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두쇠의 노래
수동무 북수님
오색 종이 꽃술
암동모 삐리 손에 쥐어주며
말없이 등 두드리는데
억센 사내 하나
엽전 몇 닢 던져주고
삐리 손목 낚아채네
사내 거친 걸음 따라가며
오색 꽃술 한 잎 한 잎 길목에 뿌려
난생 처음 드는 동네 고샅
길눈 표시하는 암동모 삐리
퀴퀴한 머슴 방이거나 헛간
물레방앗간이거나 상엿집
밤새 계간 시달려
찢어진 항뭉 피멈벅 남정 범벅
잠 못 이루다 새벽 단잠이라도 드는 날
암동모 기다리는 수동모
오색 꽃술 길눈 따라
암동모 찾아나서는
한숨꽃길
눈물 꽃길
무동 타던 암동모들 모두 팔려가고
선소리 이끌던 사당들
먼저 든 봉놋방에서는
자지러지는 계집들 웃음소리
*
개복청 떠나가도록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주정꾼들, 피락호들
바우덕이 내놓거라
해우채 얼마라도 좋다는데
아흐 바우덕이 고년
생으로 씹어 먹어도 비리지 않을 고년
일년 세경 입쌀 여덟 가마에
하룻밤 풋정 쌓자꾸나
아흐 고년 삭신 녹는구나
개다리 행구놈 나오거라
네 연놈들 절도리 우바새 우바이인줄
세상이 다 아는 일
어험 덜고 내숭 떤다고
매기 매창 바우덕이 천하일색이면
제 년이 사당년 아니고
춘향이라더냐
바우덕이 내놓거라
힘깨나 쓰는 왈자들 파락호들
서로 바우덕이 내놓으라
행패 자심한데
암동모 계간 보낸 수동모들
징수님 북수님
고자수닙 회적수님
버꾸님 희덕님
버나쇠 얼른쇠 살판쇠
횃불 아래 술타형
선들건즐 달 구림자도
취기 오르는 뒤풀이 마당
왈짜들 파락호들 술판 덮쳐
수동모들 흥겨운 술판들어엎고
닥치는 대로 메다꽂고 두들겨 패
혼비백산 흩어지는 수동무들
어둠 속에서 이 모습 지켜 보는
개다리 꼭두쇠, 곰뱅이쇠
행수님 저 망나니들 혼쭐내주고
해우채 넉넉하면 바우덕이 내줍시다
개다리 꼭두쇠 곰뱅이쇠 입 막으며
눈 부라리며 던지듯이 내뱉는 말
저런 행악 어디 한 두 번이냐
눌려 살아온 아랫 것들 슬 한 잔 거나히면
세상 돈짝만해 뵈는 거 탓하랴
계집 흐벅진 엉덩이
달차근한 살맛 싫나는 놈 있겠으며
바우덕이 이름만 들어도
하초 뻐근해 지는
삼남 꺽진 남정네들인 것을
미색 출중하고
기예 시기에 가깝거늘
바우덕이 안아보겠다 안달하는
저 수컷들 어찌 탓하랴
허나 바우덕이 열세 살
애처로운 나이적부터 남정 받아
찢기고 찢긴 육시
겉볼 화사항 복사꽃이지만
속은 썩어문드러진 사당인 것을
더는 살품 팔게 안하리
우리네 상것들 앙가슴 서늘하게비우는 선소리며
아슬아슬 허궁잽이 사설 독설 시원한 줄타기며
양반님네 웃음거리 만들어 민초들 질금질금
눈물나게 하는 덧뵈기 춤이며
저 신명 오른 상쇠가락
지켜야 하느니
지켜줘야 하느니
*
개다리 꼭두쇠 지긋이 눈감으면
귀에 쟁쟁 살아오르는 불끈한 쇳가락
게가 곰치였던가 우금치였던가
피비린내 자우룩한 싸움터
녹두장군 휘두르는 장검
피묻은 칼날 뉘엇뉘엇 지는
금강 붉은 해 감겨
무너지는 동학군
숩가쁘게 울리더 북소리
자지러지던 쇳소리
왜놈 총소리 포소리 묻혀
길군악 소리갈기 세우지 못할 때
무릎 관절 시린 바람 치고나가
풀썩 고꾸라진 상쇠
놓친 꽹과리 불 맞아 깨깽
깨갱 울멸 길길이 뛰어오르고
징잡이 은진 놈 허겁지겁 상쇠 업어 뛰던 일
굿일생 숨어든 계룔산
모숩 받아준 토굴 노인이 아니었다면
창칼 시퍼렇게 갈아
무릎 쑤시고 빼낸 납알
납독으로 썩어가는 다리
잘라내야 살 수 있다고
징잡이 은진 놈 작두 벼려오던 날
토굴 노인 옷자락 매달리며
불덩이 몸으로 매원하던 일
제발 자르지 마소
제발 자르지 마소
말없이 등 두드리는데
억센 사내 하나
엽전 몇 닢 던져주고
삐리 손목 낚아채네
사내 거친 걸음 따라가며
오색꽃술 한 잎 한 잎
길목에 뿌려
카페 게시글
김윤배 신작시
여덟째 마당 뜬솨 상쇠 불타는 쇳가락 1
김윤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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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9.17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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