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문화 탐방기 4
제주의 마지막 날, 그러고 보니 문화탐방이라서 소문난 경치나 관광지를 가보지 못한 것도 아쉽고, 특히
고씨의 시작인 삼성혈을 지나면서도 들리지 못한 것이 서운한 일이었지만 함께 하는 일행의 일정에 맞추
어야 하는 것이기에 바로 제주 자연사 박물관으로 갔다.
광장에 다양하게 공개되어 있는 돌들의 형상이 우리를 맞아주었고, 들어가면서 제일 먼저 눈에 뜨인 것은
‘산 갈치’라는 생선의 표구인데, 길이가 삼 메타는 넘어 보이는 갈치였고, 설명으로는 산에서 살았던 갈치를
잡아 표구를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하는데, 곁의 사람이 ‘저 정도면 사람도 잡아먹겠다.’는 우스개 소리를
한다.
제주의 자연과 그 자료들을 다양하게 정리해 놓은 것들을 보면서, 어느 지역의 흉내만 내고 있는 박물관이
생각났다. 이렇게 잘 정리해 놓으면 참으로 좋겠는데......
박물관을 나온 우리는 잠시 시간을 내서 워터 서커스를 관람했다. 무대 한 가운데 수영장이 있었고 공연 중
필요할 때 열어서 다이빙을 하게 해 놓은 장치가 있었으며 외국인 출연자들이 대부분의 공연을 담당했는데,
공중에서 회전을 하는 모습, 특히 목에 밧줄을 걸고 돌때는 가슴이 벙벙 뛰기도 했다. 저러다가는 목 디스크에
걸릴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고,
중국인들의 다양한 묘기들도 즐겁게 해주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는데,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는 곳이라 그저
눈요기만 하고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 조금은 아쉬움이다.
점심 식사를 ‘고팡’ 식당이라는 곳에서 돼지고기 주물럭과 조껍대기 막걸리를 먹었는데, ‘고팡’ 이라는 말은
제주 방언으로 해석을 하자면 ‘곳간’ 이라는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주물럭에 제주산 고사리 무침을 함께 넣어
볶아 먹는 맛이 일품이었다. 그리고 막걸리 역시 공장에서 제조한 것이 아닌 집에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
였기에, 소주를 즐기는 나 역시 여기서는 막걸리만 마시고 나왔고. 가까운 곳이었다면 몇 되 사서 돌아와 친구들
과 함께 나누고 싶은 욕심이 일 정도였다.
점심 식사 후 우리는 마지막 탐방지로 4,3기념관으로 자리를 옮긴다. 나는 이곳의 이름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다. 기념관은 맞지만, 4,3제주사태, 4,3 제주항쟁, 4,3 제주사건, 등으로 불리는 그 명칭
때문이다.
해설사 조병근선생의 해설은 우리의 귀뿐 아니라 가슴에도 당시의 처절했던 주민들의 사연들에 담아 주었고,
눈에 보이는 여러 자료들은 우리의 마음을 먹먹하게 해 주었다. 나중에 시간을 만들어 혼자 조용히 다녀가야겠
다는 결심을 하게 하는 장면들...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고 도시락과 막걸리 한 병들고 차분하게 돌아보면서 혼자만이 당시의 주민들을 만나고 싶
다는 생각을 굳게 하고. 일행은 관람을 마친 후 차를 나누기 위해 건물 안에 있는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그 곳에서 눈에 뜨이는 당시의 상황을 조명해 놓은 책들, 그 중에 한 권을 사 들었다. “순이 삼촌” 이 소설이 4,3
일의 역사가 재조명되게 하는 단초가 되었다고 하였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외숙모를 삼촌이라고 부른다는 사실
은 소설을 읽다가 알게 된 내용인데, 소설의 내용 중 해독이 불가한 제주 방언이 눈에 들어올 때마다 조금은 답답
함을 느끼면서도 문장의 흐름으로 어느 정도 이해를 하면서 읽는데, ‘왜 그래야만 했을까?’의 의문이 꼬리를 문다.
커피를 마시고 난 후 버스를 타기 위해 주차장에 갔는데, 그 자리에 제주지회 부지회장 문경훈시인의 부인께서
직접 기른 고추와 오이를 막걸리와 함께 준비해 놓으셨다. 아! 이렇게 말해야겠다. 제주의 음식이 참 맛있었는데,
특별히 꼭! 하나만 말하라면 막걸리 한 잔 마시고 고추를 된장에 찍어 와삭 씹어 먹는 그 즐거움에는 맛과 정성
과 자연이 함께 담겨 있었다고 말이다. 그 사모님의 정성과 수고가 지금도 나를 제주도로 이끌고 있는 중이다.
저녁식사는 꺼멍돼지라고 하는 흑돼지 오겹살로 했는데, 이 식사를 대접하신 김순택고문님,참 감사한 일이다. 아
마도 내 한 달 용돈정도를 쓰셨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9시 비행기로 청주 공항에 도착하니 10시가 넘은 시간. 비가 오고 있었다. 그동안 많은 비가 와서 염려했다는 아
들의 말을 들으며 우리의 일정은 하늘이 보살펴 준 시간들이었다는 생각을 한다.
이제 글을 마치려고 하는데,
시간이란 놈은 긍정적 시간은 빠르게 흐르게 하고 부정적 시간은 느리게 흐르게 하는 심술이 있는 것을 이번 탐방
일정을 통하여 새롭게 깨달았다는 것도 소득 중 하나일까?
엊그제 제주 관광버스 운전기사로 수고하신 홍 성규님에게서 문자가 하나 왔다. 그 내용은
“안녕하세요. 제주도 홍성규입니다. 그때 선물 주시고 간 시집 너무나 행복하게 이제야 잘 읽고 있습니다. 소금.
소금 2. 이슬이고 싶습니다. 너무나 감동입니다. 한자 한자 소중히 읽겠습니다. ^^” 나는 “고맙습니다.” 라고 답
글을 보내주었다.


첫댓글 뜻깊은 행사였군요.
날씨도 축복이었구요.
감사합니다.
정말 날씨는 축복이었습니다.
관광지에 가는 것보다는 더 의미있는 일정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