀한 바람이 불어와 그의 머리칼을 헝클어놓았다. 살짝 옷깃을 여민 환이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해가 저물면, 활동하는 뱀파이어의 숫자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었다. 뱀파이어의 피를 손에 묻힌 그라면, 후각에 예민한 그들에게 쉽사리 표적이 될 수 있었다. 집이라고 마냥 안전한 것은 아니었지만, 스산한 분위기가 온 몸을 휘감는 이 낯선 거리보단 훨씬 맘이 편했다. 집이 그리 멀지 않다는 사실에 그나마 위안을 얻으며 쉴 새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저기요.”
그러나 얼마 가지 못해 환의 걸음은 한 낯선 여자의 목소리로 인해 우뚝 멈춰 서고야 말았다. 언제나 피해가는 법을 모르는 불길한 예감은 또 다시 현실이 되어 그의 몸을 옭아매기 시작했다. 기척조차 없이 그림자까지 바짝 따라붙은 그 목소리가 인간의 것이 아님을 단번에 알아차린 환이 잔뜩 미간을 찌푸리며 천천히 뒤를 돌았다. 그 곳엔 갈색 머리칼을 허리춤까지 풀어헤친 여자가 가련한 표정을 지은 채 서있었다.
“혹시 이런 아이 못 보셨어요?”
환이 뒤를 돌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잽싸게 둘의 간격을 좁힌 여자가 그에게 한 장의 사진을 내밀며 물었다. 경계의 끈을 늦추지 못한 채 주머니에 슬쩍 손을 넣어 총탄을 꽈악 움켜 쥔 그가 자신 앞으로 내밀어져 있는 사진으로 슬그머니 시선을 내렸다. 그 사진 속엔 커다란 곰 인형을 끌어안은 양 갈래 머리의 소녀가 브이를 그리며 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왠지 낯이 익은 모습이었으나, 자세히는 기억이 나지 않았기에 모르겠다는 말과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 보였다. 하지만 그 순간, 어젯밤의 끔찍했던 기억들이 불현듯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우리 주인님이 그런 총 들고 있는 사람은 만나자마자 물어뜯어 죽여 버리라고 했는데.’
굳어있던 그의 두 눈동자 위로 커다란 혼란의 빛이 담기기 시작했으며 심장은 다시금 요란스런 고동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설마 하는 마음에 사진을 다시 한 번 자세히 들여다보았고, 환은 그제야 사진 속의 인물이 낯이 익은 이유를 알아차렸다.
‘뱀파이어도 사람이야, 오빠.’
틀림없는 그 아이였다. 부정할 수조차 없을 만큼 뇌리 속에 확연히 박혀버린 어젯밤의 기억들이, 환을 공포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정말 본 적이 없으신가요?”
“…네. 잘 모르겠네요.”
등줄기로 서늘한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 올라오기 시작했다. 애써 얼굴빛을 태연하게 위장한 환이 다시 한 번 고개를 가로 저으며 시치미를 잡아떼었다. 점점 굳어져가는 여자의 눈동자를 보며 직감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그가 뒷걸음질 치며 조금씩 둘 간의 간격을 벌려놓았다. 메마른 침을 꼴깍 삼키며 몸을 돌리는 순간, 그의 목덜미로 서늘한 기운이 화악 덮쳐 왔다.
“그럼 너에게서 내 아이의 피 냄새가 나는 이유는 대체 뭐지.”
환을 바라보던 그녀의 두 눈동자 위로 어느새 벌건 핏 빛이 가득 들어차 앉았다.
인물표 시나몬걸님, 이름표 업스타일님, 글씨색 조밤비님 제공
기나긴 공백기간을 가진 채, 겨우 6편 하나를 딸랑 가지고 온 무책임한 시엘라 입니다..T_T
커다란 슬럼프에 짓눌려 글 쓰는 것에 대한 회의감까지 느껴지던, 괴로운 공백이었습니다.
단 한글자조차 마음대로 써지지 않고, 현실에서나 꿈에서나 절 괴롭히던 소설이 원망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하더라구요. 흥미와 관심으로 시작하게 된 소설이 생각보다 만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을 때, 엄청난 장애물에 가로막힌 듯 단 한걸음조차 맘대로 내딛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고된 작업을 막대한 스트레스와 싸워가며 계속 해야하는 것일까 하는 질문을 하루에도 백번은 넘게
제 자신에게 던져보곤 했었습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내려 졌지만요.
(좋은 대답이니 이렇게 6편을 들고 온 것이겠죠?)
소설을 쓰면서 앞으로 얼만큼의 회의감을 더 느끼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뼈대까지 다 짜놓은 제 소설을 끝까지 이끌어 가보고 싶은 맘이 더 크네요.
업뎃 기간이 긴 만큼 저에게 실망해서, 혹은 잊어서 떠나가시는 독자분들도 많을 거란 걸 압니다.
그러나 조바심 내지 않고, 욕심들을 하나씩 버리며 소소한 발걸음을 내딛어 보려 합니다.
이만큼의 관심도 초보 작가인 저에겐 황홀하기 그지 없습니다.
저에게 많은 힘이 되어주신 분들께 이번편을 바치며 얼른 담편 구상하러 슝슝 떠나보겠습니다.
(애정어린 채찍질과 당근을 번갈아가며 던져주셨던 몇몇분들 ^.^
콕 찝어 말하지 않아도 누군지 알 거라 믿을게요. 진심으로 애정하는 거 알지요?)
오즐 B˝라나에 너희생각중 Esperanto Ms.배즙 지유리 로맨스고양이 최설희 YUK현아35
모로미 유애비화 스머프8 별이해삼 쀼잉뿌잉 시나몬걸 마가렛32 훈녀완두콩 핑크색꿈 dhtndk
호야호야링 종로 Staff/율하 형은노는중 황천 ..바라기 누리앙 주찡 로움 미라클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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놑북의 고장으로 인해 6편을 열 번 이상 날려버렸단 사실 아시나요..흑흑
그런 와중에 그 날이 겹쳐 몸상태는 매우 메롱이었다지요 @_@ 이런 악재 속에서도
저에게 다시 글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들입니다 하트 뿅뿅 ♥.♥
(더불어 저에게 항상 엄청난 힘이 되어주시는 에스페란토님께 무한 애정을!)
업쪽 = 댓글
업쪽을 원하지 않는 분들은 댓글 앞에 X자를 남겨주세요.
이번편도 너무나 재미있게 잘 읽고 갑니다^^. 슬럼프를 이기시고 이렇게 멋진 6편을 가지고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작가님. 그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많이 힘들으셨을텐데.. 뭐, 작가말을 보더라도 대충은 얼마나 힘들으셨을지 짐작은 가지만 그래도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했겠지요. 정말 이렇게 멋지게 슬럼프 이기시고 작품을 가지고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펜던트의 비밀 하나가 밝혀졌군요 왜 카일에게 그리도 열혈하게 반응했는지 그 비밀이 오늘 6편에서 드디어 밝혀졌네요 생각지도 못했던 비밀이여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 이유였을줄이야.. 참 소소하게 놀래키는데 뭐 있어요 이 소설ㅋ_ㅋ
암튼 이번 6편도 정말 너무나 재미있게 잘 읽고 갑니다. 수고하셨어요, 작가님~ 또한 이번 9월 한 달은 댓글을 길게 못 써드릴 것 같아요. 뭐, 처음부터 제 댓글이 길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적당(?)했던 길이에서 많이 짧아질 것 같습니다. 제가 학생인데, 이번 9월 한 달이 시험기간이여서 자주 못 들어올 것 같거든요 ㅠ_ㅠ 슬픕니다. 이 애정어린 소설을 한 달동안 제대로 못 본다는 사실이 정말 안타깝네요.. 한 달 뒤를 기약하며 흑 다음편 기대요*0*♥
애정하는 형은노는중님! 헉... 이렇게 늦게 가져왔는데도 오히려 감사하다는 말을 해주시다니..ㅠㅠ 하아 형은님 절 이렇게 감동시키셔도 되는건가요! 항상 형은님 덕분에 많은 힘을 얻고 있다는 걸 알아주셔요 흑흑 이번편에선 펜던트의 비밀이 예고도 없이 짠하고 밝혀졌네요 *.* 깜짝 놀라주시다닛 앞으로도 형은님을 놀래켜 드리기 위해 많은 사실들을 주르륵 풀어놓아야겠는걸요! 이번 한달동안 형은님은 시험기간이 겹치셨군요ㅠㅠ 시험 대박났다는 소식을 저에게 꼭 안겨다주셨으면 좋겠어요 *.*!! 저도 형은님 항상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항상 격하게 애정하구 있습니다 *-.-* 형은님 화이팅!
정말재밌네욬ㅋㅋㅋ
애정하는 와일드님! 우아 재밌게 봐주신건가요!! 처음 뵌 분이라 더욱 반갑습니당 ☞☜ 와일드님의 맘에 쏘옥 드는 소설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정말 감사합니당 ^.^!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애정하는 미친존재감이라서님! 사라의 엄청난 힘에 놀라주셨군요 *.* 그러고보니 사라는 대체 그 힘들을 어디서 얻은 것일까요! 핰 순혈인 카일과 맞서다닛 정말 의문투성이네용ㅋㅋㅋ 하아 제가 이런말하면 안되는 거겠지만..ㅋㅋㅋ 미친존재감님은 알바때문에 바쁘시군요 힘드실텐데도 이렇게 불닭에게 잊지않고 애정을 보내주시다니ㅠㅠ 저 항상 감동이에요
X. 사라의 존재가 너무 너무 흥미로워요 >_<// 카일도 그렇고 환도....아~~ 너무너무 좋은 소설 재미있게 잘 보고
갑니다요 ~~용 ㅎㅎ 추천 쾅쾅~!!!!
애정하는 YUK현아35님! 답댓글이 늦어져서 정말 죄송합니다 힝ㅠㅠ 사실 현아님께는 감사드리고 싶은 것 투성이라지요 앞의 몇 편을 답댓글을 달지 않았더니ㅜㅜ 업쪽을 받지 않으시는 현아님과는 대화를 할 수 없어 매우 슬펐답니다 사실 6편 업쪽을 날리면서 현아님께 긴긴 장문의 감사 쪽지를 날리고자 했었는데.. 이럴 슈가 @_@ 500자 꽉꽉 채우고 보내기를 눌렀더니 수신거부가 뙇!! 당황했지만 절대 굴하지 않겠슴니닷 ㅠㅠ 업쪽을 드리지 않는데도 매번 잊지않고 이렇게 찾아와주시는 현아님께 정말 매번 감동한답니다 흑흑 애정어린 댓글과 함께 항상 추천도 꼭꼭 잊지 않고 해주시고 ☞☜ 현아님같은 독자분을 만난게 행복할 따름입니
다 정말루ㅜㅜ 흑흑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격하게 애정하고 있습니다!! ♥_♥
흐엉 시엘라님 왜 이리 오랜만이십니까 ㅠㅠ 저는 제가 업쪽을 안남기고 간거가 하며 전편을 다시 찾아보고 댓글을 확인하며 시엘라님을 기다렸답니다 ㅠㅠ 마우스를 내리는 순간 보인 카일의 어두운 모습에 순간 겁이났답니다.공포에 심각하게 약해서..힐다가 등장부터 죽는가 싶더니 그래도 살았네요.사라의 능력은 카일의 심장이라 하던 그 펜던트 때문인가요? 아니면 감정이 치밀어 올라 순간적인 힘? 무튼 사라는 능력자 인건가요? ㅋㅋ 카일의 분량 많아져서 너무 좋답니다
환이는. 환이는. 점점 무서워 지네요 ㅠㅠ 마지막 여자가 아이 찾는 장면은..봉천동 귀신을 떠올리게 하는 공포였어요 ㅎㄷㄷ 슬럼프는 있고 다음편 기대해용 ㅎㅎ
애정하는 누리앙님! 하.. 맙소사ㅠㅠ 전편의 댓글까지 확인해주실 정도로 저의 소설을 기다려 주신건가요ㅠㅠ 대박.. 저 진짜 눈물 날라그래요ㅠㅠㅠㅜ 어뜩해 완전 폭풍감동이에요 하.. 이렇게나 제 소설을 애정해주시는 독자분을 만나게 되다니ㅠㅠ 저 진짜 복받았나봐요 그런 누리앙님께 이렇게 늦게 답댓글을 달아드리게 되어 정말 죄송한 맘 뿐이랍니다 힝 사라의 힘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주셨근여 *-.-* 이렇게 추리해주시는 분이 계셔서 정말 살맛납니다 제가 캬컄 마지막 장면에서 봉천동 귀신까지 떠올려주셨다닠ㅋㅋㅋ 사실 그 부분을 공포로 만들려던 게 아니었는데 이렇게까지 공포스럽게 느껴주시다니 ☞☜ 괜스레 흐뭇하네요
항상 엄청나게 감사드리고 애정드리는거 아시죠? *.* 누리앙님 최고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후에 돌아오시다니....ㅜㅜ 너무 늦게 쪽지를 확인하는 바람에 이렇게 늦었네요!!!! 점점 사건의 내막들이 하나 하나 모습을 들어내는 군요ㅋㅋㅋ 다음편도 기대 할께요!!!
애정하는 황천님! 그러게나 말이에요ㅠㅠ 이렇게 늦게 돌아올 줄이야 흑흑.. 저는 완전 무책임한 뇨자였근여 그런데도 이렇게 항상 찾아와주시는 황천님 덕분에 제가 얼마나 힘을 얻고 있는지 아시나요? ☞☜ 사건의 내막들이 정말로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했어요 *.* 슬럼프가 더 심해지기 전에 이제 제대로 한번 달려봐야죠 꺜 저와 오랜시간을 함께 해주셨던 황천님 힛 엄청난 애정 드립니닷
안돌아오시나요!! 어서 돌아오시와욘!!
핰 돌와왔어요!! 저 왔다구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