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은 장소가 마침 나보나광장 근처이다보니 자연스럽게 광장으로 나온다.
이 광장 참 매력있다.
원래 전차경기장이었던 장소라서
긴 타원형으로 트랙이 그대로 놓여있는 느낌이다.
까만 돌이 박힌 로마의 거리
언제봐도 멋지잖아요.
골목골목 다 예쁜 거리
누구나 서서 사진에 담고 싶어한다.
너희들을 따라 걷는 두 사람의 그림자
이번엔 역할을 바꿔
엄마가 너희들을 찍어보자.
너희들도 이렇게 우릴 찍었겠지.
뭔가를 발견하면 걸음이 빨라지는
그래서 직진동숙이라고 놀림을 받았던.
무얼보고 세사람이 저리 카메라를 들이댈까
뛰듯이 걸으면서 마치 특종이라도 건지려는 카메라 기자의 폼이다.
영화 천사와 악마에 등장한 바로 그 분수대를 만났기 때문인가?
하긴 어디든 카메라를 들이대면
그대로가 화보가 되는 곳이지.
서로가 서로를 찍어주고
각자의 감성을 자극한 장소를 찾아 찍고.
숙소에서 서로 찍은 사진을 가족밴드에 올려놓으면
가족들의 사진 취향을 조금 알 수 있다.
인물을 찍은 각도나, 풍광사진 중에 선택한 피사체를 보면
개성이 조금씩 다 다르다.
광장은 역시 참 아름다운 곳이다.
아무데나 터억하니 걸터앉아 쉬기도하고
그늘 속에서 잠시 햇빛을 피하기도 하고
여행은 그렇게 시간시간 모두가 소중한 추억이 된다.
나보나광장의 이 분수.
보기엔 그다지 깊어 보이진 않는데
이런 곳에서도 사람을 익사시킬 수가 있구나.
영화 '천사와 악마'의 한장면이 또 여기에 있다.
추기경 한사람을 무거운 기구에 묶어 물 속에 밀어넣는 킬러
그 모습을 목격한 랭던교수가 전력질주해 물 속으로 들어가지만
추기경을 일으켜 세우기엔
혼자서 너무 벅차다.
잠수해서 밑에서부터 밀어올려보지만
꼼짝않는 무거운 기구에 매달린 추기경.
거의 숨이 넘어간다.
수면으로 올라와 도와달라 외쳐도 떠들썩한 광장에선 그저 모기소리로 들릴 뿐.
가까스로 광장 사람들의 도움으로 일으켜세울 수 있었던 추기경
나중엔 교황으로 선출되었지.
이 분수의 물이 영화 속에서도 연한 옥빛으로 보이더니
실제보아도 정말 옥빛이다.
타원형의 광장에서
이 쪽도 보고
저 쪽도 보고
시선이 머무는 곳이 다 아름다웠지.
그런데 이녀석들 보소.
가끔씩 짠딸이 내 가방 끈을 잡으며
"엄마, 미아방지 끈 같네"
하며 웃은적이 있는데
이제 큰 딸까지 가세해서는 사진과 동영상까지 찍어놨다
살짝 잡고 있기만 한 줄 알고
나는 이쪽저쪽 둘레둘레......
"어머! 여기 좋다."
"어머, 저기좀 봐."
이제 트레비분수로 가 보자
잠깐만요!
젤라또 먹고 가실게요.
감동 철철 넘치는 듯한 저 표정.
1일 2 젤라또를 꼭 실천하는 책임감 강한 딸들이에요.
초과달성도 불사하는 젤라또 소녀들!
-3년전 보수공사 중인 트레비분수의 모습-
짠딸도 오늘 트레비분수를 온전히 볼 수 있다고 기대가 많다.
보수공사 중일 때 저렇게 관광객들의 서운함으 덜어주려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게 했다고 한다.
'동전 던지지 마세요'
라고 써 있는데도 바닥엔 수많은 동전이 떨어져있었다고.
나 역시 12년 전
황급히 동전을 던지고는 자리를 내줘야했던 기억이 난다.
오늘은 여유있게 동전도 던지고
저 잘생긴 오빠와 아름다운 여인들을 잘 감상하리라.
분수 앞에 이렇게 앉아 오래토록 이 분수의 생김새를 살펴본다.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오래 바라보기는 자유여행하면서 즐기게 된 새로운 재미다.
이렇게 앉아서 어딘가를 응시하고
무언가를 감상하는 시간이 참 좋다.
아! 이런 모습이었구나.
바다의 신 넵투누수가 저렇게 거대한 조개를 밟고 서 있었구나.
저 위에 저렇게 아름다운 여인들이 서 있었구나.
처녀의 샘이라고 했었다고 하니
저 여인들은 물을 나누어주는 여인들이겠구나.
12년전의 사진을 보니
분수대 가장자리에 사람들이 많이 올라가 있는 게 보인다.
세상에~~~
발도 담그고 있다.
지금 저랬다면 벌금형이다.
경찰들이 얼마나 세심하게 관광객들을 주시하는지
분수의 물에 발을 담그기는 커녕
가장자리에 걸터앉지도 못하게 한다.
음식물을 들고 있다가는 당장 올라가라는 명령을 받는다.
호루루기와 고함소리로 살벌하게 분수대를 지키고 있다.
소중한 보물을 지키는 파수꾼들처럼.
하긴 저 분수대 물속의 동전이 얼마나 큰 수입인데
보물은 보물이구나.
동전 던지기는 필수
그런데 12년 전의 동전 던지는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너무 닮아있다.
같은 사람이라 그런거겠죠.
사진을 찍어 확인 해보자마자
"엄마, 전에 찍은 사진하고 너무 똑같다."
오른 손을 왼쪽 어깨위로 넘겨 던지라는 법은 누가 정한거야.
그러면서 다들 따라하는 사람들.
이건 동영상으로
저 맨 밑의 헤벌죽 입 제일 크게 벌린 여인은
그 때나 이때나 정말 똑같네.
아 12년전의 저 동전던지기가
나를 다시 로마로 이끌었도다.
12년이라~~~
이 곳에 다시 오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구나.
그래도 다시 이 곳에 올 수 있었다는 게 신기하다.
이제 판테온을 보러 간다.
피렌체의 아름다운 두오모를 완성시킨
부르넬리스키도
이 고대의 신전인 판테온을 연구하고
공부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이 판테온을 완성시킨
고대 로마인들의 건축술은
얼마나 위대한 걸까
판-모든, 테온-신(모든 신들을 위한 신전)
그러니 이 판테온 두오모는
모든 두오모의 어머니인 셈인가.
라파엘로의 무덤이 있다고 알려진 곳
이 판테온에서도 또 천사와 악마 이야기를 해야겠다.
납치된 추기경을 찾기 위해
온갖 역사적 사실로 퍼즐을 맞추어 이 곳으로 달려와
숨가뿐 추격을 벌이며
범인을 잡으려했지만
이내 이 곳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며 달려나갔던 그 곳 .
저 돔의 커다란 원형 구멍은 자연채광이 이 신전안에 들어오게 하는데
비가 와도 빗물이 신전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지름이 8미터나 된다고 하는데....
신전 안의 더운 공기가 위로 밀려올라가는 설계로
빗물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원리라고 하는데
비 오는 날엔 이 곳에 꼭 달려가 확인하고 싶다.
-사진출처 구글-
-사진출처 구글-
판테온신전의 돔이 나오게 찍은 사진이 없어 구글검색으로 사진을 올려본다.
돔을 넣어서 사진을 찍기는 아마추어로서는 좀 힘들다.
각도를 맞추기도 어렵고
어딘가 높은 곳에 올라야 이 돔을 담을 수가 있을 듯 하다.
나보나 광장 근처의 골목골목은 아무데나 들어가도 예쁘다.
음식점을 찾아가고 젤라또 집을 찾아가고
카페를 찾아가는 길도 다 예쁘다.
이정표까지 이렇게 예쁘게 붙여놓다니.
모든 제품의 디자인이 유니크한 샵.
밖에서 바라만 봐도 좋다.
내 물건이 아니어도 그냥 좋다.
이 길을 걸어 이태리 전통 카페인 '타짜도르'로 간다.
차 한잔의 여유를 찾으러.
딸들이 트레비분수의 야경을 꼭 보고 싶다하여
차를 마시며 잠시 쉬기로 한다.
원두가 특히 유명하여
많은 사람들이 원두를 사러 오는 곳이기도 하다.
커피를 마시고 카페 안을 둘러보니
블랜딩한 원두를 마치 공장에서 생산하듯 가득 담아두고
봉투에 담는 작업이 한창이다.
뭔지 전문성이 없어보이는 청년들이 영혼없이
그램수를 맞추어가며 봉투에 담고 있는 모습에
난 좀 신빙성이 떨어져보인다.
원두콩은 좀더 귀하게 블랜딩하고 소중히 다루어야하리.
살짝 어두워지기 시작하니
트레비의 조명이 물빛을 다르게 만든다.
조각상들도 햇살 받을 때와는 좀 조용해진 것 같기도 하고
더 용맹스러워진것도 같다.
사람은 더 많아진 듯하다.
로마의 강한 햇살을 피해 해질녘에 나온 사람들이겠지
트레비분수 근처엔 젤라또집이 또 많지
1일 2젤라또 초과달성인 것 같은데......
분수를 보며 서 있다가 갑자기
"참, 여기 근처에 베네통 샵 있었는데~~~"
"엄마 바로 뒤에 있잖아."
"어! 내가 베네통샵 쇼윈도에 서 있었네."
기념으로 한번 휘이 둘러보는 걸로.
남편은 어떻게 그리 생생하게 12년전의 일을 기억하냐고
혀를 끌끌 .....
너무나 생생하다.
우리 인솔자와 현지가이드에게 젤라또도 사 주며 함께 먹었었다.
"쌀맛 젤라또 먹었는데, 하얀색의"
"응 그게 이 리조야."
로마에서의 마지막 밤이 깊어간다.
오늘 이 거리로 나올 때는 택시를 탔는데
한참을 달려나온 듯한데 집 근처 베네치아광장을 돌고 있었다.
로마거리는 일방통행이 많아 그렇다고 하는데
집과 이 거리가 그다지 멀지 않은 듯하여 걸어가자고 했다.
이 로마의 검은 돌길 언제 또 걸어보냐고.
걷다보니 금방 로마의 배꼽인 베네치아광장도 나오고
버스커들 노래들으며 걷다보니 콜롯세움도 나온다.
콜롯세움 근처가 바로 우리집이잖아.
근처의 레스토랑에서 로마의 마지막 밤 식사를 했다.
이제 짐을 꼼꼼히 꾸려야 할 시간.
여행 마지막 밤이 주는
아쉬움과, 집으로 가는 편안함이 함께하는 묘한 감정.
아쉬움이 남기에 또 새로운 여행을 꿈꿀 수 있겠지.
가족 모두 어떤 기분으로 잠들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