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민간어린이집를 몰아붙이는 이유를 알아보자
보육은 국가책임이다. "낳기만 하세요. 국가에서 기르겠습니다." 국가가 국민에게 한 약속이다. 그러나 국가는 예산, 시설, 인력 등에 한계가 있어서 책임의 약 80%를 민간어린이집에게 위임하고 있다. 국가가 민간의 자본과 인력참여를 유도해서 민간의 도움을 받아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국가는 보육의 약 80%를 책임지고 있는 민간에 대해 감사해야 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된다.
국가는 국공립에 대해서는 필요한 모든 경비를 지원하고 있다.
최초 시설을 위한 토지 매입 및 건축비, 시설 유지를 위한 개보수비용, 교직원들의 인건비 및 부대비용(4대보험 시설부담금 및 퇴직금적립금) 등을 별도 항목으로 지원하고 있다. 또한 보육료를 추가지원함으로써 인건비 차액 및 급간식비, 교재교구비 등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의 예산시스템과 같은 원리를 적용하여 각 항목별 결산을 철저히 확인하고 있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민간에 대해서는 보육료 외에 기본보육료와 부모부담금이라는 변칙적인 제도를 마련하였지만 이것으로는 교직원인건비를 주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며, 학부모로부터 “무상보육인데 왜 부모가 부담금을 내야 하느냐?”며 항의를 듣기 일쑤다. 마치 민간이 부당하게 추가비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는 민간보다 국공립을 선호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 비용을 다 합해도 아동 1인당 지원금액은 국공립은 55만원정도인데 비해 민간어린이집은 40만원 정도 된다. (아동 1인당 약 15만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표) 경기도지역 100명 아동이 있는 어린이집 비교
이처럼 지원을 차별하는 것은 그래도 참아왔다. 대다수의 원장들이 여성인 점을 감안해 볼 때 우리나라처럼 여성의 사회진출이 쉽지 않은 환경에서 비록 내 자본을 투자하긴 했지만 스스로 어린이집을 지어 교사와 아이들과 함께 국가정책에도 호응하면서 꿈을 펼칠 수 있어서 그런 차별 정도는 크게 개의치 않고 넘겼다. 원장은 원래 알뜰한 한국의 여성 아닌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직접 차량운행을 하고, 급간식 조리는 물론 사무처리까지... 혼자 다섯사람 역할을 다 하면서도 힘든줄 몰랐다. 12시간 보육과 연중 무휴라는 국가의 강압적 정책도 참아내고 365일을 쉬지 않고 일했다. 아침 7시 30분에 어린이집 문을 열고 차량운행으로 시작한 일과는 마지막 차량운행을 마치고 저녁 7시 30분에 문을 닫는 걸로 끝났다. 마음 속 불평이 왜 없었겠냐마는 어린이집은 그래야 되는줄 알았다.
그런데 요즘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니까 보따리 내놓으라 한다는 속담이 현실에서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국공립에 대해서 필요항목별로 지원금을 주고 그 항목별로 결산을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위에서 언급한 바 있다. 그 근거가 되는 것이 바로 재무회계규칙이다. 국가는 그 재무회계규칙을 민간에게도 적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원은 국공립에게만 퍼주면서 차별하더니, 재무회계규칙을 똑같이 민간에게 적용하여 처벌하기 시작한 것이다. 허위교사와 허위아동으로 보조금 횡령이라는 신문기사로 시작한 민간처벌은 특강비 리베이트사건, 아동학대사건으로까지 번져서 일부 부적절한 사건을 모든 어린이집의 일상인 양 신문과 방송에 도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두군데에서 그랬다면 운영자인 원장의 양심문제이지만 대다수의 원장이 그랬다면 제도의 허점은 없는지 살펴보고 공정하고 균형잡힌 접근이 필요한데도, 정부와 언론은 물고기가 물을 만난 양 어린이집을 비리백화점으로 매도하는데 온 힘을 기울이는 듯 보였다.
그동안 국가의 정책 80%를 대신 수행해온 민간에 대한 고마움은 어디에도 없었다. 일방적 보도에 세뇌된 국민들과 표를 의식한 정치권까지 합세함으로써 민간은 이제 사면초가에 몰린 셈이다.
영유아 300만명중 어린이집 이용 140만명, 유치원 이용 70만명, 가정양육이 90만명이다.
민간은 국공립에 비해 아동 1인당 월 15만원의 지원금(세금)을 절약하며 이를 이용 아동수에 곱하면 15만원*1,052,128명*12개월=연간 1조8938억3040만원이 나온다.
민간은 연간 1조 9000억원의 세금을 절약 해주는 애국자이며 황금알을 낳는 닭이다.
그런데도 정부, 언론, 정치, 국민은 이 닭을 못잡아 먹어서 안달이다. 지금 당장 저 닭이 없어지면 105만명의 영유아는 갈 곳을 잃게 되며, 국가가 모두 수용하려면(당장 수용이 어렵지만 할 수 있다고 가정해도) 연간 1조 9천억원의 세금이 더 소요되며 결국 그 세금은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오게 된다. 이러한 광풍은 어디에서 불어온 것일까?
다음에는 허위아동, 허위교사라는 용어가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인지, 있다면 왜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국가는 어린이집의 인가기준을 정하고, 교사의 자격기준을 정하고, 교사와 아동비율을 정하여 민간어린이집을 허용한다. 이는 영유아의 행복 추구권, 영유아의 인간다운 삶의 보장권, 영유아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이며, 특히 보육시설 부족으로 인해 시설 이용을 할 수 없는 영유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헌법이 보장한 평등권(차별받지않고 교육받을 권리)을 실현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정원이 미달이라도 영유아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교사가 반드시 있어야 되므로 영유아의 숫자에 관계없이(정원충족이나 미달여부에 관계없이) 교사의 인건비가 지원되어야 한다. 따라서 국공립에는 모든 교직원에 대해서 교직원 인건비가 지원되고 있다. 전교생이 5명인 산간벽지의 학교에도 교직원이 배치되고 인건비가 지급되는 원리와 같다. 따라서 국공립에는 허위교사라는 용어가 존재할 수도 없고 존재하지도 않는다.
민간에서 0세 아동이 1명 남을 때(3명 있다가 2명이 그만 둠) 어린이집은 그 아동의 보육을 거부할 수 없다. 교사를 해고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국공립처럼 인건비가 지원되지도 않으며 보육료는 1명분 밖에 받을 수 없다. 거기다 한술 더 떠서 결석이라도 하는 날에는 그 보육료마저 제대로 받기 힘들다. 교사와 아동이 스스로 그만 두거나 아니면 아른 아동 두명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하염없이 적자운영을 해야만 한다. 이런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원장은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학교는 학생이 한면이든 30명이든 똑같이 교사급여가 나오고 학생이 해외여행을 가든 장기간 결석을 하든 상관없이 급여가 나오는데 민간어린이집은 아이들 숫자만큼만 보육료가 나오고 그것도 결석하면 다 못받는다)
어린이집 운영을 그만 두느냐? 아니면 영아를 적극적으로 모집해서 정원을 채우느냐?
(적극적인 모집 방법에는 무리수가 나올 수 있다. 옛말에 “아무리 성인군자라도 사흘을 굶기면 남의 집 담을 넘는다”는 말이 있다.) 어린이집을 그만 두면 좋겠지만 그것 마저도 쉽지 않다. 어린이집은 시작하기도 어렵지만 그만 두기는 더 어렵다. 폐원하는 것도 관공서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또한 이미 투자된 초기비용을 포기하기도 쉽지 않다.(수억에서 수십억까지) 그래서 기약없는 차입경영을 해야만 한다.
불확실한 미래가 가장 두렵다. 확실하게 정해진 고통은 얼마든지 참아낼 수 있지만 불확실한 미래는 누구나 두려운 것이다. 죽음은 그 자체가 두려운게 아니라 죽음 이후의 세계가 불확실하므로 두려운 것이다. 지금 원장들은 죽음만큼 불확실한 상황을 견뎌내고 있다.
정부의 정책방향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보육 목표가 출산 장려에 있는지, 여성의 사회 참여를 보장에 있는지 알 수 없다. 영유아 복지를 위한건지 여성 복지를 위한 건지도 알 수 없다. 국공립을 정말로 확충하겠다는 건지 아니면 말 뿐인지도 알 수 없다. 전체 무상보육을 계속 하겠다는 건지 선별 복지로 돌아가겠다는 건지도 알 수 없다. 유보통합을 하겠다는 건지 아닌지도 알 수 없다. 말로는 다 한다고 하지만 실제 상황을 보면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모두 하겠다는 말은 모두 안하겠다는 말인가? 기초노령연금 20만원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이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국가의 무상보육을 국가가 온전히 책임질 수 있는가? 할 수 없다면 모든 부모들이 스스로 영유아보육을 책임져야 할 것이다. 이제 황금알을 낳는 닭은 존재하지 않는다. 스스로 명예로운 죽음을 선택할 것이니까.
다음에는 아동학대와 급간식비에 대해서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