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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이요, 뻥튀기는 기계는 포장안에서 튀기네요.
장터 채홍조 하얗게 얼어붙은 경기처럼 구불구불 박제되어 있는 수로 누런 거물 코처럼 잘 나누어진 들판에 머리 흔드는 갈대들의 서글픈 노래 주욱 곧게 뻗은 도로 옆에 줄지어 달려가는 전봇대 따라 가물가물 멀어지는 희미한 기억 희뿌연 안갯속으로 사라진다 목적지 없이 달리고 있는 이 길 답답한 가슴이 조금은 후련해질까 낯선 거리 작은 시골 장터에 들어섰다 여러 가지 생필품을 펼쳐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거리의 노점, 예쁜 강아지와 토끼를 한 상자에 가두고 파는 곳 토끼가 먹고 있는 무청을 강아지도 맛있게 먹고 있다 낡은 트럭에 옛날의 추억을 잔뜩 싣고 손님을 기다리는 아저씨 멍석, 지게, 도리깨, 키, 빗자루, 짚으로 만든 여러 가지, 반갑게 다가오는 낯익은 물건들 붕어빵과 녹차호떡을 만들고 있는 젊은 부부 말을 할 수 없고 듣지 못하는 장애인이었다 둘이서 다정하게 웃으며 따끈한 사랑을 연방 구워 내고 있다 붕어빵 한 봉지를 안고 나도 가슴이 따뜻해진다 비릿한 어물전을 지나고 향긋한 과일 전을 지나서 김이 무럭무럭 나는 국밥 집 옆 만두 가게에 들려서 만두 한 접시 시켜먹고 올망졸망 보따리 펼쳐 놓고 길모퉁이에 앉아 언 손을 비비며 손님을 기다리는 화훼 탈 같은 할머니 얼굴에 친정어머니의 모습이 겹쳐온다 추억은 늘 연상으로 떠오르는 것 겨울은 춥기만 한 것은 아닐 진데 휑한 장터에 찬바람만 불고 세모를 앞둔 이 추위는 더욱 깊게 가슴을 파고든다 2005. 12. 28.
해안선 채홍조 파도가 그려놓은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산과 바다가 경계를 이루는 절묘한 풍경 속으로 빨려든다 갈매기 떼들 다 북쪽을 바라보고 무리 지어 갯바위에 하얗게 앉아 있다 추운 북쪽에 무엇을 바라보고 앉아있을까 깃털이 바람에 헝클어지지 않게 하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란다 그림 같은 포구에 통통배가 들어오면 갈매기들은 뱃전으로 모여든다 어부들이 던지는 작은 고기를 먹으려고 아우성이다 남의 것을 빼앗아 먹는 날랜 놈 늘 빼앗기기만 하는 바보 같은 놈도 있다 그들도 인간세상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삶이란 끝없는 경쟁인 것을 바다와 맞닿은 하늘의 이마 너머로 점점이 떠있는 고깃배들 수채화처럼 평화로운 푸른 섬 톱날 같은 수평선 위로 질주하는 한 무리의 백마 떼 동굴 같은 가슴을 횡하니 관통하며 목놓아 부르고 싶은 그리운 이름 하나 달려오는 파도가 집어삼킨다 산모퉁이 돌아 호젓한 갯바위에서 잃어버린 그 이름 낚아 올리려 멀리 포물선을 그리며 긴 낚싯줄을 던져본다 동해 푸른 바다와 경계를 이루는 해안선도로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화다 한족은 우뚝 솟은 우람한 산과 우거진 숲 바위들의 어우러짐 또 한 족은 하얀 파도 쉼 없이 달려오는 까마득한 수평선 백구들의 군무, 긴 꼬리 끌고 한가하게 바다를 헤엄치는 작은 어선들 비린내 물신 풍기는 어촌의 한가한 포구 이 평화로운 한 폭의 풍경화에 나를 그려 넣어본다 여행은 늘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자연의 품안에 안겨 보낸 하루는 마음이 가볍다 그런데 요즘은 기름 값이 너무 올라 부담스럽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에 늘 행복하고 감사하다 2005. 12. 2
저 바다에 채홍조 모세의 기적이 일어난다는 바다는 우리 서해에도 여러 곳 있다. 서해바다는 작은 섬들이 많아 아기자기한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고 정겹다. 언제 찾아가도 반기는 비릿한 해풍 처음 간 곳인데도 어디선가 본 듯한 눈에 익은 풍경. 크고 작은 고깃배들 질퍽한 포구에 펄펄 뛰는 활어들 해변을 병풍처럼 에워싸고 울창한 해송들의 풋풋한 노래 정말 아름답고 좋은 곳이다. 궁평리 해수욕장의 아름드리 소나무 숲에서 겨울바람을 안고 산책은 환상적이며 낭만적이다. 몽산포 십리포 백리포 천리포 안면도의 꽃지 해수욕장 삼림욕장의 아름드리 적송들, 잘 닦여진 산책로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많이 있다는 것에 새삼스레 행복하다. 가보고 싶은 곳은 한이 없는데 언제나 현실은 발목을 잡고 늘 아쉬움을 남긴 채 돌아온다. 2004. 2. 25.
결혼 30주년이란다. 채홍조 결혼 30주년이란다. 새벽에 일어나니 날씨가 내 마음처럼 무겁다 남편과 옷을 몇 가지 챙기고 6시쯤 집을 나서 말없이 음성 쪽으로 달리고 있었다. 첫눈이 온다고 한 날인데 길바닥은 이미 젖어 있는 것 같다 어젯밤 아들을 나무라다가 아들이 던진 말 한마디가 비수처럼 가슴에 꽂혀있다 아버지의 그런 모습 정말 싫어한다며 따로 살았으면 좋겠단다. 남편은 몹시 충격을 받은 것 같다 화를 꼿꼿이 세우고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다. 술을 마시고 해서는 안 될 말없이 그냥 막 쏟아 버린다. 다른 사람의 가슴에 상처 주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마음에 상처만 아파하는 사람 같다 과거의 아프고 힘들었던 세월을 아들에게 보상받으려는 심리일까 아니면 자신이 부모에게 받지 못한 부를 아들이 대가 없이 누린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가족에게 특히 양보할 줄 모르고 꼭 이겨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은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지, 포기하고 살다가도 야속하기도 하다 그 마음 그릇이 좁은 것하며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한 성격을 닮은 아들의 앞날이 심히 걱정스럽기도 하고, 참으로 머릿속이 시끄러운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까지 인생 여행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자식 하나는 반듯하게 키웠다 생각했는데 이제 그 아들이 반항을 하는 것을 포용할 수 없어서 가슴이 저리다. 가다가 보니 길이 미끄러워서 여러 곳에 교통사고가 나고 있었다. 저렇게 한순간에 자신의 운명이 바뀔 수도 있는 현실인데 왜 이리 움켜쥐고 마음대로 쥐락펴락 하지 못해 힘들어하는지 결혼한 아들은 나름대로 주장이 있고 아들이 마음대로 휘둘려지지 않아 버거운 남편은 지구가 두 쪽이 난 것처럼 절망하고 아들은 일 년 남은 학업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고 둘째를 가진 며느리는 울고 서 있고 두 살배기 손녀는 할아버지와 같이 소리를 있는 대로 지르고 있었다. 이 현실이 나는 너무 싫어서 연기처럼 녹아버리고 싶었다 하나뿐인 아들이 부모에게 대드는 것도, 남편의 어른답지 못한 언행도 싫다 이 난국을 수습하기도 쉽지 않고 며느리 앞에서 추한 꼴 보이는 것 정말 싫다 말로는 가진 것을 지켜나갈 나이다 손에 움켜쥐고 있는 것을 놓아버리면 자유로워진다고 하면서도 행동은 다른 길로 가고 있으니 그 괴리를 수용하지 못해 힘겹다 고생을 모르고 자란 아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주문하는 남편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처럼 처자식 데리고 바닥부터 시작해 봐야 한다고 우기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나는 자식에게 그런 고생시키고 싶지 않다 내가 살아온 길이 부끄러워 아니다 그 아픈 고통 뭐가 좋은 거라고, 사람대접 받지 못하고 사는 거친 삶이 너무 아파, 그 가난 물려주지 않으려 허리가 끊어져라 일했던 것이다 마음 하나 서로 의지하여 결혼하고 처음 구멍가게를 했다 열심히 일하여 가계를 잘 키우다 사기를 당해서 다 날려버리고 남편은 우유배달 외판원, 버스 기사 등을 하며 나도 요쿠르트 배달원 화장품 외판원 보험 등, 닥치는 대로 열심히 일하여 겨우 낚시가게를 열고 둘이서 새벽 5시에 일어나 저녁 12시까지 23년의 세월을 하루같이 일하여 이제 겨우 가난에서 벗어나게 되었는데 결혼 5년 만에 허리띠 졸라매고 겨우 장만한 15평짜리 연립주택 그래도 그곳에서 이년을 사시다가 돌아가신 시어머니 또 이 년 후에는 아홉 살 난 큰아들이 집 옆에 광교 천에 홍수가 나서 훌쩍 내 곁을 떠났다 그때는 정말 이제는 웃을 일이 없을 같았다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지 않는 고통이 어떤 것인지 불면과 고통을 삭이지 못해 한밤을 미친 듯이 온 방을 뒤지던 아린 기억들이 알알이 박혀있는 그 작은집 그 집을 25년이 지난 지금도 팔지 못하고 안고 산다. 많은 시간이 바람처럼 흘러 결혼 30년이란다. 그래, 참 용케 잘 살아내었구나 어째 그런 고통만 있었겠는가. 하느님은 참 지혜로워서 기쁨과 고통을 번갈아 주시니 작은아들이 잘 자라면서 나에게 희망과 기쁨과 큰 위안을 주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일하며 때때로 아픈 기억 문득문득 잊고 살았다 이제 아들도 결혼시키고 아담한 내 건물도 하나 가지고 허리 펴고 좀 살려고 하니 올해는 장사가 너무 안 되는 불경인데다 가게 앞 도로에 지하차도 공사를 하고 있어 더욱 장사가 안 되어 2년째 적자운영을 하고 있다 그래서 빚은 늘어만 가고 신경은 날카로워진다 이쯤에서 마음 비워 나를 위해 남은 시간을 투자하고 생활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어 음성에다 노후생활을 위해 찬찬히 준비하는 중인데 아직은 좀 서두른 걸까 내 손안에 욕심 놓지 못해 지금도 이렇게 가슴 답답한 거겠지 그래 지금은 잊고 풍경이나 보며 가자 몇 개 남은 마른 나뭇잎이 박쥐처럼 매달려 바람에 바동거려도 내년 봄에 키울 씨눈을 솜털로 겹겹이 에워싸고 동안거에 들어간 나무들의 과묵함을 보며 내일의 걱정은 내일로 미루기로 하자 아들도 진심은 아니었을 게야 화가 나서 한 번 해본 말이겠지 내일 돌아가면 꼭 잘못했다고 사과를 하겠지 그 아들이 얼마나 내 생의 큰 힘이 되었던가. 2005.11.24.
어떤 여행
채홍조
진눈깨비 오는 새벽을 가르며 음성으로 달려간다
더러 교통사고가 나 있기도 한 여명이 걷히는 도로를 조심 운전을 하며
길옆 어느 휴게소에 들러 해장국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음성에 하우스 지어 놓은 것을 둘러보고 문경 쪽으로 다시 달렸다
산북으로 가서 동로 생달이라는 곳에 지어 논 황토집을 구경했다
푸른 소나무와 멋진 바위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산새와 아주 잘 어울리는 집이다
그 아래 경천댐을 지나서 용문면에 있는 용문사라는 큰 사찰에 들어갔다
사찰의 풍경은 거의 대동소이하다
일주문으로 들어서는 길에는 숲이 우거지고
입구에 사천왕이 지키는 정문을 들어서면
돌계단으로 이어진 양옆에 큰 종각, 큰 북,
아름다운 단청에 날개 세운 기와집들
다음에는 숙소 맨 위에 대웅전 대개 그런 식이다
정문에 들어서기 전에 굴참나무와 벚나무의
연리지가 특히 눈에 들어온다
어쩌면 말로만 듣던 풍경이 내 앞에 펼쳐 있다
서로 꼭 껴안고 살아가는
두 그루의 나무 부부처럼 다정해 보인다
벚나무 가로수가 아름다운 도로를 달려
석송령을 찾다가 잘못 들려서
그 언덕 위에 황토 마을 짓고 있는 곳에 들렸다
참 아름답게 같은 모양의 황토 한옥이 여덟 채를 짓고 있는 중이다
육백 년 삶을 무겁게 버티고 선 거대한 소나무 석송령
반송 종류라 그런지 가지가 분재처럼 너무 아름답다
그 소나무는 자신의 땅을 666제곱미터나 가지고 있는 부자란다
그래서 꼬박꼬박 세금도 내고 잘 치장하고 멋있게 살고 있다
영주로 넘어가서 천년의 고찰 부석사에 들리고
은행나무와 아름드리소나무들이 즐비한 길을 따라
봉화에 도착해서 오전 약수탕을 찾았는데
너무 어두워 다시 봉화로 나와 지난여름 은어 축제하던
다리를 건너서 이화장이라는 모텔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시 새벽에 울진으로 달렸다
해가 뜨는 것을 기다렸지만 흐려서 볼 수가 없다
파도가 제법 철썩이는 새벽 바닷가에서
찬바람을 안고 조금 걷다가
그 옆의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불영계곡을 끼고
새벽에 왔던 길을 다시 나왔다
갈 때는 어두워서 못 봤던 사랑 바위를 보고
애달픈 전설도 읽어보았다
정말 두 남녀가 꼭 껴안고 있는 모습이
오누이라고 보기에는 안 어울리는 것 같다
나오다가 금강소나무 군락지에 들어갔다
18k를 달려 비포장길을 꼬불꼬불 올라서
도착한 그곳은 정말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은 기분이다
팔백 년 혹은 육백 년 살아온 소나무들
분재처럼 가지가 이리저리 꼬여있다
그런데도 기둥은 쭉쭉 뻗은 아름드리
붉은 소나무가 온 계곡을 꽉 메우고 있었다
아 너무 아름다워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다
그 숲 속을 한참 걷다가 소나무의
붉은 나이테가 선명한 목재로 지은
사무실에 들어가 방명록에 사인하고 내려왔다
청량산 박물관에 들려서 아름다운 청량산을 오른 것처럼
화면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풍경을 다 구경하고
점심은 청량산 아래 멋스러운 너와집 식당에서
안동 간 고등어와 산채비빔밥을 먹었다
안동 쪽으로 나오면서 안동호를 끼고 돌아
도산서원 들어갔다
작은 토담 기와집이 죽 두 줄로 계단식으로 지어져 있다
옛날 선비들이 기거하며 공부하던 방이란다
도산 서원사무실에 들려서 둘러보고
퇴계 이황 선생님 생가 등을 들려서
이육사 기념문학관 둘렸다
근처의 초등학교에서 현장 학습을 나왔나 보다
자글자글 떠들며 떼를 지어 다니고 있다
안동 하회마을 류성룡 선생 생가
그리고 영국여왕의 방문 때 생일 상을 받았다는 곳,
골목골목 어렸을 적 살던
붉은 토담과 초가집, 가을걷이를 하는
농부들의 평화로운 모습이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카메라를 가져가지 않은 것이 너무 아깝다
도로 옆 양지바른 언덕 위에 개나리꽃이 노랗게 피어있어
가을이 아닌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요즘 박물관에 들어서면 저절로 큰 화면에 불이 켜지고
영화처럼 설명을 하는 장치가 다 되어있어
굳이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게 되어 있는 것이 참 인상적이다
관광지나 고적을 들릴 때마다 주차료를 내고
관람료를 따로 내는 것이 좀 번거롭고
또 돈을 많이 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차라리 합해서 적당히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틀 동안 평소에 가보고 싶던 많은 곳에 다니다 보니
좀 피곤하기도 하지만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풍경에 늘 가슴 설레어
여행은 내 삶의 새로운 활력소가 된다
2005. 11. 24
문학세계/ 시 세계의 신인상 시상식에 참석했다
몇 년 전에 내가 섰던 그 단상
이제 새로운 시인들이 얼굴 발그레 수줍음 띄고
가슴 설레며 그 곳에 서있다
시낭송 100회기념 시화전에도 출품하여
기차여행 시화가 아주 잘 나와서
기분이 좋았다
오랜만에 그리운 얼굴들 만나고
다음부터는 계속 참석해야겠다
그런데 지금 시화를 살펴보던 중
작품에는 없는 시어가 삽입되어있어
그 시어 때문에 시의 내용이 말이 안 되는 엉뚱한
시어가되고 말았다
2연에 1행 /햇살 눈부신 강어귀 돌아/인데
시화에는 /햇살 없이 눈부신 강어귀 돌아/
이렇게 되어있네요
그 /없이/ 라는 시어는 왜 집어넣었는지
그것 때문에 말이 연결이 안되네요
그 시화의 인쇄를 다시 해서
보내달라고 연락을 해야겠다
인쇄과정에서 착오가 있는 것 같다
그 시화를 몇 장 더 뽑아서
선물로 주어도 참 좋을 것 같다
2005. 11.19.
누리문학회 12회 닝송회모임
채홍조
오후 2시 30분에 집을 나섰다
수원역까지 걸어 가려고 시간을 충분히 잡았다
요즘 아침운동을 소홀히 해서 겸사겸사 걷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급한 성격에 쉬엄쉬엄이란 단어는 내게 어울리지 않는가보다
나도 모르게 걸음은 자연히 빨라지게 마련이다
수원역에 도착하니 3시15분이 되었다
독산역까지 자리가 없어서 서서갔다
요즘 전철이 천안에서 출발하니 자리가 없을 때가 많다
도착은 3시50분 그곳에서도 1시간이 남았으니 또 걷기로 했다
독산동 축산물시장 길인가 보다
가게마다 늘비한 가축들의 주검으로 냄새가 진동한다
소의 튼튼한 앞다리 뼈가 유리진열장 안에서
발길질도 잊은 채 얌전하게 가지런히 누워있다
그 발톱이 유난히 두꺼워 보인다
그 옆에 돼지들도 한꺼번에 몇 마리씩
등줄기의 뼈마디를 들어낸 채 누워있다
부산물 내장들만 산더미처럼 쌓아둔 유리장도 있고
네모진 깡통에 빨갛게 두부처럼 엉킨 피,
몇 시간 전까지 그들의 몸 속을 따뜻하게 데웠을 모습을 생각하며
인간의 잔인함에 나도 몰래 어깨가 움츠려든다
한 참을 소 울음소리 돼지울음소리로
시끄러운 그 길을 지나 7080라이브카폐에 도착하니 4시5분쯤
오늘은 문이 열려있어 반갑게 들어갔는데
아직 아무도 안 오고 주인아저씨만 열심히
마이크 손질을 하고 계신다
향긋하고 따뜻한 자스민 차 한 잔 받아들고
한참을 있으니 한 두 분씩 나타나기 시작하는 문우님들
6시가 넘어도 열분 정도 밖에 안 오셨다
오늘은 유난히 지각이 많으시다
진행도중에 몇 분이 더 오셔서 한 20명 정도 오신 것 같다
시간은 어찌 그리 잘 가는지 열시쯤 되어서
먼저 일어설 수밖에 없었다
홈플러스 앞에서 900번을 타고
수원터미널 사거리에 도착하니 11시40분
다시 터미널에서 집으로 걸어오니 12시10분이 되었다
자고있는 남편 몰래 자리에 누우면서
왜 조금 미안해지는 걸까
2005. 11. 12
낚시발전협의회 광주모임
채홍조
오후 3시에 온다던 버스는 4시가 넘어서 도착했다
네 사람이 버스에 탔는데 총 8명이
45인 석 버스를 타고 광주로 향했다
안성 휴게소에 들려 간단한 요기들을 하는 것 같다
광주에 도착하니 8시가 다 되었다
기다리는 사람도 찾아가는 사람도 지치기는 매 한 가지 일 것 같다
시간이 너무 없어 매장만 한 바퀴 둘러보는데
그 넓은 규모와 정리정돈에 우선 놀라고
그 많은 제품들에 또 한 번 놀랐다
미리 예약해둔 식당으로 향해 다시 얼마를 갔을까
은행나무 단풍잎이 샛노랗게 마당을 뒤덮은
한적한 산 속의 음식점에 닿았다
불빛에 비친 경치가 환상적이다
밝은 낮에 보았다면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어두워서 주위의 경치를 볼 수 없어 안타깝다
음식은 그런 대로 깔끔하다 우선 배가 고팠으니까
옷 닭이라고 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술이 과한 남편과 약간의 언쟁이 있었다
고속도로에서 안전벨트도 매지 않고 왔다갔다하기에
몇 번이나 앉으라고 한 것이 화근이었다
눈으로 보면 말을 하게되고 안보면 불안하고
이것은 내가 남편의 술 습관을 알기 때문이다
때로는 나도 탁 놓아버리고 싶다
하지만 절제하지 못하는 술버릇 때문에
종종 사고를 치니 어찌하랴
이제는 따라나서지 말아야겠다
서로 견제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집에 도착하니 새벽 3시였다
별로 유쾌하지 못한 여행이었다
2005. 11. 14
아침 고요 수목원/ 채홍조
어제는 망중한을 이용하여 모처럼 여행을 떠났습니다
우리 서방님 좋은 곳으로 안내를 하겠다며
인터넷에서 찾아 낸 아침고요 수목원으로 가자하네요
어디 간다면 한 가랭이 두 다리 끼고 나서는 나인지라
조금 들뜬 마음으로 아들 가게에 앉혀놓고 따라나섰지요
단풍잎이 너무 아름다워 눈이 황홀했지만
단풍은 나무가 너무 아파서 흘리는 눈물 같은 거랍니다
이제 나무와 작별하느라 생살이 떨어지는 고통의 소리가
온 산 가득 흐르는데 사람들은 아름답다 환성을 지르나 봅니다
두 시간정도 달려서 청평검문소에서 좌회전해서 죽 따라 들어갔는데
한참 멀리 와서 이제 산길로 들어섰지요 그쪽에는 아름다운 팬션,
농장 식물원 자연 휴양림이 골짜기마다 빼곡이 들어차 있었습니다
길은 점점 좁아지고 비포장이라
차 두 대가 스치지도 못하는 길이 여러 곳 있었습니다
산골로 들어가서 맨 마지막 골짜기 그 뒤는 길이 없고 산뿐인 곳에
아침고요 수목원은 별로 고요하지 않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사람들과 차들이 계속 꼬리를 물고 나오고 들어가고
휴일이라 그야말로 아수라장입니다
입장료가 어른 5,000씩 몇 가지 전시실과 동산을 들러보고
울창한 숲 속의 통나무 판자에 시를 걸어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숲속에서 시 감상하며 한 참을 산책하고
허브차 한 잔 마시고 죽 들러보았습니다
한상경 삼육대학 원예학과 교수님이 설계하고 설립하셨다는군요
아침고요란 이름은 인도의 타고르시인이 우리나라를
동방의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고 한 말을 인용했답니다
길이 너무 비좁고 상태가 안 좋은 것이 흠이지만
그 유명한 영화 편지를 그곳에서 촬영해서 이렇게 알려져
관광객이 많이 찾고있답니다
다른 수목원과 별로 차이도 없고 생각보다는
부족한 그 무엇 그런 것이었습니다
들어갈 때 나올 때 하도 고생해서 그런가 봅니다
어째든 가을을 맘껏 안고 가을 속에 빠져보고 왔습니다
이제 또 한 주를 분주하게 시작해야겠지요
여행은 새로운 활력소가 된답니다 2003.10 27.
아침 고요 수목원
채홍조
가파른 고갯길 넘어
굽이굽이 돌아가는 골짜기마다
풍경화 같은 펜션들
꼬리 물고 따라오는 흙먼지
뽀얗게 날리는 울퉁불퉁한 길
키 큰 삼나무 울울창창 푸르다.
넓게 펼쳐진 하늘 공원
허브향기 가득히 꿈꾸는 숲
야생화 앙증스런 얼굴들이
별처럼 반짝이며 활짝 웃고
솔바람 수런거리는 숲 속의
벤치에 기대앉아
잘 익은 시 한 수 읊조리는
노 시인의 나부끼는 은발이 낭만적이다.
원두막 초가지붕에
노란 햇살이 앉아 졸고
내 어머니 버선발로 반기실 것 같은
아늑한 고향집 툇마루
발아래 내려다보이는 우리나라
통일된 조국 염원하는
아이리스의 화려한 합창소리 드높다.
난쟁이들의 마을
창조, 세상만사, 웅비, 탈속,
오순도순 둘러앉아 사람들을 구경하고
부자 집 농가, 양반 집 대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옛날이야기들
손때 묻은 침묵, 과거를 꿈꾸는가
맑은 시간 속에 앉아 웃자란 소망들
목욕하는 선녀들을 훔쳐보고 있다.
2004. 5. 11.
음성으로 / 엄마생신
채홍조
아침 9시 따르릉
서울에서 혼자사시는 엄마전화
야야 너 오늘이 뭔 날인지 아나
오잉 ~~~~오늘이 아 엄마 애고오 엄마 생신이군요
죄송해서 어쩐데요
어제까지는 생각하고 있었는데
달력에 동그라미도 쳐 두었는데
부랴부랴 서방님과 서울로 올라갔지요
오늘 음성 내려가려고 했는데
모시고 내려와 음성으로 달렸다
안 그래도 음성 다녀오고 싶어하시는 것 같아
이 기회에 모시고 내려갔다
서울 갔다가 다시 음성 도착하니 1시가 다 되었다
먼저 칼국수집에 가서 식사하고 농장으로 들어갔다
몇 일만에 만나는 옥수수는 이제 제법 줄기마다
아기를 두 세 개씩 들쳐업고
삼지창보다 더 많은 창살로 파란 하늘을 쿡쿡 찌르며
긴칼을 이리저리 휘두르고 있네요
고구마줄기들은 흙이 보이지 않게
온 밭을 서로 뒤엉켜서
바람에 긴 목 줄기의 하트형 이파리를
사르르 흔들고 반갑게 인사를 하는군요
들깨들은 연하고 파란 잎을 두 손바닥 마냥 벌리고
그 향긋한 미소를 짓고
땅콩은 노란 꽃을 피워 긴 꽃대를 다리 밑 땅속으로 감추고
클로버 같은 작은 잎만 살랑살랑 흔들며 눈웃음치네요
농협에서 황금배추씨를 사서
이랑에 구덩이파고 거름 한 줌 넣고
물주고 씨 너 뎃 알씩 넣고 잘 묻어주었지요
아참 오이는 오늘도 변함 없이
크고 작은 오이를 서른개정도 내어주네요
못생긴 오이하나 물에 씻어 아삭 베어 물고
싱그러운 오이 향에 취해
사철나무 울타리 한바퀴 돌고
호박잎 따고 깻잎 따고 고구마줄기 따고
키 큰 은행나무 그늘에서 얼음물 한 모금 마시는
내장까지 시원한 행복이랍니다
언니가 엄마생신이라 한턱 쏜답니다
모처럼 큰딸에게 효도할 기회를 드리고 싶어
엄마를 모시고 문경으로 내달렸지요
맛있는 송어 회 잔뜩 먹고
고기 네 근 사서 전곡 외갓집으로
은척 이모 집으로 돌아서
어두운 밤길을 달려
집으로 올라오니 밤 10시30분이 되었네요
2005. 8. 23
봉화 여행
채홍조
얼굴에 뭔가 작은 뾰루지가 났는데
근질근질하고 영 기분이 안 좋지만
연고 하나 사서 바르고
집을 나선시간은 8시20분
매 시간마다 있는 영주행 무정차를 타려고
터미널에 도착하니 30분이나 남았다
잠깐 책을 보고 있다가 고개를 드니
어마 9시1분 뛰어나갔더니 차는 떠나고 없었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서 1시간을 기다려
버스에 올랐다 하룻밤 자고 오는 일정이라
짐이 꽤 무거웠다
그래서 시화는 못 가져갔다
영주에 도착하니 1시30분
봉화 가는 버스는 30분 기다려야 했다
김밥 한 줄 사먹고 버스에 올랐는데
은어축제기간이라 차가 만원이었다
겨우 끼어 서서 한 20분만에 도착한 봉화는
아담하고 깨끗하며 사람들이 활기차 보였다
사방을 둘러보니 건너편에 빨간 우체국간판이 보였다
길을 건너 들어갔더니 맨 처음
김철진시인님 사모님이 알아보시고 반갑게 맞아주셨다
여러 문우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켈러리를 둘러보고
위의 시원한 회의실에서 여러
문우님들과 인사를 나누며 담소하다
은어축제를 구경하고 저녁식사를 하고
예술촌으로 돌아갔다
사모님이 많은 음식을 준비하시느라 이 더위에
무척 고생하시고 우리는 맛있게 음식을 들며
담소를 나누다가 좀 늦게 오시는 문우님들과
합류하여 행사를 시작했다
우체국장님(예목님) 촌장님
그리고 멋쟁이 진정혜시인님
예술촌의 안 살림꾼아정님 릴리안님(촌장님 사모님)
청강님 명보님 호당님 거비님 수련님 우경화시인님
풍낙산님 부부 녹향님 부부 바이올렛님
햇살처럼님 화가님 촌장님 동생되시는분
그 외 제가 다 일일이 기억하지 못하는
참석하신님들께 죄송합니다
특히 관사를 통째로 내어주신 예목님 감사합니다
제가 살짝 고백할게 하나 있습니다
세면대 물 빼는 것 고것이 고장났습니다
말씀드리고 온다는 것이 깜빡해서요
이튿날 넓은 정원과 미음자 형의 고택들이 즐비한
바래미의 고즈넉한 풍경에 잠시 마음을 내려놓고
다시 춘양의 만산고택의 역사가 숨쉬는 그 마당에서
세세하게 안내를 해주시던 만산의 강선생님과
사모님께도 감사드리며 춘양의
숯불돼지고기는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다시 수원행 무정차 버스를 타고 수원으로 돌아오니
저녁 6시20분이군요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그 모기한테 물린 곳이 아프고 가려워
밤새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아침에 병원 갔다 이제 돌아왔습니다
피부가 근질근질 무엇이
기어다니는 것 같은 기분
온 몸의 세포가 발기하여 촉수를 세우고
닿기만 하면 스물스물 일어서는 것 같아요
여러문우님들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2005. 8. 8
여름 휴가 / 채홍조
누구 덕분에 여름 휴가라
1박2일로 수안보의 한화 콘도로 떠났다
아침에 집을 나서 안성에 들려서
바람녀님 태우고 한국종자 나눔이란
카폐의 울산 모임이란다
얼결에 따라나서긴 했는데
비 오면 어쩌나 걱정했더니
다행이 비가 개어 덥지 않고
아주 괜찮은 날씨
한화 콘도 잘 찾아갔지요
그런데 어마~~~~~ 모임이라기에
사람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달랑 네 사람 에고 ~~~~
어찌되었든지 점심 먹고 관광을 시작했지요
본의 아니게 가이드로 변신한 그대 우~~~~
사람 잔뜩 싣고 미륵사지로
부처님 머리와 큰 거북 형상과 절터 구경하고
송계계곡으로 가서 텐트구경 차 구경
사람구경 물 구경하고 내친김에 탄금대까지 갔지요
산을 한 바퀴 돌아
남한강의 도도히 흐르는 강물 보며
내 마음 한 자락 실어보내고
우륵선생님의 가야금 소리 들릴 듯한
그 정자에서 옛 시조 두어 수 흥얼거리며 주변 풍경에 잠시 취하다
다시 콘도로 돌아와서는
저녁식사 다릿골가든에서
오리 주물럭과 오리 탕과 함께 하고
다음 날 회원 중에 한 분이 가지고 온
꽃모종 차에 싣고 영월의 서강으로
도도히 흐르는 강변에
강변의 아침이란 예쁜팬션에 도착했다
그 강변의 아침님의 안내로 주위 관광을 나섰다
거대한 두 바위가 우뚝 위엄 있게 서있는 선돌
그 등에 수많은 소나무를 태우고
그 느릿한 물결은 조용히 흐르지만
물 속은 급류가 흐르고 기가 아주 센 지형이란다
청령포로 배를 타고 건너갔다
그 옛날 단종의 한 맺힌 그 자리
작은 집들과 집기들
단종이 타고 놀았다는 옆으로 자라는 소나무
강물로 둘러싸인 천혜의 감옥을 둘러보며 세월의 무심함이여
큰 소나무들은 묵묵히 우거져
그 자리를 지키고 섰지만 옛사람은 간 곳 없어라
메밀 막국수 한 그릇 먹고
꽃모종 나누어서 잔뜩 싣고
음성으로 향해 달렸다
좀 흐려지는 하늘 보며 부지런히
꽃모종 심고 동네사람들에게도
골고루 나누어주고 돌아서니 비가 쏟아지는구나
오이 따고 열무 뽑고 호박 하나 따고
땀과 비로 목욕한 온 몸이 척척하게
젖어와 차안에서 티 갈아입고,
비가 와 모종은 잘 살아 붙겠구나
풀이 수북하게 자란 밭을 보며
다시 가서 김매기를 해야 할 텐데
오다가 안성에서 작은 흙벽돌집을 방문했는데
열 일곱 평 원룸이다
또래의 부부가 살고있어
무공해 오이 3개주고 꽃모종도 나눠주고
바람녀네 집에도 꽃모종 한 판 갖다주고
집에 도착하니 7시가 되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덕분에
휴가 한 번 잘 다녀왔구먼유
2005. 8. 2
부석 농원
갑자기 예산을 가겠단다
어느 분이 분재가 500여 개가 있는데
일괄 처분한다고 한단다
분재전문가를 모시고 예산으로 내려갔다
가다가 점심을 먹고 찾아간 그곳의 분재를 둘러본
우리는 실망하고 말았다
동백 소사나무 등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쓸만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분재는 백 만 원짜리 열 개보다 천만원짜리 한 개가 더
값어치가 있다는 의미 있는 말을 했다
부석 분재원으로 향했다
수원농고를 나왔다는 그 분은 소품분재 전문가이다
작은 소품분재가 앙증스럽게
자라고 있다
오래될수록 값어치가 올라간다고 설명하며
소품분재의 장점과 방법을 설명해주었다
콩밭의 순을 쳐주고 분재 수직 소나무와
아기배 백자단 검양옻나무 등을 사왔다9만원 들었다
그냥 구경만하고 오고 싶었지만
그래도 예의상 사왔다
명호아빠는 무척 만족한 표정이다
음성에다 하우스를 지어서
그곳에서 여러 가지 야생 식물을
소품 분재하고 싶었다
개머루 어름 등등 그곳에 지천으로 늘려있는
야생화도 기르고 싶고
하지만 1~2년은 아직 더 기다려야한다
가계 일에서 자유로와 지려면 명호가
졸업을 해야 할 테니
2005. 7. 27
초등학교 총 동창회
채홍조
7시 30분에 집을 나섰다
문경까지 운전을 해서 데려다주는
서방님께 감사하며
11시가 조금 넘어 모교에 도착했다
가면서 형부를 함께 싣고
운동장 가장자리로 죽 둘러
각 기마다 포장이 쳐져있고
사람들이 가득가득 모여있었다
들어서자 43회 채승기님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리고 동기들이 사 오십 명 정도 모인 것 같다
이런 때나 가야 동기들의
얼굴을 두루 만날 수 있으니
좀 무리를 해서라도 내려간다
강서구에서 시의원을 하고있는 고재익
영화 순자 용희 장옥 수희 문희 정옥 순덕
이름을 다 기억할 수 가없다
특히 순덕이가 떡과 고기와 과일 점심을
혼자서 준비하느라 더운 날씨에
너무 수고가 많았다
나는 떡 몇 쪽 먹고 점심을 못 먹었다
배가 너무 불러서
형부는 더 계신다고 해서
명호아빠 불러서 먼저 올라왔다
명호아빠는 내가 학교에 있는 동안
평지지에서 70쯤 되는 잉어를 잡았다
올라오면서 쭈쭈바 6개 사서
아이스박스에 넣어왔다
음성에 들려서 5시쯤에 집에 도착했다
잉어를 깨끗이 씻어서 얼려서 부산에
은형이네 보내줄 것이다
권서방 약하라고
2005.7. 24.
어느 전원 주택
채홍조
전원 주택과 조경이라는
카폐 남부 방의 정모에 남편과 함께 참여하였다
우선 솥뚜껑 삼겹살로 상추쌈을 배불리 먹었다
남편은 얼마 전에 한 틀니가 영 불편한가보다
아직 제대로 음식을 먹지 못한다
그리고 콜롬보님 댁으로 집 구경을 갔다
앞을 봐도 뒤를 봐도
푸른 산 능선의 부드러운 곡선으로 빙 둘러싸여
그 오목한 품속에 남향으로
멋진 전원주택이 자리하고있다
아, 하고 탄성을 지를 만큼
맑은 공기와 높은 하늘과 푸른 바람
구름 몇 장 떠있는 작은 연못에는
옥잠화 볼록한 대궁들이 서로 손잡고
둥둥 수영하며 잉어들과 숨바꼭질하며 놀고
그 옆 정원에는 여러 가지 화초
생긋이 미소 지며 우리를 반긴다
아직 자리잡지 못한 잔디가 부스스한 얼굴로 앉아있고
소나무들도 이사온 새 땅에 발뻗느라 힘겹게 서있지만
자라면 멋진 정원이 될 것 같다
집은 외벽에 고상한 갈색의 방부목으로 처리되어 있고
넓은 거실에 우아한 가죽쇼파 식당 침실
정말 꿈의 궁전 같았다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
역시 목재로 처리되어있고 침실과 거실로 꾸며져 있다
한 층이 육십 평정도 된다고 한다
정원 옆에 사방이 유리로 처리된 정자
노래방 기기까지 준비해 놓은 한 6~7평정도의 마루방
벽과 천장도 다 바닥과 같은 나무로 처리되어있어
나무 향이 바람결에 산뜻하다
사방으로 보이는 계곡을 바라보며
단풍이 불게타는 능선을 욕심껏 거실에 들여놓고
가을엔~~~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속세를 떠난 느낌
집 뒤쪽으로 전원주택 단지가 조성되어있고
그 위쪽은 산으로 연결되어있어
경관도 아름답고 공기도 맑아 산책하기도 좋을 것 같다
그런 곳에서 텃밭이나 가꾸며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어울려
노후를 보낸다면 참 멋질 것 같다
나의 노후도 이렇게 우아하기를 소망해본다
20050828
낚발협 모임 후기
요즘 에어콘 위력 대단합니다
몇 시간만에 감기가 옴팍 들었답니다
그런데다 다시 에어콘 잘 되어있는
전철을 몇 시간 타고 서울나드리 (좋은글 첫정모에)
다녀왔더니 확실히 감기가
자리잡고 둥지를 틀고 앉았네요
눈물 콧물 기침에 가슴이
다 끌려나오는 것 같은 고통을 수반하고
온 몸은 땀과 함께 욱신거리고
쑤시는 밤을 보냈는데
서방님 음성을 내려간다네요
그래서 또 따라나섰지요
비 오듯 땀을 쏟으며 콩밭에 김매고
몇 시간을 일하고 돌아왔더니
오매 정말 못 견디겠더군요
그래서 이튿날 할 수 없이 병원을 갔지요
감기 약 먹고 주사 맞고 했더니
이제 좀 살만하네요
그래서 저녁에 낚발협 모임에 나갔지요
아 우리서방님 요즘 이빨 때문에
고생께나 하고 있답니다
잇몸수술을 해서 음식
재대로 먹을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모임에서 김칫국에 밥 말아먹고 왔답니다
물왕리 저수지의 아름다운 야경을 보며
그 맛난 음식을 하나도 먹을 수 없었으니~~~
이빨이 오복중의 하나라는
옛말이 확실히 맞다니 까요
모던포엠 7월 두 권 가져다가
인영의 정사장과 평택낚시 사모님께 선물하고
돌아왔답니다
나름대로 즐거운 하루였답니다
2005. 7. 18.
좋은글 카폐 첫 정모 후기
좋은글 카폐 첫정모
어떤 분들을 만날까 설레는 마음으로
2시30분 경에 집을 나섰다
전철에서 내리니까 딱 4시
흐미 너무 일찍 나왔네요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영원한 사랑님께 전화했더니
지금 나오시는 중이랍니다
백화점 로비에 앉자 한 참을 기다리니
정말 키가 장대 같은
서글서글한 인상의 영원한 사랑님이 나타났다
뒤이어 산이좋아님 goodfaiend님 블랙로즈님
존재의이유님 실연녀 홍용건님 통통처자님
리노짱님 choisunmi님 아인슈타인님
그리고 친구 분 저(채홍조)
열세 명이 모였답니다
발렌티어를 지원하시는 분들,
모두 아리따운 아가씨들이 많이 나오셔서
좋은 글의 앞으로
많은 발전이 있을 것 같습니다
삼겹살 집에서 1차를 하고 다시
호프집으로 갔는데 조군님이 오셔서 함께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9시 30분이 되어서 갈 길이
먼 관계로 먼저일어나 나왔지요
처음 만난 우리들이지만 모두들
좋은 글이라는 한 울타리에서 만나
앞으로 여러 가지 일을 의논하고
차근차근 좋은 글 카폐를 가꾸어 나갈 것을
의논하였습니다
영원한 사랑님의 앞으로의
계획을 들으며 많은 기대를 가져봅니다
이제 머지않아 좋은 글이 한 권의
아담한 책으로 출판되어 나온다고 합니다
우리들이 꾸민 아름다운 이야기들,
여러님들의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여러님들 만나서 반갑고 즐거웠습니다
저는요 전철에서 에어콘이 너무 세어서
감기가 더 심해져서 눈물 콧물
기침에 머리까지 지근지근이네요
여러님들도 감기 주의하세요
2005. 7. 16.
시 낭송회
맑은 물은 사시사철 노래 부르며
바위 돌 휘감아
작은 낭떠러지로
하얀 물거품 일구며 뛰어내리고
새소리
전나무 숲 흔드는
바람의 푸른 웃음소리
구름 한 자락 늘 상 기웃거리며
모시 두루마기 같은
산 안개가 무럭무럭 피어올라
대자연의 교향곡이 연주되는 곳
누구나 한 번쯤 꿈꿔 왔을 소망
우리가 그리던 이상향
온통 초록색으로 덧칠한 수채화 속에
속세 떠나 신의 경지를 오가는 삶이 있다
일상의 찌든 때 벗어
저 맑은 물에 헹구고
흐르는 구름 위에 훌쩍 걸터앉아
산허리 휘돌아 내 유년의 언덕으로 달음박질한다
그 고달팠던 삶이 눈앞에 다가와 멎지만
그래도 자연에 묻혀
맨발로 밭고랑을 누비며
땀 흘리던 그 시간이 무한한 축복이었다
켐프파이어 불길이 솟아오르고
별똥별이 허공으로 날아간다
아름드리 전나무에 보름달 걸어두고
운낙정에 둘러앉아
부침개를 부쳐 먹으며
시낭송회를 여는 우리는
신선이 부러울 것 없다
남녀노소 떠나
오직 문학이란 하나의
커다란 거물 속에 들어가
밤새는 줄 모르고 이야기꽃 피운다
가끔 얼굴 내미는 별들도
들려오는 풀벌레의 합창도
산허리를 감싸 안으며 피어오르는
안갯속에 어우러져
무아의 꿈속에서 헤매는
하룻밤의 황홀한 축제였다
2005. 7. 16
대한문인협회 시낭송회
채홍조
포천에서 아침을 먹고 10시쯤 김윤호선생님의
차를 타고 서울로 나왔습니다
오후 4시부터 대한문인협회 시낭송회 때문에
서울에 도착하니 12시30분 월계역에 도착해서
넷째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오랜만에 만나 덕수상고에도 가보고 점심을 먹고
2시20분에 영등포로 향했다
영등포에서 짐을 보관하고 행사장으로 갔더니
시간에 조금 남았다
처음 만나는 여러 문우님과
인사를 나누고(사실은 하도 많아서 기억이 힘들다)
고재구시인님은 동향이라 더욱 반가웠다
꼬리 글로만 만나던 여러 문우님을 만나서 반갑고
또 오래전에 알고 지낸 사이처럼 서먹하지 않았다
이어 박세영님과 김연옥시인님을 만나고
시낭송회가 시작되었다
약간의 실수를 한 것 같은데
모두 격려를 해주어 기뻤다
이제 여러 사람 앞에서 떠는 일도
줄어들었으면 하지만
언제나 여러 사람 앞에서는 긴장하게 마련이다
잠을 잘 못 잔 관계로 머리가 맑지 않았다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졸다가
송탄까지 가서 다시 오느라고 한 시간은 허비하였다
그래도 즐겁고 보람있는 일이었다
김락호시인님이 나의 글 /내 어린 날의 자화상12/을
금주의 시로 올려주셨다
2005.7.14
포천으로 채홍조 비가 오락가락해서 마음이 가볍지 않다 5시부터 일어나 부산을 떨고 준비를 마쳤다 8시 10분 전에 집을 나서 30분경에 석수역에 도착했다 이봉래선생님과 통화하고 조금 기다리다 최지원선생님의 차를 타고 영등포로 향했다 그곳에서 박하경수필가님과 합류하여 화랑대역으로 가서 정정채시인님과 김태진시인님 다시 합류하고 낭송 집 복사하고 하느라 시간이 많이 흘러 12시가 훨씬 넘어 포천의 진의하선생님 농원에 도착했다 우리들을 위해 손수 플래카드를 쓰셔서 걸어주신 진의하시인님께 감사드리며 집안행사로 바쁘신 중에도 봉사해주신 최지원시인님께 큰 박수를 보냅니다 뒤이어 전형철회장님과 박순득시인님 강난숙시인님 문지원시인님 김윤호 백두산문인협회회장님 박미경시인님 멀리 대구에서 이순옥시인님 정은기시인님 조승행시인님 유상희영상 아티스트님 내촌문학회회장님 산사춘 한 박스와 황태 한 쾌를 가지고 방문하시고 아침에 진국 막걸리 한 통과 또 한 박스를 가지고 다시 오셨지요 그 밖에도 제가 기억 못해서 빠진 분도 더러 계실 것 같습니다 바로 뒤에 수원산을 등지고 자리한 진시인님의 농원은 우리가 그리던 이상향 바로 그런 곳이었다 맑은 물이 사시사철 흐르고 새소리 물소리 바람 소리 나무들의 푸른 웃음소리 구름 한 자락 늘 상 기웃거리는 대자연의 교향곡이 넘치는 아름다운 곳 누구나 한 번쯤 꿈꿔 왔을 소망을 몸소 이루고 사시는 진의하선생님은 속세를 떠나 도의 경지에 서 계시는 다른 세상의 인격체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내 어린 날의 한 장면이 떠오르고 그 고달팠던 삶이 눈앞에 다가와 멎는다 그럴 때마다 회상하며 썼던 /내 어린 날의 자화상/ (지금 18편째를 쓰고 있지만 앞으로도 죽 계속하여 정리를 하려고 마음먹고 있다) 웃자란 콩 순 쳐주고 감자 캐고, 호박잎 따고 빨간 방울토마토, 오이, 풋고추, 무공해 채소를 풍성하게 차려 먹는 점심밥은 꿀맛이었다 일상의 찌든 때를 벗어 저 맑은 물에 흘리면 너무 오염이 되겠지만 비 그친 어두운 밤에 정자(운낙정)에 둘러앉아 부침개를 부쳐 먹으며 하는 시낭송회는 또 다름 감흥과 추억으로 곱게 각인될 것이다 캠프파이어 불길이 솟아오르고 노래와 시 낭송회는 절정의 순간들이었다 우리는 남녀노소를 떠나 오직 문학이란 하나의 커다란 거물 속에 갇혀 밤새는 줄 몰랐다 가끔 얼굴을 내미는 별들도 들려오는 풀벌레의 합창도 우리와 어우러져 무아의 꿈속에서 헤매는 하룻밤의 황홀한 축제였다 2005. 7. 13
시 낭송회 전날 밤
채홍조
내일은 토요일 누리문학회
야외 시낭송회가 열리는 날이다
며칠 전부터 준비하고 있지만 일요일
또 대한문인협회 1회 시낭송회를 참가하게 되어서
포천에서 바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영등포로 3시30분까지 나와야된다
낭송시는 줄줄 다 외우고 있지만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
또는 두려움, 그렇지만 이제는
여러 사람 앞에서도 떨지 않고
자연스럽게 시를 낭송할 수 있어 기쁘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나는 여러 사람 앞에 서면
얼굴이 달아오르고 말이 떨리는
공포증에 시달렸지만
연습을 하고 행사를 몇 번 치를 때마다
조금씩 자신감이 생겨났다
내일을 위해 더욱 준비를 철저히 해야지
생활한복과 여분의 옷 한 벌
그런데 내일 밤에 비가 오면 어쩌나
부추김치는 잊지 말고 꼭 챙겨야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다는 것
정말 행복한 일이다
좋은글 카페와 대한 문인협회서재
그리고 좋은글과 나눔터의 사람들
오두영시인님과 맑은사랑님 왕고들빼기님
풍경에 청계 박원철시인님
예술촌에 김철진시인님
그리고 나의 친정 시인의바다와
최영호시인님 비록 좀 섭섭하게
탈퇴했지만 그래도 나에게
시 공부를 지도해 주신 은혜는
늘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고운 인연을 이어갈 수는 없었지만
서로 필요에 의해 헤어진 것이니 후회는 없다
그때의 여러 가지 행사와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은 고운 추억이 될 것이다
그 많은 사람과의 만남과 헤어짐은
우물 안의 개구리였던 나에게
인생에 새로운 획 하나 굵게 긋는 일이었다
나의 이름을 찾을 수 있었고
내 생에 그래도 시집 한 권 남길 수 있을 것 같아 행복하다
내 생각과 경험을
한 편의 시로 승화시킬 수 있어
온전한 나를 찾을 수 있었다
가슴에 쌓인 그 많은 한과 서러움을
삭여 빚고 다듬어서 한 편의 시로 태어날 때의 희열
나의 분신 같은 작품들이 하나하나 쌓일 때마다
꼭 다른 세계로 탐험을 떠나는
탐험가 마냥 늘 가슴이 설레어 밤잠을 설쳤다
나의 글을 읽고 감동을 하였다는
독자님들의 꼬리말을 읽을 때마다
여러 사람의 가슴을 움직일 수 있는
영원히 그들의 가슴에 남는 시 한 편 남길 수 있다면
그것으로 나는 더 없이 행복하리라
2005년 7월 12일
첫댓글 좋은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30주년 저희 집 부근이 아침 수목원입니다 ㅎ
그래요 아침고요수목원~~~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