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윤지해 선임연구원
kingyoon@r114.com
구역지정에서 준공까지 평균 10-11년 소요돼
재개발 보다는 재건축이 사업진행 속도 좀더 빨라
장기 투자가 아니라면 재개발/재건축 신중하게 접근해야
#1. 2007년 8월에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재건축아파트에 대출을 끼고 10억 원을 투자한 김OO씨. 5년이 지난 현재까지 재건축사업이 지지부진하자 돈이 오랜 기간 묶이는 것에 대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투자 당시에 이미 구역지정을 받으면서 늦어도 2015년에는 분양이나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직까지 조합설립 단계에 머물면서 2017년 이후로까지 투자기간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2. 장밋빛 전망 일색이던 2003년의 재개발시장. 서대문구 홍은동 일대 재개발지분에 수억 원을 투자한 이OO씨는 요즘 자포자기의 심정이다. 2003년 구역지정을 받고 1년 만인 2004년에 사업시행인가를 통과하면서 사업추진에 별 어려움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조합원 간 법정투쟁이 발생하면서 사업추진이 사실상 멈춰버리는 문제가 생겼다. 결국 04년에 사업인가를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8년째 사업이 제 자리를 맴돌면서 이씨의 한숨은 자꾸만 늘어나고 있다…
위에 사례처럼 2000년 이후 재개발/재건축에 투자한 투자자들 중 일부가 예상보다 투자기간이 길어지면서 불안감이 시달리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재건축과 재개발의 매매(지분)가격이 급락한데다 최근에는 유럽을 중심으로 재정위기가 고조되면서 사업종료 시점을 가늠하기조차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출이자와 자산가치 감소의 이중고로 인해 투자자들의 금융부담은 날로 커지고 있다.
10년 이상 걸리는 서울 재개발/재건축
그렇다면 실제로는 재건축/재개발 투자기간을 어느 정도로 예상하고 시장에 진입해야 할까? 부동산114(www.r114.com)가 2000년 이후 서울에서 구역지정 통과한 452개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의 사업단계 별 사업기간을 점검한 결과 구역지정에서 준공까지는 평균적으로 10년~11년의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역지정 이후 사업시행인가 통과까지 2.8년, 사업시행인가에서 관리처분인가 2.3년, 관리처분인가에서 착공이 1.9년, 착공에서 준공까지 3.6년으로 총10.6년의 기간이 소요됐다.
다만 평균적으로 10년 가량의 시간이 필요한 것일 뿐 앞서 살펴본 것처럼 예상하지 못한 법정 투쟁이나 조합원 갈등, 시공사 선정이나 분양지연 등으로 장기간 지연될 경우 15년 이상으로 투자기간이 크게 늘어나거나 아예 사업이 멈춰있는 경우도 종종 발생 한다.
따라서 재건축/재개발에 투자 계획이 있는 투자자라면 10년 이상의 보유기간을 감수할 수 있어야 원하는 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다는 점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사업추진 속도, 재개발 보다는 재건축이 더 빠른 편
재개발과 재건축을 구분하여 사업추진 속도를 살펴보면 재개발보다는 재건축의 사업속도가 다소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중심의 재건축 보다는 단독이나 빌라/다세대 등 저층주택 중심의 재개발사업이 권리관계가 복잡할 뿐 아니라 사업면적도 넓고 개별 조합원의 반발이 심해 사업동의를 얻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시가 올해 1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뉴타운 구조조정의 대상이 재건축 보다는 재개발사업에 대부분 치우친 상황이다.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올해부터 2013년 까지는 재개발사업의 전반적인 사업속도가 현재 평균보다도 더 느려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재건축이 아닌 재개발사업에 투자하거나 투자할 사람이라면 정책상 1년~2년 정도의 사업지연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도 유의할 필요도 있다.
투자금 장기간 묶일 수 있어… 유동성 점검하고 투자에 나서야
최근처럼 경기변동이 심하게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경우 투자자가 10년 뒤의 시장상황을 예측하고 재건축과 재개발시장에 뛰어들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는 투자금이 장기간 묶일 것을 감수하고 10년 뒤 본인의 연령과 그 동안 소요될 이자부담, 기회비용, 유동자산 등을 철저히 따져본 뒤에야 어떤 것이 더 나은 선택인지 판단해야 한다.
특히 서두에서 살펴본 사례처럼 대출부담까지 있는 경우 10년 동안 부담하게 될 이자비용을 미리 계산하여 능력 범위에서의 소득수준과 현금성 자산을 확인하고 매입에 나서야 한다. 최근 사회적인 이슈가 된 "하우스푸어"의 대부분이 은행을 통한 대출이자 부담과 주택거래 감소로 발생되는 현상이다. 재건축/재개발처럼 투자기간이 길어지는 경우 원치 않게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10년~11년을 감수할 생각이 아니라면 애당초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