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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공병호 소장을 알게 된지 17년째다. 그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내게 공병호는 경이로운 존재다. 결심을 하면 이루어내고 마는 하는 사람. 대화 상대방을 감동시켜 결국 얻고자 하는 것을 얻어내고 마는 사람. 연간 300회의 강연과 매일 쓰는 칼럼, 한 달에 한 권꼴로 나오는 저서들.... 필자도 꽤 열심히 사는 편인데도, 공병호소장을 따라가는 일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그는 자유인이다. 한국 최초로 학자가 100억 원이 넘는 기금을 모금해서 재단법인 자유기업원을 만드는 데에 성공해 놓고도 그 돈을 남겨 놓고 홀연히 사업의 세계로 들어간다. 이제 그는 자기경영의 대가로서, 1인 기업의 대가로서 독보적인 자리를 스스로 만들어냈다. 이제 그는 스스로의 판단으로 일하고 그 결과로 스스로 책임진다.
그는 보통의 자유주의자와 다르다. 보통의 자유주의자가 머리 속의 자유주의, 책과 논문만으로 말하는 데에 비해, 공병호는 실천하는 자유주의자다. 각자가 자유의지에 따라서 결정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각자가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 자유주의의 핵심인데, 그것은 바로 공병호의 삶이다. 그리고 자기뿐만 아니라 남들에게도 그런 원리를 가르치고 실천하게 만든다. 그것으로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며, 변화시키고 있다. 아마도 요즈음 학자들 중에서 자신의 책이 지하철 가판대에서 팔리는 사람은 공박사뿐일 것이다. 자유주의로 성공하고 자유주의로 부자가 된 사람이 공병호다.
그의 집무실은 가양동의 한 아파트를 일하기 좋게 개조한 집이었다. 9월의 어느 비오는 날, 그를 찾아서 성공의 비결을 물었다. 또 우리나라가 성공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 보았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신동아 - 자유기업원 공동 기획 자유주의자와의 대화, 이번에 함께 할 분은 자타가 공인하는 자유주의자 공병호 소장님이십니다. 누구보다 열정적인 삶을 사는 공소장님께 독자들이 굉장한 관심을 가질 텐데요. 오늘 공소장님의 삶과 성공, 자유주의와 한국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듣고자 합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소장님은 대단히 생산적인 인생을 사는 것으로 유명하십니다. 연300회의 강연, 50권이 넘는 저서, 매일 써내는 칼럼.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한 비결은 무엇입니까?
생활을 조직화한 덕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시간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최적으로 배분해서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 내는 일을 시스템화하는 것입니다. 이런 좋은 시스템이 있으면 시간당 생산성이 아주 커지더군요. 즉, 자신의 삶을 규율하는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일류 대학출신이 아니라 세컨티어(second tier)출신이지만, 항상 어제보다는 나은 내일을 살고자 노력했고, 시스템도 계속해서 혁신해 온 결과 생산성 높은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좋은 시스템을 만들고, 노력과 혁신을 게을리 하지 않으면 누구나 멋진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잠은 얼마나 주무시고 일하는 시간은 어느 정도나 됩니까?
저는 늘 시간을 기록하며 살고 있는데요. 잠은 6시간 정도 잡니다. 일하는 시간은 보통 8~9시간 정도인데, 많이 하는 날에는 10시간 정도까지도 합니다.
8~9시간 노동으로 그만한 생산 실적이 가능합니까?
그렇습니다. 일하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하는가, 그리고 일하는 동안 얼마나 몰입하는가가 중요합니다. 무엇이든 다 잘할 수는 없는거죠. 쓸데없는 일을 줄이는 것이 잘 살 수 있는 비결입니다.
공소장님이 쓴 책을 보니 몰입에 방해하는 것들을 가르켜 '감정의 낭비’ 라는 표현을 사용하셨던데요? 흥미로운 표현이었습니다. 공소장님만의 '감정의 낭비’ 없이 몰입하는 법은 무엇입니까?
저라고 감정의 낭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제가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은 이유도 그 시절 감정의 낭비가 심했기 때문이죠. 해답은 나를 둘러싼 문제들을 정리정돈 하는 겁니다. 처, 아이, 친구, 사회, 돈 등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과의 관계를 차분하고 명확히 정리하고 나면 감정의 낭비가 없어지죠.
그래도 보통 사람은 쓸데없는 일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하기도 합니다. 이런 저런 사람들을 만나서 관계를 좋게 만들어 놓지 않으면 소외될까봐 불안해지는 등의 증상 말입니다.
그것은 자신감의 문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젊었을 때에 친구들과 어울려, 직장에 함몰되어 살다가 은퇴 후에는 혼자 남겨져 어쩔 줄 모릅니다. 사람들은 혼자 남겨진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을 알아야만 합니다. 저는 청년기부터 자신의 길과 자존감을 연구해왔습니다. 진정한 자유는 자기에게 주어진 선택의 기로에서 후회 없는 선택을 내리는 것입니다. 불안은 그다지 없습니다.
이렇게 엄격하고 자기 절제가 철저하신 분이 자유주의자라니, 어쩐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자유주의자와는 거리가 먼 듯합니다. 보통은 자유라 하면 김삿갓이나 히말라야의 수도사들처럼 어디에도 매이지 않고 살아가는 것을 말하는데요. 어떤 면에서 본인이 자유주의자라고 생각하십니까?
자유주의에는 두 가지의 차원이 있습니다. 첫째는 사회구성원리로서 자유주의입니다. 이것은 사회 현상을 해결함에 있어서 개인적 자유를 극대화 하고 집단적 선택을 최소화 하는 것입니다. 이를 가장 잘 구현하는 것이 자유시장경제입니다. 개인적 자유와 자유시장경제를 철저히 지지한다는 면에서 저는 자유주의자입니다.
자유주의의 두 번째 차원은 생활철학으로서, 개인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고 그 책임도 개인이 지게하는 원리입니다. 다른 이에게 손 벌리는 거지근성이 없이 강한 자존감과 자유의지를 바탕으로 자기 인생이 추구하는 바를 개척하는 것이 진정한 자유인 것입니다. 그런 차원에서도 저는 철저한 자유주의자입니다.
물론 히말라야 산에서 도를 찾는 사람도 자유주의자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일정한 물적 토대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저도 언젠가는 시간을 내어 히말라야에 가서 휴식을 취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을 하든 타인에게 기대지 않고 자신이 결정하고 자신이 책임지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사람은 자유주의자라고 부를 수 있을 겁니다.
그렇군요. 그럼 자유주의자는 어떻게 되신 겁니까? 태생적으로 그런 성향이 있었던인가요? 그리고 자유주의 사상을 가지게 된 데에는 어떤 계기가 있었습니까?
저의 자유주의적 생활 태도는 타고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촌에서 나고 자랐는데, 어릴 때부터 자아의식, 자기주도 성향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7남매 중 막내인데도, 늘 내가 누구인가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부모님이나 형님 누님들로부터 독립하려는 성향이 강했던 모양이군요.
네, 전혀요. 그래서 어머님과 누나들이 많이 섭섭해 하셨습니다. 저는 특히 공병우씨(공병우타자기의 발명자)의 자서전 '난 내식으로 살아 가련다’를 읽으며 특히 크게 공감합니다. 공병우씨처럼 누가 뭐라해도 평생 나 스스로를 고치고 단련하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초년의 제 자유주의는 삶의 방식이었을 뿐 사상으로 세워져 있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체계 잡힌 자유주의 사상을 가지게 된 계기는 자유기업센터입니다. 자유기업센터 재직 시절 하이에크나 미제스 등 많은 자유주의 문헌들을 읽으면서 선각자들의 자유주의 사상을 받아들였습니다. 또 2001년 이후 몇 년간 자영업을 하면서 제가 제 스스로 인생과 시간을 경영하다보니, 자유주의야 말로 개인과 사회를 모두 구원할 사상이라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정리해보자면 타고난 독립적 생활 태도, 자유기업센터 재직 시에 접한 자유주의 문헌들, 그리고 자영업을 하면서 얻게 된 확신, 이 세 가지가 오늘날 공병호 소장님을 자유주의자로 만들어 놓은 것이군요.
많은 독자들이 부자가 되고 싶어합니다. 공소장님의 책 '부자의 생각, 빈자의 생각’ 중 이 기사를 읽는 독자들에게 부자가 되는 생각을 알려주시죠.
인간의 행동은 생각의 결과물입니다. 인간은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빈자가 될 수도 있고, 부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대부분의 성공학 책들이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저는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한 이유는 의타심 때문입니다. 남에게 기대려고 하는 한 아무리 돈을 갖다 주어도 결국 가난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런 원리는 국가 차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령 북한 사람들이 스스로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는 한 아무리 많은 무상 지원을 해 준다 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겁니다. 개인이건, 국가이던 자신의 허물을 스스로 책임지기 보다는 타인에게 미루려고 하는 마음, 즉 의타심을 가지게 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빈자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내 허물이 모두 내 탓 때문이라고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부자가 될 수 있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자기경영 아카데미에 석봉토스트로 유명하신 김석봉씨가 참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같이 점심식사를 하다가 그분이 일어서게 된 배경을 듣게 되었습니다. 본인이 술을 잔뜩 먹고 일어난 어느 날 아침 문득 '나는 거지근성을 가진 게으름뱅이다.’ 란 생각이 들더랍니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부터 당장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시작했고 그러면서 가난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다른 메시지는 없었습니까?
'부자의 생각, 빈자의 생각’은 모든 것이 관점의 문제라는 것을 강조하는 책인 만큼 나와 조직을 보는 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회사만 나를 선택하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나도 회사를 선택하고 버릴 수 있다! 쿨(Cool)하게 생각하자는 것이 요점입니다.
사회에 대해서도 그렇습니다. 어느 사회나 부자와 빈자가 있기 마련입니다. 나라가 나에게 뭘 해주기를 바라는 것 보다는 내가 어떻게 해야 잘 살 수 있는 지만을 고민하라고 조언합니다. 인간은 오직 자신의 이익을 위한 존재 일뿐 남을 위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자기의 길은 자기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는 것이죠.
자기가 가난한 이유가 모두 자기 탓임을 받아들이는 것은 매우 고통스럽지만, 그 과정을 거쳐야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이군요. 비슷한 맥락으로 공소장님께서 전파하고 계시는 것 중 하나인 '자기경영’ 에 관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듣고 싶습니다. 자기경영 다이어리와 각종 서적들이 있는데 '자기경영’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세일즈로 말을 시작하겠습니다. 세일즈에 성공하려면 좋은 판매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잘 팔아보겠다는 의욕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의욕은 변덕스럽기 때문에 크게 결심을 했다가도 금방 식어 버리기 십상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훌륭한 세일즈맨들은 순간순간의 의욕과 관계없이 자신의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 탁월한 판매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탁월한 판매시스템이 있어야 탁월한 판매실적이 가능한 것처럼 인생도 좋은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기분이 어떻게 변하든 행동을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자기의 삶을 시스템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기 자신, 가정, 시간, 돈 모두를 시자원으로 보고 회사가 운영되는 것처럼 삶을 시스템화, 매뉴얼화 하십시오. 매뉴얼은 결코 딱딱한 것만은 아닙니다. 제가 책을 많이 써낼 수 있는 이유도 책을 쓰는 시스템 잘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책 쓰는 시스템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셨으면 좋겠군요.
책을 쓰기 전에 머릿속에 짜임새 있는 청사진을 그려놓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주제 당 원고지 15~20매 정도의 덩어리 40개로 나눕니다. 칼럼을 쓰듯이 매일 40여일 정도를 꾸준히 쓰다 보면 어느 새 책 한권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책 한권을 40덩어리로 나누고 하루에 한 덩어리씩 채워 나간다, 그것이 공병호식 책 쓰기 시스템이군요.
예, 그렇습니다. 그러나 로드맵이 있어야합니다. 그래야만 심적 안정에도 도전정신을 고취시키는 데도 도움이 되거든요. 책을 쓰는 것 뿐 아니라 모든 일이 그렇습니다. 많은 분들이 생각을 잘 안하세요. 그냥 살면 잘 살 수 없죠. '어떻게 하면 잘할까, 어떻게 하면 시간을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해야 합니다. IBM의 초기 캐치프레이즈도 씽크! (THINK!)였습니다.
본인이 그런 믿음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신 결과, 공소장님의 책 '명품인생을 위한 10년 법칙’ 처럼 명품인생을 사시는 것 같습니다. 본인의 인생에 비추어 명품 인생을 꾸리는 법을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강의 중에 늘 강조하는 것이 '선택과 집중’입니다. 누구든지 모든 것을 다 잘 할 수는 없습니다. 선택해서 얼마만큼 화력을 집중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무엇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며 최소한 10년 정도는 집중해야 합니다. 신정아씨 경우도 사람 자체는 재기발랄했던 사람 같아요. 그러나 한 십년은 묵직하게 했어야 하는 공부를 안하고 너무 빨리 과실을 얻으려고 한 거지요. 어떤 길이든 문리가 트이려면 십년은 묵묵히 집중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일단 문리가 트이고 나면 많은 기회가 옵니다. 인생은 포기의 미학입니다. 포기할 부분은 과감히 포기하고 집중할 부분을 확실히 집중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공소장님께서 포기하신 것은 무엇 무엇이 있을까요?
모든 잡기를 포기했지요. 제가 가진 시간과 모든 역량을 직업적 성과로 만드는 데에 쏟아 부었습니다. 그 활동에는 물론 책 쓰기와 강연이 포함되겠지요.
젊은 시절 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시간을 거친 후 저는 제 길을 명확히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일을 해왔습니다. 그 결과 지금의 모든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제가 포기한 잡기들에 대해서 어떠한 후회도 없습니다. 흔히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아야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도 일정한 기간 동안 아주 열심히 하는 과정 없이는 가능하지 않거든요.
골프도 잡기 중의 하나인데요. 공소장님은 업무상 명사들을 많이 만나실테고 골프치자는 말씀도 많이 들으실 것 같습니다. 요즘은 골프가 사교와 정보교환의 장이 되는데 골프를 못한다는 사실 때문에 불편하시지는 않나요?
나의 가장 큰 핵심 역량이 뭘까? 제가 종종 제 자신에게 묻곤 하는 질문입니다. 내가 세상에 기여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재능은 무엇인가 하는 거죠. 확실한 것은 사람들은 많이 만나서 저녁 먹는 일이 저의 핵심역량은 아니라는 겁니다. 저의 핵심역량은 컨텐츠 창조능력입니다.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야말로 내가 세상으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는 길입니다. 그 길을 감에 있어서 사람들을 만나서 저녁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는 일은 불필요한 비용인 셈입니다.
그래도 많은 한국인들이 인맥 관리를 위해 네트워킹 활동에 엄청난 투자를 합니다. 그런 일들도 굳이 필요하지 않은 감정의 낭비라고 보시는 건가요?
핵심역량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넓은 인맥이 핵심역량을 발휘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사람도 많을 것이고, 그 분들에게 인맥관리는 낭비가 아니라 꼭 필요한 일이지요. 사람만나고 사귀는 일에 어느 정도를 투자할 것인지는 개개인이 각자 결정할 문제입니다.
공소장님의 책에 보면 그렇게 10년 정도 하나의 목표에 몰입하다보면 두뇌구조 자체가 바뀐다고 하셨는데 거기에 대해서도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예. 저는 한 인간이 자신의 업무에 집중할 때 뇌구조가 바뀐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 자신도 그러한 경험을 했습니다. 앞으로 뇌과학이 발달하면 시각적으로 확인가능하게 되겠지요. 어떤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두뇌 속에서 그 일과 관련된 사고 회로가 엉성하고 성긴 도로망에서 세밀하고 정교한 도로망으로 바뀌게 되는 거죠. 제 경우는 오랫동안 책 쓰는 일에 매진하다 보니 책을 쓰는 기량이 느는 느낌입니다. 사고 회로가 자연스레 그 쪽으로 발달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성공학은 어른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공소장님은 10대 아이들을 대상으로도 자기경영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누구에게 어떤 내용을 가르치는지요?
주된 교육 내용은 초?중?고 아이들에게 현재 자기가 처한 위치를 스스로 깨닫게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의 아이들은 자신의 인생에 대한 각성이 부족하고,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동기 부여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교육에서 이런 부분을 거의 다루고 있질 않거든요. 그래서 저는 저희 연구소 자기경영 아카데미에 참여하는 아이들에게 '너는 가능성이 있는 인간이다.’라는 것을 일깨워 주려는 노력을 많이 합니다.
어떤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십니까?
아이들에게 지금까지 자기가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거지요. 질문과 답변, 즉 대화 방식을 통해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는 과정을 거치게 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자신의 인생에 후회를 많이 합니다.
아이들이 그런 과정을 다 잘 따라오나요?
네, 그렇습니다. 아이들이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 잘 합니다.
그렇게 아이들이 10여년의 자기의 삶을 돌아보게 하면 주위를 보는 눈이 틀려지나요? 특히 부모와 자신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게 되나요?
짧은 시간이지만 분명히 변화는 생깁니다. 부모에 대한 생각도 달라지죠. '부모는 부모고, 나는 나다.’ 라는 생각을 갖게 되요. 많은 부모들이 애들한테 공부 좀 해달라고 구걸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것보다는 아이들에게 본인 인생은 본인이 책임져야 하고, 공부를 하지 않았을 때의 비용은 본인이 모두 부담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합니다. 부모 자식 사이도 하나의 게임입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공부하라고 사정하는 순간 힘은 자식 쪽으로 쏠리게 되죠. 그럼 정말 힘든 경우가 생깁니다.
교육에 대한 공소장님의 생각이 깊으신 듯합니다. 한국의 교육, 어떻게 평가하고 계십니까?
이렇게 가는 것은 확실히 아닌 것 같습니다. 있는 정보를 달달 암기하는 교육은 정부가 부족하던 시대에나 필요했습니다. 지금처럼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는 자기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고, 창의적으로 가공하는 것을 배우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은 아직도 생각하는 교육을 못하고 있습니다. 논술마저도 암기를 하게 하는 중앙집권식 교육 공급체제는 정말 문제입니다.
사립학교 체제로 가는 것이 옳다는 말씀이신가요?
네 그렇습니다. 사립학교에 더 많은 자율권을 주어야 합니다. 교과목이나 교사의 채용 등을 자율화하고 등록금도 자율화해야 합니다.
귀족학교가 나올 거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만.
귀족학교, 당연히 나와야 합니다. 한국은 삼성전자 같은 명품 기업은 가지고 있으면서 왜 명품학교는 못 만듭니까? 국내에 명품학교가 없으니 아주 돈이 많은 사람만이 외국의 명품학교에 가게 됩니다. 등록금을 받아서 50%는 장학금으로 주면 머리 좋고 가난한 아이들도 명품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습니다. 교육의 경쟁력과 형평성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들을 위해서도 한 말씀 해주시지요.
세상의 모든 것은 변화에 대해 열려있어야 합니다. 모든 산업이 고객중심의 사회로 변하고 있으며 평가에 대한 보상차별화도 당연해지고 있습니다. 조금만 길게 보면 선생님들 또한 그러 변화를 피해갈 수 없습니다. 이러한 세상의 변화를 맞아 스스로 혁신을 단행하십시오!
우리 인터뷰의 끝 무렵에 왔습니다. '10년 후 한국’ 이란 책이 사회과학서적으로는 굉장히 드물게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그 책의 예측과 우려들, 특히 한국의 좌파 정권에 관한 우려들, 맞아 가고 있습니까?
그 책이 나올 때인 2005년에 정권교체 가능성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라졌죠. 우익이 잘해서가 아니고 워낙 좌파 진영의 실수가 잦아서긴 합니다만 지금은 그 책과는 달리 정권교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정권이 교체되고, 정권 교체에 성공한 사람들이 좋은 청사진을 가지고, 부패 없이 한국을 이끌어 간다면 '10년 후 한국’ 보다는 훨씬 밝은 한국의 미래가 기대됩니다.
'10년 후 한국’ 에는 한국인의 사고방식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예, 밝은 한국을 위해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은 사고의 문제입니다. 개인적 자유, 재산권 존중 등은 다소 불편하긴 하지만 번영을 위해서라면 받아들여야 하는 원리지요. 자꾸 정부에게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하면서 포퓰리즘정책을 원하는 것은 더 나은 한국을 이끌 국민의 사고방식은 아니지요.
어떻게 해야 국민들의 의식이 바뀔까요? 가령, 대통령이 바뀐다면 우리 국민들의 태도가 좀 달라질거라고 보십니까?
물론 바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미의 역사를 보면 지도자가 확신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노사문제에 관해서도 마가렛 대처, 레이건이 원칙을 세워 잘 해결했던 것을 떠올려 보면 지금의 이랜드 사태는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소장님이 보시기에 원칙을 세우고 모범을 보일 지도자가 지금 있습니다.
예,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럴 가능성 있는 지도자가 있지요.
다행이군요! 요즘 새로 나온 책이 이런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듯 한데 이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시죠.
'한국, 10년의 선택’은 이번 대선을 제 나름대로 요약한 책입니다. 이번 대선을 간단히 개념화한다면 저는 '평등-좌파 대 자유-우파의 대결’ 또는 '좌익 진영 대 우익진영'의 대결이라고 봅니다. 물론 그런 표현을 불편하게 느끼는 분도 계시겠지만 말입니다.
사실 현 좌파는 지나치게 평등지향적이고 친북적인 태도로 일관해 왔습니다. 표를 던지는 국민 여러분들도 이번 대선을 두 진영의 대결 구도로 정확히 이해하셨으면 합니다. 인기, 분위기, 지역색, 언론의 조작으로 표를 던지고 후회하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합니다.
평등-좌파 대 자유-우파의 대결에서 공소장님은 어떤 쪽을 지지하십니까?
저는 자유-우파진영을 지지합니다. 그것이 진리의 길이자 잘 사는 길이니까요.
그럼 북한에 대한 생각도 현정부의 정책과는 다르시겠군요?
예, 일단 저는 북한은 정상적인 정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당성이 전혀 없기 때문이지요. 대북지원과 관련해서도 북한 주민의 자유, 인간적 존엄성과 연계된 지원은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퍼주기식 지원은 곤란합니다.
어떤 지도자든 역사적 죄인이 되지 않으려면 이런 문제에 직면해서 해결해야 합니다. 북한 주민의 인권과 관련된 거라면 내정 간섭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체제로서의 생명이 끊긴 북한에 대해 북한 동포들이 우리가 누리는 것의 1/10은 누릴 수 있게 돕는 것이 민족의 의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연방제 운운하는 분들은 저는 좀처럼 이해하기 힘듭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 개인의 성공은 생각의 산물이요, 한 국가의 번영은 정신적 구축물의 산물입니다. 한국인의 뛰어난 잠재력을 폭발시키려면 정신적 구축물을 올바르게 쌓아올릴 좋은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능력이 뛰어난 개인도 좋은 지도자와 체제가 있어야만 더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신동아 독자 여러분들도 좀 더 냉철하고 현명하게 생각해 한 번 지불한 비용을 또 다시 지불하지 않는 선택을 하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공병호가 전하는 성공의 비결은 뜻밖에 단순했다. 모든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자기 안에서 해결책을 찾으면 그 때부터 부자의 길에 들어선다고 그는 말한다. 반면 자신의 문제를 타인에게 돌리기 시작하면 가난한 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내탓이요’라는 그 도덕률을 그는 성공의 비결이라고 전하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 결단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것, 그것은 바로 자유사회의 주춧돌이다. 그는 자유사회의 생활철학을 전파해나가고 있는 셈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그 책임을 사회로 돌려가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말한다.
개인적 성공을 위해 또 한 가지 필요한 것이 있다면 변덕스런 감정의 기복을 극복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시스템화하라고 권한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전체의 모습을 그려 놓은 후 그것을 작은 조각들로 나누어 매일 실천할 수 있게 해 놓는 것이다. 그렇게 10년만 노력하면 누구나 명품인생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아이들 교육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 제일 중요한 것은 아이들도 스스로의 처지를 자각하게 하는 것이다. 아이들 스스로 부모와는 별개의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데에서 교육이 출발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나라의 성공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이었다. 국민 각자로 하여금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책임지게 하는 것, 그러기 위해 법과 원칙을 분명히 세우는 일, 그런 원칙이 분명히 서 있을 때에 나라도 번영하게 된다.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그런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면서 대화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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