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개들의 가을맞이
요즈음 반려견에 물려 사람들이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개를 기르는 애견인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렇잖아도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갈 때마다 일부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 때문에 늘 움츠리고 다녔는데 이제는 특별법 제정 문제까지 거론되고 있으니 어쩌겠는가.
우리 집에는 개 네 마리가 있다. 그 가운데 한 마리는 어릴 때부터 길러왔으나 나머지 세 마리는 딸 실비아가 유기견센터에 자원봉사 나갔다가 보호기간이 넘어 안락사 시키기 직전에 데려온 개들이다. 이들은 장애가 심하거나 문제행동이 심해 분양이 되지 않았던 것으로 여겨진다.
미니어처슈나우저종인 밍키는 데려온지 20년이 되었으니 사람 나이로 따진다면 백 살을 훌쩍 넘긴 셈이다. 그리고 노견이 모두 그렇듯이 이가 모두 빠졌으며, 제대로 보거나 듣지도 못한다. 그리고 잘 걷지도 못하면서 다른 개들을 데리고 산책이라도 나갈 채비를 하면 기를 쓰고 따라 나선다.
잡종견인 치즈는 성남 모란시장에서 떠돌아다니는 것을 구조했다는데 제대로 먹지 못해 무척 야위었다. 그동안 살을 찌우기 위해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였으나 어찌된 탓인지 아직도 비쩍 야위었다. 그리고 사람들을 두려워하여 누군가 가까이 다가가도 소스라치게 놀라 도망친다.
잡종견인 츠요는 척추장애견이다. 전 주인이 내동댕이치는 바람에 허리를 다쳤다는데 뒷다리가 마비되어 산책을 나갈 땐 휠체어를 착용해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배변을 하지 못해 세 시간에 한 번씩 자극을 주어 배변을 시켜야 한다. 게다가 식탐이 강한 데다 사람들을 보면 짖는 버릇이 있다.
진돗개인 골디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전 주인이 송곳니를 모두 잘라버린 탓에 음식물을 제대로 씹지 못한다. 그리고 귀에 찟긴 흉터가 있어 학대당하다가 버려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집 개들 가운데 덩치는 가장 크지만 겉모습과는 달리 성격은 가장 온순한 편이다.
요즈음 직장에서 퇴근하면 개들을 산책시키는 것이 중요한 일과가 되어버렸다. 온종일 좁은 방에 갇혀 있으니 오죽 답답하겠는가. 마침 집 가까이에 증미산과 황금내공원, 그리고 좀더 멀리 나가면 한강공원이 있어 네 마리를 교대로 데리고 나가 한, 두 시간씩 산책을 시키고 있다.
이제 가을이 되었다. 개들이 매일 산책을 하면서 봄이 되면 나무에 싹이 돋고, 여름이 되면 잎이 무성해졌다가, 가을이 되면 잎이 단풍으로 곱게 물드는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세상이 뒤숭숭하니 이러다 개들에게 세금을 물리는 법이 생기지나 않을까 은근히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