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우스 1세 재위 원년(BC521)에 그는 측근들과 가족들과 메대와 바사의 귀족들과 방백들과 인도(India)와 이디오피아(Ethiopia)의 최고지도자들과 그의 127개 지역의 군대사령관들을 초대하여 연회를 베풀었다. 그날 밤 다리우스 1세는 잠깐 눈을 붙였는가 싶었는데 그만 잠이 깨어 아무리 잠을 청해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리우스 1세는 그의 세 경호인들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던 다리우스 1세는 그들에게 다음과 같은 한 가지 제안을 하였다. “내가 묻는 몇 가지 질문에 대해서 지혜롭게 진실한 대답을 하는 사람에게는 큰 상을 주겠소.” 다리우스 1세는 이같이 약속을 한 후 첫 번째 사람에게는, 어째서 술이 가장 강한가? 둘째 사람에게는, 어째서 왕이 가장 강한가? 셋째 사람에게는, 어째서 여자가 가장 강한가? 그리고 또 어째서 진리가 모든 것 가운데서 가장 강한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내일 답변을 하라고 했다. 다음날 세 명의 경호인들은 왕과 방백들과 제후들 앞에서 이렇게 대답했다.
첫 번째 경호인은 말했다. “술은 술을 마시는 자들의 마음을 속이며, 왕의 생각을 선생의 도움이 필요한 어린 학생과 고아의 수준으로 끌어 내립니다. 또한 술은 노예로 하여금 자유민처럼 담대하게 하며, 빈궁한 자의 마음을 부자처럼 풍요롭게 만듭니다. 술이 들어가면 사람의 영혼을 변하게 하고 새롭게도 할 뿐 아니라, 재난에 처한 자들의 슬픔을 잊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술은 또한 빚진 자의 마음에 빚 생각을 없애 주고, 마치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처럼 느끼게 해줍니다. 술이 들어가면 가난한 자도 부유한 사람처럼 세상 돌아가는 정세나, 그 밖의 거창한 문제에 대해서 일장 연설을 할 수 있습니다. 술이 들어가면 왕이나 장관들도 소용이 없습니다. 친구도 동료도 모르고 칼을 들게 만들며, 전혀 상관이 없는 이방인처럼 느끼게 만듭니다. 술에 만취되었다가 잠이 든 후 그 다음날 깨어나면, 어제 밤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모르는 것이 보통입니다. 저는 이것을 볼 때 술이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하며 천하무적인 존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두 번째 경호인이 말했다. "왕은 만물을 지배하는 자입니다. 왕은 땅과 바다를 자기가 원하는 대로 유효하게 만들며 백성들을 다스리고 그들 위에서 권세를 행사합니다. 만물 중에서 가장 세고 강한 동물인 인간을 다스리는 왕은, 그 힘과 권세가 가장 강한 존재로 인정되어야만 합니다."
세 번째 경호인 스룹바벨은 BC598년에 바빌론에 끌려온 유대왕 여호야긴(여고냐)의 손자였다. 여호야긴은 BC562년에 감옥에서 풀려나서 다시 왕으로 복권되었다. 그러나 BC560년, 그는 궁중음모에 휘말려서 살해당했다. 여호야긴의 아들은 바빌론에서 태어난 스알디엘이고, 스알디엘은 스룹바벨을 낳았다. 스룹바벨은 페르시아의 귀족 다리우스가 왕이 되기 이전에는 그와 친구지간이었다. 스룹바벨은 여인의 힘과 진리의 위대성에 대해 아래와 같은 지론을 폈다. “술도 강하며, 만인이 복종하는 왕도 강하나, 여인은 이 둘보다 더 강합니다. 왕을 이 세상에 나오게 한 자는 여인이기 때문입니다. 포도나무를 심고 포도주를 만드는 자는 인간이나, 인간을 낳고 양육시키는 존재는 여인입니다. 우리가 여인에게서 얻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리가 입는 의복도 여인이 짠 것이며, 가사를 돌보는 것도 여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여인 없이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수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아름다운 여인을 보면 우리는 그만 그 미모에 반해 입을 딱 벌리고 눈을 떼지 못하며, 모든 것을 포기하는 희생을 치르면서까지 그 여인을 손에 넣으려고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한 여인 때문에 부모를 버리며, 우리의 땅을 버리고, 절친한 친구도 모른 체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심지어는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걸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여인의 위대성을 알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땅에서나 바다에서 온갖 수고와 노력을 다해 얻은 일의 댓가를 여인들에게 가져다 주지 않습니까? 저는 언젠가 왕비가 왕의 뺨을 철썩 갈기고 왕관을 빼앗아 자기 머리에 쓰는데도, 왕은 아무소리도 못하고 끝까지 참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렇게 많은 백성들을 호령하며 군림하는 군주가 말입니다. 후궁이 웃으면 왕도 웃고, 화를 내면 왕은 금방 슬픈 표정을 짓는 것이었습니다. 왕은 그녀의 얼굴 표정을 살피면서 아부를 떠는 것입니다. 그녀가 불만족스런 표정을 지을 때면 언제나 왕의 체면도 집어던지고, 그녀의 마음을 기쁘게 해주려고 갖은 애를 다 쓰는 것입니다. 이를 볼 때 어찌 여인의 힘이 강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방백들과 제후들은 스룹바벨의 언변에 놀라 서로 멍하니 얼굴을 쳐다볼 뿐이었다. 스룹바벨은 계속해서 진리의 위대성에 관한 말을 이어나갔다. “저는 지금까지 여인의 힘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나 여인도 왕도 진리보다는 약합니다. 비록 세상은 넓고 하늘은 높고 태양의 움직임은 신속하다 하더라도, 이 모든 것은 진실하고 의로우신 하나님의 뜻에 따라 움직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진리가 만물 중에서 가장 강하며 불의는 진리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합니다. 만물은 비록 힘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일시적이며 단명(短命)으로 끝납니다. 그러나 진리는 영구하며 영원합니다. 진리가 가져다주는 아름다움은 세월이 흘러도 퇴색되지 않습니다. 또한 진리가 부여하는 풍요는 행운에 의해 좌우되지도 않습니다. 진리는 우리에게 의로운 법칙과 법률을 부여합니다. 진리는 정의와 불의를 구별시켜 주고, 불의에게는 마땅한 형벌을 부과합니다.”
스룹바벨이 위와 같이 말을 마치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자들이 큰 소리로 그가 가장 지혜롭게 이야기했다고 하면서, 진리만이 불변의 힘을 가지고 있으며 결코 쇠약하지 않는 것임을 인정하였다. 이에 왕은 스룹바벨의 지혜와 총명이 남들보다 확연하게 크므로 약속한 상 이상의 것을 줄 터이니 무슨 요구든지 말해보라고 했다. 그러자 스룹바벨이 다리우스 1세에게 말했다. “왕께서는 왕위에 오르게 되면 예루살렘과 하나님의 성전을 재건하고, 느부갓네살 왕이 약탈해온 하나님의 기물들을 반환하겠다고 하나님께 맹세하셨습니다. 왕께서 저를 지혜롭고 총명한 자로 인정하신다면, 이제 왕께서 하신 맹세를 실행으로 옮겨주실 것을 요구합니다.”
왕은 스룹바벨의 요구를 흡족히 여기고, 일어나 그에게 입을 맞추었다. 왕은 총독들에게 서신을 보내, 스룹바벨과 그의 동료들이 성전을 재건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라고 지시했다. 또한 수리아와 베니게의 방백들에게 서신을 보내, 레바논에서 백향목을 벌목하여 예루살렘을 재건하는데 도와주도록 지시했다. 왕은 또한 그들에게 유대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모든 포로들을 석방하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각 도에 나가있는 왕의 재정관들과 총독들에게 유대인들로부터는 어떤 조세도 받지 말 것과, 유대인들은 조공을 내지 않고도 원하는 땅을 소유할 수 있도록 지시했다. 왕은 또한 이두매(Idumea)와 사마리아와 코엘레수리아의 주민들에게 유대인들로부터 빼앗은 촌락을 돌려줄 것과, 성전건축비용으로 50달란트를 낼 것을 명령하였다. 그는 또한 그들이 제사를 드리는 것을 허용하였고, 대제사장이나 제사장이 요구하는 것은 무엇이나 국고에서 그 비용을 충당하라고 지시했다. 이밖에도 그는 제사장들이 제사 때 입는 성의(聖衣)와 레위인들이 하나님께 찬송할 때 쓰는 악기와 기타 설비들을 공공비용으로 지출해서 장만해주라고 명령했다. 그는 또한 예루살렘과 성전을 수비하는 자들에게 매년 임금을 줄 것과 약간의 땅을 줄 것을 신하들에게 명하였으며, 하나님의 기물들을 예루살렘으로 돌려보냈다. 고레스 왕이 예루살렘성전을 재건하기 위해 마음에 의도하였던 계획을 다리우스 1세가 실행에 옮긴 것이다. 즉 고레스 왕의 아들 캄비세스 왕이 고레스 왕의 명령을 철회하고, 성전건축을 중단시켰던 것을, 다리우스 1세가 더욱 풍성하게 회복시켜 주어서, 스룹바벨성전이 완공되었던 것이다.
스룹바벨은 궁전에서 나와 하늘을 바라보며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은혜를 베푸시지 않았더라면 왕으로부터 이 모든 것을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앞으로도 이와 같은 은총을 베풀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했다. 곧이어 스룹바벨은 바빌론포로로 끌려와서 살던 유대동족들에게 왕이 허락한 기쁜 소식을 전달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