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개요
제목: 말괄량이 길들이기
장소: 대학로 '다르게놀자'소극장
관람등급: 만 14세이상
관람시간: 95분
기간:2010.01.01~OPENRUN
시간: 평일 오후8시, 토요일 오후4시,7시, 일,공휴일 오후3시,6시, 월 쉼
티켓가격: 25,000원
주최:Kim's Comfunny
문의전화:02-247-4222
http://club.cyworld.com/ClubV1/Home.cy/52857423
대학로 다르게놀자 소극장에서 관람한 ‘말괄량이 길들이기‘
세익스피어의 5대 희극 중 하나인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각색한 작품으로 ‘소통연극’ 이라는 형식을 도입해 즐겁고 웃음을 주는 희극의 효과를 배가한 공연이다. 관객의 대답이 극의 흐름에 기여하고, 결혼식에 나가는 주인공을 직접 꾸미기도 하고, 요리사와 나무 등 배우로도 참여하여 같은 내용이면서도 관객에 따라 늘 극이 새롭게 전개되는 쌍방향의 그야말로 인터렉티브 아트가 된다. 보는 이들의 반응이 늘 다를 텐데 재치 있게 받아 넘기며 극을 이끌어 나가는 모습이 신선하다. 특히나 몇몇 등장인물들이 시작 전 관객들을 미리 만나면서 친숙한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공연에서 느끼는 배우들과의 긴장감, 거리감 같은 것을 줄여주어 보다 편안하게 극을 관람하게 해준다.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세익스피어의 작품시기를 3기로 나눌 때 초기 1기 때 제작한 희곡으로 그의 작품 중 유일하게 대화식 서극(Induction)으로 시작되고 있다. 이야기 속에 또 이야기가 들어 있는 엑자식 구성이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의 유명한 서사시인 루도비코 아리오스토(Ludovico Ariosto, 1474-1533)의 희극 ‘I Suppositi(變身들)‘을 번안한 조지 개스코인(George Gascoigne)의 영국 최초의 산문 희극 ’사색(The Supposes 1566)을 비롯하여 고대 로마의 희극의 영향을 간접적으로 받고 있다. 주인과 하인의 역할이 바뀌어 주인집 딸에게 청혼한다는 이야기나 몇몇 등장인물의 이름 등을 그대로 가져 온 점 등이 그렇다.
이 극의 키워드는 ‘기싸움’과 ‘길들이기’
소문난 부잣집 큰 딸내미 카타리나를 지참금 노린 페트루키오가 결혼해 남편을 군주나 주인으로 떠받치기 까지 하는 온순한 양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 당시에는 희극일 수 있겠으나 가부장적 시각이 많아 21세기 오늘날 웃고만 있기엔 좀 불편한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다. 5막2장에 ‘신하가 군주에게 충성을 다해야 하듯 아내도 남편에게 그런 의무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란 카타리나의 고백이 나온다. 사실 이 얘기는 수직적, 일방적인게 아니라 피차 상호간에 모두 해당되는 의무다. 다만 당시 시대상이 그러했으니 이해할 여지는 있다. 페트루키오의 일련의 폭력을 피하기 위해 순응하고 후일을 도모하는 설정으로 가면 스릴러 호러물이 될 수도 있고, 어린왕자에 사막여우의 충고처럼 진정한 사랑으로서의 길들이기 의미로 가면 멜로드라마가 될 수도 있겠다 상상해 본다. 고전의 의미는 원전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보는 이의 가치관과 시대상에 따라 얼마든지 상상과 교훈의 범위가 다양하게 펼쳐 질 수 있다.
세익스피어는 가장 위대한 극작가이자 세계 문학의 최고봉이다. 그의 희곡들은 인류의 고전 성경이나 그리스 로마신화와 함께 인문학의 필독서로 꼽힌다. 그의 작품들은 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공연되고 각색되어 대중들에게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극 공연과 더불어 미술, 음악, 춤,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로 활용되고 있다. 세익스피어를 소재로 한 그림들은 미술사에서도 의미있는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18-20세기 문학작품을 소재로 그려진 영국회화 2300여점 가운데 세익스피어 작품을 토대로 한 작품이 20%에 이른다. 그의 작품들을 바탕으로 한 그림들은 신고전주의, 낭만주의, 라파엘전파 등 양식의 변화와 시대에 따라 재현방식과 소재도 다르게 나타난다. 신고전주의에는 비극적 장면들, 낭만주의 시대에는 초자연적 요소들, 빅토리아 시대에는 아름다운 여주인공들의 인물화가 주로 그려졌다.
세익스피어의 작품과 관련된 미술이야기는 앞으로 다른 극들을 보면서 다음 포스트에서 다루도록 하고 우선은 이번 공연 ‘말괄량이 길들이기‘와 관련한 작품들을 몇 가지 보도록 한다.
Edward Robert Hughes (1832-1908), "The Shrew Katherina", 1896
첫 번 째 작품은 에드워드 로버트 휴즈(1849~1914)의 ‘말괄량이 카타리나‘다.
에드워드 로버트 휴즈는 빅토리아 시대 대표 화가로 삼촌 아서휴즈의 지원으로 로열아카데미에 들어가 미술공부를 했고 주로 초상화와 세익스피어를 주제로 한 그림을 그렸고, 수채화와 과슈로 작품들을 남겼다. 앤틱하고 근사한 식탁위엔 헝클어진 식탁보와 빈 잔과 빈 접시가 놓여있고, 오른쪽 팔을 괴고 빨간 드레스를 입은 카타리나가 앉아 있다. 카타리나를 길들이는데 여러 방법들을 동원하는데 거기엔 굶기기 작전도 들어 있다.
멀쩡한 음식을 트집잡고 요리사를 호되게 꾸짖으며 그녀를 위해 먹지말라고 한다. 흐트러진 식탁보는 페트로치오의 소동행각을 나타내며 빈잔과 접시는 쫄쫄 굶고 있는 그녀의 호된 트레이닝을 무심히 보여준다. 반면 가득 담긴 투명한 포도주병 만이 유일하게 반짝인다. 황당하게 연이은 역습을 당하는 그녀는 대항할 기운조차 없다.새끼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왼손마져 머리를 받쳐 그녀의 불편한 심기를 나타내며,
앞으로의 대처할 자세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Robert Braithwaite Martineau - The Taming of the Shrew: Katherine and Petruchio 1855
두번째 그림은 로버트 브라이스웨이트 마티노의 '카타리노와 페트루치오'다.
이 작품은 이야기 상 결혼 전 두 인물의 첫만남을 묘사한 그림이다. 능청스럽고 수단좋은 그는 녹색 공단과 번쩍이는 은색의 스트라이프로 된 상의와 흰 타이즈에 빨간 구두까지 한껏 멋을 부렸다. 눈을 반쯤 내리깔고 그녀에게 노골적으로 호감표시 어쩌면 청혼을 하는 순간일 수도 있겠다. 반면 카타리나의 표정은 차갑다. 그의 말에도 관심이 없는 척 몸의 장신구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이 그림에서 주목해 보아야 할 또 하나는 실내장식으로 걸려있는 벽의 커텐에 그려진 풍경화다.
자연에서 겸허하게 배우는 예술을 표방한 라파엘 전파의 영향이 담겨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로버트는 라파엘 전파의 중심 작가였던 윌리엄 홀먼헌트의 제자로 이 작품도 그의 영향을 받았다. 상류사회의 우아한 삶이나 신화를 주로 그린 라파엘전파의 일반적 양식과는 다르게 그의 대상들은 익살을 가득 담고 있다. 당시 부르조아에 대한 조롱일 수 있었으나 오히려 이런 작품들은 그들에게 큰 인기를 누렸다.
Washington Allston, Scene from "The Taming of the Shrew" 1809
마지막으로 볼 그림은 워싱톤 올스톤의 '말괄량이 길들이기'그림이다.
가운데 빨간 모자를 쓴 남성이 페트루치오다. 무언가 잔뜩 화가 난 표정이다. 한 남성의 멱살을 잡고 있는데 주머니 끝에 가위와 실이 늘어진 것으로 보아 재단사로 보인다. 카타리나를 위한 옷을 만들어 주려 했으나 뭔가 또 트집을 잡아 애꿋은 재단사를 탓하며 그녀는 새옷을 입지도 못하고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어쩔 줄 몰라 당황스런 표정이다. 옆에 있는 종들은 '또 야'하는 표정으로 주인을 말리고 한 남성도 이해안간다는 어이없는 눈길을 보낸다.
바닥에 주인이 흥분하자 점박이 개까지 컹컹 짖어 대며 어수선한 분위기에 가세한다. 가정의 충성, 충직함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개마저 주인남자에게 동의하는 듯 하다. 자세히 보니 페트루치오의 오른쪽 눈이 질끈 감긴 것도 같다. 쇼를 하는 거다. 많은 인물들이 등장해 마치 연극의 한 장면을 보는 듯 생동감이 넘친다.
" 길들인다는 말이 무슨 말이지
그것은 자주 소홀히 여기는 행동이예요
그것은 인연을 맺는 다는 뜻이지요
만일 당신이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 필요하게 되요
당신은 나에게 있어 이 세상에서 단 하나의 유일한 존재가 될 것이고
당신에게 있어 나 역시 이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가 될 거예요
나를 길들여 줘요
인간들은 이미 길들여진 것만 알아요 여우가 말했다
그럼 너를 길들이려면 어떻게 하면 되지?
인내심이 있어야 되지요.
우선 당신은 나와 좀 떨어져서 풀밭에 앉아 있어야 되요
나는 당신을 곁눈으로 바라보면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말아야죠
말이라는 것 오해의 근원이니까요
..........
비밀은 별게 아니예요
마음으로 보아야지만 바르게 볼 수 있다는 거예요
매우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거지요
당신이 그 꽃에 바친 시간때문에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예요
인간들은 이러한 진리를 잊고 있지요
당신은 당신이 길들인 것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거예요
당신의 장미에도 당신은 책임이 있어요"
_ 어린왕자 중에서_
“인생을 즐기면 그것은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생산이다.
이 모든 것이 지금 트렌드다. 관객과 배우가 다 같이 어우러지는 것.
흥미진진, 그것은 우리만의 어울림“
좋은 극 하나 챙겨 보는 것도 작은 행복찾기가 될 것 같다.
길들이기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첫댓글 문학과 더불어 우미갈 회원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게도 그림설명까지~~
참으로 감사합니다 고견들 자주^^
모처럼 글 올렸는데 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워낙 많은 세익스피어 연극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미술에서도 그 영향이 많은 지라 함 다뤄보고 싶었어요. 연극들이야 개성있게 각색을 하니 그거에 대한
평을 제가 하는건 별로 재미없구요 전 미술적 요소만 보게 되요.별로 안좋은 관람이라고 하는데 그게 잘,
맨 아래 사진도 위에 로버트휴즈 작품과 똑같은 설정이라 놓치지 않고 사진을 찍어뒀어요^^
이번 가을 내내 중학교 영어연극 연출해서 좋은 성적을 받았구 오는 12월 24 오산시 어린이 영어연극 공연을 준비중에 있습니다. 대학시절 영어로 'The Taming of the Shrew' 공연한 적이 있는데 이글을 읽다보니 무척 가보고 싶습니다.
닐스님이 직접 연출을 하셨다는 말씀인가요 음... 대학시절에 하셨던 건 뜻깊은 추억이셨겠어요
저 대학땐 학원비리 관련한 총체극 시나리오 써서 무대올린 기억이 있는데 지금생각함 참 뭣도 모르고 어설펐다는 생각
박하님이 직접 대본을 쓰셨다는 말씀인가요 음... 어설펐다뇨? 자존심 가진 사람이 불의에 분노하는 법이죠.
저항할 줄 모르는 젊음이라면 그게 어디 젊음이던가요? 정곡을 찌르는 박하님의 필력으로 보아 예리하게 비판하셨을 거 같아요. 몇해전 세종대 조소과 교수의 부당해직 문제를 다룬 인디영화 <팔등신으로 고치라굽쇼?>가 생각납니다. 동상제작중 재단측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다 재임용을 거부당하자 동료교수였던 황철민감독이 만든 영화인데, 사학재단의 비리에 분노하던 각계의 사람들이 연대하여 응원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영화 때문인지는 몰라도 교수들에 대한 재단측의 부당압력이 많이 줄었다고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