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양모 씨(45세)는 최근 밤잠을 설칠 정도로 손이 저린 증세가 심해졌다. 집안일을 많이 하는 날이면 가끔 손의 감각이 둔해지고 저리고 전화 수화기를 들고 있을 때에도 저린 증세가 나타났다. 쉬면 조금 낫지만 밤에 갑자기 일어나 손을 주무르며 털어대는 경우가 많아졌다. 손을 자세히 보니 예전보다 엄지 부위의 살이 많이 빠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손의 정중신경 눌리면, 손저림증 나타나
중년의 주부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손에 통증, 저린 느낌, 화끈거림 등과 같은 이상 감각이나 둔해지는 느낌이 드는 수근관 증후군(일명 손저림증, 정중신경 압박증)이 흔히 발생한다. 손의 감각을 지배하는 「정중신경」은 손목 안에서 좁은 터널을 통과하여 손가락을 구부리는 힘줄들과 함께 지나는데 여러 이유로 터널이 비좁아져 신경이 눌리게 되면 이런 증상들이 나타난다. 대부분 엄지와 둘째, 셋째, 넷째 손가락에 저린 느낌이 있고 새끼 손가락의 감각은 정상이다. 손을 쓸 때만 저린 느낌이 있다면 「1기」, 일하지 않아도 저린 느낌이 지속되고 새벽녘에 깨어 손이 저린 느낌이 있다면 「2기」, 밤에도 잠을 자기 힘들고 손을 마구 흔들어야 조금 나아지는 정도에다가 엄지 근처의 근육까지 말라버린 정도라면 「3기」라고 할 수 있다.
중년 이후 여성에서 많은 수근관 증후군
수근관 증후군은 남자에서 매우 드물고 중년 이후 여성에서 압도적으로 많다. 대개는 손목 내 힘줄을 싸고 있는 막이 두꺼워져 발생하며, 당뇨병이나 갑상선 질환, 류마티스성 관절염, 만성 신부전 등이 있으면 손목 내 힘줄주변이 붓기 때문에 이런 환자에서 대부분 수근관 증후군이 발생한다. 임신 말기에 전신이 부어 일시적으로 발생할 수는 있으나 이 경우에는 대개 출산 후 호전된다. 외상에 의해 손목 터널 안에 갑자기 출혈이 생기거나 손목 내에 종양이 생긴 경우에도 이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촬영 등의 정밀 검사를 할 수 있다.
경험 많은 의사의 판단이 진단에 가장 중요
치료를 초기에 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혈액 순환 장애나 목 디스크, 중풍 등의 병으로 잘못 오인하여 늦게 치료하거나 오래 방치하여 2기 이상으로 진행하면 수술을 해야 한다.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증상과 진찰을 토대로 한 경험 많은 의사의 판단이다. 환자가 신경 검사를 하고 오는 경우가 많은데, 검사 결과가 수치로 표현되기 때문에 과학적이고 객관적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검사 결과가 정상으로 나와도 수근관 증후군인 경우가 흔하다는 뜻이다. 신경 검사는 꾀병 환자를 가리거나 법적 문제와 연결된 때에만 제한적으로 의미가 있다. 방사선 검사(단순촬영, MRI)를 하여 손목 관절 부위에 다른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는 것도 진단 과정에서 중요하다.
증상 정도에 따라 보전적인 치료 또는 수술 치료
일할 때만 불편하다거나 임신 중에 갑자기 증상이 생긴 경우라면 보존적인 치료나 주기적인 관찰로 증상은 쉽게 좋아진다. 보존적인 치료에는 소염진통제, 따뜻한 찜질, 손목 보조기, 손목 터널 내 스테로이드 주사 등이 있다. 밤잠을 자기 어렵다거나 엄지 둔덕에 살이 빠지는 환자에게는 수술을 권한다. 수술은 손목부위만 부분 마취하여 손목 근처에 2cm 가량 절개를 하고 좁아진 손목 터널을 열어주는 것이다. 수술 시간은 30분 미만이고 국소 마취제가 들어갈 때 따끔한 느낌이나 눌렸던 신경 풀어줄 때 약간 불편한 느낌만 빼면 대체로 편안하게 수술받을 수 있다. 수술 후에 손을 바로 쓸 수 있다.
수술 환자의 95%가 결과에 만족해
밤잠을 설칠 정도로 저리고 아프던 신경압박증세는 수술 후 그날 밤부터 없어지지만 손끝이 무덤덤하고 남의 살 같은 감각 저하 증세는 신경이 재생되어야 호전되므로 바로 좋아지지는 않는다. 수술 후에 신경 회복 과정에서 약을 쓰기도 한다. 회복은 환자마다 다르고 단계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보통 6개월 이상 시간이 걸린다. 대부분 이미 병이 많이 진행하고서야 병원을 찾는 경우에는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수술 받은 환자의 95% 이상에서 「수술 결과에 만족한다」는 답변을 듣고 있다.
[글] 한경진 교수 / 정형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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