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1. 토요일.
점심 뒤에 아내와 함께 서울 송파구 잠실 석촌호수에 나가려고 외출복을 갈아 입었다.
옷을 갈아 있던 아내가 '하늘이 왜 이런대요? 창밖을 내다보세요. 비가 내려요.'
입에 마스크를 쓰고 어깨에 매는 손가방을 둘러맨 나는 발코니 쪽으로 다가섰다.
비가 내린다. 멀리 내려다보이는 길 건너편에서는 우산을 쓰고 걷는 사람도 보인다.
'비 내리는데도 나가실래요?'
'아니....'
찬바람이 살짝 열어제낀 유리창 틈새로 들어온다.
별 수 없다. 외출복을 벗고는 평상복으로 갈아 입었다.
아쉽다. 바깥으로 나가서 5월 초하루의 바람을 쐬고 싶었는데...
나는 열흘 전에는 충남 보령지방 산골마을에 있었다.
시골집에서는 5박6일간 머물면서 바쁘게 일해야 했다.
오랫동안 내버려두었던 텃밭 세 자리. 바깥마당에 딸린 꽃밭에 들락거리면서 풀을 뽑고, 삽으로 흙을 파면서 식물을 나눠 심기도 했다. 어머니 아버지를 합장한 무덤에도 들르고, 많은 무덤 앞에서 절을 올린 뒤에는 갈퀴로 낙엽을 긁어내고, 삽으로는 흙을 북돋았다.
606지방도로 확장 공사로 토지수용되는 서낭댕이(성황당과는 의미가 다소 차이 있음)에 들러서 옛 산지기네 집도 에둘러 보았다.
오래 전에 떠나버린 산지기네 집... 내가 1986년에 내 명의의 땅에 지어서 산지기네한테 내주었는데 지금은 빈 집. 낡아서 폐가가 되었고, 이번 도로 확장공사로 철거대상이다.
보상비는 내 통장으로 일괄 입금되었기에 5촌당숙, 4촌동생, 나 셋이서 분배했다.
고향에서 일을 주선하는 사촌동생한테는 더 많이 분배하고...
대천 시내에 있는 농협에 가서, 진등식당(죽청리 소재) 앞 마당의 일부에 대한 토지수용비를 수령해서, 3인이 공동분배했다.
*오래 전 진등식당 앞 대지를 지방도로로 토지수용했다가 수십년 만에야 그 땅값을 보상했다. 국가 공권력의 횡포이다. 다행히도 수십 년만에, 이번에서야 보상을 하다니...
시골에 머무는 동안 이틀간 페인트 칠을 했다
첫날에는 함석지붕에 칠했고, 다음날에는 사랑방부엌 안팍의 외벽에도 칠했다.
우연히 페이트 업자가 왔기에 폐인트를 칠했더니만 집이 한결 산뜻한다.
아내는 읍내에 나가서 벽지를 조금 사다가 일꾼사랑방문과 안부엌 벼름박에 붙였다.
집 수리에 손대기 시작했으니 앞으로는 대폭 수리 보수를 더 해야 할 터.
내가 시골집에서 떠난 지가 만7년이 넘었으니 빈 집이 되었고, 사람이 살지 않았더니만 겨울철 냉해에 방바닥에 설치한 수도 파이프가 터져서 물이 조금씩 샌다. 안사랑방에 설치했던 보일러도 겨울철 냉해로 보일러가 두 차례나 터져서... 그거 철거를 해야 한다. 안사랑방에는 살림살이 잡동사니가 그득하게 쌓여 있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의 시골집은 해마다 자꾸만 낡아간다. 나 역시 시골을 떠난 지가 만7년을 넘어 8년째이니...
아내는 바깥창고 뒷편에 있는 위밭 두둑에서 두릅나무 순을 꺾었고, 나는 앞밭에서 땅두릅(땃두릅) 순을 낫으로 잘랐다.
앞밭 도로변에 있는 물앵두나무는 열댓 그루.... 앵두-알이 제법 많이 매달렸다. 5월 말쯤이 최절정기. 올해에는 날씨가 따뜻했기에 5월 말 초기에 따야 할 터. 산새들이나 잔치할 게다.
어제는 서해안 웅천읍에서 사업하는 사촌동생한테서 전화가 왔다.
구룡리 서낭댕이 도로변에 가까는 곳에 있는 먼 일가의 무덤도 이번에 토지수용된다. 올 5월 중에 이장해야 한다고...
포클레인 업자를 주선하려면 2주일 전에 계약해야 한다고...
먼 일가의 무덤도 일부 토지수용되기에... 파묘해서 토지수용이 안 되는 종산 안쪽으로 개장해야 할 터.
종가종손인 내가 몰라라 하면 이들의 묘는 무연고로 처리하되 화장한 뒤에 다른 곳에 이장한다고 한다. 차마 그렇게는 하지 않아야겠다(무연고라니....).
3인 명의의 종산 하단에 새로 개장하였다가 훗날 그의 자손들이 나타나면 위치를 알려주어서 그들이 원하는 다른 곳으로 이장하도록 선조치를 해야겠다. 내가 5월 중순에 시골 내려가서 작업일정에 대해서 사촌과 상의를 더 해야겠다.
지난 4월 2일.
시골 텃밭에서 삽으로 푹푹 떠서 서울 올라가는 자동차 트렁크에 실었던 붓꽃(아이리스).
요즘 꽃대를 길게 늘여뜨리더니만 5월 1일인 오늘 정오에는 자주빛깔의 꽃을 처음으로 피웠다.
몇 송이 더 피우겠지.
꽃을 피우려면 식물이 지닌 영양소를 꽃에 집중한다. 꽃대가 갑자기 훌쩍 커서 길어졌다. 그게 다 에너지일 터.
꽃은 금방 질 터. 꽃이 진 뒤에는 도로 시골로 가져가서 텃밭에 심어야겠다. 서울 아파트 안의 화분보다는 시골의 땅이 훨씬 나을 게다.
야생식물한테는 자연환경이 훨씬 낫다.
오후에 가는비가 조금 내렸다.
오후 늦게 며느리는 손녀 손자를 데리고 왔다.
손녀는 올해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했고, 손자는 아직도 유치원에 다닌다.
저녁 무렵에 비가 들었기에 나 혼자서 우산을 들고는 석촌호수로 나가 한 바퀴 돌았다.
몸은 서울에 있어도 마음은 시골로 내려가 있다. 시골로 내려가서 텃밭 일을 하고 싶다. 서울에서는 나는 등신처럼 지내야 한다. 무기력하게도...
빗방울이 이따금 떨어지고, 찬바람이 부는데도 석촌호수 산책로를 따라서 걸으니 답답했던 기분이 많이도 회복되었다.
시골로 내려가서 텃밭농사를 지었으면 싶다.
2021. 5. 1.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