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골목탐방-④정자동 먹거리촌
다시 돌아온 봄날, 정자동 먹거리촌에서 만난 꿈꾸던 나의 일상
한적한 오전. 정자동 먹거리촌은 조용하고 고즈넉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점심과 저녁시간이면 사람들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곳이기도 하다.
계획된 신도시 분당은 아파트 단지로 이루어진 베드타운과 연립이나 빌라로 구성되어 있는 주택단지가 마을마다 공존한다. 야탑동 먹자촌, 효자촌의 먹거리촌, 서현동 맛고을, 정자동의 먹거리촌 등은 바로 분당의 계획된 도시 형성과정에서 생겨난 독특한 주거환경이다. 주택가 먹거리촌은 삶의 생기가 있다. 가족들과의 외식이나 주부들의 교육정보를 공유하는 모임이 이루어지는 다양한 맛집과 브런치 카페, 일상생활에 필요한 소소한 요구들을 해결해주는 반찬전문점, 철물점, 자동차 공업사, 미용실, 수선집에 이르기까지 없으면 아쉬울법한 상점들이 보물처럼 숨겨져 있는 곳이 주택 단지의 상가 골목이기 때문이다. 분당이 신도시로 들어선지 20년이 넘은 지금 주택가 골목의 풍경도 초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네 번째 골목탐방을 하게 된 정자동 먹거리촌도 지금 자신의 색깔을 만들어 가고 있는 진행형이다. KT로 인해 입소문난 맛집들 사이로 최근 1∼2년 사이 눈에 띄게 많아진 도예 공방들과 음악연습실이 지금 정자동 먹거리촌의 또 다른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네 번째 우리지역 골목탐방은 이런 정자동 먹거리촌의 변화를 따라가 본다.
한식 브런치카페와 햇살비친 창가에서 마주한 소잉의 힐링
여의도순복음교회 건너편 첫 번째 골목에서 오늘의 탐방이 시작됐다. 그곳에서 아직은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오전에 만난 ‘망고탱고’라는 이름의 카페(031-704-7680). 그 흔한 카페들 중 이곳이 눈에 띈 것은 홈메이드 한식 브런치카페라는 설명 때문.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는 카페도 차별화를 위해 다양한 형태의 소재들과 결합하는 것이 추세이긴 하나 한식 브런치카페는 보기 드문 컨셉이다. 이곳의 주인장은 서양식 브런치의 개념을 깨뜨려 집밥의 힘을 전해주는 한식 브런치의 장점에 대해 설명했다. “망고탱고의 주 메뉴는 플레이트와 도시락 그리고 신선한 과일주스예요. 주변 학교의 캠프 또는 선생님 도시락에서부터 각종 모임과 인근 KT직원들의 도시락미팅에 이르기까지 알음알음 입소문으로 꽤 알려져 있어요.” 오전 9시에 오픈하고 미리 예약하면 9시 30분부터 식사가 가능하다. ‘망고탱고’의 바나나주스는 신선한 과일로 만든 리얼주스지만 가격이 착해 아이들도 자주 들르는 곳. 이곳의 샌드위치는 한우패티에 신선한 채소를 얹고 매콤한 고추를 살짝 다져넣은 겉절이 소스를 써 매콤한 맛을 내니 느끼하지 않고 한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는 실속 메뉴다. 모든 재료는 직접 장을 보아 준비하고 조미료를 쓰지 않는 것은 기본에 양념이 과하지 않은 반찬들이 담백해 느끼한 서양식 브런치에 비할바가 아니다. 미리 예약하면 단체 모임시 공간 대여와 도시락파티가 가능하다.
‘망고탱고’와 대각선으로 마주한 곳에 환하고 따뜻한 느낌의 ‘심플소잉’(NCC분당 정자점 031-711-00150)이 있다. 넓고 탁트인 매장엔 부지런한 주부들이 꼼꼼하고 느긋한 손놀림으로 저마다 자신의 소품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수지에서 왔다는 한 주부는 앙증맞은 핸드백에 마지막 손질을 하고 완성한 작품을 들어 보이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주로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만들곤 했는데 오늘은 저를 위해 가방을 만들었어요. 나에게 선물을 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네요.”라며 즐거워했다. 이곳에선 미싱을 기초부터 차근차근 익힐 수 있고 배우는 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략 3-4개월이면 고급단계의 소품들을 만들 수 있다.동대문까지 가지 않고도 예쁜 원단과 부자재를 구입할 수 있어 더욱 요긴하다. 직장 여성들도 배울 수 있도록 매주 화요일 저녁엔 직장인반도 운영하고 있다.
손으로 빚어내는 흙의 미학을 접하다
여기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게 달라진 이곳의 풍경에 색다른 기대를 갖게 만든 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도예 공방들 때문. 이런 도예공방들의 중심에 ‘도원갤러리’(031-715-3835)가 있다. 이곳의 김훈철 대표는 성남현대도예가 회장이기도 해 공방들의 모임을 이끌어가고 있다. 굳이 이곳에 도예공방들이 모여들고 있는 이유에 대해 그는 “이천과 여주의 도자기 고장과도 가깝고, 분당이라는 지역적 위치로 도시와의 접근성이 좋은 점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1층은 카페, 지층은 작업실로 이루어져 있는 ‘도원갤러리’는 커피와 흙으로 빚는 도예의 향기가 아주 잘 어울리는 이웃의 사랑방같은 공간이 되었다. 만들고 빚는 것에 관심과 감각이 있는 김대표는 드립커피로 입문해서 독학으로 바리스타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카페의 테이블과 의자도 모두 그의 손을 거쳐 만들어졌고 곳곳에 전시된 그의 작품 감상은 덤이다. 1일 도예체험이나 일정기간 생활자기를 배울 수 있는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어 관심있는 이들은 멀리 가지 않아도 내안에 숨어있는 창작의 본능을 발견할 기회를 얻게 된다.
이곳에 자리 잡은 공방들은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의 목적에 맞게 선택의 폭도 있다. 입시나 편입을 위주로 가르치는 곳(세라미아/위즈 도예교실)이 있는가 하면 아이들이나 주부들처럼 취미로 가볍게 다가갈 수 있는 곳도 있다. 그 중 ‘아르케’(070-7785-2168)는 지하 작업실이고 흙을 만지는 도예작업의 특성상 어수선할 수 있는 분위기와는 달리 깔끔한 스튜디오를 연상케 할 만큼 밝고 정갈한 맛이 있다. 이런 분위기를 유지하는 이유를 이곳 김성진대표는 “지인들과의 친목모임이나 아이들의 생일파티를 도예체험을 함께 결합시켜 진행할 수 있도록 공간대여도 할 생각으로 설계했어요. 도예체험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스토리가 있는 모임을 도예와 결합하는 형태로 사람들의 생활 속에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것이 목표입니다”라며 이 곳 아르케 도예공방의 컨셉을 설명해주었다.
문턱을 낮춰 누구나 함께 소통하고 즐기는 음악문화 지향
기아자동차, 현대자동차 등의 카 서비스센타가 모여 있는 길 한모퉁이에 드럼홀릭(031-712-1525)이 있다. 타악기의 특성상 지층에 스튜디오가 있지만 군더더기 없이 정갈한 분위기의 음악연습실이 호감을 갖게 한다. 타악기가 주종을 이루고 있지만 피아노, 기타 등을 연습할 수도 있다. 드럼홀릭의 허승환 대표는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인 ‘하자센터’에서 3년 정도 학생들의 음악수업을 지도한 경력이 있는 호른 연주자이다. 그가 ‘하자센터’에서 접한 악보 없는 음악수업의 경험이 지금의 드럼홀릭을 만들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일반인들에게 멀게만 느껴졌던 음악에 대한 문턱을 낮추어 모두가 함께 즐기며 소통할 수 있는 음악문화를 지향하는 것이 드럼홀릭의 목적이다. 또한 이곳에서는 레슨과정중에 학생들이 직접 악기를 만드는 프로그램이 결합되어 있다. 타악기는 만들기도 쉽고 함께 모여 연주하고 교감할 수 있는 매력이 있어 다른 연습실과는 달리 드럼홀릭에서만 가능한 음악적 경험을 시도하고 있는 것. 스페인의 전통악기인 까혼이라는 나무상자와 비슷한 모양의 악기를 응용하여 개인 악기를 만든다. 드럼과 같은 타악기는 방음이 안된 곳에서는 연습하기 어려운데 이것은 이동도 편리하고 집에서 마음껏 연습해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렇게 맛집이 중심이었던 정자동 먹거리촌엔 어느 덧 예술인들의 작업실이 곳곳에 자리잡아가면서 집 가까운 곳에서 ’꿈을 꾸던 내안의 나를 접할 수 있는 곳’으로 변하고 있다. 삶에 쉼표가 되고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느낄 수 있는 골목으로 우리와 이웃하는 공간이 되길 기대해본다.
*입소문 나서 놓치면 아쉬운 곳
->우듬지 어린이생태과학연구소(031-716-1213/1218)
‘자연보다 위대한 스승은 없다’라는 말을 모토로 고중곤 소장이 이끌고 있는 이곳은 자 연품성철학인 ‘우듬지철학’을 바탕으로 독일,유럽 중심의 생태교육을 우리의 환경과 아이 들의 기질에 맞춰진 교육과정을 개발하여 우리 실정에 맞는 생태교육을 목표로 운영하는 곳이다.
->수제쿠키가 맛있는 카페 ‘다올’(070-4228-4564)
모든 재료는 유기농, 방부제가 업는 수제쿠키로 소문난 카페. 주인의 강력추천 메뉴인 아포카토의 맛도 일품. 직접 담근 레몬티, 그리고 사과 조각이 살짝 띄워진 애플티 모두 리얼티의 진수다, 아기자기한 소품들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한 곳. 편안한 친구와 속내 드러내며 이야기 나누고 싶은 곳
서희영 리포터 tjgmldud8082@naver.com
출처:성남분당용인수지내일신문
문의 010-8877-59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