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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파이’ 와 암호 해독
가나 초컬릿
3학년 각 교실에 ‘가나 초컬릿’이 돌았다.
아이들은 내가 돌린 줄 알고 기뻐하고, 역시 “과나 쌤이야”하고 외쳤지만, 사실 내가 돌린 것은 아니었다. 고3 아이들에게 돌릴 생각은 하고 있었다.
매년 고3들을 격려하느라 초컬릿을 준비해 왔던지라, 이번에 가나 초컬릿으로 아이들을 격려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3학년 진학부실로 가나 초콜릿이 몇 박스가 운반되어 들어오더니, 각 3학년 교실로 이미 배분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잠시 고민했다.
‘누구지? 이렇게 보낸 게~, 그럼~ 나는 어떻게 하지? 뭘 돌리나?’
나의 속마음을 누군가에게 들켰을 때의 그 황당함, 당황스러움. 바로 그런 거였다.
가나 파이의 근원지는 곧 밝혀졌다. 학교 매점 사장님께서 고3들을 격려한다고 보내온 것이었다. 그 사실을 잘 모르는 아이들로부터, 나는 계속 이런 인사를 받아야 했다.
“선생님, 가나 초컬릿 감사해요. 과나 초컬릿, 관하 초컬릿. 최고예요. 뀨^^”
이번엔 가나 파이
수능을 사흘 앞 둔 월요일. 매점에서 가나 초컬릿을 돌렸다해도 내 마음에 그냥 지나갈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하던 중에, 가나 초컬릿이 아니라면, 금년에는 ‘가나 파이’다. 마음의 결정을 하고, 우리 반 3학년 여학생 소미를 차에 태워, 학교 옆 이마트로 동행했다.
“소미야, 매점에서 선수 쳐서 가나 초컬릿을 고3 아이들에게 다 돌렸잖아. 그렇다고 해서 그냥 넘어갈 수는 없고, 금년에는 가나파이로 해야겠어. 작은 것 하나씩이지만~ 어떻겠니?”
소미는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최고지요. 선생님. 그런데 돈이 많이 들텐데~. 괜찮으세요? 선생님.”
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나 가진 게 돈밖에 없다고 했잖아. 하하하.”
소미와 즐거운 쇼핑이 시작되었다.
바로 식품 매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고, 우리의 눈에 띈 파이들의 행진. 그리고 드디어 찾아낸 ‘가나 파이’.
가나 파이 찾아 세 시간
아! 그런데~.
가나파이의 물량이 낱개로 240개 밖에 없었다. 우리 고3들은 480명이 넘기 때문에 약 500개는 사야 한다. 고3 담임 선생님들께 드릴 한 개씩 포함해서.
일단 이마트에 있는 240개를 모두 샀다. 그리고 어디로 갈까 고민 중에 있었는데, 소미가 말했다.
“선생님, 삼양동 쪽으로 가면 롯데 마트가 있어요. 거기도 꽤 커요.”
차를 몰아 롯데 마트로 향했다. 그러나 가나 파이는 없었다. 다른 파이는 쌓여 있었는데~. 잘 안 나가는 것은 많이 확보 안 해 놓는다고 했다.
소미가 샴푸가 필요하다 해서 롯데 마트에서 선물로 사주고, 학교 앞으로 왔다. 홈런마트에 들러보았다. 가나파이는 없었다. 그리고 두 군데 마트를 더 돌아다녔다.
마지막으로 롯데 백화점으로 갔다. 아뿔싸, 월요일 휴무일이었다.
가나 파이를 찾아 무려 세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소미는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돌아갔다.
그렇다면 초코파이
좀 아쉽기도 했지만,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포기하지 말자. 가나 파이가 없다면 ‘초코파이’다. 결국 학교 앞 홈런마트에서 나머지 260개를 샀다.
그리고 교무실로 돌아와 반별로 배분을 하였다. 교회 청년부 혜민 자매가 마침 와서 함께 했다. 반별로 배분을 하고, 아이들에게 붓펜으로 쓴 손 편지를 각 반별로 나누었다. 그리고 교무실 책상 위에 진열해 놓았다. 그것을 보보라니 가슴 뿌듯함이 밀려왔다.
예전엔 입시철이 오면 작은 정이 오고갔었는데, 이제 예년처럼 후배들이 돈을 걷어 엿이나 떡을 사주는 전통이 사라졌다. 학부모들이 거창하게 아이들을 위해 사용하는 돈도 민감해서 잘 하지 않은지 몇 년이 되었다.
학생들 가운데 동아리 활동을 해서 후배들이 있는 아이들은 그래도 작은 선물이나마 받는데,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아무 선물도 받지 못하고 격려도 받지 못하는 사실을 알고, 몇 년 전부터 이렇게 아이들을 격려해 왔던 것이다.
작은 선물 큰 행복
아이들은 작은 것에 감동한다. 순수한 아이들이다.
화요일, 수능 이틀 전, 각 반에 초코 파이와 가나 파이를 전달했다. 1학년 기독학생 수지와 수영이를 불러 함께 교실을 순회했다. 성경 말씀 컵을 들고, 복도에 있는 아이들, 교실에 있는 아이들은 나에게 달려들어 성경말씀 갈피를 뽑기 시작했다. 기도를 원하는 아이들은 축복하며 기도했다. 그렇게 열세 반을 모두 돌았다. 아이들은 무척 감사해 했고, 기뻐했다. 며칠 동안 다리도 아프고 신경도 쓰였지만, 내 마음은 무척 행복했다. 확실히 ‘사랑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내 핸드폰으로 피드백을 보내오기 시작했다.
“선생님, 잘하고 올게요. 선생님께서 해주신 모든 걱정들과 기도를 잘 받아 지난 삼 년 동안 열심히 해 온 만큼 좋은 성과 후회 없는 결과 가져올게요. 다녀와서 봬요. 진짜 많이 존경하고 사랑해요.”(효림)
“초코파이 맛 있었습니다. 선생님, 항상 감사합니다.”(강택)
“진짜 이렇게 챙겨주시는 분은 샘뿐이십니다. 감사드려요. 쌤도 하시는 일마다 대박 나시고 수능 잘 볼게요. 아멘!”(호운)
“뀨^^ 감사합니다.”(박문환)
“오~ 예. 잘 보고 올게요. 쌤”(은솔)
“감사합니다. 선생님. 저 그 손편지도 다 읽었어요. 감동이예요. 수능 실수 없이 잘 보고 올게요.”(혜지)
“쌤 감동이예요. 수능 시험 최선을 다해서 보겠습니당. ㅎㅎ”(지원)
암호를 해독합니다
페이스북 영훈고에 가면 ‘영훈고 대신 전해드려요’라는 모임이 있다. 그곳에 내 손편지가 올라왔다. 그런데 붓펜으로 쓴 내 글씨를 잘 못 읽겠다고 하며, 한 아이가 ‘최관하 선생님의 사랑의 편지를 암호 해독했다’고 자기가 펜으로 다시 써서 올렸다.
그 모습을 보며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과 사랑의 마음, 그리고 기뻐하는 얼굴이 떠올라 무척 행복했다. 이렇게 아이들 속에서 살아가는 축복을 주신 주님께 감사하다.
십 대의 성장통을 겪는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고 하니, 참으로 행복하고 감사하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나아가는 인생, 주님께서 동행하는 삶이 될 것이라 믿으며, 오늘도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한다.
얘들아, 사랑해~ 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