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은 토론하는 날이다. 수요일마다 3, 4교시 2시간을 ‘따뜻한 토론’으로 하고 있다. 이번 토론은 다른 때와 조금 다른 게 몇 가지 있었다.
2022년 11월 30일 수요일
1. **가 만든 논제: 초등학생에게 학원은 필요하다.
“무엇으로 토론하면 좋을까요?”
학생들에게 툭 하고 물어봤어요. 여럿이 손을 들고서 말해요. 그 가운데 우리가 뽑은 건 **가 말한 ‘학원’이에요.
2. 논제를 자세히 살핀다: 논제 분석
늘 하던 대로 칠판에 종이를 붙이고 논제를 써요. 논제를 하나하나 따져보기 위함이에요. 이를 논제 분석이라고 해요. 논제 분석을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건 토론에서 큰 차이가 나요.
가. 초등학생은 무엇을 해야 하나요?
나. 학원은 다니나요? 어떤 학원인가요?
다. 이번 토론에서는 ‘영어, 수학, 국어 학원’으로 할게요.
라. 학원비는 얼마나 하나요?
마. 찬성과 반대 근거는 뭐가 있을까요?
3. 찬성과 반대 주장을 쓴다: 입안문 쓰기
논제 분석한 종이를 보며 주장을 글로 써요. 이를 토론에서는 입안문이라 해요. 이때 찬성과 반대를 모두 써야 해요. 토론에서도 찬성과 반대를 모두 하니까요. 초등학교 3학년이지만 칠판에 있는 논제 분석에서 근거를 세 개씩 고르면 되니 어렵지 않아요. 토론을 주마다 하니 근거에 알맞은 예도 덧붙여서 써요. 물론 자기 경험에서 나온 예이지만.
4. 집에서 토론하기
이렇게 토론 준비를 마쳤어요. 그러며 주말이면 집에서 식구와 토론해보라고 해요. 토론한 영상을 밴드에 올리고 있어요. 물론 열아홉에서 영상을 올리는 학생은 셋에서 대여섯이에요. 영상을 찍지는 않지만 토론하는 집도 있어요. 그 수가 갈수록 줄어들어요. 학부모도 꼬드겨야 해요. 밴드에 아래와 같이 쓰며 꼬드겨요.
+ 무엇을 알기 위해서는 잘 들어야 해요. 듣는 것도 애쓰지 않으면 들리지 않아요. 가장 기본이 [보며 듣기]예요. 눈으로 보며 들어야지 집중할 수 있고, 말하는 사람 입을 보니 더 잘 들려요. 설명하는 사람 손짓, 쓰고 그리는 것을 봐야지 이해가 쉬워요. 이렇게 듣다가 중요한 것은 [쓰며 듣기]를 해요. 조금 더 오래 남죠. 더 좋은 방법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대답하며 듣기]예요. 말하는 사람이 하는 내용에 맞게 대답하려면 잘 듣고 있어야죠. 이것보다 높은 수준의 듣기는 [질문하며 듣기]예요. 사실 보통 수업에서는 보며 듣기와 대답하며 듣기 정도가 많이 일어나요. 이 네 단계 듣기가 모두 일어나는 게 있어요. 다름아닌 토론이에요. 주말에 토론하지 않은 집에서는 오늘이라도 토론해보세요. (12월 6일)
+ 한 해 동안 수요일이면 두 시간씩 토론했어요. 집에서도 토론하길 바랐어요. 집에서 아이와 토론하는 게 쉽지 않아요. 시간 내는 게 쉽지 않아요. 무엇보다 토론이라는 게 낯설고 어렵게 느껴줘요. 그런데 우리 반 아이들은 토론을 쉽고 재미나게 생각해요. 왜 그럴까요? (12월 7일)
2022년 12월 7일 수요일
5. 교실에서 한 짝토론
한 주가 흘러 다시 수요일이에요. 짝토론을 해요. 세 판을 했어요. 첫판은 옆에 앉은 짝과 해요. 두 번째, 세 번째 판은 하고픈 짝과 토론했어요. 오늘 우리 반 학생에서 결석이 있어 홀수로 짝이 맞지 않아요. 빈 곳은 영근 샘이 앉아서 토론했어요. 첫판은 ㅇㅇ, 두 번째 판은 ㅈㅇ, 세 번째 판은 ㅂㅂ와 했어요. 세 판을 토론하며 찬성과 반대를 모두 겪었어요.
+ 첫판: 책상을 돌려 마주 보고 앉아요. 가위바위보로 찬성과 반대를 정해요. 토론하는 형식은 [찬성 주장 – 질문 – 반대 주장 – 질문]이에요. 1, 2분으로 6분에 토론이 끝나요. 토론을 마치면 자기 어깨를 토닥여요. 이어 토론해준 짝에게 손뼉을 쳐요. 이어 서로에게 잘한 걸 칭찬해요.
+ 두 번째 판: 노래 친구(날마다 한 아이씩 돌아가며 노래 친구를 해요. 코로나 이전에는 밥친구로 영근 샘과 밥 먹던 아이였는데 코로나부터는 노래 친구라 해요. 날마다 그 노래 친구가 듣고 싶은 노래를 불러줘요. 오늘 ㅅㅎ이는 <내가 만일>(안치환)을 불러달라고 했어요. 노래 친구는 그날 하루 영근 샘 심부름을 돕기도 해요. 수업 때 글을 읽을 게 있으면 노래 친구가 읽어요.) 이름을 불렀어요. “노래 친구는 찬성, 반대에서 무엇이었나요?” “저 찬성이요.” “아, 그럼 찬성이 모두 일어나세요. 이름 뽑아(무작위 컴퓨터 프로그램) 나온 친구는 토론하고 싶은 친구 앞에 앉으세요. 영근 샘도 있어요.” 이렇게 짝을 정했다. 영근 샘은 아무도 정하지 않아 마지막에 이름 나온 ㅈㅇ이와 했다.
+ 세 번째 판: 모두에서 무작위로 뽑아서 하고픈 짝과 토론했다. ㅂㅂ가 나와 토론하겠다고 했다. 토론 때마다 토닥, 손뼉, 칭찬을 이었다.
6. 토론을 마치며: 네 생각은 뭐니?
토론을 마치며 토론하고서 든 생각을 물었어요. 가치수직선으로 해요. 포스트잇을 한 장씩 나눠주고는 알맞은 숫자를 써요. 그 까닭을 쓴 뒤 숫자에 맞게 붙여요. 찬성, 반대, 중립이 비슷하게 나왔어요. 중립에서 ‘찬성과 반대를 모두 해 보니 헷갈린다’는 말이 있어요. 생각이 부드러워진 모습이에요.
7. 영근 샘이 이번 토론에서 든 생각이 여럿이다.
가. 아이들이 좋아한다.
수요일마다 하는 토론이 아이들은 즐겁다고 해요. 오늘 가장 큰 즐거움으로 토론이라고 하는 아이들이에요. 토론을 무서워하는 어른들과 달라요.
나. 친구와 친하다.
토론하면 날카로워진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아이들 모습에서 그런 건 보이지 않아요. 친구들과 더 친해지는 모습이에요. 친구가 내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는데, 토론 마치며 손뼉 쳐주고 칭찬해주니까요.
다. 토론을 꽤 잘한다.
셋 모두에게 놀랐다. 첫판에 만난 ㅇㅇ는 주장이 또렷하다. 내 주장에 질문도 힘껏 한다. 두 번째 만난 ㅈㅇ이는 목소리가 크다. 내가 주장할 때는 토론 공책에 메모하며 듣는다. 세 번째 ㅂㅂ는 내 질문에 하나도 놓치지 않고 대답한다. 나에게 칭찬할 때는 질문을 잘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셋 모두 아주 진지하게 토론했다.
첫댓글 아이들 생각이 말랑해진 게 가장 반갑네요. 하긴 어른인 저도 토론하다 보면 말랑해지는데 아이들은 더 그렇겠지요!
소중한 기록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