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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성
언어는 기본적으로 인간 상호간의 의사 소통을 위한 기호의 체계라는 것입니다. 모든 기호가 그렇듯이, 언어도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과 그것을 실어 나르는 '형식'의 두 가지 요소로 구분됩니다. 즉, 언어의 내용은 의미이며, 형식은 음성이라는 말입니다. 이러한 의미와 음성의 관계는 마치 동전의 앞뒤와 같아서, 이 중에서 어느 하나라도 결여되면 언어가 될 수 없습니다. 언어 기호는 사물을 대표하지만 사물 그 자체는 아니며, 언어 기호가 직접 지시하는 것은 그 사물의 개념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언어 기호는 사회적 약속으로서 그것을 어겨서 표현하면 뜻이 통하지 않게 됩니다.
자의성
언어의 형식(음성)과 내용(의미)의 결합은 반드시 그렇게 결합되어야만 하는 어떤 필연적인 이유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자의적(제 멋 대로란 뜻)이고도 우연히 결합되었다는 것입니다.
▶ '하늘'이라는 말의 발음과 '天'이라는 뜻이 어떻게 만났을까? 아마 이랬을 것이 틀림없을 거예요. 우리 머리위로 멀고도 높고 푸른 저 허공을 무엇이라고 불러버릴 것이냐 한참 고민하던 A라는 원시인이, 에라 모르겠다. 그냥 '하늘'이라고 불러버리자. 그러고 나서 동네방네 돌면서 자기가 방금 지어낸 '하늘'이라는 발음을 선전하고 다녔겠죠. 그후부터 그 동네, 옆 동네, 옆의옆동네 등등의 부족에서 '하늘'이라는 말이 떠돌아다니다 굳어져 버렸다, 이렇게요. 대충 그렇게 이해하면 되겠네요. 각 언어마다 똑 같은 뜻을 가진 말의 발음이 틀리다는 것도 이 점을 증명하고 있어요. 왜 뜻이 같은 데 발음은 각 지방, 나라마다 틀리는 거죠? 바로 의미와 음성이 서로 만날 때 제멋대로(자의적으로) 만났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는 겁니다.
▶ 국어: 하늘, 영어: sky(스카이), 중국어: 天(티엔), 일본어: 空(소라)
사회성(不易性: 불역성)
언어는 한 사람만 쓰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쓰는 것입니다. 따라서 여러 사람 모두가 인정하는 정해진 말을 써야지 제 맘대로 변형시킨 언어를 쓰면 안 됩니다. 그래서 개인이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성질이란 의미에서 불역성(제멋대로 바꿀 수 없는 성질)이라고도 합니다.
▶ 바퀴가 넷이고 엔진이 달렸으며, 규정 속도 이상으로 달리면 사고 나기 딱 알맞고, 술 마시고 몰면 여러 사람 불행해 지는 것을, A라는 사람은 자동차, B는 컴퓨터, C는 나비, D는 햄버거라고 부른다고 합시다. 다른 말들도 사람에 따라 각자 달리 부른다고 하자구요. 그러면 사회 구성원간에 얘기가 통하겠어요?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자기만의 고유한 언어로 말한다고 합시다. 이 사회는 어떻게 되겠어요? 재미있을 것 같다고라? 미쳤군.
역사성(可易性: 가역성)
언어는 고정 불변의 것이 아니며, 시대에 따라 신생, 성장, 사멸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즉 언어는 바뀌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역성(可易性)이라고도 합니다. 앞의 사회성 항목에서 언어는 바뀔 수 없다고 했는데, 여기서는 바뀔 수 있다니 헷갈릴 수 있습니다. 언어는 한 사람의 힘으론 바뀌어질 수 없지만 수많은 사람(언중)이 찬성하면 바뀌어질 수 있다는 말입니다.
♠ 신생 : 이조 시대 때는 없었던 말이 현재에는 있다. (인공위성, 잠수함, 자동차, 유리창, 공무원, 고속도로, 장갑차‥‥)
♠ 성장 : 조선시대의 어엿브다(불쌍하다), 아해(아이), 인정(人情 :뇌물): 의미가 달라지거나 형태가 변한 거네요?
♠ 사멸 : 죽어 없어진 말: (강), 온(百), 즈믄(千), 미리내(은하수)
개방성(창조성)
언어의 성질 중 하나는 서로 결합하여 새로운 단어나 문장을 만들어 낸다는 것입니다. 현실에서 예를 들어보면 '땡칠이는 바보다' 라는 문장을 배우면, '땡칠이'라는 말 대신 무수한 다른 사람 혹은 사물을 집어넣어 사용할 수 있고, '바보'라는 말 대신 얼마든지 많은 다른 말을 넣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언어는 무한한 확장능력을 가진 것이기에 먼 과거의 일을 회상하여 현실처럼 묘사하거나, 아직 경험하지 못한 미래에 대해서도 생생하게 말할 수 있어요. 마찬가지로 실제로 보았거나 존재하는 것이 아닌 상상 속의 어떤 것(용, 도깨비,‥‥)이나 추상적·관념적인 것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듣는 사람 역시 그 의미를 금방 깨달을 수 있습니다.
▶ 인공 + 위성, 잠수 + 함, 인터+ 넷, 자동 + 차‥‥.
법칙성
언어가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그 언어의 법칙에 맞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맞춤법, 띄어쓰기, 호응관계, 등등이 문법에 맞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 나는 결코 목포를 사랑한다(X )
▶ 나는 내일에 부산에 가서 어제 강릉을 왔다.(X )
▶ 열쒸미 공부만하니까 다 행보카게되는거슨 아닌거시여.(X )
분절성(불연속성)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물 중에는 다른 사물과 완전히 분리된 것도 있지만, 분리의 경계가 모호한 것도 많습니다. 그 때 그러한 대상을 사진이나 그림으로 나타낼 경우에는 연속된 사물로 표현할 수 있겠지만, 이를 언어로 표현할 때는 인위적으로 경계를 지어 표현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연속된 현실의 사물을 언어로 나타낼 적에는 연속된 것이 아닌 톡톡 끊어서 표현하는 것입니다.
1 기호의 분절 : 단어와 어절, 문장은 소리의 연속이나 자음과 모음으로 나눌 수 있다.
2 개념의 분절 - 연속적인 사물(事物)을 불연속적인 것으로 나누어 표현한다.
▶ 손 - 손톱, 손가락, 손등, 마디 등
▶ 얼굴 - 이마, 눈, 눈썹, 코 등
▶ 무지개 색깔 - 무지개의 색깔을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라고 하지만, 실제로 무지개가 단지 이 일곱 가지 색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은 아니며, 그 색들의 경계가 분명히 갈라지는 것도 아닌, 연속된 색들의 집합인 것입니다.
체계성
언어기호는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하는 다른 기호와의 상호관계에 의해 가치를 발휘한다는 것입니다.
추상성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간단한 단어라 할지라도 모두 상당한 수준의 추상화 과정을 거친 후에야 형성된 개념입니다. 우리가 '꽃'이라고 부르는 대상들은 실제로는 '무궁화, 진달래, 개나라, 목련, ‥‥' 등의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서, 그 구체적인 실체를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바꿔 말해서, '꽃'이라는 말의 의미 내용은 우리가 수많은 종류의 꽃들로부터 공통 속성만을 뽑아내는 과정, 즉 추상화의 과정을 통해서 형성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말을 배울 때부터 이러한 추상화 과정에 너무 익숙해 있기 때문에, 스스로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음성성
언어는 사람의 발음 기관을 통해 표현되는 음성 기호로서 동물이나 자연계의 < 음향(音響)>과는 달리 자음과 모음으로 나뉩니다. 이를 시니피앙(signifiant), 곧 <음성(音聲)>이라 합니다.
▶ 의미(意味)를 '시니피에(signifie)'라고 한다.
유연성(有緣性)
음성과 의미의 결합이 각 언어 사회마다 비슷비슷하게 결합하는 성질로 (특히, 의성어와 의태어) 자의적인 언어의 성질과 다소 상반되나 언어의 본질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입니다.
한국어 |
영어 |
불어 |
꼬끼오 |
cock-a-doodle-doo |
cocorico |
야옹 |
meow(mew) |
miaou |
움메 |
moo |
meuh |
멍멍 |
bowwow |
oua -oua (a위에 점이 있음) |
2004년 수능 언어 기출문제
[34∼38]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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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기호는 전체적으로 체계를 이루고 있다. 언어의 체계라는 말은,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른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으나, 긴밀히 연관되어 있는 말소리나 단어들에 주로 적용되는 개념이다.
체계를 이루는 각 항목이나 범주는 서로 긴밀히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그 중의 하나가 변화를 입게 되면 다른 항목이나 체계 전체에 영향을 끼쳐서, 변화 전까지 유지되어 있던 균형이 깨지기도 한다. 즉, ㉠ 체계 전체에 걸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체계의 개념을 이해하는 데에는 '선택'이라는 개념이 중요하다. '선택'이란 한 체계를 구성하는 항목들 중에서 언어 사용자가 필요한 것을 골라 쓰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어떤 물건을 가리키고자 할 때, 대명사 '이것', '그것', '저것' 중에서 하나를 선택한다. 이러한 각각의 세 항목을 두고 선택 관계에 있다고 말한다. 이들이 곧 단어들의 체계이다. 즉 체계란, 서로 긴밀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 선택 가능항(選擇可能項)의 집합이라 말할 수 있다.
선택이 가능한 단어의 수는 몇 개밖에 안 될 수도 있고, 그 수가 매우 많을 수도 있다. 앞에서 제시한 '이것', '그것', '저것'은 3항이었지만, 이른바 ⓐ '능동 표현'이나 '피동 표현', '단수'와 '복수' 같은 경우에는 선택이 가능한 항목이 둘뿐이다. 이와 같은 극히 제한적인 선택을 폐쇄적인 선택이라 한다. 폐쇄적인 선택의 대표적인 것으로 문법 범주(文法範疇)를 들 수 있다. 이러한 폐쇄적인 선택과는 달리 선택 범위가 매우 넓은 경우도 있다. "철수가 ( )을/를 보고 있다."와 같은 문장에서 빈칸에 들어갈 수 있는 명사 또는 명사 상당형은 무수하게 많다. 철수가 볼 수 있는 물건이나 사건을 대표하는 언어 형식이면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거의 제한이 없는 선택을 개방적인 선택이라 한다. 대체로, 문법 범주의 경우에는 폐쇄적인 선택이 이루어지고, ㉡ 어휘의 경우에는 개방적인 선택이 이루어진다.
언어를 살필 때에 구조라는 개념 또한 중요하다. 구조란 대체로 언어 형식과 그것을 구성하는 요소와의 관계에서 등장한 개념이다. 앞에서 '체계'를 선택 관계로 설명한 바 있는데, '구조'는 이와 달리 통합 관계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형태소는 의미를 가진 최소의 언어 단위이지만, 그것은 음운의 연쇄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음운은 구성 요소가 되고, 형태소는 구조가 된다. 예를 들어, 동사 '먹다'의 어간 '먹-'은 'ㅁ, ㅓ, ㄱ'의 세 음운을 구성 요소로 가진다. 거꾸로 말하면 'ㅁ, ㅓ, ㄱ' 세 구성 요소는 동사 '먹다'의 어간 '먹-'이라는 구조를 형성하는 것이다. 형태소는 이처럼 몇 개의 음운을 구성 요소로 하는 구조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한편, 형태소는 다시 상위 구조의 구성 요소가 될 수 있다. '-었-'과 '-고'는 각각 하나의 형태소이지만, 이 두 구성 요소는 '-었고'라는 어미가 됨으로써 다시 하나의 구조를 이룬다. 또, '사람은', '착한가'는 "사람은 착한가?"와 같이 문장이라는 구조를 만드는 구성 요소가 된다. 문장을 언어 연구의 가장 큰 단위로 보던 때에는 문장이 가장 큰 구조이므로 더 이상 단위는 없는 것으로 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시야가 넓어져서 ㉢ '담화'니 '이야기'니 하는 것을 언어 연구의 대상으로 삼게 되었는데, 이때에는 문장이 이들의 구성 요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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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을 <보기>와 같이 설명할 때, <보기>와 가장 가까운 사례는? [3점] ▶ ( ③ )
<보기> 예전에는 나이에 따라 사람을 구별하는 말이 '젊은이', '늙은이'뿐이었는데, 후에 '어린이'라는 말이 새로 생겼다. 이로 인해 이들 각 낱말들이 의미하는 범위가 달라짐으로써, 체계 전체에 변화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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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고유어 '뫼'가 한자어 '산(山)'으로 대체되었다.
② '천연두'라는 병은 사라졌지만, 아직도 그 말은 남아 있다.
③ 우리 학교에서는 '수-우-미-양-가'로 평가하던 것을 올해부터 '수-미-가'로 평가한다.
④ 예전에 없던 물건인 라디오가 서양에서 들어옴에 따라, '라디오'라는 말이 새로 생겼다.
⑤ 우리나라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뚜렷한데,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 계절의 차이를 거의 느낄 수 없다.
35. ㉡은 구체적인 문맥에서는 선택 가능항이 매우 제한되기도 한다. 이 현상을 설명하기에 가장 적절한 것은? ▶ ( ④ )
① ( )는 덩치가 매우 큰 편이야.
② 철수는 ( )을/를 많이 먹었어.
③ 철수는 어제 ( )에서 공부를 했어.
④ 철수는 그 일을 하기에 나이가 너무 ( ).
⑤ 철수는 오늘 식물원에서 ( ) 꽃을 보았어.
36. <보기>는 ㉢의 한 예이다. 위 글에 나온 개념들을 활용하여 <보기>를 설명한 것으로 잘못된 것은? ▶ ( ⑤ )
<보기> ⓐ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 서둘러야 한다. 철수는 빠른 손놀림으로 ⓒ 책을 챙겨 가방에 넣는다. 어깨에 가방을 걸쳐 메고는 미끄러지듯 현관으로 달려간다. 신발장에서 운동화를 꺼내 운동화 끈을 조이며 생각한다. "ⓓ 지각이냐 아니냐는 ⓔ 이 두 발에 달려 있다." |
① <보기> 글은 전체적으로 하나의 '구조'이다.
② ⓐ는 <보기> 글의 '구성 요소'이다.
③ ⓐ와 ⓑ는 서로 '통합 관계'에 있다.
④ ⓒ를 대체할 수 있는 말들이 모여서 '체계'를 이룬다.
⑤ ⓓ와 ⓔ는 서로 '선택 관계'에 있다.
37. <보기>에서 설명한 '선택' 개념에 따를 때, '지역'을 기준으로 한 선택 관계를 보여 주는 것은? ▶ ( ① )
<보기> '선택'이라는 말은 그 개념을 넓혀서 생각할 수 있다. 언어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계층에 따라, 그 사람이 사는 지역이나 시대에 따라 차이가 있다. 이것은 '계층', '지역', '시대'를 기준으로 하여 같은 대상을 나타내는 서로 다른 선택항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38. 다음 피동 표현 중, ⓐ '능동 표현'으로 바꿀 수 없는 것은? ▶ ( ⑤ )
① 그 문제가 어떤 수학자에 의해 풀렸다.
② 그 책은 많은 사람에게 읽혔다.
③ 아이가 어머니에게 안겼다.
④ 토끼가 사냥꾼에게 잡혔다.
⑤ 철수가 감기에 걸렸다.
<진단평가>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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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 완구 회사가 개발한 ‘바우링걸’은 개 짖는 소리를 인간의 언어로 번역하는 기계이다. 이런 기계를 제작하려면 동물들이 어떻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이에 관한 연구는 동물행동학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부분이다. 동물행동학 학자들은 동일한 상황에서 일관되게 반복되는 동물의 행동을 관찰한 경우, 일단 그것을 동물의 의사 표현으로 본다. 물론 그 구체적인 의미를 알아내는 것은 상황을 다양하게 변화시켜 가며 반복 관찰하고 그 결과를 분석한 후에야 가능하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먼저 동물들이 어떻게 의사를 표현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동물들은 어떤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할까?
먼저 시각적인 방법부터 살펴보자. ㉠남미의 열대 정글에 서식하는 베짱이는 우리나라의 베짱이와는 달리 머리에 뿔도 나 있고 다리에 무척 날카롭고 큰 가시도 있다. 그리고 포식자가 가까이 가도 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만히 서서 자신을 노리는 포식자에게 당당히 자기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베짱이는 그런 모습을 취함으로써 자기를 건드리지 말라는 뜻을 전하는 것이다. 또 열대의 호수에 사는 민물고기 ㉡시칠리드는 정면에서 보면 마치 귀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는데, 기분 상태에 따라 이 곳에 점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면서 색깔이 변한다. 이 부분에 점이 생기면 지금 기분이 안 좋다는 의사를 드러내는 것이다.
모습이나 색깔을 통해 의사를 표현하는 정적인 방법도 있지만 행동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동적인 방법도 있다. 까치와 가까운 새인 ㉢유럽산 어치는 머리에 있는 깃털을 얼마나 세우느냐에 따라서 마음 상태가 다르다고 한다. 기분이 아주 좋지 않거나 공격을 하려고 할 때 머리털을 가장 높이 세운다고 한다.
소리를 이용하여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동물들도 있다. 소리를 이용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경보음을 이용하는 것이다. ㉣북미산 얼룩다람쥐 무리에는 보초를 서는 개체들이 따로 있다. 이들은 독수리 같은 맹금류를 발견하면 날카로운 소리로 경보음을 내어 동료들의 안전을 책임진다. 그리고 ㉤갈고리모양나방 애벌레는 다른 애벌레가 자신의 구역에 침입하면 처음에는 노처럼 생긴 뒷다리로 나뭇잎을 긁어 진동음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 침입자가 더 가까이 접근하면 입으로 나뭇잎을 긁어 짧고 강한 소리를 계속 만들어낸다.
냄새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방법도 있다. 어떤 동물은 먹이가 있는 장소를 알리거나 자신의 영역에 다른 무리가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냄새를 이용하기도 한다. 둥근꼬리 여우원숭이는 다른 놈이 자신의 영역에 들어오면 꼬리를 팔에 비빈 후 흔든다. 그러면 팔에 있는 기관에서 분비된 냄새를 풍기는 물질이 꼬리에 묻어 그 침입자에게 전달된다.
동물들은 색깔이나 소리, 냄새 등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 그러나 동물들이 한 가지 방법만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는 않는다. 상황에 따라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것들을 혼용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동물의 의사 표현 방법은 양적이나 질적인 면에서 인간의 언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하고 초라하지만 동물행동학의 연구 성과가 폭넓게 쌓이면 현재 개발된 ‘바우링걸’보다 완벽한 번역기가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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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위 글에서 ‘동물의 의사 표현 방법’으로 언급되지 않은 것은? ▶ ④
① 행동을 이용하는 방법
② 냄새를 이용하는 방법
③ 소리를 이용하는 방법
④ 보호색을 이용하는 방법
⑤ 모습이나 색깔을 이용하는 방법
2. 위 글에 대한 독자의 반응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 ⑤
① 동물의 의사를 번역할 수 있는 기계를 언급하여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있군.
② 동물의 의사 표현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언급하여 도움이 되었어.
③ 동물들이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여 이해하기가 쉽군.
④ 동물행동학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축적되기를 기대하며 글을 마무리하고 있어.
⑤ 동물의 의사 표현 수단이 갖는 장단점을 대비하며 서술하여 차이점을 파악하기 쉽군.
3. <보기>의 질문에 대한 동물행동학 학자의 답변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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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산길을 걷다가 특이하게 생긴 곤충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잡으려고 손을 뻗쳤더니 갑자기 날개를 활짝 펼쳤습니다. 행동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동물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그 곤충의 행동도 의사 표현과 관계가 있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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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상대방에게 물러나라는 의사를 표현한 겁니다.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인 셈이지요.
② 아직은 잘 모릅니다. 우선, 손을 뻗을 때마다 똑같은 행동을 되풀이하는지 확인해 보세요.
③ 의사 표현이 확실합니다. 하지만 그 행동이 무슨 뜻인지는 좀더 연구해 봐야 알 수 있을 겁니다.
④ 의사 표현은 아닐 겁니다. 확실한 건 그 곤충의 신체 구조를 분석해 본 후에야 알 수 있지만요.
⑤ 의사 표현일 리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곤충들 중에는 그런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없거든요.
4. ‘의사 표현’과 ‘의미’ 간의 대응이 적절하지 않은 것은? ▶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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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표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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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
① |
㉠ |
뿔과 가시를 과시하며 가만히 있는다. |
너, 나 가만히 둬. | |
② |
㉡ |
신체 일부에 점이 나타나 색깔이 변한다. |
우울한 기분을 풀어 볼까? | |
③ |
㉢ |
머리에 있는 깃털을 가장 높이 세운다. |
너 까불면 가만 두지 않겠다. | |
④ |
㉣ |
동료들에게날카로운 소리를 낸다. |
천적이 나타났으니 피해! | |
⑤ |
㉤ |
나뭇잎을 긁어 짧고 강한 소리를 낸다. |
내 영역에서 빨리 나가! |
<진단평가>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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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자들이 최근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언어학의 한 분야 중에 인지언어학이 있다. 인지언어학은 “인간 마음의 본질, 더 나아가서 인간의 본질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의 일환으로, ‘언어’, ‘마음과 몸’, ‘문화’의 상관성을 밝히려는 언어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인지언어학에서는 언어의 형식과 의미 사이를 도상성(圖像性), 지표성(指標性), 상징성(象徵性)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먼저, ⓐ도상성은 인지언어학의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기호의 형식과 내용 사이에 사실적 유사성이 존재할 때 드러나게 된다. 예를 들면, ‘패랭이꽃’은 초립동이들이 쓴 모자 ‘패랭이’를 닮은 꽃이므로 그 명칭과 지시물의 관계에 있어서 유사성이 있다. 이 외에, 두 개념이 연합되어 합성될 때, 사람의 선험적 경험이 어순에 반영된 경우에도 도상성이 나타난다. 즉, A와 B 두 요소가 합성될 때, 어순이 ‘AB’로 굳어져 합성된다. 이러한 고정된 어순은 언중의 인지적 원리에 따라 결정된다. 즉, ‘부모’, ‘남녀’, ‘부부(夫婦)’ 등 성별의 어순에는, 두드러지고 힘이 있는 쪽이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쪽보다 앞자리를 차지하여 고정된 어순을 가지게 되는데, 이것도 도상성의 일종이다. 또한, 쉽고 단순하고 긍정적인 요소가 어렵고 복잡하고 부정적인 요소보다 선행하여 어순을 이루게 되거나, ㉠‘나’에게 가깝거나 혹은 ‘자아’ 중심의 개념어가 선행하여 어순을 이루게 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사람은 사물이나 현상에 대하여 나에게 가까운 요소를 중심으로 지각하고 파악하려는 인지적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언어는 지표성을 지닌다. ‘지표’는 대상 그 자체를 모방하지는 않지만 대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대상을 연상시키는 기호를 의미한다. 굴뚝의 연기는 누군가가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있음을 알려주는 지표가 될 수 있고, 풍향계는 바람의 방향, 수은주의 높이는 기온의 높낮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방문객이 왔음을 나타내는 지표가 될 수 있다. 또한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한 언어에도 지표성이 드러나는데, 우리 주위의 범위 안에 있는 사물을 가리킬 경우에 해당된다. 이를테면 말을 할 때의 공간과 시간적 위치는 다른 개체의 공간과 시간의 위치를 나타내는 기준점이 된다. 따라서 ‘여기 있을게.’, ‘지금 만나자.’라는 문장은 그것이 사용되는 상황에 의존한다. 이른바 ‘여기, 저기, 거기, 앞, 뒤, 오른쪽, 왼쪽’과 같은 지시 표현은 상황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지표의 일반적 성격을 공유한다고 볼 수 있다.
끝으로, ⓑ상징성이란 기호의 형태와 의미가 문화적 관습이나 규약, 규칙에 의해 자의적 관습적으로 결합함을 뜻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사람은 ‘줄기나 가지가 목질로 된 여러해살이 식물’을 ‘나무’라 한다. 즉 나무는 식물의 일종인 것이다. 이 나무를 [namu]라고 발음하고, 영어권 언중은 [tri:]라 하고, 중국 사람들은 ‘木’ 이라 쓰고 [mu]라 발음한다. 이는 언어의 형식과 내용 사이에는 필연적 관계가 없고, 단지 상징성만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어떤 사물에 대한 구체적 말소리는 실제 나무 와‘나무’라 한다. 즉 나무는 식물의 일종인 것이다. 이 나무를 [namu]라고 발음하고, 영어권 언중은 [tri:]라 하고, 중국 사람들은 ‘木’ 이라 쓰고 [mu]라 발음한다. 이는 언어의 형식과 내용 사이에는 필연적 관계가 없고, 단지 상징성만 있다는 것을 의미
요컨대, 언어란 기호의 형태와 의미 사이에 도상성, 지표성,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각각 엄밀하게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세 가지 요소가 뒤섞여 기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도상은 지표적인 측면을 함께 가질 수도 있고, 동시에 지표도 도상적 성격과 상징적 성격을 함께 가질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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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위 글과 관련된 질문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 ③
① 언어의 지표성은 무엇인가?
② 인지언어학의 중심 개념은 무엇인가?
③ 언어의 상징성은 어떻게 분류할 수 있는가?
④ 언어의 도상성을 이루는 요건에는 무엇이 있는가?
⑤ 언어의 도상성, 지표성, 상징성은 서로 어떻게 기능하는가?
2. <보기>의 내용에 맞게 위 글의 를 바르게 짝지은 것은? ▶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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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언어는 구체적인 지시 대상을 추상화한 의미, 즉 개념과 그 개념의 표현 수단으로서의 기호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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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지시 대상 기호
① 木 실제 나무 식물의 일종
② 木 식물의 일종 실제 나무
③ 실제 나무 식물의 일종 木
④ 식물의 일종 실제 나무 木
⑤ 식물의 일종 木 실제 나무
3. ㉠의 내용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사례로 가장 적절한 것은? ▶ ⑤
① 수달이 지나간 모래밭에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② ‘신부 신랑’이라 하지 않고 ‘신랑 신부’라고 한다.
③ ‘꽃’은 실제 존재하는 꽃 전체의 부류를 나타낸다.
④ ‘악선(惡善)’이라고 하지 않고, ‘선악(善惡)’이라고 한다.
⑤ 한국은 ‘한일 월드컵’으로, 일본은 ‘일한 월드컵’으로 부른다.
4. ⓐ와 ⓑ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 ②
① 형식과 의미의 범주성
② 형식과 의미의 연관성
③ 형식과 의미의 창조성
④ 형식과 의미의 논리성
⑤ 형식과 의미의 구체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