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 김정화-문희 듀엣
작년 10월에 '사씨방'에 뿌린 파씨가 이렇게 건장한 대파가 돼, 우리 식탁에 파전으로 올랐다.
겨우내 추움을 견디어 내고 유황 마늘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내 허리까지 차는 파가 됐다.
파 뿌리 같이 흰머리가 되도록 오래오래 잘 살라는 주례의 목소리가 들린다.
오늘, 비가 내린다.
지난 2년간 땀 흘려 가며 가꾼 채소와 나물들을 창을 통해
처다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그동안 심어 놓은 오이(cucumber), 호박(squash), 노란 호박(pumpkin), 시금치(spinach),
tomato, 아욱(whorled mallow), 가지(eggplant), 대파(scallion), 고추(hot pepper),
더덕(lance asiabell), 쑥(wormwood), 부추(chinese chive), 미나리(javan waterdropwort),
곰취나물(nar-rowhead goldenray), 들깨(perilla frutescens), 머위(Butterbur),
박하(peppermint), onion, lettuce, garlic, 배추(chinese cabbage)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봄비다.
파가 어찌나 크고 많은지 겁이 날 정도다.
두꺼운 파 윗부분은 잘라 버리고 아래 연하고 하얀 부분만 추려내
깨끗이 씻어 잘게 쓸어 파전을 만들어 먹었다.
파 뿌리는 말려서 약초로 먹는다.
부추와 쑥도 식탁에 오르려고 대기 중이다.
미나리도 대기중이다.↓
새큼한 초간장에 찍어 먹는다.
이웃집으로 시집가려고 긴 돌 위에서 기다린다.
고추 2 나무, 가지 2 나무, 토마토 2나 무다.↑
사씨방은 다들 시집 가고 나니 텅텅 비어 간다.↓
작자 노트: 이웃에서 텃밭에 뭘 심었느냐고 물을 때 많은 채소 이름을 영어로 몰랐습니다.
채소 이름들이 상당히 외우기 어렵지요. 그래서 프린트를 해 주머니에 넣었다가
대답해 주려고 사전을 찾아올 린 것입니다. ㅎㅎㅎ
첫댓글 재미있게 그리고 건강하게 사시는 모습을 뵈니 좋아요.
문희님께서 카페 가입하시니 카페가 번쩍 거립니다.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하루 온종일 봄비가 부슬부슬입니다. 파전으로 점심, 저녘을 때웠습니다. 거기다 호두와 V8 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