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혜택 받기 위해 ‘위장 미혼’
서울 중랑구에 사는 김모(28)씨는 내년 초 결혼식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예비 신랑과 혼인신고는 미루기로 합의했다. 전셋집 때문이다. 김씨는 ‘청년 전용 버팀목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신혼집 전세금을 마련할 생각이다. 이 상품은 주택도시기금이 청년들에게 연 1~2%대 낮은 금리로 전세금을 빌려주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
소득 합산 ‘결혼 패널티’
버팀목전세자금 대출 받으려면
신혼은 연 소득 6000만원 이하
미혼은 5000만원 이하면 가능
신혼특공 등 ‘결혼 7년 이내’ 조건
기간 맞추려 혼인신고 늦추기도
그런데 대출 조건을 보니 부부 합산 연소득이 5000만원 (신혼은 6000만원)이하여야 했다. 결혼하면 맞벌이가 될 둘의 소득을 합치면 7000만원으로 이 기준을 뛰어넘는다. 하지만 미혼은 개인 연소득이 5000만원 이하면 이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김씨는 “혼인신고를 하면 아예 신청 조건에서 탈락하니 신고를 미뤄 한사람 명의로 대출을 받으려고 한다”며 “맞벌이는 늘어나는데 미혼과 신혼 가구에 거의 동일한 조건을 두는 게 이해가 안간다”고 했다.
▷결혼 패널티?… 혼인신고 미루는 이유
대표적으로 결혼하면 불리한 게 소득합산 조건이다. 버팀목전세자금 대출처럼 맞벌이 가구 소득 합산과 미혼의 소득 조건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운영하는 저소득, 무주택자에 대한 저금리 주택 마련 대출인 디딤돌 대출의 소득 기준도 신혼부부와 30세 이상 미혼 1인 가구 모두 연 7000만원 이하로 같다. 대출 뿐만 아니라 주택 청약도 맞벌이의 경우 미혼보다 부부 합산 시 불리한 소득 조건이 제시되는 경우가 많다.
가구주와 가구 구성원 모두 살면서 주택을 한번도 소유한 적 없는 경우인 ‘생애 최초’ 조건도 기혼보다 미혼일 경우 충족 확률이 높아진다. 디딤돌 대출, 보금자리론, 생애 최초 청약 등에 이 조건이 붙어 있다. 신청자 개인이 아닌 가구를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부부 중 1명만 주택 소유 경험이 있어도 이 조건에서 탈락한다.
▷“대출 설계 등에 맞벌이 추세 고려해야”
이런 문제에 대해 대출 설계 등을 할 때 맞벌이 추세를 제대로 감안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30대 중 맞벌이 비율은 2017년 47.3%에서 2021년 53.5%로 증가 추세다. 또 맞벌이의 월 평균 소득은 매년 증가 추세로 올해 1분기(1~3월) 현재 791만3000원에 달한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맞벌이 부부에게 불리한 일부 정책이 있으면 현재 우리 사회에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신혼부부에게는 대출 조건 등을 완화해 대출 기회를 늘려주고 금리도 파격적으로 낮춰서 이들이 자산을 쌓을 수 있게끔 도와줘야 한다”고 했다.
출처 : 조선일보 2023년 7월 31일 월요일 한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