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반환 5주년(下)] 짙어지는 ‘中대륙의 그림자’
자유市 저체성 지키려 안간힘…제2의 도약 노려
▲사진설명 : 중국으로 반환된 지 5년,홍콩의 각 분야에 중국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국제도시 홍콩을 상징하는 상품전시관(오른쪽)과 내년말 완공예정인 홍콩 최고층(88층)빌딩 제2 국제금융센터(왼쪽)사이에 인민해방군 본부가 자리잡고 있다./홍콩=이광회특파원
- 홍콩 반환 5주년
홍콩의 서열 1위는 둥젠화(董建華) 행정수반(首班)이다. 1997년 7월1일 중국으로 회귀(回歸)되기 이전, 그러니까 식민지 시절로 보면 ‘홍콩 총독’에 해당된다. 해운(海運) 재벌이던 그는 상하이(上海)형 스포츠 머리에 둥글둥글한 얼굴, 두터운 입술로, 수반 당선 초기 인기는 괜찮았다.
그로부터 5년. 현재까지 그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려 왔다. 중국 정부의 신임이 두터워 홍콩을 안정적으로 이끌 것이라는 ‘옹호론’, 중앙정부의 꼭둑각시라는 ‘비판론’ 두가지가 맞서 왔다. 지지도 역시 51%로 ‘절반의 옹호자와 절반의 적(敵)’이 공존한다.
그러나 회귀 이후 5년간 ‘경제난(難)’이 심화되면서 홍콩 시민들의 ‘반(反)둥젠화’ 목소리가 최근 커지고 있다. 지지도가 초기의 80%대에서 최근 51%로 곤두박질친 것도 그렇고, 갈수록 짙어지는 ‘중국의 그림자’에 외국인들마저 우려를 표시한다. ‘2기 둥젠화 시대(2002~2007)’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알고 보면 불안한 리더십 때문이다.
“홍콩의 주체성을 지켜라. ‘1국2체제’가 중국과 가까워지라는 뜻은 아니지 않느냐.” 홍콩 주재 마이클 클로슨 미국 총영사는 최근 공식석상에서 홍콩 정부를 질타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법질서 회복, 언론·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며 “중국 사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따졌다. 반(反)중국 인사의 홍콩 입국 금지, 중국인 불법거주자를 취재하던 기자 체포 사건 등을 빗댄 지적이었다.
중국은 홍콩을 반환받은 후 홍콩에 50년간 외교·국방을 제외한 완전자치권을 부여했지만, 모르는 사이 다가온 ‘중국의 그림자’에 홍콩의 정치, 시민인권, 법질서는 가라앉고 있다는 시민 설문조사도 있다.
이 때문에 ‘홍콩 부활’이라는 언론·학계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홍콩침례대학 청슈지(曾澍基) 교수(경제학)는 “지난 5년은 파도를 헤치기 위한 과도기였으며, 식민지 잔재인 ‘불간섭주의’와 ‘최소적당주의’가 판을 쳤다”며 “이를 탈피하면 미래는 홍콩 것”이라고 역설했다.
‘제2의 뉴욕 논쟁’도 홍콩인들에게 힘을 불어 넣는다. 1970~80년대 미국 뉴욕은 한물 간 도시로 평가받았지만 이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거쳐 또다시 세계경제의 정점에 우뚝 서지 않았느냐는 이야기다. 홍콩대학 아주연구소의 정젠셩(鄭建生) 교수는 “관리·회계·법률·금융부분에서 주변국을 능가하는 서비스 질을 개발하면 홍콩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둥 수반은 ‘경제난’이라는 병목을 돌파하기 위해 우선 공무원 제도부터 뒤엎었다. 정무사장(司長·장관)을 정점으로 하던 ‘전통 공무원 체제’ 대신 14명의 핵심공직자를 자신이 직접 움직이고, 책임까지 물리는 ‘고관(高官) 문책제’를 도입한 것이다.
정부도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 이미 공무원 급여는 4.75% 줄이기로 했고, 정부 병원 등 기관들도 비용절감에 나서 작은 용(龍) 홍콩의 부활의 전진기지가 되겠다는 전략이다.
재정사장(재무장관격) 안토니 렁(梁錦松)은 최근 “중국 경제에 의존하지 않겠다”며 ‘탈(脫)중국’을 선언하며, ‘4대 경제기둥과 5대 돌파론’을 공포했다. 4대 기둥은 ‘금융·물류·서비스·관광’이고, 5대 돌파론은 ▲낮은 세율과 깨끗한 공직사회 ▲작은 정부로 공공지출 축소 ▲중국과의 5가지 교류(사람·화물·자금·서비스·정보) 강화 ▲교육개혁·인재확보 인프라건설 투자 확대 등을 말한다.
전략은 곧 현실화할 예정이다. 홍콩 섬 남쪽 ‘폭풀람’에 158억 달러(홍콩·2조6000억원)가 투입돼 홍콩의 실리콘 밸리인 ‘디지틀 포트(數碼港)’가 내년부터 문을 연다. 아시아 최대 재벌 리자청(李嘉誠) 일가가 조성중인데, 이미 미국의 마이크로 소프트(MS)와 IBM, 시스코(Cisco) 시스템 등 IT공룡들이 입주하기로 정해졌다.
비정부기관인 ‘홍콩 일국양제(一國兩制) 연구센터’의 샤오샨보( 善波) 총재는 “안전하고 세계적인 인프라 경쟁력을 바탕으로 각종 전략을 추진한다면 홍콩은 제2의 도약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현재는 비관도, 낙관도 할 수 없는 갈림길”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