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열흘쯤 전에 일이다.
담배를 끊으면서 시작한 달리기가 이제는 생활에 한 일부가 되어서 나는 한번에 10킬로 정도를 주 2~3회 정도 꼭 조깅을 한다.
굳이 조깅이 아니더라도 담배생각 나는 일 생기거나, 집에 있기 답답할 때면 2시간가량 산책을 한다.
이렇게 공원이나 산에 산책을 할 때면 예전보다 부쩍 많아진 개똥을 많이 보게 되는 데, 솔직히 눈살을 안 찌푸리지 않을 수
없다. 한번은 약수터에서 웬 아줌마가 여러 사람을 상대로 언성을 높이며 언쟁을 하 길래 궁금해서 가던 길을 멈춰 서서 가만가만
지켜봤더니, 그 아줌마가 사람들 물 먹는 바가지로 어린애 먹이듯 개물을 줬다는 거다. 그런데 이 아줌마 가면서 하는 말이 가관이
었다.
'우리 애가 목이 말라 좀 먹은 걸 가지고 왜들 그렇게 시비에요. 얘도 사람하고 똑같아요.'
이 말을 들었을 때 너무 어이가 없어서 나도 모르게 '이런 미친x' 소리가 나왔다.
애견인들은 가족 같은 거라 항변할지 모르지만, 분명한건 개는 개라는 거고, 사회적으로 사람과 같은 대우를 할 수는 없다는 거다.
왜냐하면 사람과 같다면 개에 대한 동물실험은 못할 테니까 말이다.
아무튼 이렇게 매번 공원이나 산에서 애견인과 일반인 충돌을 보며 어찌 보면 수수방관만 하던 내가 싸움에 위기에 처하게 될 줄 누가 알았으랴?
사건의 내용은 이랬다.
집을 나와 1시간가량을 산책을 했을 때, 멀리 눈 앞에 들어온 광경이 있었다. 꽤 풍채가 좋으신 아주머니 한분이 살이 포동포동 오
른 불독을 데리고 산책 중 이었는 데, 개가 산책이 힘들다는 듯(한마디로 걷기 힘드니까 안아달라는 눈치) 주인을 흘끔흘끔 올려다
봤다. 주인은 개를 억지로 끄는 가 싶더니 안기에는 꽤 커 보이는 그 개를 팔로 안았다. 하기야 풍채가 꽤 있으신 아주머니시니까
아령대신 개를 그렇게 안고 가시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시겠지.
그리고 내가 그 아주머니 옆을 스쳐지나 갈 때 알았다. 그 개는 불독이 아니라 시추라는 사실을...(시추가 얼마나 쳐 먹었으면 불독
처럼 보일까..) 아주머니는 날이 더워서 인지 꽤 신경질적인 표정이었는데, 그 표정이 어찌나 안 좋던지. 말 한마디 잘못 건넸다간
다짜고짜 욕을 하며 손을 날릴 것 같았다. 오르막길이 거의 끝날 무렵, 개가 다시 내려달라는 행동을 보이자 아주머니는 개를 바닥
에 내려놓았고, 개는 바로 그 자리에서 소변을 봤는 데, 개가 소변을 본 위치가 길 가운데이고 그 양이 꽤 만만치 않아 그 뒤를 지나
는 사람은 불쾌하게 그 오물을 밟고 가야 할 것 같았다. 그 모습을 쭉 보고 있을 때 머리 속에 문득 이런 생각이 났다. ‘오줌은 그렇
다 치고 저 아줌마 똥은 어떻게 하는 거지?’ 아주머니 쳐다보니 손에 비닐봉지 같은 건보이지 않았고, 입고 있는 바지도 꼭 끼는 면
바지고, 주머니에 뭔가 들어 갈 것 같지도 않은 데나 불룩 나오거나 하지 않을 걸 봐서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
치자. 입이 근질거려 나도 모르게 혼잣말로 한마디 지껄이고 말았다.
“x발 개나 주인이나 살이 뒤룩뒤룩 쪄서 휴지나 봉다리 하나 안 들고 다니지.”
바로 그때, 유리창을 날카로운 물체로 긁는 듯 공격적인 목소리로 아줌마가 나를 불렀다.
“아저씨!!!! 지금 뭐라고 그랬어요?”
나는 이 0.5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 ‘아이 씨 작게 한다고 한 말인데 들렸나??’ 하는 생각과
싸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무진장 머리를 굴리곤, 바로 적절한 대답을 했다.
“버킷·디퍼·포크 등은 지면에 내려둘 것, 원동기를 정지시키고 브레이크를 확실히 거는 등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할 것.”
내가 속사포처럼 재빠르게 이렇게 말하자. 아주머니는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입이 반쯤 벌어져 계셨다.
나는 바로 다음 대사를 날려줬다.
“제가 요즘 외울 게 많아서요. 됐죠? ”
그리고 나는 유유히 뛰어가 버렸다.
나는 이렇게 해서 이날 싸움에 말려 곤욕을 치룰 뻔한 순간을 넘겼다.
위 내용은 내가 이 날 산책을 하기 몇 주 전까지 산업안전기사 필답시험 때문에 열심히 외웠던 ‘차량계 건설기계 이탈시 조치사항’ 이다.
외울 때는 몰랐다. 이렇게 요긴하게 써 먹을 기회가 있다는 사실을...
역시 열심히 공부한 내용을 꼭 시험에만 쓰란 법은 없는 것 같다.
첫댓글 우와.. 대박이다. ㅋㄷㅋㄷ
전 강아지 키우는 사람들 뭐라 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반려동물이니 뭐니하면서 동물을 인간의 위에 놓고 그런게 뭐 대단것마냥 생각없는 우월감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무척 꼴보기 싫죠. 말마따라 반려동물이라는게 자신을 잘 따르고 자신의 맘에 든다는 이유로 된거지 강아지 입장에서는 어떨지 관심조차 없으면서 말이죠. 먹이로 길들이는 자신은 모른체? 세상 어느동물이 먹이로 길들여서 안될까요? 다른동물은 그 행동행동들이 그들에겐 최대한의 따름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체 누군 식용. 누군 반려? 키우는거야 각자의 삶의 방식이지만, 유별나게 키우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키우는 강아지보다 자신이 더 못나 보이는건 알까요?
하지만, 그런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한다고 해도 어느정도 뜸은 들여 보는게 좋을듯 하긴 하네요. 가벼운 일침으로도 과분하게 반응해주시는 분덜도 분명히 있거든요. 첨부터 너무강한 일침은... 그게 약이되던 독이되던 상대방에게는 도움이 되는경우는 드물더라구요. 하지만 뭐 그래도 잘은 하셨네요. 저같음 그냥 무관심 했을텐데.. 선입견.. 좀 주의는 해야겠죠?
일침은 무슨 택도 없는 소리입니다. 그 정도로 용기있는 사람과는 한참 거리가 먼 놈입니다. 그저 들리게 하려는 의도 없이 혼잣말로 중얼거린 게 생각보다 소리가 컸거나, 듣는 사람의 귀가 밝고 호전적일 때 생기는 문제죠. 전 실익없는 싸움은 만들지 말고 무조건 피하자는 성격인데, 이런 경우가 간혹 있더군요. 뭐 대개의 경우 적당히 미안하다 소리 해주고 바로 후다닥 뛰어가면 쫓아 오는 경우는 없더라고요.
요즘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좋아져서 마치 개를 사람처럼 대하는게 교양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죠. 개는 개일뿐...
자기 집에서 신처럼 모시듯, 개를 침대에서 자게 하고 자기는 바닥에서 불편하게 자건 무슨 상관이겠습니까만, 공공장소에서는 제발 자기 개 때문에 멀쩡한 사람들이 불편해지는 일은 안 만들어 줬으면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특히나 큰개 데리고 와서 목줄 풀고 있는 인간들... 개 무서워 하는 사람이나 어린애 데리고 나온 사람 얼마나 놀라고 불안한지 모르더군요. 한번은 목줄 풀어 놓은 사람에게 다른 분이 목줄 채워라 얘기하니 자기개는 순해서 안 채워도 된다 소리나 하더군요. 순하건 말건 시베리안 허스크 정도 크기에 개가 옆에 다가오면 개 주인 빼고는 다들 놀라지 않을까요.
개의 배설물을 그냥 방치하는 애견인들은 그렇지 않은 애견인들도 정말 싫어하는 부류죠.// 키울거면 딱부러지게 다 책임을 져야죠. ㅎㅎ
맞습니다. 개와 산책시 비닐봉지와 휴지를 챙긴 다음, 배변을 담은 봉지의 내용물은 집에가서 변기에 버리고 물 한번 내려주면 되는 일인데, 많은 사람들이 그걸 귀찮아 하죠. 한마디로 책임감도 부족하고 이기적인거죠. 예전에 보니 호주의 경우 4명 중 1명정도가 치우고 간다고 하더군요. 우리는 과연 얼마나 될까요? 한 1/10 이나 될까요? 프랑스 파리도 애견배설물로 골치를 앓다보니 06년부터 배설물을 방치한 주인에게 우리돈 55만원의 벌금을 부과 한다고 하더군요. 영국의 경우도 비슷하고요. 우리의 경우도 조속한 법이 마련되었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