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농사짓기 좋은 나라, 자연인을 꿈꾸며
자연인! 까탈스럽지 않은 도시 남자들이라면 한번쯤은 머리속에 그려보는 단어이다. 나와 지인은 이전부터 자연인을 꿈꾸고 있다.
비록 현대의 과학문명을 접할 수 없지만, 홀로 일어나 새벽 안개낀 산골자기를 바라보며 심호흡을 하는 행복감, 그래서 우리는 벌써 수차례 대상지를 물색하려 다녔었다.
소문듣고 험지라는 밀양의 도둑골도 다녀왔고, 80리 구비치는 섬진강변 화개장터 가까운 하동의 산자락에도 갔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지형은 일단은 깊은 자연속에 자리잡고 승용차의 진입이 최소한 가능하며, 물줄기가 있는 곳을 희망한다. 그러나 그런 곳에는 벌써 사람들이 들어와 살거나, 돈 있는 사람들에 의하여 투자처로서 점령을 당해 있었다.
한편으로 생각하니 은근히 걱정이 앞선다. 왜냐하면 최근들어 농촌으로의 귀농 귀촌 인구가 급격하게 는데다, 미중 무역전쟁, 일본과의 경제전쟁으로 많은 사람들이 소중한 일자리를 잃고 그 일부가 농촌으로 스며들 것이 아닌가 여겨지기 때문이다. 경쟁이 일어나 우리의 자리 찾기가 더불어 힘들어 지려나 하는 속좁은 생각?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동안의 급격한 경제발전에 과도한 피로가 쌓였음에 틀림이 없다. 그래서 돈도 좋지만 조금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그것을 주장하는 것는 것은 당연지사(當然之事)다. 그동안 앞선 세대의 발판에 힘입어 억대 연봉을 받은 사람들도 있어 주머니도 두둑할 것이다.
나도 생각짧던 시절 직장생활에서 힘들때면 회사가 하루 아침에 망해 버리거나, 사표를 던지고 먼곳으로 떠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었고, 실행에 다가서서는 스스로 능력이 부족함을 인지하고 거두어 들여야 했다. 그런데 그눔의 포도청(가족부양) 걱정이 아니라면 그 누구든 같은 충동을 느낄 것이다.
그나마 요즘은 정부가 고맙게도 실업예산을 만들어 뒤를 챙겨주니 다행이다. 염체없지만 그 돈은 부득이 다음 세대가 부담하게 되더라도 말이다.
특히 이번 일본과의 사태를 보면서 나는 약소국의 굴욕을 참지않는 머리통이 깨지는 싸움도 좋겠지만, 우리가 희망하듯 많은 젊은이들이 농촌에 희망을 두고 귀농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있는 돈 다모아 농토를 사버리면 이용하던 금융권이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제2차 제재)를 당한들 남의 일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의 농촌은 예전과 다르다. 머리가 트인 젊은이들은 정부의 도움없이 자신들이 외국의 농촌과 교류의 물꼬를 틔우고, 수확한 농산물을 고가로 수출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다소 힘이 들지만, 아직은 농촌을 다녀보면 농사를 짓지 않고 방치된 땅이 많고, 살지 않는 폐가들이 수 없이 남아 있다. 이는 젊은이들이 모두 도시로 떠나고 노인세대가 남아 농촌을 지키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적극적으로 그들 농가에 접근하여 폐가나 놀고있는 농토를 구입하거나, 임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았으나 아직은 농촌의 분위기나 인심이 여의치 않았다.
아마도 정부가 나서서 분위기를 바꾸고, 많은 예산을 지원하는 정책을 펴면, 풍요롭고 슬기로운 농촌생활이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꿈꾸었던 그림같은 집을 짓는 것도 가능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야외 불판에 삼겹살 구워 막걸리 마시며 짝짝쿵하는 공동체생활도 딱이겠다. 돈? 서울 아파트 한채 팔면 가능하다. 어차피 가지지 못한 사람은 농촌에 가도 어렵기에 하는 말이다.
나는 그동안 도시근로자들이 낸 세금으로 농촌을 직.간접 지원함으로써 기계 영농을 할 수있고, 지금은 자가용을 타고 내가 아는 고향 지인들과 같이 골프도 치는 여유로운 삶에 도달한 것처럼, 귀농 귀촌하는 도시의 사람들에게도 전폭적인 지원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강한 희망이 있다.
약소국이 강대국과의 싸움에선 거의 대부분이 패배하기 마련이다. 오기로 덤벼보았자 더 크게 얻어 터진다는 것은 당해 본사람이면 안다.
때론 손자병법 중 36계가 현명하다. 비겁한 것이 아니라, 영화에서 보았듯 보스가 조직은 상대편에 넘겨주더라도 부하들의 생존을 위하여 자신이 훌쩍 떠남의 뽀대나는 대의(大意)도 있다. 그부분 현싯점에서 본받아야할 미덕이다.
약자의 설움. 어느 시대건 그랬다. 고려시대 삼전도의 굴욕, 조선의 암진왜란과 정유재란, 경술의 국치, 심지어 6.25마저도 힘이 없으니 당했고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한마디로 개죽음이었다.
배12척, 죽창가, 국채상운동도 민족의 기를 살리는 매우 탁월한 아이디어이고 민족자주정신이지만, 솔직히 제아무리 깡다구 있어도 대가리 깨져 피나면 슬금슬금 모두가 뒷걸음을 치고만다.
특히 요즘 아그들...ㅋㅋ 덩치는 커서 용감해 보이지만, 밥은 그것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고, 피자를 마다하고 라면을 챙길 취향도 아니다.
우리민족은 그때마다 뚝심의 아나로그 버젼으로 그 상황은 잘 견디어 내었다. 바깥세상을 몰라서 세상물정 모르는 갓시집온 며느리의 마음이었을까?
그런데 한류를 세계에 수출하는 시야가 넓어진 지금도 그럴 수 있을까 하는 두려운 마음이 든다. 밥만 먹으면 산다는 맹한 정신보다 때론 월왕 구천이 부차를 대하듯 와신상담(臥薪嘗膽)의 각오도 있어야 하는데...
어느 양봉업자가 주변에 두꺼비가 있어 먹이도 주며 보살펴 주었는데, 어느날 개씸하게도 그 두꺼비가 자신의 벌통 앞에 앉아 혀를 낼름거리고 벌을 잡아먹은걸 보고서는 괘씸한 마음이 들었다고 하였다. 당장 밟아 죽이고 싶더라는.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
두꺼비가 꿀벌들울 잡아 먹는데, 그걸 무슨 맛으로 먹을까 하는 생각에서 사람들은 벌이 톡쏘는 맛으로 먹는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렇듯 강대국도 약소국이 덤벼들면 놀리듯 가지고 놀며 제재를 가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덩치큰 아이들은 지들끼리는 잘 어울린다. 그래서 약자는 서럽다.
그나마 명석한 어느층에서 외세에 대항하는 선각자로서의 구호를 내보이니 다소 안심이 된다. 그래도 목소리만 크다고 좋은 것도 아니다. 쎈놈은 조용히 기술껏 때리고, 소리 지르는 놈은 두들겨 맞는 놈이기 때문이다.
삶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나는 웬만한 거리는 걸어서 다닌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도 산을 오르며 땀을 흘린다. 조금만 수고를 하면 헬스크럽 다닐 비용이 남는다. 그리고 텔레비젼도 보지 않는다. 온갓 잡다한 세상의 편협한 쓰레기 뉴스를 접하지 않아서 정신건강에 더 좋다.
현실로 돌아가서, 일본과의 관계가 더 악화되면 첨단기술이나 소재를 확보할 수 없다고 하는바, 반도체는 물론 자동차, 티비 , 휴대전화, 자동차 등 거의 모든 부품(1,112개에 대한 화이트 리스트 해제)의 구입에 규제가 생겨나 전반적인 생산활동마저 원활하지 않다고 하였다.
이참에 그런 것 잊어버리고 자연인을 꿈꾸는 것도 폼날 것같다. 작금의 문화에서 탈피하여 한때는 그립던 그 아나로그 시대로 돌아감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젊은이들도 자신들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 정부나 힘들어하는 기업주와 더 이상 싸우지말고 쿨하게 떠나감의 뒤태도 아름다운 모습일 것이다.
세상 살다보면 남들과의 사이에서 죄짓기 마련이고, 그래서 조용한 곳에서 그간의 삶의 반성도 하며, 치맥은 없더라도 손수 담금주에 도라지라도 캐서 씹으면 새로운 기운이 솟을 듯하다.
나는 엇그제에도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지금쯤은 농촌에서 자급자족할 규모의 농토를 구입하고, 자식 불러들여 그렇게 대물려 사는 것도 안정적이고 나쁘지 않겠다고...언젠가 애들에게 이야기를 펼쳐야겠다.
매듭을 지워가며, 참! 강연을 많이 다니는 법륜스님이란 그분, 우연히 강연을 들어보니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하여 정치인, 기업(생산자), 국민(소비자) 모두의 입장을 고려한 합리적인 혜안(慧眼)과 열린 마음은 종교나 이념은 별개로 하고 그냥 잘하는 것은 잘한다고 해야겠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의 후퇴, 아까운 떡밥을 왜 바다에 던지냐며 투정을 부린다면 그는 처음부터 낚시를 따라가지 말았어야 했다.
우리들이 농촌으로 향할경우 지원이 없다면 국가란 존재는 불필요한 요소이다. 당연히 바다 건너서 항상 우리를 지켜보며 침략하고, 한때는 우리 집안의 쇠붙이며 곡물의 공출을 강요했던 나라도, 또한 어렵던 시절 우리 집의 귀중한 재산인 소와 돼지를 몰고갔고, 이후 가공할만한 핵무기로 무장하여 마치 사채라도 대출한양 끝임없이 눈흘기며 협박하는 나라 또한 우리의 뇌리에서 사라져야 한다.
다만 이 땅은 농사짓기 좋은 나라가 되어 젊은이들이 희망찬 모습으로 농촌으로 몰려들고(그러면 농촌에 세금 엄청 ㅋㅋ), 우리들의 마지막 희망인 고립무원 자연인에 삶에 머물러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