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66회 등산 도솔산(207m) 2003-14
2003년 2월 24일 월요일 흐림 원성연 단독산행
도솔산은 대전 서구 도마동의 진산이다. 야트막한 산세에다 잘 정돈되고 유순한 산길은 정림동, 도마동, 내동, 갈마동 주민들에게 체력을 단련하게 하고 좋은 휴식처를 제공하고 있다.
도솔산의 모산은 금남정맥의 황태자 대둔산 이다. 대둔산 낙조대 에서북쪽으로 뻗은 대둔지맥 능선은 충남 논산시와 충북 금산군의 경계를이루며 북진하면서 약 8Km 거리에 3개 시군의 경계가 되는 400봉을 빚어놓는다.
400봉에서 산줄기는 두 갈래로 갈라진다. 왼쪽 산줄기는 대전 서구와 충남 논산시의 경계를 이루며 달려가고 오른쪽 산줄기는 대전 서구와 충남 금산군의 경계를 이루며 계속 북진하여 안평산을 일으킨다. 이어서 조중봉, 명막산을 빚어 놓고 정림동 고개에서 한껏 고도를 낮추다가 도솔산을 일으킨다. 도솔산 산줄기는 월평동산성까지 평탄하게 뻗은 후 대둔산의 꼬리에 해당하는 둔지미까지 이른 다음 남은 여맥을 갑천에 가라앉힌다.
둔산에서 정림동으로 빨리 갈 수 있도록 신설된 대전 외각순환도로의 고개에서 등산이 시작된다.(10:35) 이 고개는 쟁기봉에서 도솔산으로 산줄기를 이어주는 대둔지맥 능선이다. 중키의 소나무가 무성한 널찍한 산길은 잘 손질돼 있고 체육시설도 많았다. 전망이 나뭇가지 사이로 열리면서 대전시가지가 내려다보이고 흐린 날씨 탓으로 계족산이 희미하게 조망된다. 10분쯤 올라가서 월평정수장 4000m 라고 쓰인 푯말이 달려 있는 능선을 밟는다.
이어서 잠시 평평한 산길로 진행하다가 내리막길이 돼 5분 거리에 이르자 안부 네거리가 나타나고 약수터 푯말을 비롯한 5개의 푯말이 달려 있다. 계속하여 좀 더 오르니 정자가 나오고 도솔산 정상 350m라고 쓰인 푯말이 보인다. 도솔산 정상가는 길은 쓰레기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고 조용한 곳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등산한지 23분이 돼 정상에 올라선다.(11:08) 도솔산 비석과 삼각점(대전 14)이 박혀 있는 정상의 조망은 한 폭의 잘 그린 그림처럼 편안함과 기쁜 마음을 안겨준다. 서쪽의 금수산과 갑하산이 병풍을 펼친 듯 하고 도안동마을이 평화롭게 내려다보인다. 동으로는 대전시가지가 발아래 놓여 있고 보문산이 뚜렷하다. 갑천의 물줄기는 보기 좋고 남쪽의 구봉산도 모습을 드러낸다.
월평동산성으로 뻗은 산줄기 타기가 시작된다.(11:12) 갑천을 내려다보며 걷는 맛은 일품이다. 조금 내려서니 특이한 가세 바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위의 아름다움은 빼어났다. 도심 속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잠시 가세 바위의 아름다움에 푹 빠진 다음 길을 재촉한다. 그런데 산길은 자꾸만 아래로 내려가고만 있어 능선으로 연결이 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11시 26분에 도솔산으로 되돌아왔지만 월평정수장 가는 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지도가 없다지만 백두대간과 정맥 종주까지 마친 내가 능선을 찾지 못하다니……. 어이가 없었다.
정상 직전 정자에서 산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짐작하고 정자가 자리한 능선으로 돌아온 다음 왼쪽으로 뻗은 능선으로 나아갔지만 이 길도 정수장 가는 길이 아니었다. 이리 저리 헤매다가 내원사로 내려선 후 능선으로 올라가 정수장 가는 길을 찾는다.(11:45) 이어서 5분을 진행하여 도솔정에 닿으니(11:50) 대전시가지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도솔산을 살펴보니 산은 제법 넓은 산세를 나타내 보이지만 묘지로 인해 산림이 너무 많이 훼손돼 안타깝다.
도솔정을 뒤로하고 나아가는 산길은 평평히 진행하다가 내리막이 돼 안부 네거리에 이르고 오르막이 된 길로 서구민헌장 이라고 음각된 커다란 표지석과 삼각점이 박혀 있는 작은 봉우리에 이른다.(12:07) 곧이어 조금 내려서니 양궁장이 나타나고 산길은 오르막길이 된다. 완만한 오르막길로 나지막한 봉우리에 오른 다음 다시 내리고 올라가 또 하나의 봉우리에 이르고 또다시 내리막이 된 길로 정수장 담장으로 내려선다.(12:20) 담장엔 제한지역 출입금지 표찰이 붙어 있어 능선으로는 더 이상 전진할 수가 없어 월평동 산성까지 갈 수가 없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능선 왼쪽 사면으로 길이 나있어 월평동산성으로 진행할 수가 있다.
산 능선에 거대한 정수장을 건설해 능선을 아예 없애버려 자연 훼손의 극치를 이룬 현장을 보며 참으로 답답하고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자연과의 조화를 해치지 않는 창조적인 건설을 할 수는 없었을까? 반문하며 산을 내려가 갈마석천약수터에서 세수하며 산행을 마감한다.(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