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말부터 저희는 결혼을 결심했습니다. 양가 인사도 드렸습니다. 아내가 당시 광주에 있는 교회에서 중고등부 교사를 하고 있던 터라 주말마다 광주를 가야했습니다. 딱히 교회를 정하지 않고 있었던 저는 2010년 초부터 저는 자연스레 처가댁에도 주말마다 가야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장모님 앞에서 쓰러지면 곤란하잖아요. 장인어른 앞에서 머리잡고 딩굴면 난리나잖아요.^^;;
2010년 4월 24일...결혼 날짜를 잡았습니다. 결혼은 제가 어릴적부터 다녔던 울산 전하교회에서 식을 올렸습니다. 마음으로 얼마나 많이 기도했는지요.
‘하나님...도와주세요...길어봐야 30분입니다. 제발 그 사이에 쓰러지지 않게 해주세요...’
식장에서 하는 결혼식과 달리 엄숙하고 진지하게 진행됐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축복해줬습니다.
결혼을 전후로 증상들은 이러했습니다. 오른쪽 눈꺼풀이 조금씩 쳐지기 시작했습니다. 심한두통이 오는 횟수도 잦아졌습니다. 그러다 간헐적으로 오는 호흡곤란과 실신....
‘하나님...저 결혼했어요... 저 꼭 살리셔야해요.’
신혼여행은 팔라우라는 곳으로 갔습니다. 아내는 해외여행을 많이 해봤지만 저는 제주도 간 걸 제외하고 지금까지도 해외에 한번 가보질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비행기 티켓팅과 여행사를 통해서 가는 펫키지 등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지금도 잘 모릅니다. 신혼여행에 관련된 대부분의 것을 아내가 다 했습니다.
팔라우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큰 일이 일어났습니다. 고도가 높아지고 비행기가 뜬지 약 30분이 지났을 때였습니다. 심한 증상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온몸이 식은땀이 흐르고 심한 두통이 왔습니다. 기내라 어떻게 할 수 없었습니다. 너무 힘들어 하고 있으니 스튜어디스들이 긴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없어서...화장실로 들어가...고통을 견뎌야 했습니다. 호흡곤란도 같이 왔던 터라 저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습니다.
그 고통이란 죽음에 가까운 고통이었습니다. 정신은 하나도 없고, 머리는 터질 것 같고, 온몸은 틀어지고, 호흡은 안되고,... 그렇게 1시간 반정도 하고 나니...증상이 가라앉았습니다. 온몸에 땀이 범벅이 됐습니다. 이글을 쓰면서도 그때가 머리에 떠올라 온몸에 식은땀이 흐릅니다.
아내는 원인 모를 내 증상에 그저 바라만 보며 마음 아파했습니다. 그렇다고 병원가도 이상없다고 하니...어떻게 할 수도 없고...
신혼여행지에서 산소호흡기달고 물 밑으로 가서 바닷속을 구경하는 걸 하다가 바다속에서 증상이 와서 와~~ 정말이지 죽는 줄 알았습니다. 가이드, 같은 팀들 부부들 모두다 긴장했습니다.
그렇게 긴장감 흐르는 신혼여행이 마쳐지고 한국에 왔습니다. 다행히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는 증상이 그리 심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요. 마음으로 답답한 마음을 기도했습니다.
‘하나님...저의 꿈은 세계를 다녀야하는데...하나님....저 이제 비행기를 못타요. 4시간짜리 비행기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데...어떻게 세계를 다녀요...’
신혼여행이후 교실에서도 계속되는 증상에 하루 하루가 얼마나 고통이었는지요. 아이들과 수업하다가 쓰러지기라도 하면 안되잖아요. 전조증상이 오면 화장실로, 보건실로 신속히 자리를 옮기곤 했습니다. 당채 그해를 어떻게 보냈는지...생각만해도 머리가 절레절레 흘들어집니다.
2010년 후반...저의 건강은 정말이지 최악이 됐습니다. 이제는 호흡곤란, 실신, 두통, 안구통이 오는 빈도가 일주일 2-3회, 2011년 초는 거의 매일이었습니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졌습니다. 이런 증상으로 어디를 가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니 결혼은 했지만 아내와 저에겐 신혼이고 뭐고 없었습니다. 잠이들고 1시간 정도 지나면 증상이 자주 오곤 했습니다. 호흡곤란이 오면 정말이지 얼마나 공포감이 밀려오는지요. 살려고 바닥을 박박 긁고 수건등을 입에 물고 고통을 견디는 20분-30분. 2010년 말, 2011년 초 5개월가량은 세상에 그렇게 심한 고통을 격어보질 못했습니다.
울산 부모님에게도, 광주 부모님에게도 이 사실을 말할 수 없었습니다. 뭐라고 설명해야할지도 몰랐습니다. 일살생활이 아예 불가능해졌습니다. 눈은 떴으나 걸을 순 있으나 저는 이미 죽어있는 사람같았습니다. 그러다 2011년 봄방학이 시작되던 날...아내와 저는 전남대학병원을 갔습니다. 사람이 얼마나 많던지요. 기다리고 기다려서 외래진료를 보는데...의사선생님은 저의 얼굴을 보지도 않으시더군요. 그저 저는 고장난 물건이었습니다. MRI 찍는 날짜 잡고, 다시 외래진료보고... 아니...하루도 못살 판에... 아내와 저는 로비에서 적잖은 말다툼을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내에게 제안했습니다.
‘순천 성가롤로병원으로 가보자... 거기는 사람이 많지 않아 우리 이야기를 들어줄거야...’
아내와 저는 순천으로 향했습니다. 아내는 단단히 마음을 먹었습니다. 음료수를 사들고 외래진료를 보러 들어갔습니다. 아내는 신경외과 의사에게 내 증상을 얘기하다가 그만 울고 말았습니다. 의사가 얼마나 당황했을까요. 아내가 울면서 말했습니다.
‘제발 부탁이니까...들어주세요... 신랑은 너무 아픕니다. 원인도 모릅니다. 너무 많은 증상 때문에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할지도 모릅니다.’
당황한 의사는 아내를 진정시키며 들어주겠노라 했습니다. 그렇게 거진 30분가량...이야기를 했습니다. 의사의 결론은 이러했습니다.
‘너무 복합적인 증상들이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몇 개 의심이 되는 부분이 있으니 치과쪽 이비인후과 쪽은 한번 가봐야할 것 같다. 만약 그 파트에서도 이상이 없다고 하면 입원을 해서 검사를 천천히 해보자’
얼마나 고맙던지요... 치과로 갔습니다. 엉뚱한 소릴 하더군요. 아내와 저는 체념한 듯이 이비인후과로 갔습니다. 그런데 의사는 저의 코에, 가는 줄을 넣어 살펴보더니...
‘혹시...이런 증상 있나요?’
깜짝 놀랐습니다. 이제껏 증상을 설명하다가...제가 말도 안했는데 제 증상을 맞추는 겁니다.
‘예...이렇습니다.’
‘혹시... 이런 증상도 있나요?’
‘예...맞아요. 너무 힘듭니다.’
‘음.....잠시 밖에서 기다려 주세요...’
저희는 밖으로 나왔습니다. 진료실 문 작은 유리로 의사분이 무슨 책을 가지고 가는 모습을 봤습니다. 아내와 저는 저분이 지금 뭔가를 직감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5분 정도 지나서 의사는 다시 우리를 불렀습니다. 지금 CT 촬영을 할 수 있게 해놨으니 빨리 찍고 올라오라고 했습니다. 의사는 우리의 상황이 급하다고 생각했는지...직접 CT실에 전화를 걸어 이환자 빠른 검사 부탁한다고 전화까지 했습니다.
검사 후 의사분은 결과지를 보면서...얘기했습니다.
‘CT상으로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지만... 여러 증상들을 종합하여 볼 때 신경성 종양이 의심됩니다. 제가 소견서를 써줄께요. 되도록 큰 병원으로 가세요...’
이어서 얘기했습니다.
‘음....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최은창교수에게 진료를 받으세요. 이 분야에 권위자니 잘 하실겁니다.’
아내와 저는 긴장했습니다. 하루가 급한데.... 어떻게 해야하지?
진료실을 나오면서 아내가 ‘아~!!! 신촌세브란스에 00이가 간호사로 있으니까 전화해보자’
아내는 고등학교 단짝 친구에게 바로 전화를 했습니다. 그리고 사정을 얘기했더니... 아내의 친구가 알겠다며...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날 저녁...아내의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월요일날 오전진료 잡아놨어...’ 엄청 심각하다고 얘기해서 간신히 진료예약 잡았다며 올라오면 연락하라고 하고 끊었습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마치 큰 회오리 바람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첫댓글 글을 쓰면서 그때의 아픔들...고통들... 쓰는내내 그때 일이 떠올라 몸을 떨기도, 식은땀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이 힘든 과정을 잘 견디게 하신 하나님께 영광입니다.
글을 읽는 순간 순간 쿰마아도나이님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하나님의마음을 생각해봅니다 자녀의아품을 주님은 얼마나 고통스러워 하실까 주님의따뜻한 품에 안기며 다음글을 기다려봅니다 힘네십시오 화이팅
쿰마아도나이님 글을 읽으며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원인모를 그 고통의 순간이 얼마나 힘들었을까..다는 아니지만 조금 느껴집니다. 주님이 함께 하시고 주님만 의지하셨기에 힘든 고통을 견디실수 있으셨군요...이유없이 고난당하신 그리스도의 모습을 닮으셨네여. 정말 귀하십니다. 그리고 죄송하지만 부럽습니다. 주님을 더 깊이, 더 넓게, 더 높게 볼수있는 님이요..사랑하고 축복합니다^^
ᆢ얼마나 고통스럽고 아프셨을까요 ᆢ
그 고통 참으시고 인내속에서 보화를 캐내셨음을
믿고 다음글을 기대합니다^^♥
얼마나 아팠을까요? 저는 짐작이 안가지만 예수님의 십자가의 고통만큼의 아픔이라 여겨집니다. 그 고통 그 아픔 원인도 모르고 그냥 아파야하는 마음이 정말 많이 안타깝게 여겨집니다. 이제 모든 고통이 변화하여 기쁨이 될 줄 믿습니다. 축복합니다.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니까...다 지나간 일인데도... 제가 지금 막 그 순간들을 지나고 있는 마라톤 선수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